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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목 <고양이>-마치 꿈같은 이야기- (35)
올 린 ID 빛살돌이 작 성 시 각 2001/2/22
이 름 정대성 조 회 수 129
-<고양이>...마치 꿈같은 이야기 -
8.안개같은 기억속의 '또다른' 옛날 이야기... (4)
이야기에 취해서 한참동안 입조차 열지 못했던 나는 이윽고 간신히 정신을
차리고 물었다.
"......끝이냐?"
"예. 전 그 날로 옛 주인이 계신, 아니 계셨던 산을 떠났고 그 뒤로 조선
8도를 이곳저곳 떠돌아니며 몇 명의 주인들을 더 만났지요. 하지만 결국 인
연이 아니었는지 어찌어찌하다가 이 곳 까지 오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얼마
전인가부터 제가 살던 산이 신도시로 개발되는 바람에 사라져서 도심으로
내려와서 하루하루를 힘겹게 살아가다가 죽기 직전이 되어버린 것을 주인님
이 구해 주신 것입니다..."
나는 감동해버린 얼굴로 말했다.
"아아, 누구누구의 음침하고 어두운 탈출기와는 너무도 다른 감동적이고
슬픈 이야기야! 멍멍아, 진짜 눈물이 다 나려고 한다!"
"그 누구누구가 누군데?"
요령이는 앙칼진 목소리로 나를 노려보며 물었고, 나는 그 물음에 괜히 주
위를 둘러보며 딴청을 부렸다. 그럼, 여기에 나와 멍멍이 빼면 또 누가 있
냐? 설마 내가 음침하고 어두운 탈출의 기억을 가지고 있겠냐? 녀석도 내가
자신을 가리켰다는 것을 알면서 자기가 '왜 가만히 있는 나는 걸고 넘어지
고 그래?'라고 말하면 내가 '어? 너 아닌데, 찔리냐?'라고 대답해버릴까 봐
'그 누구누구가 누군데?'라고 우회적으로 물어본 것이다. 약삭빠르긴. 하지
만 내가 이런 질문에 '어, 너야'하고 대답하겠냐. 그렇게 말하면 그 결과가
어떻게 돌아올지는 뻔한데. 이런 질문은 그냥 은근슬쩍 넘어가 버리는 게
제일이지.
"야, 그래서 네 옛 주인은 결국 죽은거야?"
"......그렇습니다"
에구. 아, 참. 말을 돌리자고 이런 질문이나 하다니. 나도 주책이지. 그
녀석에게 옛 주인에 대한 걸 물어보다니... 그 때의 기억을 떠올리는 녀석
은 무지 슬플텐데 말야.
"그래, 그렇구나. 그럼... 흐음"
물어볼 것은 많은데 할 말이 없다. 난 아직 인생경험이 짧고, 그래서 아직
내 인생에서는 저 녀석이 겪은 것처럼 가장 좋은 친구를 잃는 비극따위는
없었다고. 이런 분위기에는 뭐라고 말해야 하나? 분위기는 어느새 죽음이라
는 주제 때문에 무거워져 있는데 말야. 위로를 하라고? 아무것도 모르는 내
가 뭘 위로를 할 수 있지? 그래서 나는 그저 묵묵히 그 녀석을 바라보아 주
기만 했다. 그리고 멍멍이는 나의 눈빛에 슬픈 표정을 하며 고개를 약간 숙
였고, 그 모습을 바라보던 요령이는 말했다.
"누구냐니까앗!"
"어이구, 나다 나! 됐냐? 됐어? 넌 분위기 파악도 못 하냐? 젠장, 하여튼
꼬투리를 한 번 잡았다 하면..."
나는 짜증을 팍팍 내면서 중얼거렸고 그래서 녀석은 이겼다는 마음에 좋아
서 웃으면서도 약간은 나에게 미안했는지 얼굴에 억지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헤헤거렸다. 자식. 또 그렇게 웃으면 너무 귀여워서 내가 짜증을 못 내겠잖
아. 웃지 마, 임마. 정들어.
......흐음, 생각해보니. 방금 전까지 실컷 시달림 당해놓고 뭐가 귀여워?
나도 참.
어쨌든 그렇게 멍멍이의 이야기가 끝나고 잠시 대화를 나눈 우리는 마땅한
화두가 없어서인지 침묵 속으로 빠져들었고, 나 또한 내 생각 속으로 빠져
들어갔다. 흐음. 저 녀석의 이야기, 정말 놀라운데. 그런 기인이 살고 있었
다니. 그것도 우리나라에 말야. 손바람으로 바위를 깨어버리는 사람이라.
참, 우스워. 이름이... 상환이라고 했던가. 멍멍이를 보고 한뫼라고 불렀다
지.
으응? 그러고보니, 저 녀석은 사실 이름이 있는 거잖아? 그런데 내가 왜
멍멍이라고 불렀지? 저 녀석은 엄연히 이름이 있는데.
그거야 처음에 멍멍이가 자신이 말을 할 수 있다는 것을 숨겼으니까 그렇
지. 그건 그렇고 그럼 이제부터는 한뫼라고 불러야하나? 음... 역시 모르겠
다! 아무래도 멍멍이와 이야기를 좀 더 해 봐야겠는걸...
"저, 멍멍아..."
"맞아! 멍멍이 너!"
내가 조심스레 나처럼 무엇인지 모를 생각에 깊이 빠져있던 멍멍이를 불렀
을 때 요령이가 갑자기 뭔가 번뜩 생각이 난 듯 외쳤다. 쳇, 하필이면 내가
말할 때... 하지만 뭐, 녀석이 뭐라고 말할지 궁금하기도 하니 일단 녀석이
하는 말을 일단 물어볼까. 내가 하려는 말이야 천천히 말해도 되니까.
