<새 해 첫 날에 올렸던 ‘스페인 소녀들이 보내온 크리스마스 선물’에 이어 2탄을 올리려고 보니 그 사이에 정회원이 되었더군요. 작년에 이 게시판에 글을 쓰려고 등업 신청 하려던 차에 신청 방식과 승인 절차가 너무 복잡한 것 같아 그저 준회원으로 남으려 했는데... 역시 인생은 때론 한 방일 수 있다는 것을 깨닫습니다. ㅎㅎ 이미 제 정체를 아는 분들도 계시지만 개인적으로 축구 관련 글만을 쓰는 사람으로서 솔직히 아이돌 위주의 K팝을 다루기가 좀 그랬습니다. 낯 간지럽다고 해야 하나요? 실제 몇몇 분들께서 그 글 이후 “어색하다!”는 메시지를 주시기도 했고요. 고민을 좀 했는데 그래도 이왕 시작했으니 나름 구상해 온 스페인과 스페인어권 K팝 소식들을 시간이 허락하면 틈틈이 올려보도록 하겠습니다.>
1. 스페인 K팝 소녀 F양(16세)의 고민 두 가지
위 사진의 티켓이 바로 2월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다는 ‘KBS 뮤직뱅크 K-POP Festival in Paris' 첫 날 입장권입니다. 오늘은 이 두 장의 티켓 가운데 한 장의 주인공이자 현재 스페인 바르셀로나에 살고 있는 16세 소녀 F양 얘기를 해볼까 합니다. F양은 파키스탄 출신 아버지와 스페인 어머니 사이에서 난 혼혈아입니다. 우리 식으로 말하면 다문화 가정인데, 스페인은 워낙 피부색, 머리색이 다양한 사람들이 한 데 어우러져 사는 곳인지라 현지에선 특별히 구분을 두지 않죠. 그냥 다 같은 스페인 사람 그리고 그 중에서도 까딸루냐 사람일 뿐이죠.
슈퍼주니어를 좋아하고 최근엔 인피니트와 유키스에 확 꽂혀버린 이 소녀는 저에게 좀 특별한 존재입니다. 페이스북에 실시간 채팅 기능이 있다는 걸 처음 깨닫게 해줬거든요. 비록 한국과 스페인의 시차가 8시간에 달하지만 동아시아 문화 그 중에서도 K팝에 홀딱 빠져있고, 바로 거기에서부터 전반적인 한국문화에 대한 호기심을 키워나가는 소녀에게 그런 시차 따윈 별 것 아닌가봅니다. 제가 페이스북에 로그인해 있다는 걸 포착하는 순간이면 때를 가리지 않고 잽싸게 채팅창을 열어젖혀 대화를 시도하니까요. 물론 너무 시달리는 것 같아 요즘엔 페이스북에 접속해 있어도 채팅 못하게 하는 기능을 걸어놓곤 하지만 그래도 몇 달 간 긴 시간 대화하면서 현지 K팝 소녀들의 일상-감정 등을 생생하게 접할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 F양이 요즘 고민거리가 두 개 생겼다고 합니다.
JYJ 바르셀로나 콘서트 당일, 공연장 밖에선 무슨 일이?
작년 가을, JYJ가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K팝 역사상 개별 그룹으로는 최초로 상업 공연을 가졌습니다. 유서 깊은 뽀블레 에스빠뇰(Poble Espanol)에서였죠. 공연 이틀 전부터 프랑스, 이탈리아, 영국 등 주변에서 콘서트를 보기 위해 몰려온 팬들은 주변에 텐트를 치거나 침낭을 준비해 노숙까지 하는 등 대단한 열성을 보였습니다. 그건 스페인에서도 바르셀로나나 까딸루냐가 아닌 다른 지역에서 온 팬들 또한 마찬가지였습니다. 하지만 바르셀로나에 사는 F양은 그럴 필요도 없고 또 설사 그러고 싶어도 오후 2~3시까진 학교 수업을 받아야 하는지라 방과 후 집에 들러 저녁까지 먹고 느긋하게 콘서트장을 찾았습니다.
