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8 체육관은 공연이 시작 되기 전부터 '조용필 오빠'를 기다리는
6 천여명의 소녀 팬들로 가득 메워졌다.
우리 나라에서 처음으로 시도되는 맥콜의 콘서트형 광고를 촬영하기 위해 몰려든 이들은
모두 조용필 팬 클럽에 들어있는 여학생들로출연료 한푼 안주었지만
막강한 단결을 자랑하는 힘있는 엑스트라 집단이기도 했다.
이 콘서트를 준비한 광고 제작팀들은 무대를향해 밀려드는 극성팬들을 정리하는데
자신들의 힘만으로는 도저히 감당할수 없어 경찰 1개 중대를 불러들여야만 했다.
게다가 조용필이 소속되어있는 필기업쪽에서는 사전에 구급차 두 대도 준비,
제작팀에서는 미처 생각지 못한 부분이었다.
조용필이 가는 곳엔 극성 여학생 팬들이 따르고 불의의 사태도 여러번 있었다는
사실을 잘아는 조용필 쪽의 사람들에겐 상식에속하는 일이었다.
드디어 조용필이 등장하고 공연시작,
공연장은 점점 열기가 더해가고 여기저기서 '오빠' 를 부르는 소리에
'까악' 하는 외침소리, 울부짖는 소리가 조용필의 노래에섞여 뒤범벅이 되고 있었다.
얼굴이 빨갛게 상기된 채 눈물을 흘리는 소녀, 열기를 못이기겠다는 듯 하나씩 옷을 벗
는 소녀,
대형 스피커에 머리를 받아 피를 보기도하고 결국 기절해 쓰러지는 극성팬도 여남은 나타났다.
조용필의 노래는 계속된다.
" 젊음이 있다.
뜨거운 열 기가 있다. 참을 수 없는 갈증이 있다.
맥 콜 ---.
젊은 우리는 맥콜 청춘 젊음의 갈증을 맥콜로 풀자,
맥 콜 ---.
우리는 맥콜 청춘 젊음이 새롭게 만난 우리의 청량음료 맥 콜 ---.
그때 사건이 터졌다.
조용필이 서있던 무대바닥이 꺼져내린 것이다.
한 순간에 무대가 와르르 무너져내리자 노래부르던 조용필은 온데 간데 없어져버렸다.
역시 스타는 이럴 때 기질을 보이는 것일까?
그는 아무일도 없었다는 듯 꺼져내린 무대 밑에서 기어 올라와 툭툭 옷을 털고
다시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바닥에 빠진 주인공 보다 더 가슴 철렁했던 제작팀들도 혀를 내둘렸다.
"역시 프로는 다르구나" 그날 행사가 끝난 뒤 제작에 참여했던 모든 사람들의 이구동성은 이랬다.
"이거 원 광고를 만들었는지, 전쟁을 치렀는지 ....."
이날 제작된 맥콜 광고는 '콘서트' 편 광고를 위해 일화(주)에서는 광고대행사에
1억여원의 제작비를 지불했고,
그 자리에 모인 6천여 팬들에게는 수백박스의 맥콜을 풀었다.
87년 그당시의 광고 1편당 평균 제작비가 2, 3 천 만원 이었다는 것을 보면
광고 서너편을 제작할수 있는 돈이 콘서트편 단 한편의 쏟아 부어진 것이다.
그때 까지만 해도 60 초짜리 광고가 가능한 시기였다.
텔레비전에 한번 방영되는데 1천만원 가까이 드는 60초 짜리 맥콜 '조용필 공연' 편
광고가 나가자 새로운 광고 형식에 대한 갖가지 반응들이 나타났다.
새롭고 획기적이지만 너무 길다는게 주된 내용이었다.
맥콜 제조회사인 일화의 영업부에서는...
" 이게 어디 맥콜 광고냐? 조용필 콘서트지,
맥콜은 어디가 있는지 보이지도 않는다 " 고
항의해 광고 담당자가 해명하느라 애를 먹기도 했다.
이 조용필 콘서트 편은 지금까지 장년의 남성들이 목욕탕이나 사우나 같은 곳에서
주로 마시는 보리음료 맥콜을 젊은이들 청소년들의 음료로 바꾸고
커다란 맥콜붐을 일으키는데 성공했다
"젊음의 청량음료 맥콜" 이라는 캐치프레이즈가 적중한 것이다.
콜라나 사이다 처럼 쟁쟁한 제품들이 전통적으로 버티고있는 음료시장에서
맥콜은 확실하게 제자리를 잡기 시작했다.
이 전편의 성공에 힘입어 제작팀은 후속편을 만들기 시작 했다.
콘서트 편에 못지 않게 커다란 규모로 충격을 주고 즐거움과 흥미를 느낄 수 있는
맥콜광고를 만들자.
이래서 만들어진게 제작팀들이 편의상
'환상'이라고 부르는 '환상 1' 과'환상 2' 편이다.
[환상 1편]
환상 1 편은 우리 나라에서는 첫번째이고 세계에서 두 번째로 시도된 로토스 코핑이라는 만화 기법을 활용한 것이다.
조용필이라는 빅 모델과 소녀의 만남을 환상적인 분위기로 표현하여 맥콜과 연결시켰다.