"왜 날 부르는가, 요사한 고양이여"
"일단, 내 이름은 아까도 말했듯이 요령이야"
"네 이름을 불러줄 의무따위는 없다"
"네 주인이 인정한 이름인데도?"
"왜 불렀는가, 요령이"
하, 저렇게 아무 망설임 없이 태도가 바로 바뀌어 버리네. 참, 어떻게 보
면 정말로 충성심이 넘쳐보여서 기분이 좋긴한데 어떻게 보면 바보같고...
"호호, 좋아. 멍청이 멍멍이씨. 묻겠어"
"물어라"
"꽉! 물었다, 야옹. 호호! 농담이고. 개를 물면 고양이는 바로 되물려 죽
겠지? 어쨋든. 아까 우리가 왜 싸웠지?"
요령이는 드러누워서 두 손으로 턱을 괴고는 양 쪽 다리를 번갈아 까닥거
리면서 얼굴애는 편안한 미소를 지은 채 멍멍이의 턱 밑쪽을 올려다보며 물
었다. 저렇게 누우니까 길고 늘씬해서 보기는 좋은데, 진짜 방이 너무 좁아
진다. 쳇. 잘 때도 아닌데 왜 눕고 난리야. 그것도 멍멍이를 그렇게 싫어하
면서 멍멍이의 턱을 올려다보는 각도로 말야. 뭐, 나야 요령이의 옆쪽에 있
어서 요령이가 눕는다고 뭐 갑자기 실제로 비좁아진다거나 하는 것은 없지
만, 그래도 보이기에 좁아 보이면 답답하거든.
어쨌든 멍멍이는 요령이의 질문에 정말 한심하다는 표정으로 대답했다.
"네가 나의 정체를 의심해서이다"
"그래? 그렇지? 내가 네 정체를 의심해서 네 목을 잡고 그대로 벽에 찍어
버렸지. 그리고 너는 그런 나를 기를 운용해서 튕긴 다음 너를 의심하는 나
와 영준이 녀석의 불안을 해소시켜 주기 위해 너의 과거를 말해 주었고. 내
말이 맞지?"
"아니다. 주인이 나보고 나의 과거가 궁금하다고 했기에 그 이야기를 들려
드린 것일 뿐이다. 왜, 무슨 문제라도 있는가......?"
그 순간. 요령이는 눈 깜짝할 사이에 턱을 괴었던 손으로 땅을 박차고 벌
떡 일어서면서 손을 칼날처럼 날카롭게 펴서 멍멍이의 턱 아래에 갖다댔다.
정말 전광석화라는 말이 아깝지 않을 정도의 속도였고, 그래서 멍멍이는 그
순간적인 기습에 어떠한 저항도 하지 못한 채 몸이 굳어버렸다.
그리고 나는 이제야 왜 요령이가 멍멍이의 턱을 바라보며 누워 있었는지
알 수 있었다. 그녀는 처음부터 수틀리면 치고 들어가겠다는 생각으로 그녀
의 목표가 될 멍멍이의 목만을 노려보고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요령이가
이렇게 갑자기 기습할 것이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못했을 게 분명한 멍멍이
는 마음을 놓은 채 어떠한 주의도 기울이지 않았고, 그래서 요령이의 기습
적인 공격을 피하지 못한 것이다. 정말 약삭빠르군. 계속해서 입으로는 평
화롭게 미소짓고 가끔씩 시덥잖은 농담까지 중얼거리면서도 눈으로는 자신
의 손의 목표가 될 목만을 노려보고 있었다니. 나는 요령이를 질린 눈으로
바라보았다. 그녀의 입술은 여전히 미소를 그리고 있었지만, 그리고 그 눈
은 여전히 웃고 있었지만, 그 느낌은 더이상 평화로움이 아니었다. '차가
움'이었다.
요령이는 멍멍이의 목에 손을 들이대자마자 재빠르게 뭐라고 중얼거렸고,
그러자 그녀가 멍멍이의 목에 가져다 댄 손에서 날카로워 보이는 푸른 빛이
일렁였다. 그리고, 요령이는 그렇게 손끝으로 멍멍이를 위협하며 자신의 눈
빛과 미소처럼 차갑게 말했다.
"문제가 있냐고? 문제가 많아. 아주 많다고. 호호"
"이 손 치워라"
멍멍이는 무덤덤한 목소리로 말했고, 멍멍이의 말에 요령이는 깔깔대며 웃
었다.
"'이 손 치워라', 치우라고! 호호호호! 그렇게는 못 하겠는걸? 이게 어떻
게 잡은 네 목인데, 순순히 도로 손을 치워줄 수 있겠니? 호호. 설마 네 녀
석도 네가 한 말을 내가 들어주리라고 순진하게 생각한 건 아니겠지? 그렇
다면 미안하게도, 못 치우겠어. 세상은 그리 만만한 게 아니거든? 그 대신
손을 치우라는 네 말에 대한 대답은 할 수 있지. 내 대답은 이거야"
"뭔가"
"조금이라도 움직이거나 기를 운용하면 그대로 찔러버린다"
요령이는 손을 치우라는 지극히 당연한 멍멍이의 말에 싸늘한 목소리로 무
시무시한 대답을 했고, 그래서 나는 그 말을 들은 멍멍이의 몸이 움찔 하고
굳어버리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손 안 치울텐가"
"안 치워. 내가 원하는 질문에 대한 대답을 원할 때까진. 아 참, 아까처럼
영기로 튕겨 버리려고 하지는 않는 게 좋을거야. 네 몸의 어떤 곳에서든 기
가 뭉치기 시작하는게 느껴지면 난 곧장 찌를테니. 그래도 하고 싶다면 어
디 해 봐. 나는 네 몸에 온 주의를 기울이고 있으니까. 내 감각을 피해서
기를 모을 자신이 있으면 해 보라구. 경고 할 생각은 있지만 바보짓 하는
것까지 말릴 생각은 없으니, 네가 기를 모으려고 한다면 난 말리지 않고 찌
르겠어. 그러니, 자신 있으면 마음대로 해 봐"
"......주인님이 시키시지 않는다면 굳이 쓸데 없는 일에 목숨을 걸거나
하고 싶은 생각은 없다. 하지 않는다"
"좋아. 아주 똑똑하군? 호호. 최소한 무모하지는 않네. 어쨌든, 그럼 이제
넌 내가 묻는 말에 대답만 하면 되는거야. 알았어? 참고로, 조금이라도 거
짓이라고 생각되면 찔러버리겠어"
"......날카롭군. 질문이 무엇인가?"