문제는 이 때 발생합니다. 지루한 기다림이 끝나고 입장이 시작되려는 순간, 기대감에 잔뜩 부푼 일부 팬들이 보다 일찍 입장해 가장 좋은 자리를 차지하기 위함인지 앞으로 몰려들었고 일부 줄이 흐트러집니다. 바로 그 때 긴 줄의 맨 앞쪽을 차지하고 있던 ‘기세등등한’ 프랑스 팬들이 자체적으로 질서유지에 나서더랍니다.
“우리들은 여기서 하루에서 이틀까지 노숙했기에 무대 바로 앞 가장 좋은 자리는 당연히 우리들 차지다. 늦게 온 사람들은 절대 그 자리를 차지할 수 없다. 어이~ 거기 이탈리아에서 온 애들, 새치기 하지 말고. 그리고 그쪽 영국애들, 뒤로 가라고. 그리고 옆에 스페인 애들, 너넨 방금 왔는데 왜 거기 서있는 거지? 어제까지도 안 보이던 애들이니까 맨 뒤로 가!”
이런 식으로 말입니다. 당연히 현장 분위기는 점차 험악해져 갔는데 절대다수가 여성들이었는지라 몸싸움까지 가진 않았지만 곳곳에서 삿대질과 고성이 오가는 등 언쟁이 벌어졌다 합니다. 물론 프랑스 팬들의 논리가 맞죠. 먼데서 온데다 좋은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미리 노숙까지 마다하지 않고 줄을 지켰던 국가의 팬들이 먼저 입장하는 게 맞는데 문제는 자기네 프랑스 땅이 아닌 스페인 땅에서 거칠 것 없이 매우 당당하게 행동하더라는 겁니다. F양을 비롯한 현장에 있었던 스페인 팬들은 이런 당당함에 아연실색 할 수밖에 없었다네요.
이는 마치 예를 들어 한국 땅에서 한 K팝 아이돌그룹이 콘서트를 하는데 중국이나 일본에서 원정 온 팬들 몇 십 혹은 몇 백 명이 수 천 명 한국 팬들을 상대로 “줄 똑바로 안 서? 너넨 저 뒤로 가!”라는 식과 마찬가지죠. 물론 실제 그런 상황에 놓였어도 한국 팬들이 무질서하게 줄을 흐트러뜨리진 않을 거라 저는 믿고 있고 또한 아무리 개념 없는 중국인, 일본인들이라도 감히 남의 나라 땅에서 질서유지 명목으로 홈팬들을 조련할 생각은 못 할 겁니다. (아, 중국인들은 그럴 수도 있나요?)
먼젓번 글에서도 언급했듯 스페인을 비롯해 유럽 각국의 K팝 팬들은 프랑스 팬들에게 일종의 경쟁심과 함께 피해의식을 가지고 있습니다. 작년 K팝 역사상 최초의 유럽 상업 공연인 SM타운도 그렇거니와 전 세계 K팝 팬들이라면 매 주 꼭 챙겨볼 정도로 유명한 뮤직뱅크, 그리고 비록 확정 발표는 나지 않았지만 성사가 유력한 슈퍼주니어의 ‘슈퍼쇼4’까지 모두 “프랑스에 빼앗긴다!”라고 느끼기 때문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남의 나라 땅에서까지 아무 거리낌 없이 당당하게 다국적 팬들을 조련하는 프랑스 팬들의 모습이 스페인 소녀들에게 얼마나 눈엣 가시였겠습니까.
때문에 F양은 ‘뮤직뱅크 파리’ 날짜가 하루하루 다가올수록 고민입니다. 그네들의 홈그라운드인 파리에선 또 얼마나 텃세에 시달릴지 가늠을 못하겠다나요. 그래도 이 모든 걸 견딜 수 있는 건 최근 푹 빠져버린 K팝 그룹들 중 하나인 ‘U-KISS’ 오빠들을 눈앞에서 볼 수 있다는 그것 하나랍니다. 여기서 한 가지 드는 재미있는 생각은 저렇게 자부심 대단하고 남의 나라 땅에 와서까지 기세등등하게 행동하는 프랑스 소녀들을 사로잡은 K팝 스타들도 일면 대단하다는 겁니다.
