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이익만 대변하는 규제개혁위원회…국민 안전 사안까지 '규제 무력화'

[새벽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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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사플러스] 알맹이 빠진 '화평법', 규제완화에 껍데기만… (JTBC, 이호진 / 사회2부 기자, 2016-05-11 22:37)
[앵커] 수백 명의 사망자를 낸 가습기 살균제 사건과 관련한 수사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습니다. 그런데 과연 이번 사건은 일부 업자들만의 잘못인가. 그렇지 않다는 것을 지금부터 알려드리겠습니다. 2011년 가습기 살균제의 인체 유해성이 확인되자 정부는 뒤늦게 '화학물질의 평가 및 등록에 관한 법률', 이른바 '화평법 제정'에 나섰습니다. 그런데 5년이 지난 지금 화평법은 대체 어떤 모습일까요. 바로 오늘(11일) 정부와 재계가 나라 망치는 망국법이다, 이렇게 비난을 퍼부은 끝에 그야말로 껍데기만 남아 있습니다. 결국 또다른 피해 가능성도 얼마든지 있다는 얘기입니다. 정부는 여전히 뒷짐만 지고 있습니다. 탐사플러스 이호진 기자입니다.
[기자] [가습기 메이트 덕분에 우린 건강하게 살아요. 가습기 친구, 가습기 메이트. 아내가 똑똑하면 편리하다니까, 주식회사 유공.]
세계 최초로 가습기 살균제를 개발한 것은 SK케미칼의 전신인 유공입니다. 당시 유공은 TV CF까지 제작해 안전성을 알렸습니다. 유공을 인수한 SK케미칼도 "인체에 무해하다"는 점을 강조하며, 애경을 통한 제품 판매에 나섰습니다.
하지만 살균제의 원료인 CMIT와 MIT는 산업용 살충제로, 가습기 사태가 난 이후인 2012년 9월에서야 유독물질로 지정됐습니다. 4시간동안 쥐에게 물 1L당 2.36mg을 희석시켜 흡입시킬 경우 50%가 죽는 흡입독성 물질이었던 겁니다.
[이덕환 교수/서강대 화학과 : CMIT는 폐 섬유화뿐만 아니라 간이나 호흡기나 신장이나 이런데도, 심지어 심혈관계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충분히 있습니다.]
SK케미칼이 옥시에 공급해 수백 명의 피해자를 낸 공업용 세척제 PHMG도 가습기살균제로 쓰여서는 안됐던 물질이었습니다. 애초 카펫 세척 등에 사용하기 위해 개발된 공업용 살균제였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국내에서는 독성이 있는 화학물질을 공산품으로 팔아도 이를 제재할 법규정이 없었습니다. 2011년 가습기 살균제 사태가 불거지자 환경부는 '화학물질의 등록 및 평가에 관한 법률', 화평법 제정에 나섰습니다. 가습기 살균제처럼 공산품에 사용되는 화학물질들의 유해성을 사전에 평가하겠다는 의도였습니다.
하지만 시작부터 재계와 지식경제부의 반발에 부딪혔습니다. 2012년에는 지경부 요청으로 핵심 조항이 아예 삭제됐습니다. 제품이 사람에게 해를 끼칠 경우 유해금지 물질로 지정하고, 이 물질을 쓰는 제품은 신고해야 한다는 조항이 사라진 겁니다.
[박항주 보좌관/정의당 심상정 의원실 : 화학 제품에 대한 규정이 다 빠져서 원래 없었고 문제 제기되면서 적어도 화평법에 같이 들어가야 되는 것 아니냐.]
유해화학물질로 지정할 수 있는 권한도 환경부 소관에서, 지경부 등 관계부처와 협의해야 한다로 바뀌었고, 보고와 등록 기준도 완화됐습니다.
법안은 대통령 직속 규제개혁위에서 더 약화됐습니다. 가습기 살균제처럼 처음 등록된 용도와 다르게 사용할 경우 반드시 등록을 해야한다는 조항이 사라졌고, 관련 과태료도 낮아졌습니다. 당시 화평법 저지 로비에 나섰던 전경련에는 SK케미칼, 애경산업 등이 소속돼 있었습니다.
[김신범 실장/노동환경건강연구소 화학물질센터 : 화학물질을 어떻게든 쓰게 해주십시오. 정보를 어떻게든 덜 제출할 수 있게 해주십시오. 그런 태도들이, 국내 굴지 기업들이 와서 이야기하는 걸 보고 좀 당황했었죠.]
2013년 심상정 의원이 기존 환경부 안보다 강화된 법안을 발의했지만, 역시 재계의 반발에 부딪혔습니다. 옥시와 같은 화학물질 사용자와 SK케미칼과 같은 제조자 사이에 실제 어디에 쓰는지 정보를 공유해야 한다는 조항이 영업 비밀 침해 우려가 있다며 반대한 겁니다.
옥시 제품처럼 카페트 세척에 쓰이는 PHMG를 몰래 가습기 살균제로 쓰는 사태를 막는 핵심 의무 조항이었는데 당사자가 요청할 경우 제공하는 임의 조항으로 바뀌었습니다.
[박항주 보좌관/정의당 심상정 의원실 : 산업부 차관하고 통화하느라 싸웠어요. 세 시간 동안 통화합니다. 새벽 열두 시 반까지, 그 법안 한 문구 때문에 그래요.]
화평법은 2013년 5월 제정된 후에도 재계와 정부로부터 집중 포화를 받았습니다.
[김신범 실장/노동환경건강연구소 화학물질센터 : (대기업들이) 갑자기 법을 지키라는 게 말이 됩니까? 우린 지킬 수 없습니다. 그러니 이렇게 강력한 법을 만들지 마십시오.]
당시 박근혜 대통령은 화평법을 두고 "악마는 디테일에 숨어있다"고 표현했고, 재계는 '망국법'이라고 비판했습니다. 결국 2013년 9월, 시행령과 시행규칙을 정하기 위한 협의체가 꾸려졌습니다.
당시 전경련은 의견서를 통해 '수차례 법을 위반해야 최고 과징금을 부과'하게 하고, '연구개발 목적의 경우 화학물질 등록을 면제'해 달라고 건의했고, 이는 시행령과 시행규칙을 통해 대부분 반영됐습니다.
 
http://news.jtbc.joins.com/html/751/NB11238751.html
[탐사플러스] 국민 안전은?…누구를 위한 규제개혁위원회인가 (JTBC, 이호진 / 사회2부 기자, 2016-05-23 21:52)
[앵커] 취재기자가 지금 나와 있습니다. 이호진 기자, 규개위가 그만큼 법령 제정에 상당한 역할을 미친다, 이번 정부 들어서 규개위가 바꾼 게 얼마나 됩니까?
[기자] 저희가 정부의 모든 부처에 대해서 정보공개를 청구해봤습니다. 현 정부 들어 지금까지 규제개혁위원회가 정부 부처가 낸 신설 규제에 대해서 규제 권고 내지 철회를 요청한 건수는 163건이었습니다. 그리고 이 중에서 152건 넘게 바뀌었는데, 일부 부처가 누락시킨 것까지 계산을 하면 더 많아질 것으로 보입니다.
이 이유는 규개위에서 권고를 할 경우, 정부 부처는 특별한 사유가 없으면 이를 받아들여야 하기 때문입니다.
[앵커] 그 중에는 당연히 불필요한 규제를 없앴다라든가. 물론 그건 없애는 게 맞는 것이고. 또 너무 과잉규제도 있었는데 그것도 없앤 것도 잘 한 것이고. 그런 것도 꽤 있죠?
[기자] 황당한 사례를 들어보면 과거 떡집 같은 경우에는 배달을 할 수 없다든가 (그런 규제가 있었습니까?) 네, 과거에 있었습니다. 그리고 PC방에서는 컵라면을 먹을 수 없다는 규제가 있었는데, 이런 규제들은 현 정부 들어와서 모두 풀렸습니다.
지난해에는 또 어떤 일이 있었냐면, 야영장에서 화재가 많이 발생을 하면서 야영장 내에 화기 사용을 엄금하는 강한 규제안을 정부가 내놨었는데, 이게 실상과 동떨어진 규제라는 비판을 많이 받았습니다. 이것을 규개위가 완화를 했습니다.
[앵커] 잘 한 거죠. 떡집에서 떡 배달을 못한다는 얘기는 처음 들어봤는데, 아무튼 그건 지금 없어진 게 됐으니깐. 문제는 국민 건강이나 복지를 위해 추진된 규제들이 기준없이 철폐됐다, 이런 지적이 나오는 거 아니겠습니까?