"그대여 내손을 잡아주오
그대의 숨결을 전해주오
한 순간에 스쳐지나갈 만남일 지라도
사랑은 영원히 내 가슴에 남아있어라
그대여 맥 콜--- "
기타를 치며 노래하는 조용필 앞에 나타난 소녀는
조용필의 손에 이끌려 연주 현장으로 들어가게 되고
소녀에게서 맥콜을 전해 받은 슈퍼스타 조용필이 맥콜을 마신다는 줄거리.
슈퍼스타 조용필과 그를 동경하는 청순한 소녀와의 교감을 환상적으로 그려낸
전편의 이어 폭발적인 관심을 불러 일으켰다.
환상편이 방영되자 일주일에도 두세 번씩 각 신문 잡지사에 찾아와 취재를 요청했고,
일본 NHK TV 에서도 맥콜 광고를 취재하기 위해 광고 제작팀을 방문했다.
그 사이사이에 수시로 이어지는 광고 관련학과 대학생들의 방문,
그들에게 주어진 리포트 제목은 '맥콜'이었다.
제작팀이 일을 할 수 없을 정도로 손님 맞이에 즐거운 비명을 지르고 있을 즈음
각언론사와 조사기관에서는 맥콜광고가 소비자의 인지도와 호의도에서 모두 1위 임을 발표 했다.
광고를 보는 청소년들은 화면 속에서 기타를 치고 드럼을 치고
노래를 부르는 사람들이 자신을 부르는 듯한 착각 속에 빠져 든다고 말했다.
맥콜 광고는 그만큼 기억 속에 깊이 박혀 맥콜을 마실때마다 그 광고의 모습이 생각나고
조용필이 부르는 맥콜 노래가 귀에 울린다고 했다.
결국 이 새로운 기법의 충격적인 광고는 88년 한국방송광고 대상에서 대상을 받는
영광을 차지했다.
지금까지의 광고와는 달리 새로운 제작 기법을 도입 하는데 따른 실패의 위험성도,
엄청난 제작비도, 제작 과정의 여러 가지 문제점도 성공뒤에는 모두 기쁨으로 바뀌었다.
[환상 2편 ]
이어서 만들어진 환상 2 편에서는 색깔을 집어 넣어 더욱 환상적인 분위기를 자아 냈다.
가로줄 무늬의 티셔츠에 멜빵 바지를 입고 노래하는 조용필,
맥콜을 매개로 해서 그 조용필과 만나는 소녀,
환상 2편은 88뉴욕 국제 광고페스티벌의 에니메이션(비컴퓨터) 부문에서 파이널 리스트상을 받게 되었다.
맥콜 제작팀은 환상 1, 2편의 여세를 몰아 88년 11월부터 방영된 환상의 공연,
'가을' 편을 만들었다.
공연장에 도착하는 조용필(맥콜)과 공연장 입구에서 조용필을 기다리는 소녀(맥콜 소비자) 의
만남을 환상적인 그림으로 처리한 가을 편은 또한번 강한 충격을 주었다.
" 나는 그대에게 사랑을 알게 되었어요 언제부턴가 따스한 눈빛 보았어요 "
앞서 1, 2, 3편의 카피 보다 내용 면에서도 훨씬 진전된 것이었다.
조용필과 소녀의 만남이 사랑으로 발전되었으니
맥콜과 소비자의 만남도 그만큼가까워 졌다는 내용을 반증한 셈이다.
가을편은 제작 기법에서도 발전된 모습을 보였다
조명, 가수의 스커프, 소녀의 헤어 밴드, 맥콜 등
강조 하려는 부분은 환상적인 원색으로 살려두고 나머지 부분은 흑백의 모노 톤으로 하는
새로운 제작 기법을 써서 독특한 표현을 살린 것이다.
충격적인 대작답게 가을 편은 많은 뒷 얘기를 남기기도 했다.
조용필은 구입한지 얼마 안 되어 아직도 임시 번호판을 달고 있는
자신의 새차벤츠를 타고 나타나 공연장 입구에서 내리기도 되어있었다.
한강 고수 부지에서 촬영된 이 한 장면을 위해 조용필은 자신의 새 차가 싫어질 만큼 차에
오르내리는 연기를 되풀이.
결국 30여회 이상의 되풀이 끝에 촬영 감독 맘에 드는 장면이 연출될 수 있었는데.....
노래하는 데는 슈퍼스타이지만 촬영감독에게는 신인배우정도의 연기 점수를 받은 것으로 만족.
조용필 이라는 대스타에게 맥콜을 전해준 소녀도 화제의 인물이 되었다.
이 소녀는 환상 1, 2 편에서도 조용필과 손을 잡고 춤을 추었는데 맥콜광고를 통해서
광고 모델로서의 주가를 높이기도 했지만 자신이 다니는 여고에서는 수난을 당하기도했다.
같은 학교의 극성 팬들이
" 왜 너만 오빠를 독점하느냐 " 고 거센 항의를 퍼부었기 때문.
4차에 걸친 캠페인 광고 덕분에 맥콜은 87년 한해동안 400퍼센트의 판매 신장을 기록하면서
보리음료 전쟁을 일으킨 장본인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