아니 도대체 저 녀석들이 뭐 하는거야? 특히, 요령이 너, 지금 멍멍이한테
뭐하는 짓이야? 아까는 벽에다 찍어버리더니, 이제는 손칼을 목에 들이대네
?
"야! 요령아! 뭐 하는 짓이야! 손 치워!"
물론 이번에는 멍멍이가 진짜로 빠져나가려 할까봐 '멍멍아! 빠져나가!'등
등의 말은 하지 않았다.
"이 멍청아! 조용히 하고 넌 옆에서 내가 뭘 하는지 지켜보기나 해!"
요령이는 화를 버럭 냈고 그래서 나는 가부좌를 하고는 털썩 주저앉아서
한 손으로 턱을 괴고는 다른 손으로는 손가락 마디로 방바닥을 두들기며 요
령이가 뭘 하는지 지켜보기로 했다. 설마, 그래도 요령이도 착한 앤데, 멍
멍이를 해치려고 저러는 건 아니겠지. 그러려면 그냥 말이 필요없이 찔렀을
테니. 뭔가 생각이 있어서 저러는 걸 거야. 그냥 지켜보자.
내가 결심하고 입을 다물자 요령이도 내 생각을 눈치챘는지 차가운 표정을
짓는 와중에서도 나를 향해 슬쩍 웃어주었다. 물론 곧 다시 차가운 얼굴로
표정을 싸악 바꾸고는 멍멍이를 노려봤지만. 자식, 자꾸 웃지 말라니까 그
러네. 정든대도.
차가운 표정의 요령이는 옆무릎을 하고 앉아서 멍멍이의 턱 밑에 마치 칼
처럼 날카롭게 빛나는 칼을 드리워놓고 멍멍이를 마주 보는 채로 물었다.
"너, 뭐야?"
"뭐 말인가"
"그런 신파극스러운 이야기를 하면 누가 울고 짜면서 넘어가 줄 줄 알았나
보지? 하, 미안하지만 그 이야기에 넘어가 모든 걸 잊어버린 상대의 목록에
서 난 좀 빼줘"
"무슨 소리인가. 내 이야기는 모두 사실이다. 그리고 뭘 잊어버린단 말인
가"
"하, 자꾸 모르는 척 할래?"
"뭘 말인가!"
마침내는 멍멍이가 답답했는지 언성을 높였고 그 모습에 요령이도 목소리
를 날카롭게 올렸다.
"알면서 모르는 척 하는거야 몰라서 모르는거야? 너, 질문이랑 대답이 잘
못되었잖아? 아니지, 너 이 자식, 네 말대로 영준이가 너의 과거를 궁금해
해서 네 이야기를 한 것이라면, 너는 아예 내 질문에는 대답조차 하지 않은
거야!"
"무슨 질문을 했다는건가"
"너의 정체를 묻는 질문을 말하는거다 이 멍청한 자식아!"
요령이는 마침내 분을 이기지 못하고 빼액 소리질렀다. 그리고 요령이의
말에 멍멍이는 황당하다는 듯이 고개까지 까닥거리며 대답했다.
"정체라, 정체라. 도대체 그 따위로 물으면 내가 뭐라고 대답하라는 건가.
내 정체를 물으면 뭐라고 대답하란 말인가? 내 300년 인생을 구구절절히 톖
어야 하는가?"
그리고 멍멍이의 질문에 요령이는 기가 막히다는 듯이 마구 웃더니 중얼거
렸다.
"호호호호호! 뚫린 입이라고 잘도 말하는군. 그리고 목에 아직 칼 들어가
있으니까 그 고개 좀 까닥이지 말아줄래? 잘못 목 돌렸다가 괜히 베어서 나
에게 불평하지 말고 말야. 어쨌든, 네가 그따위로 나온다면 질문을 바꾸지.
새 질문을 할테니, 대답해"
으음-_-;좀 늦게 올리는군요-_-;죄송^_^;
어쨌든...오늘은 그냥 잡담 짧게 가죠. 여기서 끝-_-;
졸려 죽겠고 주제꺼리랄만한 것도 안 보여서.
아 참, '원포더 머니 투포더 쇼'에 대한 제 질문에 대한-_-;대답은 결국 아
무도 안 해주셨습니다-_-;어쨌든-_-;
멜멤쪽추천글비판글란...
양치기12님...2시전에 올린다고 해 놓고 늦어서 정말 죄송합니다...(_ _)
으으. 오늘따라 정말로 글이 안 써져서... 휴우. 죄송합니다T_T이 말밖에
드릴 말씀이 없다는T_T
에쵸티님...오타수정 감사합니다...전에 볼테즈님이 지적해주신 요령이 알
바비 오류와 함께 싹 고쳐버렸죠^_^; 앞으로도 걸리면 바로바로 지적해 주
세욤-_-;근데 그 아이디가-_-;우스개에서 보니 주로 자기 아뒤를 자기가 비
꼬는-_-;;의도로 쓰시긴 했지만-_-;
unione77님...쪽지 감사합니다. 3연참이라...으음-_-; 역시, 무리-_-;어쨌
든 재미있게 봐 주세요^_^쪽지를 빼고 25페이지라 하셨지만 쪽지를 합쳐야
그렇게 되네요-_-;
fojikmo1님...역시 기다려주셔서 너무 죄송스럽고 감사합니다 (_ _) 재미있
게 읽어주세요-_-;
오늘은 어쩌다보니 하루종일 랩만 듣고-_-;
듣다 안 들으니까 아쉬워서 계속 듣고...