[기자] 얼마 전에 직장 내 어린이집을 꼭 지어야 하는데, 이를 짓지 않고 차라리 이행강제금을 내면서 버티겠다는 기업들의 명단이 공개돼 논란이 있었습니다. 여기에서 규개위가 등장합니다. 현 정부 들어 보건복지부가 직장 내 어린이집을 두지 않는 기업에 대해서 이행강제금을 부과하겠다는 법안을 추진했었습니다.
그런데 당시 한 규개위원이 "우리나라는 보육 복지가 매우 우수한 편인데, 추가적인 강화는 기업에 큰 부담이 될 수 있다"는 말을 꺼냈습니다. 그러면서 별 문제 제기 없이 원래 보건복지부에서 부과하려던 이행 강제금안보다 조금 더 낮아진 65% 수준의 이행강제금안으로 바뀌었습니다.
사실 보육과 관련된 복지는 지금도 국민들이 많은 불만을 가지고 있을 정도로 문제가 많은 부분이라고 지적이 되고 있는데, 규개위원들의 잇따른 의견 제시로 바뀌게 된 겁니다. 규개위원 말대로 기업의 부담은 줄었지만, 가뜩이나 저출산 문제가 심각한 상황에서 과연 올바른 방향을 바뀌었는지는 논란이 남아 있습니다.
[앵커] 지금 말한 건 복지에 관련된 것이고, 건강과 관련된 것은 어떤 것이 있었습니까?
[기자] 식품의약품안전처가 부작용이 일어날 경우에 인체에 즉각적이고 심대한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의료기기들에 대한 관리를 강화하려는 안을 추진했습니다. 예를 들면 인공심장과 인공혈관처럼 사람 몸 속에 들어가는 기기들입니다.
처음에는 판매자, 수입자, 의료기관 모두 매달 식약처에 기기 관련 정보를 보고하게끔 안이 되어 있었습니다. 그런데 여기에도 규개위가 제동을 걸었습니다.
결국 의료기관에 대한 규제만 과도하다며 빠지게 됐고, 이 안은 처음에 대한병원협회가 제출했던 의견이 반영된 셈이었습니다. 식약처는 당시에 국민 보건을 위한 불가피한 조치라는 입장을 보였지만, 이 의견을 받아들여지지 않았습니다.
[앵커] 규제개혁위원회가 중소상인이나 다수의 국민들을 위해서 풀어야 될 것을 잘 푸는 것도 물론 있는데, 반대의 경우, 특히 업계나 특정 이익집단을 대변한다는 의견이 있어 왔잖아요? 따지고 보면 그 규개위원들이 누구냐는 것을 따질 수밖에 없는 상황인데, 그건 어떻게 봐야 할까요?
[기자] 규개위가 입법 과정의 핵심 부분을 좌지우지 한다는 점에서 아주 막강한 힘을 휘두르고 있는데요. 결국엔 그 구성이 문제라는 지적입니다. 규개위원 위촉은 전적으로 대통령이 하게 돼 있습니다.
그리고 규개위원장은 2명으로 구성돼 있는데요, 정부 측 위원장과 민간 위원장. 정부 측 위원장은 황교안 국무총리가 맡고 있고, 그리고 민간 측 위원장은 김앤장 법률사무소 고문이 맡고 있습니다.
[앵커] 여기도 김앤장이 등장합니까?
[기자] 네, 맞습니다. 결국엔 규개위원이 어떤 사람이냐, 어떤 일을 하고 있느냐에 따라서 규개위가 어떤 판단을 내리느냐에 따라 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는 건데요. 이 문제는 내일(24일) 탐사플러스를 통해서 다시 한 번 짚어보겠습니다.
[앵커] 그런가요? 알겠습니다. 이호진 기자였습니다. 수고했습니다.
 
http://news.jtbc.joins.com/html/752/NB11238752.html
[탐사플러스] 기업 이익만…국민 안전 사안까지 '규제 무력화' (JTBC, 이호진 / 사회2부 기자, 2016-05-23 21:52)
[앵커] 앞서 뉴스룸 1부에서도 전해드렸지만 가습기 살균제 사망 사건은 들여다볼수록 충격과 분노의 연속입니다. 정부는 지난 2012년, 그러니까 이명박 정부 말기에 뒤늦게 문제를 알고 법적 장치 마련에 들어갔습니다. 그러나 법안 내용이 여러 번 수정되면서 유명무실해지고 말았습니다. 껍데기만 남았다는 것이죠. 이처럼 국민건강을 보호하자는 법안을 누더기로 만드는데 큰 역할을 한 게 바로 대통령 직속 규제개혁위원회입니다. 결과적으로 말씀드리자면 지금도 흡입독성 등의 위험이 있는 화학물질을, 비전문가가 수입해서 이를 가습기 살균제로 만들어 판매해도 이것을 막을 법적근거가 사실상 없다는 겁니다. 참으로 어이없는 일이죠. 실생활에 맞지 않는 규제철폐. 반대한 이유가 전혀 없습니다.
그런데 규개위의 규제 철폐가 중소상인이나 대다수 국민들을 위한 것이 아니라 업계 이익만 대변하는 쪽으로 흐른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저희 탐사플러스는 규제개혁위원회의 손톱 밑 가시빼기가 어떻게 엉뚱한 방향으로 흐르고 있는지 정보공개를 청구해 집중점검해봤습니다. 먼저 이호진 기자의 보도를 보시겠습니다.
[기자] 2014년 세퓨 가습기살균제 원료로 사용된 PGH 독성 실험 결과입니다. 화학물질 PGH를 쥐가 흡입하자 폐 색깔이 바뀌고 중독 증상이 생겼습니다. 사람 피부 체외독성 실험에서는 3ppm 농도에 세포 절반이 사멸했습니다.
화학적 지식이 없었던 세퓨 대표 오모 씨는 2009년, 자신의 동업자가 공업용으로 수입한 이 PGH를 가습기 살균제로 만들었습니다. 가습기 살균제가 인기를 얻자 PGH를 직접 덴마크로부터 수입했고, 인터넷에 나온 정보를 토대로 청주의 한 콩나물 공장에서 본격 생산에 들어갔습니다. 오씨가 2011년 중단 때까지 수입한 PGH만 700kg으로 14만 병을 만들 수 있는 양입니다.
[오모 씨/'세퓨' 대표이사 : (전문지식 없이 만든 것 많습니까?) 죄송합니다.]
환경부는 제2의 옥시와 세퓨를 막겠다며 화학물질 등록 및 평가에 관한 법률, 화평법 제정에 나섰고, 그 법안은 대통령 직속 규제개혁위원회에 제출됐습니다. 2012년 8월 7일 환경부 초안에선 세퓨처럼 화학물질이 기존과 다른 용도로 쓸 경우 '변경등록'을 하지 않으면 아예 제조·수입하지 못하게 돼 있습니다.
하지만 이를 심사한 규개위는 "업계에 과도한 부담을 준다"며 삭제를 권고했고 결국 용도와 다르게 사용한 뒤에라도 등록을 하면 되는 것으로 완화됐습니다. 규개위는 2014년 열린 하위 시행령에 대한 심사에선 위해성이 낮다고 알려질 경우에는 사용량과 용도 등 매년 해야하는 보고 의무까지 하지 않도록 완화시켰습니다.
[김신범 실장/노동환경건강연구소 : 크게 국민의 건강에 필요한 항목들은 기업들이 다 손을 봐요. 큰 구멍들이 뚫려 있는 거죠.]
규개위는 화학물질 수입시 해외업체가 선임하는 대리인 요건도 없앴습니다. 환경부는 '화학지식과 3년 이상의 화학물질 관리 실적이 있어야 한다'는 것으로 제한했지만, 규개위는 '해외 사업자가 판단할 일'이라며 대한민국 국적이라면 누구나 가능하게 만들었습니다.
'충분한 지식을 보유하고 있는 자'를 조건으로 정한 EU는 물론, "관련 분야에 처벌받은 적이 없어야 된다"고 규정한 중국보다 완화된 겁니다. 올해 3월 옥시 레킷벤키저와 같은 외국계 유한회사들의 책임 경영을 강화하기 위해 감사보고서를 공시하도록 추진된 법안도 규개위에서 무산됐습니다.
당시 회의록을 보면 "감사보고서를 공시할 경우 경쟁회사에 원가정보 등 영업비밀이 공개되는 문제가 생긴다"는 업계 입장을 그대로 앞세웠습니다.
[정선섭/재벌닷컴 대표이사 : 미국·독일·일본 경우에는 유한회사로 전환한 경우라도 매출이나 자산이 일정 기준을 넘을 경우에는 의무적으로 공시를 하도록 하는 강화책이 있죠.]
국민 안전을 위해 추진된 법안들이 규개위에 가로막힌 건 이뿐만이 아닙니다. 2014년 환경부는 어린이 운동장에서 납·카드뮴·수은 등 중금속이 일정량 이상 나올 때 검사를 거쳐 지속적 관리를 받는 안을 추진했습니다.
