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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벽한 아이를 요구하는 부모들의 지나친 욕심이 아이들을 병들게 한다.위는 소아정신과에서 놀이치료
를 받는 어린이. 환자가 증가한 만큼 전문의도 늘어났다.안동현 대한소아청소년정신의학회 이사 겸 한
양대학교 의료원 교수는 소아청소년정신의학 전문의의 숫자(그래프 참고)가 2004년부터 꾸준히 증가하
고 있다고 밝혔다.2007년까지 배출된 105명의 전문의 외에도 현재 91명(1년차 21명, 2년차 70명)의 정
신과 전문의가 수련 과정에 있다.수련 기관도 1997년 세 곳에서 2007년 11곳으로, 1년에 최대 24명의
전문의를 배출할 수 있는 규모로 성장했다.소아정신과와 관련한 질병에 대해 사회적 관심이 커졌음을
보여준다.
반건호 대한소아청소년정신의학회 총무위원 겸 경희의료원 교수는 “개원의도 최근 들어 많이 늘었다.하
지만 아직까지는 대다수 병원이 수요가 많은 서울과 경기도 및 주요 대도시에 편중되어 있다”라고 밝혔
다.대한소아청소년의학회 홈페이지에서 집계하고 있는 개원의의 수는 전국적으로 1백94개이다.
전문가들은 이처럼 소아정신과 환자 수가 늘고 전문의가 증가하는 데에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고 입을
모은다.첫째는 아이들이 과도한 스트레스를 받고 있기 때문이다.‘완벽한 성인’이 되기 위해서는 어렸을
때부터 ‘완벽한 아이’가 되어야 한다는 부모들의 지나친 욕심에서 비롯된 것이다.영어 교육, 영재 교육에
다 심지어 일찌감치 조기 유학까지 보내는 부모들의 극성이 아이들을 망치고 있는 것이다.
두 번째 원인은 컴퓨터에 있다.정통부와 한국인터넷진흥원이 실시한 ‘2007년 하반기 정보화 실태 조
사’에 따르면 만 3~5세 유아의 인터넷 이용률이 무려 51.6%로 1주일에 평균 인터넷 사용 시간이 4.3시
간에 달하는 것으로 밝혀졌다.컴퓨터는 아이들의 감성에 지나치게 자극적일 뿐만 아니라 그렇지 않아도
부족한 여가 시간마저 또래들과의 놀이보다는 컴퓨터 앞에서 ‘혼자 놀기’에 집중하게 만든다.정유숙 삼
성서울병원 교수는 “아이들에게 ‘놀이’는 중요한 배움터이다.‘자연스러운 놀이’는 아이에게 사회성을 길
러주고 건강한 지적·신체적 자극을 받게 해준다”라고 말한다.그러나 요즘 아이들은 ‘또래와의 놀이’대신
‘컴퓨터 게임’에 빠져 있다.
셋째는 가족 형태의 변화이다.핵가족화되면서 지난날 가정에서 행해지던 사회 관계 형성 및 역할 교육
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더욱이 가정이 해체되면서 이혼 가정, 조손 가정(부모 없이 할머니·할
아버지와 생활하는 가정)이 늘고 있는 것도 원인이다.삶의 질이 높아짐에 따라 소아의 이상 행동을 정신
질환으로 인식하는 경우가 많아진 것도 원인이 되고 있다.의식주에 관한 기본적인 욕구가 해소되면서
자연스레 삶의 질을 좌우하는 정신과적 질병에 대한 관심이 커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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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질병의 원인이 사회·문화적 차원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부모의 문제가 아이에게 2차적으로 전이되
는 사례도 적지 않다.서울 양천구 신정동에 사는 박은정양(가명·6)은 친구들을 때리는 공격적 성향과 대
소변 실수가 잦아 병원을 찾아갔다.상담 결과 아이가 아닌 어머니 이수진씨(가명·43)가 심각한 우울증과
무기력증을 앓고 있었다.이씨는 폭력적인 부모 밑에서 자라면서 초등학교 5학년 때 이웃집 오빠에게 몇
차례 성폭행을 당하기도 했다.그녀는 이런 사실을 숨기고 살아왔다.청소년기에는 그에 따른 고통 때문
에 반항적 행동과 가출 등 비행 행동을 보이기도 했다.당연히 결혼 후 남편과의 부부 관계에도 문제가
생겼다.고부 간 갈등까지 겹쳤다.결과적으로 은정이는 어머니에게 받아야 할 사랑을 제대로 받지 못했
다.은정이는 별도의 치료를 받지 않았다.어머니인 이씨가 정신과적으로 치료를 받자 아이의 문제 행동
도 없어졌기 때문이다.
요즘 아이들은 놀이터에서 여럿이 뛰어 놀기보다 컴퓨터 앞에서 혼자 노는 시간이 더 많다. 소아 정신질
환을 줄이기 위해서는 부모와 아이 모두를 위한 대책이 필요하다.무엇보다 정부 차원의 조기 선별 시스
템을 구축해야 한다.모든 병이 그렇듯 소아 정신질환도 예방이 중요하다.진혜경 국립서울병원 소아정신
과장은 “학교에서 학교 정신보건 교육 및 이를 담당하는 상근 교사 또는 관련 정신보건 요원을 상주시켜
조기에 문제를 피할 수 있게끔 해야 한다.또한 각 종합병원과 학회, 지역사회 차원에서 ‘대국민 정신건
강 홍보 및 교육’을 진행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가정에서는 부모가 자기 아이에게 맞는 올바른 양육법을 알아야 한다.성공적인 치료를 마친 동현이의
어머니 안씨는 “부모가 할 일은 매사를 아이의 입장에서 바라보고 아이의 상처를 안쓰럽게 생각하는 것
이다.무슨 이야기든지 경청해주고 어떤 상황에서도 아이에게 ‘엄마는 내 편’이라는 믿음을 주어야 한
다”라고 강조했다.소아정신과 전문병원인 소향 신나는 심리클리닉 김은숙 원장은 “아이에게 가장 중요
한 것은 부모와의 관계이다.아이와의 대화를 늘리고, 아이가 예측할 수 있는 일정한 훈육 체계와 상벌
체계를 유지하는 것이 좋다”라고 조언했다.
아이를 세심히 관찰하는 것 역시 부모와 교사의 역할이다.진과장은 “아이가 급격히 평소와 다른 행동
양식을 보이면 일단 의심해 봐야할 때”라고 지적한다.대다수의 소아정신과 전문병원에서는 각 병원 홈
페이지에 약식의 자가 진단법을 소개하고 있다.아이가 의심될 때는 간단한 클릭 몇 번으로 해볼 수 있는
자가 진단법을 활용해 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