들으면서 글쓰려니 정신사나워서 글이 안 써지고-_-;
뭐 이런 식으로 하다가 보니 머릿속에 랩만 떠돌아서-_-인지 글을 써야 한
다는것을 까먹어 버렸습니다^_^; 칠려그래도 10줄 나가다 멈추고, 멈추고
이래서... 그래서 계속 10줄에서 멈춰놓고 딴짓하고-_-;
이러면 안 되겠다 싶어서 늦은밤에 노래를 다 끄고 문득 마음을 다잡고 글
을 쓰기 시작했죠. 그 때가 11시 30분은 확실히 넘은 것 같은데...
어쨌든 그래서 한밤부터 급히 쓰다가 표현같은 게 상당히 떨어지게 되어 버
린 건 아닌지, 걱정이 되네요-_-;
한마디로 읽기 거북해도 이해해 달라는 뜻이죠^_^;;
핑계라면 핑계-_-;
어쨌든 재미있게 봐주세요^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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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목 <고양이>-마치 꿈같은 이야기- (36)
올 린 ID 빛살돌이 작 성 시 각 2001/2/24
이 름 정대성 조 회 수 334
-<고양이>...마치 꿈같은 이야기 -
8.안개같은 기억속의 '또다른' 옛날 이야기... (5)
잠시 침묵. 어, 그러고보니 이상하네. 멍멍이는 왜 자신이 말을 할 수 있
다는 것을 말하지 않았지? 나는 멍멍이를 바라보았다. 그런데 그 녀석은 무
언가가 심히 의문스럽다는 눈빛이었다. 그 녀석은 그런 눈빛으로 요령이를
바라보다가 이윽고 입을 열었다.
"......도대체 뭘 두려워 하는 것인가? 왜 아무것도 아닌 일로 나를 몰아
붙이는가?"
"자꾸 말 돌리지 말고, 묻는 말에나 답해. 왜 네 능력을 숨겼어?"
요령이는 날카롭게 쏘아붙였고 멍멍이는 질문에 대한 대답 대신 계속해서
의문스럽다는 내용의 이야기만 늘어놓고 있었다.
"아까전에도 그렇다. 너는 내가 영력을 가졌다는 것을 알아차리자마자 다
짜고짜 나를 공격했지. 그렇다, 나는 힘을 숨겼다. 하지만 그것이 당연한
것 아닌가? 자신이 영력을 지니고 있다는 것을 떠벌리고 다니는 자가 어디
있는가? 그것이 사람이든, 동물이든"
"난 떠벌리고 다녔어. 그러니 말해! 왜 네가 능력이 있다는 것을 숨겼어?"
어, 그러고보니 요령이는 자신이 능력이 있다는 것을 숨기지 않고 나에게
말했었지. 하지만 그건 저 녀석의 성격이 워낙 특이하니까 그런거지. 보통
이라면 숨기는 게 당연한 거 아닌가?
"고작 그것때문에 나를 의심하는 건가? 내가 힘을 숨기고 들어왔다는 것
때문에? 그것 때문에 내가 너나 주인님을 해코지하려 왔다고 의심하는 것이
냔 말이다. 한 마디로 내가 무슨 꿍꿍이가 있어서 힘을 숨겼다고 생각하는
것 아닌가"
"나름대로 정확한 분석 칭찬해줄께. 틀린 점이 있다면, 네 녀석이 해칠지
도 모른다고 생각하는 상대는 네가 언급한 둘 중 '나' 뿐이지. 네가 나를
해코지하거나 감시하려고 온 게 아닌가하고 의심하고 있는거야. 나 친절하
지? 이런 것 까지 설명해주고. 호호호! 그러니 말해, 이제! 슬슬 너와의 말
장난이 지겨워지려고 하니까. 손에 힘 주고 있는 것도 이제 지겨워. 베어버
리고 끝내고 싶지만 내 성인군자같은 자제심으로 참는 거니까, 말 해. 네
힘을 왜 숨겼지? 도대체 네 정체가 뭐야?"
"무엇을 두려워 하는가. 왜 이리 초조한듯이 구는가"
멍멍이는 의문이 가득한 표정으로 물었다. 그래, 나도 그게 궁금해! 정말,
가만히 둘이 하는 짓을 구경이나 하자는 심산으로 한발짝 뒤로 물러나긴 했
지만, 요령이의 저 불안하고 초조한 태도를 보자면 도저히 끼어들지 않을
수가 없단 말야. 난 말했다.
"요령아! 야!"
"짜증나게 왜 부르는거야!"
요령이는 소리를 빼액 질렀다. 아니, 이게 짜증날 일인가? 나는 순간 발끈
했으나 저녀석의 심리상태가 이상하기 때문에 그런 것이라 생각하고 치밀어
오르는 화를 가라앉힌 뒤 다시 요령이에게 달래듯 말했다. 내가 바라보고
있는 요령이는 무언가를 두려워하는 듯했다. 온 몸을 작게 떨고 있었으니
까. 아까의 요령이의 모습은 이렇지 않았는데, 아까는 당당한 모습이었는
데. 역시 무슨 생각을 하면서 점점 두려움에 빠져들고 있는게 분명했다.
"요령아! ......나한테는 말해도 되잖아. 도대체 뭘 무서워 하는거야? 뭐
가 두려운거야? 지금의 네 모습... 평소와는 달라. 정말 이상해. 뭐가 두려
운거니? 무엇 때문에 초조해 하는거니?"