그런데 규개위는 "운동장이 일반 토양보다 중금속이 더 많나", "과잉규제", "개방된 공간이어서 오염물질 흡수가 어렵다"며 이를 막았습니다. 당시 이 법안은 국내 어린이 혈중 중금속 농도가 외국보다 두 배 가까이 높게 나타나는 등 사회적 문제가 되면서 추진됐지만 무산된 겁니다.
같은해 이뤄진 국민체육진흥공단 조사에서도 전국 1037개 초·중·고 인조잔디 운동장의 중금속 점검서 8곳 중 1곳인 133곳이 기준치를 초과하기도 했습니다. 이 때문에 서울시 등에서 인조잔디 철거에까지 나섰지만 정작 법령에선 규개위 반대로 빠진 겁니다.
미세먼지 절감을 위해 추진되던 규제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지난해 6월 환경부는 대기오염 절감을 위해 그 원인으로 볼 수 있는 업종을 17개 추가해 집중 관리하기로 했습니다.
하지만 규개위는 그 중 의약용화합물, 합성섬유 등 3개 업종을 "배출량이 적다"며 제외하라고 권고했습니다. 하지만 당시 규개위는 배출량만 고려했을 뿐, 배출되는 물질이 얼마나 유해한지에 대해선 검토하지 않았습니다. 또 미세먼지 원인으로 꼽혀온 비산먼지 배출 업종으로 추가하려던 제철·철강업을 제외시켜 논란을 일으켰습니다.
이런 가운데 최근 미국의 한 연구진이 발표한 환경성과지수 2016에서 한국은 공기 질 부문 조사대상 180개 국가 가운데 173위 차지했습니다. 규제개혁위원회측은 "이해 관계가 첨예한 만큼 논란이 있을 수 있지만 각 부처와 협의해 부적절한 규제를 완화하고 있다"는 입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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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제개혁위원회는 "유한회사 외부감사 공시 의무에 대한 법안을 철회 권고한 심사와 관련한 보도에서 '미국, 독일, 일본 등도 매출과 자산이 일정기준을 넘으면 의무적으로 공시한다'는 정선섭 재벌닷컴 대표 인터뷰 내용이 사실이 아니라며 "미국과 일본에서는 유한회사가 외부감사 대상이나 공시 대상이 아니"라고 알려왔습니다.]
 
http://news.jtbc.joins.com/html/420/NB11239420.html
[탐사플러스] 납득 어려운 논리…'규개위 회의' 들여다보니 (JTBC, 이호진 / 사회2부 기자, 2016-05-24 21:49)
[앵커] "국민 건강과 업계 이익을 맞바꿔버렸다" 어제(23일) 탐사플러스는 대통령 직속 규제개혁위원회의 어이없는 규제 철폐 과정을 조명한 바 있습니다. 담배회사, 주류회사 그밖의 대기업의 이익 또는 편의와 소비자의 가치가 부딪혔을 때, 규개위가 어떤 판단을 내렸는지, 그리고 그 논리가 얼마나 국민들의 생각과 동떨어졌는지를 오늘은 직접 보시겠습니다. 이호진 기자입니다.
[기자] 지난 4월 22일. 368회 규제개혁위원회 전체 회의.
"담배를 피우지 않는 노약자나 임신부, 그리고 판매업소에 근무하는 종업원들에게 심한 혐오감과 정신적 스트레스를 줄 수 있지 않겠습니까"
"어린 학생이 금연 단체의 금연 교육을 받고 흡연에 대해 병적인 반응을 보이는 등 정신적 피해 사례도 있습니다"
위원들이 담뱃갑 위쪽에 경고그림을 표기하면 생기는 문제라고 한 말들입니다.
[서홍관 한국금연운동협회장/당시 규개위 참석 : 황당하게도 담배회사가 주장하는 내용을 그대로 복사해서 설명하는 거예요.]
규개위원들의 이해하기 어려운 주장은 여기서 그치지 않습니다.
"주류 피해도 심각한데 담배에 대해서만 강력히 규제하는 이유가 있습니까?"
심지어 반론하는 시민단체의 주장도 막았습니다.
[서홍관 한국금연운동협회장/당시 규개위 참석 : 그 질문 그만하시고 그만 끝냅시다. 그 분위기가 처음부터 결론을 내린 분위기죠. 그래서 담배회사 입장 편을 들어주려고.]
결국 이날 회의에선 효과가 불명확하다며 상단표기를 철회하는 걸로 결정했습니다. 당시 회의에는 담배판매회사 KT&G 사외이사로 근무했고 지난해엔 이 회사 사장 공모에도 지원했던 손모씨가 위원으로 참석했습니다.
그런데 규개위 결정에 대해 비난이 거세지자 보건복지부는 재심을 요청했습니다. 결국 규개위는 여론에 떠밀려 상단표기를 받아들였습니다. 손 위원은 재심 때는 참석하지 않았습니다.
지난해 12월 24일 열린 규개위 회의입니다. 환경부가 20년 동안 동결됐던 빈병 보증금을 올려 빈병 회수율을 높이겠다고 하자,
"빈병 보증금 인상으로 업소들의 주류 가격이 상승하는 게 근본적 문제라고 판단됩니다"
"(환경부) 업소들이 주류 가격을 인상하지 않도록 철저히 감시하고, 무인회수기를 설치해 소비자 불편을 낮추겠습니다"
"환경부는 정책효과를 너무 긍정적으로 보고 있습니다. 실제 소비자의 행태변화는 상당히 제한적일 수 있습니다"
위원들은 주류 가격만 올리고, 빈병 회수 효과가 불투명하다는 주류업계 입장만 되풀이했습니다. 결국 인상안은 1년 유예됐습니다. 연간 1000억 원의 처리 비용이 생긴다며 반대해 온 업계 입장이 결과적으로 그대로 통한 겁니다.
소주 업체들은 유예 기간동안 가격을 올렸고, 맥주 업계도 가격 인상을 검토 중입니다. 빈병 값만 동결시키고 소주 맥줏값은 오르게 된 겁니다.
[김미화 사무총장/자원순환사회연대 : 소주 가격이 올라간다 그렇기 때문에 훨씬 소비자한테 부담이라고 얘기했거든요. 그래서 못 올리겠다고 얘기해놓고 빈 병 보증금 비용은 안 올리는 대신 소주값은 다 올렸어요.]
2014년, 휴대폰 보조금을 소비자에게 알려 유통 질서를 바로 잡겠다며 발의된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 애초 법안에선 소비자가 알지 못했던 삼성전자 등 제조사 장려금과 통신사 보조금을 분리해 공시하도록 명시됐습니다.
하지만 단통법 핵심 조항이었던 분리공시제도 역시 규개위 회의에서 바뀝니다. 중요한 사항을 고시에 넣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이유로 삭제됐습니다. 결국 제조사의 지원금 규모가 공개되지 않게 됐고 휴대폰 시장은 다시 혼탁해졌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분리공시를 반대해온 삼성 LG전자 등 제조사 손을 들어준 셈입니다.
[휴대전화 판매업자 : 판매 수수료가 50만 원이 됐든 100만 원이 됐든 이게 불법은 아니예요. 단통법이 생기기 전이 생긴 후나 시장구조는 변함이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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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제개혁위원회에서는 "담뱃갑 경고 그림 상단 표기에 대한 1차 심사에서 보건복지부 자료가 부족해 이에 대한 변경을 권고했고, 재심에서 새롭게 제출받은 자료를 통해 상단표기에 동의한 것으로 '여론에 떠밀려 받아들였다'는 보도 내용은 사실과 다르다"고 알려왔습니다.]
[규제개혁위원회에서는 "빈병 보증금 인상에 앞서 빈병 반환에 대한 환불체계가 제대로 마련돼 있지 않아 소비자 불편을 초래할 수 있어, 이에 대한 대국민 홍보 등 필요한 시간을 감안해 보증금 인상 시점을 1년 유예하는 것으로 권고했다"고 해명했습니다.]
 
http://news.jtbc.joins.com/html/419/NB11239419.html
[탐사플러스] 전직 대기업 CEO 등 '규개위원 40명' 명단 보니 (JTBC, 이호진 기자, 2016-05-24 21:51)
[앵커] 보신 것처럼 규제개혁위원회는 여러 차례에 걸쳐서 국민의 눈높이에서 보면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논리로 사실상 업계 이익을 대변했습니다. 왜 그랬을까요. 취재팀은 그 답을 찾기 위해 박근혜 정부 들어 임명된 규개위원 40명이 누구인지 찾아봤습니다. 지금부터 알려드리겠습니다.