F양의 두 번째 고민은 최근까지 자기네 집에서 함께 지내선 한국 여학생이 귀국하는 바람에 K팝과 한국에 대해 말 할 상대가 없어져 삶이 재미가 없어졌다는 것. 이 한국 여학생은 작년까지 고3이었고 대학에 합격한 후 여행을 스페인으로 왔나 봅니다. 그 기간 동안 F양 집에서 민박 혹은 하숙 형태로 머물렀던 모양인데, 그렇지 않아도 평소 K팝을 동경해오던 F양에게 한국인 하숙생은 일면 구세주처럼 느껴졌겠죠.
다음 달 엄마, 2PM을 좋아하는 친구와 함께 파리로 간다는 F양. 물론 엄마는 공연을 관람하지 않고 그 시각 파리에 거주하는 친구를 만나기로 했답니다. 어쨌든 99.40유로, 우리 돈으로 약 14만 7천원이나 하는 티켓이었기에 최근 집에서 숙제 열심히 하는 등 꼼짝없이 엄마 말 잘 듣고 있다고 하네요.
2. 뻬루 일간지에 실린 JYJ 콘서트 티켓 예매 소식
먼저 JYJ가 3월 뻬루에서 공연한다는 그 장소에 대해 사실이 아닌 정보가 떠도는 것 같아 말씀드립니다. 얼마 전에 JYJ 콘서트가 열리는 곳 사진이라며 수도 리마에 있는 국립경기장이 올라왔었죠. 대한민국의 상암 월드컵경기장처럼 거기는 뻬루 축구의 성지와도 같은 곳입니다. 6만 정도 차는 곳인지라 뭔가 이상한 느낌이 들어 확인해보니 역시나더군요. ‘La Explanada Sur del Estadio Monumental'이란 명칭을 직역하면 "기념 경기장 남쪽의 평지(광장)"이 됩니다. 그러니까 정확한 장소는 그 경기장 내부가 아닌 경기장 밖 남쪽의 야외 특설무대입니다.
아래 기사는 뻬루 일간지인 ‘el Comercio'의 인터넷 홈페이지에 어제 올라온 JYJ 티켓 예매 현황을 다루고 있습니다. 불필요한 오해를 없애기 위해 원문을 그대로 올리고 번역해보겠습니다.
Ni Justin Bieber ni Miley Cyrus: banda coreana batió récord en venta de entradas en el Perú
<저스틴 비버도 마일리 사이러스도 아니다 : 한국의 밴드가 뻬루 공연 예매의 역사를 썼다!>
Probablemente, al leer el titular de esta nota, ignores dos cosas: quiénes son los JYJ y qué es ese género llamado K-pop al que representan. Sin sonar en las radios locales ni rotar en cadenas como MTV o tener discos a la venta en el Perú, Jejung, Yuchun y Junsu, tres surcoreanos de nombres casi impronunciables acaban de batir un récord en nuestro país. En tan solo treinta minutos miles de sus fanáticas agotaron la mitad de las localidades para el show que ofrecerán el 11 de marzo en la explanada del Estadio Monumental.
<이 기사의 제목을 읽을 때 아마도 이 두 가지는 무시하도록! : “JYJ는 대체 누구인가? 그리고 K팝이라 불리는 장르는 또 대체 무엇인고?” 국내 라디오 방송을 통해 들을 수도, MTV뻬루 채널을 통해 볼 수도 그리고 국내 그 어떤 음반 가게에서도 그네들 음반을 구입할 수 없음에도 제중-유천-준수라는, 정말 발음하기 힘든 이름을 가진 세 명의 한국 남자들이 방금 국내 공연 예매 역사의 기록을 깼다. 오는 3월 11일, 국립경기장 야외 특설무대에서 열리는 JYJ 콘서트 티켓의 절반이 예매 시작 30분 만에 완전 매진됐다.>
Según informó Carlos Huamán, uno de los promotores del evento, dos zonas para el show se agotaron en su totalidad hoy, en el primer día de ventas.