"퀴에르..."
바들바들 떨리고 있는 그녀의 입술에서 신음처럼 한 단어가 흘러나왔다.
뭐? 퀴에르? 퀴에르가 무섭다니? 프랑스에 있는 퀴에르가 뭐가 무서워?
"나를 찾으러 곧 사람을 보낸다고 했었지... 퀴에르가... 그리고 퀴에르
가 그 말을 한 지 얼마 지나지도 않았는데 이 자식이 나타났어... 의심이
가지 않을수가 없지"
그녀는 입술을 깨물며 떨리는 목소리를 다잡아 말했다. 퀴에르. 퀴에르라.
딱 한 번 보긴 했지만 그렇게 무서워 보이진 않았다. 오히려 그 때의 분위
기는 거의 요령이가 주도하고 있었지. 아, 그건 퀴에르의 분신이라 약하다
고 했었나? 어쨌든.
"퀴에르가 누구인가"
"......모르는 척 하지마..."
요령이는 애처로운 목소리로 말했고 멍멍이는 아래, 즉 자신의 목에 드리
워진 요령이의 손칼을 노려보며 말했다.
"쫓기나보군. 그 퀴에르인지 뭔지에게. 사람인가? 아니면 동물인가?"
"후후후... 연기 잘 하는데. 닥치고 네 힘을 숨긴 이유나 말해. 말하지 않
으면 베어버린다"
후후후라? 그렇게 웃은 적도 있었나? 정말 나름대로 저 녀석에게는 무지무
지하게 심각한 문제인가 보군. 어쨌든 요령이는 나직히 웃으며 멍멍이의 목
에 있는 손칼을 위협하듯, 하지만 힘없이 흔들었고 멍멍이는 그런 요령이를
측은한 듯이 바라보더니 말했다.
"벨 수 있는가"
"뭐?"
요령이의 놀란듯한 목소리. 나도 놀랐다! 멍멍아, 겁대가리를 상실했냐?
그 따위로 말하면 죽어 임마! 나는 마구 손을 휘저으며 멍멍이에게 하지 말
라고 말하려 했으나 너무 놀라서 말이 안 나왔고, 그래서 내 뜻을 알지 못
한 멍멍이는 다시 말했다.
"내 목을 벨 수 있느냐고 물었다"
"못 할 것 같냐? 하, 참. 지금이라도 할 수 있지. 단지 안하는 것 뿐이야"
"지금 알았다. 넌 할 수 없다"
"해!"
"못 해"
"해!"
"못 해"
"해. 그러니까 말 해. 왜 정체를 숨겼지? 내가 널 벨 수 있는지 못 베는지
알고 싶다면 대답을 안 하면 될 꺼야. 아니, 보고 싶다면 대답을 안 하는것
보다 차라리 '못 해'라고 대답하는 것이 좋겠지. 그럼 난 곧바로 할 수 있
을지 없을지 보여 줄테니"
그 말에 멍멍이는 마치 비웃는듯 날카로운 이빨을 드러내며 말했다.
"못 해"
"이이익!"
요령이는 열 받은 얼굴로 손칼을 뒤로 빼더니 앞으로 찔러나갔다. 안 돼!
나는 비명을 지르려 했지만 이미 늦었다. 요령이의 손의 속도는 너무도 빨
랐던 것이다. 제기랄! 멍멍아! 나는 눈을 감아버렸다. 이제 곧 불쌍한 떠돌
이 개의 비명소리가 들리겠지. 미안하다, 멍멍아! 네 주인인데도 너를 못
지켜줬구나! 음, 그러고보니 아직 나는 저 녀석의 주인이 되겠다고 한 적이
없지. 어쨌든, 비명이 들리고 그 소리에 눈을 뜨고 앞을 보면 피투성이가
되어 환하게 웃고 있을 요령이가 눈 앞에 보이겠지. 마치 죽음의 천사처럼
말야. 젠장! 난 그런 모습따위는 절대로 보고 싶지 않아!
...응? 그런데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네? 궁금해진 나는 눈을 살짝 떠
보았다. 그리고 멀쩡한 멍멍이와 가엾게도 풀이 죽어버린 요령이를 볼 수
있었다.
"못 한다고 했지"
"제길, 네 녀석의 인생이 불쌍해서 한 번 봐 준 것 뿐이야, 쳇!"
"정말인가"
".......젠장! 아이 씨, 뭐 이래! 짜증나!"
하하하! 찌르지 못 했구나! 역시 내 생각이 맞았어! 착한 녀석이라니깐!
하하!
그 녀석은 내가 평소에 습관처럼 달고 다니던 말들을 하나 하나 다 톖어대
며 짜증을 부리고 있었다. 하, 말습관이 점점 나를 닮아가는군, 그래. 같이
살아서 그런가. 어쨌든 그렇게 분을 참지 못하고 씩씩대면서 손을 마구 하
늘로 휘두르는 요령이의 모습은 왠지... 뭐, 언제나 그렇듯이 귀여워 보였
다. 왠지 저렇게 짜증을 부리는 녀석을 보자면 입에 미소가 지어지면서 저
녀석에게 한 대 정도 툭 하고 맞아주고 싶다.
......물론, 맞으면 죽겠지... 툭이 아니라 퍽일테고... 다른 여자가 아니
고 요령이니까. 으윽. 어? 그러고보니 잠깐. 내가 왜 저 녀석에게 맞아주고
싶다는 생각을 한 거지? 내가? 저 녀석에게? 괜히 맞아준다고? 하 참, 잠시
나마 내가 미친 생각을 하다니. 아르바이트 하느라 밥을 제대로 못 먹어서
그런가?