[기자] 대통령 직속 규제개혁위원회는 정부위원장인 황교안 국무총리 등 정부 위원이 7명, 민간위원 17명으로 구성돼 있습니다. 민간위원은 대통령이 직접 위촉합니다. 누가 선임되는지 아무도 문제 제기하지 않습니다.
현재 규개위 민간위원장은 서 모 김앤장 법률사무소 상임고문입니다. 김앤장이 상당수 대기업과 외국계 기업의 소송대리를 한다는 점을 생각하면 적격성 여부가 제기됩니다. 김앤장은 이번에 문제가 된 옥시의 소송 대리인도 맡았습니다.
위원장을 제외한 현역 위원 16명 중 절반은 현직 기업 사외 이사나 CEO이거나 역임했던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나머지 6명은 국민경제자문회의 등 대통령 직속 자문회의에서 활동한 경력이 있고, 남은 2명은 규제학회 교수들입니다.
현 정부 들어 규개위원을 역임한 이들을 전수조사해도 결과는 비슷했습니다. 40명 중 절반에 가까운 17명이 대기업과 금융권 등의 사외이사를 역임했고, 시민단체 인사는 40명 가운데 단 1명도 없었습니다.
[위평량/경제개혁연구소 : 기업과 관련된 사안인데, 해당 회사 또는 그룹의 사외이사를 했던 분들이, 규제개혁위원회의 심사위원으로 들어간다거나 이건 완전한 이해상충의 문제가 있는 것이죠.]
규개위가 정부 요직으로 가거나, 정치적 발판이 된다는 목소리도 나옵니다. 조 모 교수의 경우 지난해 규개위원으로 있다가 대통령 수석비서관으로 갔고, 정부위원회 위원장, 새누리당 비례대표가 된 위원들도 있습니다. 규개위가 청와대와 재계의 목소리만 내놓는 이유는 이렇게 구성원 면면에서 드러납니다.
더 큰 문제는 이처럼 이해상충이 충분히 우려되는 상황에서 규개위원 개개인의 발언 내용이 공개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취재팀은 개개인의 발언 내용 공개를 요청했지만 규개위측은 이를 거부했습니다. 총리실 직원이 임의로 적은 회의록만 공개될 뿐입니다.
미국의 경우 규제를 수정, 철회시킬 수 있는 권한이 있는 정보규제국 국장을 상원 인사청문을 거쳐 임명합니다. 영국의 경우 규제완화를 총괄하는 정부 부처와 학자와 시민단체 등으로 구성된 민간 독립자문 조직이 서로를 견제합니다.
[임원혁/한국개발연구원 연구위원 : (민간은) 공개적으로 공모를 해서 선발하고요. 영국 최고의 전문가라고 평가받는 사람들이 결국은 위원으로 위촉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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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www.hani.co.kr/arti/economy/economy_general/663681.html
새누리당, 규제개혁위원회 권한 강화 추진 (한겨레, 김경락 기자, 2014.11.09 22:21)
[월요 리포트] 감시받지 않는 권력 규제개혁위
규제개혁특별법 이달 중 발의
분과위원장 2명 상근직으로 전환
권고 거부 부처 ‘감찰 요청권’ 부여
새누리당은 분과위원장을 상근직으로 만들고, 공무원 직무감찰 요청권을 부여하는 등 규제개혁위원회의 권한을 대폭 강화하는 쪽으로 제도 개편안을 만들고 있다. 감시와 견제 장치는 없이 권한만 강화시키는 방안이어서 논란이 예상된다.
새누리당 경제혁신특별위원회 규제개혁분과(위원장 김광림 의원)는 지난달 초 규개위 개편안을 담은 규제개혁특별법 제정안을 당 최고위원회에 보고한 데 이어, 이달 중 당론으로 발의할 예정이다.
일단 규개위 내부 두 분과인 경제분과와 행정사회분과를 이끌고 있는 분과위원장 2명을 모두 상임위원으로 전환할 예정이다. 또 부위원장 직제를 신설해 민간위원 중 한 명에게 이 자리를 줄 방침이다. “민간위원 전원이 비상근인 상황에서 내실있는 규제 심사가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상임위원이 된 민간위원들은 공무원법이나 공직자윤리법 등에 따라 재산공개 등의 의무도 져야 한다. 보수와 예우도 부위원장에겐 차관급 수준으로 맞춰줄 방침이다.
규개위 권고를 일선 정부 부처가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감사원에 직무감찰을 요청할 수 있도록 한 대목도 눈길을 끈다. 개정안 마련에 참여한 새누리당 관계자는 “합리적 이유 없이 규개위의 권고를 일선 부처가 수용하지 않는다면, 그 배경을 감사원이 조사할 필요가 있다고 봤다”고 말했다.
규개위의 심사 폭을 크게 넓히는 내용도 들어 있다. 현재는 심사 대상에 빠져 있는 국회 사무처와 감사원,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서 만들어지는 행정 규제도 개편안에선 심사·의결 대상으로 포함시켰다. 새누리당 관계자는 “각 기관의 본질적 업무를 심사하는 게 아니라 국민들 불편을 가져올 수 있는 행정 규제만 심사 대상에 포함시켰다”고 말했다.
 
http://www.hani.co.kr/arti/economy/economy_general/663686.html
법령 좌지우지…“규개위는 기업들 집중 로비 대상” (한겨레, 김경락 방준호 기자, 2014.11.09 22:29)
[월요 리포트] 감시받지 않는 권력 규제개혁위
규제 관련 정부 법안 모두 심의·의결
정부 부처는 규개위 권고 거부 못해
의원 입법도 시행령은 심사 거쳐야
지난 7월 신제윤 금융위원장은 규제개혁위원회라는 강고한 벽 앞에서 고개를 떨궈야 했다. 이례적으로 재심 절차까지 밟았지만 금융소비자 보호를 위해 마련한 규제 장치가 규개위 문턱을 끝내 넘지 못했던 것이다. 금융위가 당시 규개위에 심사를 신청한 규제는 특정금전신탁이라는 상품에 포함시킬 수 있는 기업어음(CP)의 최소 가입한도를 5000만원으로 설정하는 게 뼈대였다. 지난해 10월 4만명의 투자 피해를 낳은 ‘동양사태’가 터진 이후 금융위가 규제 공백을 메우기 위해 추진한 것이다. 이에 규개위는 4월 “과도한 규제”라며 철회 권고 결정을 내렸고, 금융위가 7월 이례적으로 재심사 신청까지 했지만, 철회 결정을 번복하지 않았다. 안창국 금융위 자산운용과장은 “두차례 연속 철회 권고를 받았기 때문에 금융위로선 다른 방도를 찾기 힘들었다”고 말했다.
규개위의 힘은 ‘슈퍼파워’에 가깝다. 규제와 관련해 정부에서 만드는 법률과 그 하위 법령(시행령, 시행규칙, 고시) 등은 모두 규개위의 심사·의결을 거쳐야 한다. 규개위의 심사의견 없이는 신설·강화 규제가 포함된 법령안에 대해 법제처 심사를 받을 수 없고, 국무회의에 상정할 수도 없다. 일선 정부 부처는 규개위에서 ‘개선 권고’, ‘철회 권고’ 등의 결정이 나왔을 때 이를 거부하기 어렵다. 행정규제기본법에서 ‘특별한 사유가 없으면 부처의 장은 규개위 권고에 따라야 한다’고 규정돼 있기 때문이다.
국회의원들이 발의하는 의원입법 법률안은 규개위 심사 대상은 아니다. 하지만 국회를 통과한 법률안에 대해 정부에서 하위 법령을 만들면, 이는 다시 규개위 심사를 받아야 한다. 지난 9월 규개위가 철회 권고를 내린 휴대전화 보조금 분리공시제가 그런 예다. ‘이동통신단말장치 유통구조 개선에 관한 법률’(단통법)은 의원입법으로 만들어졌지만, 분리공시제는 방송통신위원회가 만든 정부고시였다. 규개위가 이를 철회시키면서 단통법의 실효성을 약화시켜버린 것이다.