<이 콘서트의 프로모터 가운데 한 명인 까를로스 우아만에 따르면 콘서트의 가장 좋은 앞자리 두 개는 예매 개시 첫 날 모두 매진됐다고 알려왔다.>
Está previsto que el concierto de JYJ lleve a un total de diez mil personas y sea un acontecimiento histórico para aquellos que gustan del K-pop, genero muy de moda en Asia.
<관계자들에 따르면 JYJ 콘서트는 약 1만 명 이상이 관람할 것이고 이것은 현재 아시아를 휩쓸고 있는 K팝이란 장르를 사랑하는 뻬루 K팝 팬들에게 역사적인 사건이 될 것이라 전망했다.>
Cabe destacar, que los integrantes de la agrupación llegarán a Lima el 10 de marzo y se irán inmediatamente después de ofrecer el show.
<한편, JYJ를 포함한 공연 관계자들은 3월 10일 리마에 도착할 것이며 다음 날 콘서트를 마친 직후 바로 출국할 예정이다.>
EL DATO
<기록>
En el 2009 quienes agotaron con rápidez las entradas para una presentación en Lima fueron los Jonas Brothers. Los tickets para su primer show se vendieron en cinco días.
<이 전에 뻬루에서 공연 티켓을 가장 빨리 매진시켰던 주인공은 2009년 리마 콘서트를 연 조나스 브라더스였다. 첫 날 공연의 경우 5일 만에 표가 모두 팔렸다.>
el Comercio.pe
첫댓글 잘 읽었습니다.^^
알찬 소식 잘 읽었습니다. ^^ 추천꾹!
요즘 남유럽 경제상황이 너무 안좋아서 jyj공연은 무리가 아닐까 생각한적이 있었습니다. 세계경제가 안정을 되찾으면 음악이나 그밖의 문화를 통한 교류도 좀 더 많아지리라 생각합니다. 틈틈이 소식 주신다니 너ㅁㅁ 감사합니다....
잼나여.. 진짜 글을 잘 쓰시네여.. 새해 복 많이 받으시구 앞으로도 좋은 글 만히 부탁드립니다..^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재밌게 잘읽었습니다^^
스페인어권은 영상말고는 상황을 알수가 없는데 이렇게 알려주시니 감사해요 소녀가 귀엽네요ㅋㅋ
깨알같은 소식 잘 읽었습니다^^ JYJ페루공연이 매진이라니 반갑네요...
우리는 페루라고 하는데 스페인어로는 뻬루군요^^ 헷갈렸다는....
잘 봤습니다. 앞으로도 수고 부탁합니다.
재미있게 잘 읽었습니다.
응원합니다...계속 부탁드리되...부담감은 갖지 마세요...
"아, 중국인들은 그럴 수도 있나요?" <-- 예,,,충분히 그럴수 있을지도...ㅋ
저 소녀는 공연을 보기 위해, 엄마 말을 고분고분 잘 듣고 있네요...ㅋ
프랑스가 중국인의 기질이 약간 있군요.. 질서 맞게 써는것도 중요하지만.... 자기나라땅이 아니기때문에..그런것또하나 그렇겠죠...
프랑스만 공연한게 아닌 다양한 국가에서 공연했으면 좋겠네여
근데 왠지 서로 싫어할 듯한...
ㅋㅋ소녀가 사춘기인만큼 걱정거리가많겟네요 귀엽네요 글도 재미있게 읽엇네요 자주 올려주세요 ㅎㅎ
장문이 너무짧다 길게 적어주세요. 그리고 선물보냈는데 잘받았는지 어떻게 친구들한테 자랑엄청했는지 부분에대해선 없는게 아쉽네요.
재밌게 잘 읽었습니다. 뮤뱅 보러 파리에 가는 스페인 소녀 다음이야기도 기대됩니다.
깨알같은 뻬루 소식 잘 읽었습니다. 다음 편 기대하고 있어요~ ^^*
재밌게 잘읽었네요~
글을 잘 쓰시네요 재미 있게 잘 읽고 갑니다.
정말 읽기편하게 쓰시네요 ....다음 기사 기대하겟습니다.....잘보앗습니다.
하하하 프랑스 팬의 텃세 ㅋㅋ 재밌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