......요령이는 그렇게 한참동안 허공에 화풀이를 하더니, 결국 자신의 손
에 아직도 파르스름하게 맺혀 있는 기운을 씁쓸히 바라보다가 손을 휘두르
며 무어라 중얼거렸다. 그리고 짧은 바람소리 비슷한 울림이 들리면서 그녀
의 손에 있던 기운이 사라져 버렸다. 휘우웅.
"좋아, 찌르지 못했어. 인정해. 하지만 나한테도 자존심이 있다고. 그렇게
상대를 몰아세우는 것, 그렇게 좋은 태도는 아니라고 충고해둘까? 방금 전
같은 경우에도 더 몰아세웠으면 어떻게 했을지 몰라"
"나름대로 천성은 나쁘지 않군. 아니, 천성은 좋군"
"......뭐?"
멍멍이의 엉뚱한 대답에 요령이는 고개를 갸웃거렸고, 멍멍이는 요령이가
그러던 말던 신경쓰지 않고 계속 말을 이었다.
"그래. 난 천성적으로 음기가 싫어. 이상하지? 나도 이상해. 하지만 싫어.
그런데 뜬금없이 그건 왜 물어보냐, 갑자기?"
"그래. 착한 녀석이군. 믿을만 해. 비록 버릇은 없지만, 주인님 곁에 있다
고 해서 네 녀석이 언제 주인님을 공격할지 모른다는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되겠어"
그 말에 요령이는 약간 쑥쓰러운 듯 뒷머리를 벅벅 긁으며 말했다.
"난 원래 착해. 나야 뭐 완벽하지 뭐. 그건 그렇고, 지금의 네 말투로 보
아하니 방금전에 네 녀석이 나에게 너를 찔러보라고 한 건...?"
"시험이었다"
"이이이익!"
"네 녀석이 나를 찌른다면, 넌 언제고 주인을 찌를 수 있겠지. 살인이란
한번 하기는 힘들지만 두번부터는 쉬우니까. 하지만 나를 찌르지 못한다면,
주인도 찌르지 못하겠지. 잘 알지도 못하는데다 약간의 미움조차 가지고 있
는 나를 찌르지 못하는데 너와 친구사이처럼 보이는 주인님을 어떻게 찌르
겠나. 방금전의 그것은 네 일종의 본성, 그리고 신뢰도에 대한 시험이었다
고 해 두지"
"살인이란 단어가 너에게 어울린다고 생각하니?"
"내가 말하려는 뜻과 비슷하니까. 내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이성을 가진
존재'를 살생하는 것이었다"
"그래, 이해했어. 그런데 갑자기 궁금해지는 게 있는데"
"뭐지"
"만약에 내가 그대로 손을 멈추지 않고 뻗어서 네 목을 찔러버렸으면 어떻
게 하려고 했지?"
"눈빛을 보면 알 수 있다. 내 목을 겨누고 있는 동안의 네 눈빛은 내내 선
한, 그리고 망설이는 눈빛이었지. 찌르지 못할 것 같았다"
그 말에 요령이는 호기심어린 미소를 짓더니 말했다.
"만약에, 찔렀다면?"
"찌르지 못했다"
"그러니까 만약이지. 만약에 찔렀다면?"
"피할 수 있었겠지. 네 녀석의 공격쯤은"
"으아아아악! 이 빌어먹을 자식이! 다시 목 대! 다시 해 보자! 뭐? 피해?
좋아! 피해봐! 쥐도 새도 모르게 살기없이 그어줄게! 해 보자구! 이 멍청한
개녀석이 누구 앞에서 으스대는거야 지금! 목 대! 대라고! 바보같이 목이나
잡힌 주제에 뭐? 피해? 내가 아까 네 목을 처음으로 잡을 때, 손을 안 멈추
고 뻗었으면 넌 그냥 죽는거였어!"
요령이는 무시당했다고 생각했는지 어쩌구 저쩌구 마구 버럭버럭 소리질러
대며 화를 냈고 멍멍이는 그런 요령이의 행동 하나하나를 철저히 무시하다
가 요령이가 제풀에 지쳐서 조용해지자 입을 열었다.
"질문1. 여기서 내가 네 궁금증을 풀어주지 못하면 너는 언제까지고 방금
전의 모습처럼 나를 의심하겠지?"
"물론이야"
"......전혀 망설임없이 대답하는군"
"당연하지. 그런데 질문2는 뭐지?"
"좀 있다가 물어보도록 하지. 어쨌든, 네 궁금증은 내가 왜 처음부터 너와
주인님께 내가 능력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말하지 않았는가 하는 것이겠지
?"
으으으. 3연참 약속, 못 지켜서 정말 죄송합니다-_-;
이상하게 a4용지로 약 4page정도까지는 (4/5분량쯤...)까지는 40분정도에
써버려서 '오늘 정말 이대로 나가다는 3연참이 아니라 5연참도 가능하겠는
걸...'이라고 생각했는데,
나머지 a4용지로 1page를 더 채우는데 1시간이 걸렸습니다...-_-;
이상하게 글이 안 나가는군요...계속했다가 썼다 지웠다가만 반복하고...머
리가 무겁습니다. 왜 이런지...오늘 친구와 하루종일 아침, 점심 굶으면서
놀고 들어와서 그런지...-_-;
어쨌든 약속 못 지켜서 정말로 죄송합니다...T_T 앞으로는 약속을 하면 꼭
지키도록 하겠습니다...
(그건 그렇고 슬럼프인가...-_-;몇 편이나 썼다고 갑자기 이런...-_-;)
멜멤쪽추천글비판글란입니다...