이러한 막강한 힘을 갖고 있는 규개위와 규개위를 지원하는 총리실 산하 규제조정실은 기업의 집중 로비 대상이 된다. 4대 그룹의 한 대관팀 관계자는 “규개위와 규제조정실을 전담하는 인력을 별도로 두고 있다”고 말했다. 사회분야 정부 부처의 한 관계자는 “업계로부터 ‘빨리 안건을 규개위로 올리라’는 말을 자주 듣는다”며 “규개위에선 자신들의 말이 더 잘 통할 거라는 믿음이 있는 것 같았다”고 말했다. 경제 부처의 한 국장은 “규개위는 ‘규제 완화’ 쪽으로 방향이 잡혀 있고, 업계 의견 청취를 많이 하기 때문에 기업들이 정부보다 규개위와 규제조정실을 집중적으로 찾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일부 법무법인(로펌)이나 회계법인은 이러한 활동을 ‘대리’하는 조직도 운영한다. 로비가 전문화·세분화되고 있다는 의미다. 최강욱 변호사(민변 사법위원장·전 군검찰)는 “로펌은 ‘입법팀’이나 ‘공공업무팀’이라는 이름으로 상설 조직을 운영하거나, 프로젝트별 팀을 꾸려서 ‘(정부) 시행령도 바꿔드립니다’라고 영업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규제조정실은 공무원사회서 ‘갑‘
규개위 논의 안건에 의견 제시
“위원들이 뒤집는 일 매우 드물어”
규제조정실은 공무원 사회에서 ‘갑 중의 갑’으로 불린다. 민간위원의 전문성이 취약한 탓에 규제조정실이 규개위 논의 방향에 큰 영향력을 행사하기 때문이다. 한 규개위 민간위원은 “각 안건에 대한 규제조정실 의견을 위원들이 뒤집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고 말했다.
규제조정실은 다른 부처 파견 직원과 총리실 직원으로 구성된다. 주요 의사 결정을 하는 보직 간부들은 대부분 총리실에서 잔뼈가 굵은 관료들이 맡는다. 현재 60여명이 근무하는 규제조정실에는 파견자가 30명 정도에 이르지만, 실장(1명)·국장(4명)·과장(11명) 중 다른 부처나 기관 파견자는 두명에 그친다. 실장은 식품기업인 풀무원 사장 출신인 강영철씨가 맡고 있다. 이에 대해 규제조정실 관계자는 “우리의 일 중 하나는 이해 당사자의 의견을 충실히 듣는 것”이라고 말했다. 경제 부처의 한 국장은 “의견 청취와 로비 간의 경계가 모호하다”고 꼬집었다.
 
http://www.hani.co.kr/arti/economy/economy_general/663685.html
신설·강화 규제만 엄격하게 심사…지난해 163건 중 101건 제동 걸어 (한겨레, 김경락 기자, 2014.11.09 22:26)
[월요 리포트] 감시받지 않는 권력 규제개혁위
‘개선 필요 땐 안건 상정’ 규정에도
완화·폐지로만 의미 해석해 적용
“규제 개혁을 추진함에 있어 규제 강화와 규제 완화가 균형을 이뤄야 한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3월20일 텔레비전으로 생중계된 ‘규제개혁장관회의 및 민관합동규제개혁점검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규제 개혁의 두가지 방향을 모두 강조했다. 박 대통령은 “규제 수를 줄인다는 획일적 사고에서 벗어나 부처별로 좋은 규제는 더 개선하고, 나쁜 규제는 뿌리 뽑는 규제 합리화가 필요하다”는 말도 덧붙였다.
현실은 다르다. 정부의 행정규제 전반을 관장하는 규제개혁위원회(규개위)는 각 부처가 제출한 신설·강화 규제만 ‘중요 규제’로 분류해 엄격한 심사를 하고 있다. 일선 부처가 기존보다 수위를 낮춘(완화한) 규제 방안은 ‘중요 규제’로 분류되지 않는다. 중요 규제로 분류되지 않으면 규개위 전체회의나 분과회의 안건에 상정되지 못한다.
기존 규제의 ‘개선’이 필요하다고 위원회가 판단하면 회의 안건에 올릴 수 있다는 규정이 있으나, 이 규정이 규제 강화로 이어진 사례는 찾기 힘들다. 지난 3월 규제개혁위원장직을 중도 퇴임한 김용담 전 대법관도 언론 인터뷰에서 “법률상 규개위가 규제를 강화 혹은 완화하는 것으로 돼 있지만 실제로는 규제 완화 여부를 심사하는 것으로만 운영을 하고 있다”고 말한 바 있다.
회의에 회부된 신설·강화 규제 안건에 대해 많은 경우 규제 수위를 낮추는 결정이 내려진다. 163건의 회의 안건(중요 규제)을 심사한 지난해에도 규개위는 62건(38.0%)만 원안에 동의해줬다. 나머지는 개선 95건(58.2%), 철회 6건(3.7%)이었다. 총리실의 규제조정실 관계자는 “정부가 들고 온 원안보다 강화하는 결정을 내린 사례는 기억하지 못한다”고 말했다.
이런 규개위 활동 탓에 각 정부부처의 규제 정책은 신설·강화보다는 완화 쪽으로 기울 수밖에 없다. 신설·강화 규제는 규개위의 엄격한 심사를 받아야 하지만, 완화 규제는 아무런 제약 없이 국무회의까지 올라갈 수 있기 때문이다.
규개위 활동이 규제 완화에 쏠린 것은 박근혜 정부 들어와서 나타난 현상이 아니다. 김대중 정부 시절인 1998년 출범 이후 매년 발간된 규제개혁백서를 훑어보면, 규제 완화 중심의 규개위 활동은 꾸준히 지속돼 왔다. 규개위의 뿌리는 1997년 외환위기다. 외환위기 이후 김대중 정부를 비롯한 우리나라 정부는 줄곧 국제통화기금(IMF)의 권고에 따라 정부의 시장 개입을 줄이고(규제 완화), 기업에 인센티브(혜택)를 주고 노동시장을 유연화하는 정책을 추진했는데, 이런 정책 추진의 주요 수단으로 규개위가 활용돼왔다고 볼 수 있다.
일부 전문가들은 규개위의 근원을 좀더 거슬러 올라가 찾기도 한다. 규개위가 노태우 정부 때 만들어진 행정규제완화위원회(1990년)와 김영삼 정부 시절의 행정쇄신위원회(1993년)를 모태로 삼고 있기 때문이다. 이성환 국민대 교수(법학·전 한국입법학회장)는 “정부 차원에서 규제 개혁 논의가 본격화된 것은 신자유주의 사조 영향 아래 1980년대 미국의 레이건 정부와 영국의 대처 정부가 추진한 정책을 지켜보고 난 뒤부터”라고 말했다.
 
http://www.hani.co.kr/arti/economy/economy_general/663687.html
대통령이 임명…위원 선정기준·절차 불투명 (한겨레, 김경락 기자, 2014.11.09 22:31)
[월요 리포트] 감시받지 않는 권력 규제개혁위
선정 후보자 외 ‘깜짝 낙점’도
친기업 성향 인사들이 규제개혁위원회 민간위원의 중심을 이루는 원인 중 하나는 위원들의 선출 방식에서 찾을 수 있다. 임명권이 대통령에게 집중돼 있고, 후보 선정 기준과 절차도 투명하지 않다. 민간위원 자격 기준은 행정규제기본법 시행령 18조에서 정하고 있다. 대학 부교수(이상), 변호사 등 전문자격증 소지자, 사회나 경제단체 전·현직 임원, 1급 이상 전직 공무원, 규제에 관한 학식과 경험이 풍부한 자 등이다. 이런 규정 아래 국무조정실 산하 규제조정실에서 위원 후보자를 복수로 선정해 청와대 국정과제비서관실에 제출한다. 청와대에선 신원조회를 거쳐, 최종적으로 대통령이 위촉한다. 총리실 관계자는 “청와대에서 의견을 종합하는 과정에서 규제조정실이 정한 후보군 밖에 있는 인사들이 최종 낙점되기도 한다”고 말했다.
이 과정에서 이해상충 심사는 느슨하게 이뤄진다. 사외이사 겸직 여부만 후보자에게 물어보는 수준인데, 사외이사 겸직이 후보자 결격 사유로 인정되는 것도 아니다. 이창수 규제조정실 규제총괄정책관은 “규개위가 다루는 범위가 매우 넓기 때문에 이해상충 여부를 따지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http://www.hani.co.kr/arti/economy/economy_general/663688.html
민간위원 4명은 기업 사외이사…시민단체·노조 인사는 0 (한겨레, 김경락 방준호 기자, 2014.11.09 22:55)
[월요 리포트] 감시받지 않는 권력 규제개혁위
15명이 교수·연구기관 종사자
대통령 인수위·자문기구 출신 등
정권과 관계 깊은 인사들도 다수
총리 등 정부쪽 7명은 당연직 위원
9일 현재 규제개혁위원회에 참여하고 있는 현직 민간위원 18명 중 기업 사외이사를 겸직하는 인사가 4명에 이른다. 이 중 3명은 1년에 1억원에 가까운 사외이사 보수를 받고 있다. 또 전체 민간위원 중 87%가량이 교수 등 학자만으로 채워졌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와 새누리당에서 활동한 인사도 있다. 반면 시민단체와 노동단체 출신 인사는 한 명도 없었다.
경제분과위원장을 맡고 있는 김종석 홍익대 경영학과 교수는 현대중공업과 종근당홀딩스에서 사외이사로 일하며 각각 연간 6000만원과 3800만원의 보수를 받고 있다. 지난 7월 민간위원으로 위촉된 김 교수는 2000년과 2003~2004년 두 차례 민간위원을 맡은 바 있다. ‘단골’ 규개위원이다. 그는 2007~2009년 3년 동안 한국경제연구원장을 지내기도 했다. 한경연은 재벌 총수들의 모임인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의 유관기관이다.
김준기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도 1억원에 가까운 연봉을 대기업에서 받고 있다. 김 교수는 ㈜두산과 에스케이(SK)가스에서 사외이사를 맡아 각각 4500만원과 3900만원에 이르는 보수를 받는다. 윤창현 서울시립대 교수(현 한국금융연구원장)도 삼성물산에서 2년째 사외이사를 맡고 있다. 이곳에서만 8500만원의 보수를 받고 있다.
조신 연세대 글로벌융합기술원장도 음원·연예기획사 로엔엔터테인먼트에서 사외이사로 재직 중이다. 한 해 보수는 4000만원 수준이다. 조 교수는 에스케이텔레콤 전략기획부문장(전무)과 에스케이브로드밴드 대표이사(사장)를 지낸 바 있다.
여권과 깊은 관계가 있는 위원들도 있다. 지난 7월 민간위원에 위촉된 김영수 서강대 교수(사회학)는 지난해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외부자문위원(국정기획분과)을 지냈다. 김용하 순천향대 글로벌경영대학 학장과 김동원 고려대 노동대학원장은 모두 대통령 자문기구인 국민경제자문회의 민생경제분과 위원으로 활동 중이다. 김용하 교수는 2007년과 2008년 한나라당(현 새누리당)에서 각각 정책자문위원과 민생대책특별위원회 위원을 지냈다. 김 교수는 1990년대 말 삼성금융연구소(현재 해체됨) 선임연구원으로 일한 경력도 눈에 띈다.


교수 등 학자 비중이 매우 높다는 점도 현직 민간위원 구성의 한 특징이다. 전체 18명의 민간위원 중 15명이 대학교수이거나 연구기관에 종사하고 있다. 규개위 출범 이후 2013년까지 16년간 민간위원 중 학자 비중은 평균 57.5%였다.
학자 출신이 아닌 3명은 서동원씨, 한경희씨, 손현덕씨다. 국무총리와 함께 공동 규제개혁위원장을 맡고 있는 서동원씨는 공정거래위원회 부위원장 출신으로 현재 김앤장법률사무소 고문을 맡고 있다. 한경희씨는 한경희생활과학 대표로 기업인이다. 손현덕씨는 경제 일간지인 <매일경제> 기자다. 시민단체 출신 인사나 노동조합 등 노동단체 출신 인사는 한 명도 없었다.
현재 규제개혁위원회는 국무총리,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국무조정실장 등 당연직 7명과 민간위원 18명으로 이뤄져 있다. 민간위원은 위원장 1명과 경제분과 위원 9명, 행정분과 8명으로 구성돼 있다. 민간위원은 모두 비상근이고 임기는 2년으로 보장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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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이해당사자 전화 통화도 공개…민간위원에 의결권 준 나라 없어 (한겨레, 방준호 김경락 기자, 2014.11.09 22:20)
[월요 리포트] 감시받지 않는 권력 규제개혁위
다른 나라에선 어떻게
‘회의 등 외부인과의 접촉’(Meetings and Outside Communication).
미국의 규제개혁위원회 격인 대통령실 예산관리처 산하 ‘정보규제국’(OIRA) 누리집에는 우리 규제개혁위원회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항목이 있다. 소속 관료들이 외부의 이해관계자와 어떤 주제를 놓고, 언제 만났는지 공개하는 항목이다. 직접 만난 것뿐 아니라 전화 대화까지도 공개 범위에 포함된다. 정보규제국의 투명성을 규정한 미국 대통령 행정명령에 따른 것이다. 이 행정명령은 정보규제국이 규제를 만든 행정기관에 송부한 모든 서면 기록, 외부인과의 회의, 전화 대화에 관여한 이들의 이름과 날짜, 논의 주제까지 국민에게 공개하도록 했다.
미국과, 영국, 독일 등 선진국의 규제개혁 추진 기구들을 보면 공무원이 맡는 독임제 행정기관(합의제가 아닌 하나의 행정관청에 권한을 일임하는 기관)이 대부분이고 민간인들의 참여는 자문 역할에 머물렀다.
이들 나라에서 규제 관련 기구들은 주로 정부가 책임지는 독임제 행정기관으로 운영된다. 민간은 자문 형태로 규제개혁에 참여한다. 미국의 규제 총괄 기구는 대통령 직속 독임제 행정기관인 정보규제국이 맡고 있다. 우리나라의 금융위원회, 방송통신위원회 등에 해당하는 각각의 독립 규제위원회들은 정보규제국의 통제를 받지 않는다. 행정기관으로서 책임성을 높이되, 이해관계가 첨예한 분야에서 합의제로 운영되는 각각의 위원회들에는 손댈 수 없는 구조인 셈이다. 외부인과의 접촉 공개처럼 국민의 감시를 받을 수 있는 통로도 열어놨다.
영국은 산업혁신기술부(BIS) 아래 있는 규제개선집행국(BRE)이 규제개혁 컨트롤타워(지휘부) 구실을 한다. 이 역시 독임제 행정기구이다. 규제를 총괄하는 구실은 하지만 권한은 우리 규제개혁위원회처럼 막강하지 않다. 이와 별도로 민간전문가로 꾸린 규제개선위원회(BRC)가 있지만 자문기구 역할에 그친다. 영국에는 통신, 석유, 보건환경 등 분야별로 각각의 독립 규제기관과 자문위원회가 있고, 이들은 독자적으로 운영된다.
독일은 주도적으로 규제개혁을 추진하는 기구가 없다. 연방정부의 각 부처가 독자적으로 입법이나 규제개혁을 한다. 부처 간 충돌하는 규제가 있다면 공동으로 참여해 규제를 검토한다. 민간 전문가가 관여할 수 있는 기구인 독점규제위원회가 존재하지만, 이 역시 자문기구이다.
김재일 단국대 행정학과 교수는 2012년에 펴낸 <규제개혁시스템 개선방안에 대한 연구> 보고서에서 “우리나라의 규개위는 (기업 등) 민간의 의견이 입법에 반영될 수 있는 중요한 채널이다. 세계적으로도 법령 심의과정에 민간이 직접 참여하는 경우는 찾기 어렵다”고 밝혔다.
 
http://www.hani.co.kr/arti/economy/economy_general/663684.html
법 외면한 채 “회의 비공개”…회의록도 제대로 안남겨 (한겨레, 김경락 기자, 2014.11.09 22:25)
[월요 리포트] 감시받지 않는 권력 규제개혁위
회의 열린 다음 ‘사후 고지’ 빈번
올해만 39건 중 27건 뒤늦게 알려
규제심사 사실상 밀실에서 하는 셈
“전례가 없습니다.” 지난달 31일 예정된 규제개혁위원회 전체회의가 열리기 이틀 전 <한겨레> 기자의 회의 참관 요청에 대한 규제조정실의 반응이었다. 규제조정실은 규개위 활동을 지원하는 총리실 내부 조직이다. 회의 실무를 맡고 있는 정재상 사무관은 “안건에 대한 결정이 아니라 논의 중인 상황의 공개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행정규제기본법 시행령(19조2항)은 “(규개위) 회의는 공개한다. 다만 위원장이 공익보호 기타 사유로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때에는 위원회의 의결로써 공개하지 아니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정 사무관은 이 규정 자체를 알지 못하고 있었다. 뒤늦게 전화를 걸어와 “회의 공개란 내용 공개가 아니라 결과를 공개한다는 뜻”이라고 답변했다. 서동원 규제개혁위원장은 “기자가 참관하면 아무래도 위원들이 부담을 느끼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회의록엔 달랑 안건·참석자·결과
‘주요발언란’엔 이름 없이 몇줄뿐
민감한 안건 다룰땐 공란 처리도
이틀간의 실랑이 끝에 기자는 지난달 31일 정부서울청사 9층 본회의장에서 열린 전체회의 일부(5개 안건 중 한개)만 보기로 합의했다. 법에 따른 공개라기보다는 ‘타협’의 성격이 짙었다. 규제조정실 쪽은 “회의 참관 사실의 기사화를 자제해 달라”고 요청했다. 회의 공개가 상시화될까 우려한 것이다. 기자가 본 회의 안건은 대부업체에 최소 자본금을 요구하는 등의 내용이 담긴 대부업법 개정안이었다. 1시간 가까이 진행된 논의 끝에 일부 민간위원들이 대부업의 음성화 가능성을 제기하면서 결론을 내리지 못한 채 다음 회의에 다시 심사하기로 규개위는 결정했다.