우웃...없군요...젠장-_-;이럴수가-_-;
fojikmo1님...님과의 쪽팅은 이럴때를 위해서 존재하는 게 아닐까 합니다
-_-이 란을 채워주세요-_-;그리고 님 말대로 3연참 못 했습니다-_-;아,그
리고 그걸 리메이크라고 불러야 하나요, 외전이라고 불러야 하나요...어
쨌든 잘 읽었습니다. 일부러 수고해서 써 주시다니 감사합니다T_T
ptt2님...원래 님은 머린일기 전문이지만 이런 때를 위해서 님과의 쪽팅도
존재하는게 아닐까 하지...롱-_-;이 란을 채워 달랑께롱-_-;고양이 본다고
했지롱?-_-;그리고 머린일기 추천 무지 저조하지롱-_-;가서 ok좀 눌러달라
는거지롱-_-;
내일은...
이런 약속 했다가 또 못지키는 거 아냐?-_-;
몰라요-_-;
그럼 이만-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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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목 <고양이>-마치 꿈같은 이야기- (37)
올 린 ID 빛살돌이 작 성 시 각 2001/2/25
이 름 정대성 조 회 수 239
-<고양이>...마치 꿈같은 이야기 -
8.안개같은 기억속의 '또다른' 옛날 이야기... (6)
"해 봐"
"정말 별거 아닌 이야기이니 기대는 하지 말도록"
"나 별거 아닌 이야기 무지 좋아해. 해 봐"
"네 녀석은 어떤지 모르겠지만, 나는 아까 말했듯이 몇 명의 주인들을 섬
겼었다"
"그리고?"
"우연히 내가 말을 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된 주인들도 있었지"
"그래서?"
"그래서는 무슨 그래서냐. 여기까지 말했는데도 결과가 예측되지 않는가?
당연한 소리지만, 그 분들은 모두들 두려워하며 나를 버렸다. 지금 생각해
보면 당연한 일이지만. 그리고 나는 그 뒤로 다시는 내 힘을 주인 될 분에
게 드러내지 않으리라 마음먹었지. 버림받는게 두려워서. 이게 내 답이다.
이제 답변이 되었나?"
그리고 요령이는 멍멍이의 대답에 정말로 기가 막히다는 표정이 되어서 물
었다.
"야, 영준아. 방금 한 말이 사실이냐고 물어봐"
"멍멍아. 방금 한 말이 사실이니?"
"예, 주인님. 제가 능력을 지녔다는 것을 숨겨서 주인님께는 정말로 죄송
합니다. 저는 단지... 주인님이 다른 사람들처럼 저를 두려워하며 버리실까
봐, 그게 두려워서...제가 처음에 주인님께 제가 힘이 있다는 것을 언급하
지 않았다고 주인님께서 저를 원망하며 내치셔도 저는 절대로 주인님을 원
망하지..."
"아아, 됐어, 됐어. 뭐, 내가 너라도 숨겼을거야. 네가 당연한 거지. 그런
거를 가지고 의심을 한 누구누구가 성격이 이상한 거고"
요령이는 내 말에 눈썹을 치켜올렸다.
"...너 아까부터 자꾸 '누구누구'라는 사람을 자주 입에 올리는데, 그 누
씨 집안의 구누구씨가 도대체 누구를 지칭하는 거냐?"
"아까 나라고 그랬잖아? 왜 이리 과민반응이야? 내가 나보고 욕하는 게 그
렇게 듣기 싫어?"
"캬아아악!"
네가 아무리 꼬투리를 걸고 넘어지려고 해도 내 손바닥 안이지 뭐. 요령이
는 짜증이 난다는 듯 마구 자신의 머리칼를 헤집더니 나에게 물었다.
"으으으, 야, 내가 성격이 이상한 거냐?"
"뭐가?"
"어, 나는 지금까지 특별한 이유라고나 할까, 뭐 그런걸로, 그러니까 예를
들어서 너처럼 나를 구해줬다거나 하는 건 감사의 인사를 하기 위해서 부득
이하게 말을 해야 할 특별한 이유가 되잖아? 어쨌든 그런 특별한 이유로 접
촉하는 사람들한테는 다 일단 말을 걸었거든"
"왜 그랬는데? 자신이 남과 다른점이 있다면 보통의 경우엔 숨기곤 하잖아
?"
"그냥... 솔직하면 좋잖아. 쩝. 그냥, 사람들이 나를 이상한 눈으로 보지
않고 이해해 주었으면 하는 심정이었어.... 별로, 그런 걸 숨기고 싶지 않
았다고. 모르겠어. 잘 설명은 못 하겠지만, 사람에게 말을 걸 때의 마음은
'과연 이 사람도 나를 무서워할까? 나와 친구가 될 수는 없는걸까?'를 검사
하는 일종의 시험을 내는 심정이었고나 할까... 에이, 모르겠다. 내 마음을
내가 어떻게 설명하겠냐. 그리고 내가 그렇게 말을 잘 하는 것도 아니고.
몰라, 모르겠어. 그냥 그래"
"......그래서 네가 말을 걸었을때의 사람들의 반응은 어땠는데? 너를 붙
잡고 말동무라도 해 주더냐? 주인 해 주겠다고 그래?"
"뭐, 지금에야 하는 말이지만 그 중에서 네가 그래도 제일 덜 놀라더라"
솔직히 말하자면 덜 놀란게 아니라 너무 놀라서 정신이 잠깐 나가버린 상
태였지. 어쨌든 나는 알아들었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흠. 네 심정, 이해해. 자신이 이상한 성격의 소유자라고 생각되겠지. 충
분히 이해가 된다. 이해하고, 게다가 네 질문에 대한 대답도 해 줄 수 있
어. 질문이 네 성격이 이상한 거냐고 물었지?"
"응응. 대답이 뭔데?"
그 녀석은 잔뜩 호기심어린 눈으로 나를 바라보았고 나는 그 녀석의 반짝
거리는 눈빛을 피하며 말했다.
"네가 이상한 고양이야"
"캬앗!"