회의 소집 고지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 총리실이 운영하는 ‘규제정보포털’에는 회의가 열린 다음, 회의 소집 계획을 알리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연구개발서비스업진흥법’ 제정안과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시행령·규정’ 개정안을 다룬 ‘335회 전체회의’는 지난달 10일에 열렸지만, 회의 고지는 닷새 지나서인 15일에 이뤄졌다. 9월24일에 열린 ‘334회 회의’ 소집 고지는 26일에 이뤄졌다.
늦장 회의 고지에 대해 규제조정실 쪽은 “(규제정보포탈에 고지하는 업무를 맡은) 담당자가 바뀌어서 실수가 있었다” “9~10월에 (규제정보) 포털 개편 작업이 있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이런 늦장 고지를 ‘실수’로 보기는 힘들다. 올해만 따져보면, 39차례 열린 회의(분과위 회의 포함) 중 소집 계획이 사전 공지된 것은 12건에 그쳤다. 절반(69.2%)이 넘는 회의가 사후 고지됐다는 뜻이다. 심지어 회의가 개최된 지 4개월이 지나 고지한 사례(505회 행정사회분과위 회의)마저 발견된다.
이러한 회의 비공개 관행과 회의 소집 늦장 고지는 규개위의 투명성이 낙제점에 가깝다는 의미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3월 ‘규제개혁’의 정당성을 홍보하기 위해 규제개혁장관회의를 7시간 동안 텔레비전 생중계했지만, 실질적인 규제개혁 심사 과정은 밀실에서 이뤄지고 있는 것이다.
더욱 심각한 것은 규개위는 회의록도 제대로 남기지 않는다는 데 있다. 사후적으로도 어떤 토론이 회의에서 이뤄졌는지 정확하게 확인할 길이 없다.
규개위가 규제정보포털에 올려놓는 ‘회의록’은 회의록이라기보다는 안건과 참석자, 심사 결과만 간략히 요약돼 있는 보고서에 가깝다. 형식상 ‘주요발언 내용’ 난이 있지만, 발언자 이름도 없이 몇줄만 적혀 있다. 심지어 민감한 안건을 다룬 회의의 주요발언 내용은 공란 처리되기도 한다. 지난 9월24일 열린 ‘이동통신 단말장치 유통구조 개선에 관한 법률’(단통법)의 분리공시를 심사한 회의가 그런 예에 속한다. 이동훈 규제조정실 경제규제관리관은 “당시 회의에선 기록할 만한 주요 발언이 없었다”고 해명했지만, 이 회의는 당시 업계와 언론의 큰 관심이 쏠린 회의였다.
불투명한 규개위 운영은 규개위 심의·의결 결과에 대해 다양한 억측을 낳는 배경이 된다. 최원식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실의 손낙구 보좌관은 “국회는 의사록을 통해 의원들 발언 하나하나를 기록해 공개하고, 법을 판단하는 법원도 판사의 판결문을 모두 실명 공개한다”며 “법령 제·개정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규개위가 속기록을 남기지 않는 이유를 납득하기 어렵다”고 꼬집었다.
이런 지적에 대해 서동원 규제개혁위원장은 “규개위의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 속기록을 만드는 등 회의를 좀더 투명하게 만드는 장치를 도입할 필요성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http://www.hani.co.kr/arti/economy/economy_general/663679.html
카드 대란·단통법 혼란 부른 규개위…위원 53%가 ‘친기업’ (한겨레, 김경락 방준호 기자, 2014.11.09 22:19)
[월요 리포트] 감시받지 않는 권력 규제개혁위
규제개혁위원회는 ‘숨은 권력’이다. 정부 규제의 심의·조정, 규제의 심사·정비 등을 목적으로 1998년 만든 대통령 소속 기구다. ‘이동통신 단말장치 유통구조 개선법’(단통법)의 휴대전화 보조금 분리공시는 “영업기밀 침해”라는 이유로, 청소년 금연환경을 조성하려는 규제는 “(업계) 재산권 침해”라는 이유로 철회시켰다. 규개위는 신용카드 길거리 모집 규제에 제동을 걸어, 400만명에 가까운 신용불량자를 양산한 2003년 ‘카드대란’을 초래하기도 했다. 막강한 권력기구이지만, 설립 이후 국회와 언론 등의 감시나 검증을 전혀 받지 않고 있다.
대통령 전권으로 선출하는 민간 규개위원들은 친기업 성향의 인사에 편중돼 있다. 이름은 ‘규제개혁위원회’지만, 실제 활동은 ‘규제완화위원회’에 가깝다. 모든 국민이 따라야 할 결정을 내리면서도, 그 결정에 이르는 과정은 장막에 가려 있다.
민간위원 16년간 106명 활동
절반 이상이 기업인·사외이사
실제 역할 ‘규제완화’ 가까워
신용카드 거리모집 규제 반대
휴대폰 보조금 분리공시 막아
<한겨레>가 정부 발간 <규제개혁백서>를 바탕으로 규개위 설립 시점인 1998년부터 2013년까지 16년간 규개위에서 활동한 민간위원 232명을 전수분석한 결과, 절반 이상이 기업인이거나 기업에 가까운 활동을 한 인사로 나타났다. 이런 편향된 인적 구성은 규개위 활동이 국민 전체의 이익을 대변하고 있는지에 대한 의구심을 불러일으킨다. 한편으로는 지금까지 규제 완화 일변도의 결정이 내려진 배경이라는 분석도 여기에 덧붙는다.
규개위 민간위원들은 기획재정부 장관, 공정거래위원장, 법제처장 등 정부 쪽 당연직 위원과 더불어 규개위를 이끌어가는 존재로, 전체 위원의 절반 이상(현재는 25명 가운데 18명)을 차지한다. 분석 결과, 민간위원 232명 가운데 연임 등에 따른 중복을 제외한 106명이 활동했다. 이 중 직접 기업을 경영하거나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나 삼성경제연구소 등 기업 관련 단체에서 근무한 민간위원은 모두 22명으로 전체 민간위원의 20.8%를 차지했다. 여기에 대기업 사외이사를 지낸 경력이 있는 교수와 전문직(변호사·회계사 등), 시민단체 인사 등이 34명(32.1%)이었다. 기업인이거나 기업과 이해관계가 직접적으로 얽혀 있는 민간위원이 53%에 이르는 셈이다. 현직 민간위원 18명 중에도 4명이 사외이사를 겸직하고 있다.
나머지 인사들도 기업 영향권에서 온전히 벗어났다고 보기 힘들다. 전문 자격증 소지자들은 대부분 김앤장법률사무소, 삼일회계법인 등 대기업과 거래 관계를 맺고 있는 대형 법무법인이나 회계법인에 몸담고 있었다. 최병선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1998년 규개위원, 2008~2009년 규개위원장), 김태윤 한양대 행정학과 교수(현직 규개위원) 등은 한국경제연구원과 매년 공동 학술지를 내는 ‘규제학회’ 회장을 지낸 이들이다. 한경연은 재벌 그룹의 이익을 대변하는 전경련의 유관기관이다.
반면 시민단체 출신 인사는 5명(4.7%)에 그쳤다. 이들이 활동한 시민단체는 ‘소비자시민모임’ ‘한국여성민우회’ ‘시민경제연구소’ 등 세 군데였다. 민주노총이나 한국노총 등 노동단체 소속은 한 명도 없었다.
http://www.hani.co.kr/popups/imgview.hani?http://img.hani.co.kr/imgdb/original/2014/1110/141553973986_20141110.JPG
이런 기업 편향적 규개위의 인적 구성은 규제 개혁의 공정성과 신뢰성을 떨어뜨린다. 박상인 서울대 교수(행정학)는 “재벌 기업 사외이사를 하면서 수천만원씩 받는 사람들이 공익적 관점에서 규제를 심사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김상조 경제개혁연대 소장은 “규제는 항상 손해 보는 쪽과 이익을 보는 쪽이 존재하기 마련이기 때문에 손해를 보는 기업 쪽 이야기만 들을 게 아니라 노동계나 시민단체 쪽 이야기도 들을 수 있는 구조를 규개위가 갖춰야 한다”고 말했다.
규개위의 운영이 불투명하다는 점도 빼놓을 수 없는 대목이다. 관련 법인 행정규제기본법은 규개위 전체회의와 분과회의를 공개할 것을 원칙으로 정하고 있으나, 1998년 출범 이후 단 한 차례도 이해당사자가 아닌 일반인에게 규개위 회의가 공개된 적이 없다. <한겨레> 기자가 규개위 출범 이후 처음으로 지난달 31일 전체회의를 참관했다. 온라인에 공개하는 회의록에는 발언자가 누구인지 적혀 있지 않고, 민감한 안건을 다룬 회의의 발언 내용은 전부 누락돼 있었다.