언제나 짜증이 날 때면 그러듯 마치 물벼락맞은 고양이 같은 비명소리를
내뱉은 요령이는 곧 무언가를 생각하는 표정이 되어 중얼거렸다.
"하, 그래. 생각해보니 참 간단한 거였어. 자신이 남과는 다르다고 자랑하
고 다니는게 더 이상하긴 하지. 쩝. 마음이 불안하긴 한가보군. 분명 방금
전의 행동들은 내가 생각해도 너무 성급한, 나답지 않은 행동이었어..."
"질문2. 넌 무엇에 그렇게 심리적으로 압박을 받는 것인가"
혼잣말을 되뇌이던 요령이를 지켜보다 갑작스레 꺼낸 멍멍이의 질문이었
다. 그게 뭐가 궁금해? 아까 퀴에르가 사람을 보내서 자신을 잡아갈까봐 두
렵다고 했잖아. 요령이도 멍멍이의 대답에 눈을 가늘게 뜨며 이상하다는듯
이 되물었다.
"이상하네? 난 아까 분명히 너에게 내가 지금 이렇게 불안한 것은 퀴에르
때문이라고 말했는데? 내 말을 무시한거냐?"
"그리고 나는 네 말에 퀴에르가 누구냐고 물었었지. 너야말로 내 말을 무
시했나"
어, 맞어. 그러고보니 멍멍이가 퀴에르를 알 리가 없지. 나도 참. 당연히
알 거라고 생각하다니.
"아, 맞아, 맞아. 그랬었지. 미안. 퀴에르가 누구냐 하면 말이야, 내가 아
까 말한 나의 원주인인데..."
그 녀석은 그렇게 자신의 과거와 퀴에르에 대해, 그리고 며칠 전 김회장
님의 집에서 퀴에르를 다시 만났던 일에 대해 멍멍이에게 이야기해 주었다.
.....
"뭐, 그래서 그 영체는 내가 소멸을 시킨거지"
"그리고 네가 귀신의 힘을 빌어서 그 마녀를 태워버리기 직전에 그녀가 자
신의 휘하에 있는 사람을 보내서 너를 다시 잡아가겠다고 했고"
"그래......"
고개를 끄덕이는 요령이의 눈빛은 다시금 그때가 생각났는지 불안으로 가
득 찼다. 흐음. 지금까지 내색은 안 했지만 그 일을 마음에 상당히 두고 있
었나봐. 참, 저 녀석이 불안해하는 모습을 다 보게 되고. 참, 오래살고 볼
일이야. 어쨌든 이제 이야기는 대충 끝난거지? 나는 박수를 짝짝! 하고 치
며 말했다.
"자, 자, 이야기 끝났지? 그럼 된거지? 화해 한거다?"
"주인님께서 원하신다면"
멍멍이는 고개를 숙였고 그런 그녀석의 모습을 바라보면서 고양이는 코웃
음을 픽! 하고 쳤다.
"누가? 누구랑? 무슨 화해를 해? 개와 고양이 사이라는 말도 못 들어봤냐
?"
"아이 씨, 그러지 말고... 아까는 악수까지 했잖아!"
나는 부탁하듯 말했고 그 말에 요령이는 깔깔 웃더니 말했다.
"야, 그게 화해하겠다는 악수였냐? 멍멍이가 나와 한지붕을 쓰는 것을 용
인하겠다는 뜻의 악수였지"
"그럼 같이 살면서 그렇게 사이가 안 좋은채로 살거야?"
"흐흥, 또 모르지. 저 멍멍이 녀석이 나에게 고개를 숙이며 '아름다운 요
령이님, 제가 모두 잘못했습니다'라고 말하면 화해를 해 줄지도.
어억? 뭐? '아름다운 요령이님, 제가 모두 잘못했습니다'라고? 내 참, 기
가 막혀서! 그게 말이 되냐? 장난을 쳐도 꼬옥 자기 성격같은 걸로만 골라
서 쳐요, 참.
그런데 멍멍이는 요령이가 말하자마자 고개를 숙이며 대답했다.
"아름다운 요령이님, 제가 모두 잘못했습니다. 이제 됐나"
우아악! 저럴수가! 저렇게 간단하게! 저렇게 고민조차 하지 않고 자신의
자존심을 꺾어버리다니! 나는 고개를 설레설레 저었고 요령이는 눈을 동그
랗게 뜬 채 입을 조그맣게 벌리고는 헛바람을 삼키며 중얼거렸다.
"어, 어어...? 장난으로 해 본 말이었는데...?"
"네가 장난이었던 아니던간에, 너의 요구조건은 모두 들어주었다. 자, 이
제 화해를 하겠는가"
"어..에에?응, 어, 어"
요령이는 넋이 나간채로 멍하니 고개를 끄덕였고 멍멍이는 나를 바라보았
으며 나는 그런 녀석에게 힘없이 중얼거렸다.
"멍멍아, 너, 넌 자존심도 없냐... 그럴때는 장난이려니 하고 넘어가야지,
진짜로 그냥 고개를 숙여버리면 어떻게 해...?"
"주인님께서 화해하라고 명령하셨기에 가장 쉬운 방법을 택한 것 뿐입니
다. 제가 고개만 숙이면, 주인님의 명령은 이루어집니다"
"그, 그렇긴, 물론 그렇긴 하지만..."
으으! 저렇게 강하고 줏대있고 올곧아 보이는 녀석이, 내 한마디 때문에
무릎을 꿇다니! 경악이다, 경악이다!
......결국 이렇게 나와 요령이는 새로운 식구를 하나 더 맞이하게 되었으
며, 놀라움으로 시작했던 이 날밤은 요령이의 중얼거림과 함께 놀라움으로
끝나 버렸다.
"하...앞으로 저녀석에게 뭘 시키려거든 영준이에게 부탁하면 되겠군. 저
건 뭐 죽으라그래도 죽겠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