 
http://www.hani.co.kr/arti/economy/economy_general/663683.html
“자문기구로 권한 축소해야”…“민간위원 임명권 다변화를” (한겨레, 김경락 기자, 2014.11.09 22:22)
[월요 리포트] 감시받지 않는 권력 규제개혁위
전문가들 “규제개혁위 개편” 목청
현행 규제개혁위원회 제도의 문제점을 한마디로 요약하면 ‘권한과 책임의 부조화’라고 할 수 있다. 정부 규제 전반에 대한 심사·의결이라는 막강한 권한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심사 결과에 따른 책임은 전혀 지지 않고, 외부 기관의 감시와 견제도 받지 않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국회와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규개위 개편론’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일단 규개위의 권한을 줄여야 한다는 의견이 있다. 민간인이 다수 참여하는 기구에 법령 심사·의결권을 주는 것 자체가 문제라는 인식이다. 실제 미국·영국 등 주요 선진국에도 규제총괄 기구를 두고 있지만, 이 기구에 민간인이 참여하지는 않는다. 지난 3월 김기식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발의한 규개위를 자문기구로 바꾸는 내용의 행정규제기본법 개정안이 이런 인식을 깔고 있다. 김 의원은 “권한만 있을 뿐 (민간인이 다수 위원이라는 이유로) 책임은 지지 않는다. 규제정책의 조정이나 총괄 기능 등은 남겨두더라도 심사 권한은 축소해야 한다”고 말했다.
만약 현재의 권한을 유지한다면 기업편향적인 인적 구성이라도 개편해야 한다는 주장이 있다. 편향적인 인적 구성이 특정 이익집단의 이해에만 부합하는 결과를 낳는 배경이 되고 있다는 인식에서다. 2004년 12월 규개위는 정리해고 요건 중 하나인 ‘긴박한 경영상의 이유’에서 ‘긴박한’이라는 표현을 빼달라는 업계의 요구에 대해 “추후 검토”로 결론을 내리면서 사실상 수용이 아니냐는 논란을 자초했는데, 이 회의에는 중요한 이해당사자인 노동계 대표는 참여하지 못했다. 김상조 한성대 교수(경제학)는 “자문기구로 권한을 축소하는 게 현실적으로 어렵다면, 차선책으로 인적 구성의 다변화를 통해 국민 대표성을 높이는 방안을 생각해볼 수 있다”며 “필요하다면 (25명으로 돼 있는) 규개위원 정원을 더 늘려 노동계, 시민단체 등을 참여시킬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대표성 확보를 위해서는 민간위원의 선출 방식을 고쳐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그 한 방안으로 임명권의 다변화를 꼽을 수 있다. 민간위원 전원을 위촉하는 대통령의 권한을 국회 등 다른 헌법기관과 나눠야 한다는 것이다. 방송통신위원회, 국가인권위원회와 같은 합의제 행정기구는 위원 선출권 일부를 국회에 주고 있다.
투명성 강화가 시급하다는 지적도 많다. 회의 공개 원칙을 준수하고 무엇보다 회의 내용을 사후적으로라도 확인할 수 있도록 속기록을 남겨야 한다는 것이다. 신현호 새정치민주연합 정책실장은 “투명성만 높여도 (규개위) 결정의 신뢰도가 높아질 뿐만 아니라 로비와 같은 부작용도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근본적으로는 규개위 역할과 존재 근거 자체를 재조정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도 있다. 17년간 이어진 ‘규제 완화 첨병’ 역할을 되짚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성환 변호사(전 입법학회장)는 “국민 모두의 인권 보장과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도록 규제의 필요성과 그 문제점을 균형적으로 이해한 속에서 규개위의 역할을 재설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선 행정규제기본법을 전면 개정해야 한다.
 
http://www.korea.kr/policy/actuallyView.do?newsId=148786904
규제개혁위, 개별조문 적정성 심사…법령 좌지우지 안해 (정책브리핑, 국무조정실 규제총괄정책관 규제총괄과장, 2014.11.10)
국무조정실은 규제개혁위원회는 개별조문의 신설·강화 규제에 대해 적정성을 심사하는 것이지 법령 자체를 좌지우지하지는 않는다고 밝혔다. 국조실은 10일 한겨레가 보도한 <규제개혁위 위원 구성 및 비공개 회의운영 등> 관련 기사에 대해 이 같이 해명했다.
기사는 카드 대란·단통법 혼란 부른 규개위가 법령을 좌지우지 한다고 보도했다. 또 민간 규개위원 4명이 사외이사를 겸직하는 등 친기업 성향의 인사가 편중돼 기업 편향적 인적 구성은 공정성과 신뢰성 떨어뜨린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국조실은 규개위는 단말기 지원금 분리공시 건은 상위법인 단말기유통법의 위임범위를 넘어서는 것으로 보았으며 지원금 공시의 중요사항인 분리공시를 고시에 정하는 것이 규제법정주의에 비춰도 적절하지 않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2001년 신용카드 길거리 모집제한 건은 기존 ‘신용정보보호법’ 또는 ‘도로교통법’ 등 타법으로 신용카드 거리모집에 따른 문제 해결이 가능해 추가규제가 바람직하지 않은 것으로 판단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국조실은 또 규개위 민간위원은 경제·정보통신·환경·노동·복지·법률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성을 고려해 위촉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심사 안건과 이해관계가 있는 위원의 제척 및 회피 제도를 운영하는 등 공정하고 객관적인 심사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규개위가 이해충돌 방지를 위한 별다른 장치를 두고 있지 않으며 회의록도 제대로 안남긴다는 보도내용과 관련해서는 주요 회의결과를 규제개혁포털(www.better.go.kr)을 통해 공개중에 있다고 해명했다.
다만 국조실은 규개위 논의안건은 정부 입법과정상 내부검토과정에 있는 사항으로 회의의 전과정 및 개별위원 발언내용까지 모두 공개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으며 회의 개최계획 사전고지, 회의록 상세작성·공개 등을 통해 위원회 운영의 투명성을 강화해 나가겠다고 덧붙였다.
또 앞으로 규개위는 경제활성화·일자리창출·국민생활 불편해소 등을 위한 국민적 요구가 큰 만큼 규제개혁의 중추적 역할을 수행할 수 있도록 더욱 노력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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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www.ser.or.kr/sub.html?sub=policy&pn=press&m=view&article_id=19845
규제개혁위원회 개혁방안을 위한 국회 토론회 개최 (경제개혁연대, 2014-10-15)
“규제개혁 목표의 재설정”, “규개위의 권한 조정과 민주적 구성·투명성 보장” 강조
국회에 제출된 정부 행정규제기본법 개정안의 문제점과 수정방안도 제시
1. 국회 경제민주화포럼과 경제개혁연대, 경실련, 참여연대는 오늘(10/15) 오후 3시 국회의원회관 제1세미나실에서「진정한 규제개혁을 위한 규제개혁위원회 개혁방안」토론회를 개최했다. 최정표 경실련 공동대표의 사회로 진행된 이날 토론회는, 김상조 한성대 교수(경제개혁연대 소장)와 이성환 변호사(법무법인 안세)가 각각 “규제개혁위원회의 문제점 및 개혁 방안”, “규제개혁 현실에 대한 헌법적 평가”를 주제로 발제를 하고, 김남근 변호사(참여연대 집행위원장), 신석훈 박사(전국경제인연합 기업정책팀장), 위평량 박사(경제개혁연구소 연구위원), 유종일 교수(KDI국제정책대학원), 윤순희 국무조정실 규제정책과장 등이 토론자로 참여했다.
2. 제1발제자로 나선 김상조 교수는 먼저, 규제개혁과 관련하여 끊임없이 논란이 야기되는 원인을 규제개혁의 ‘내용적 측면’과 ‘절차적 측면’에서 검토하고, 규제개혁 추진에 있어서 지켜져야 할 원칙을 강조한 뒤, ▷현행 규제개혁 심사와 규제개혁위원회의 문제점 ▷규제개혁위원회 관련 제도개선 방안, ▷정부가 제출한 행정규제기본법 개정안의 문제점과 수정안 등을 이어서 발표했다.
김상조 교수는 규제개혁의 원칙과 관련하여 “ⅰ) 행정규제 vs. 형사규율 vs. 민사규율, ⅱ) 강제규정(hard law) vs. 모범규준(soft law), ⅲ) 금지규정(prohibitive rule) vs. 활성화규정(activating rule) 등 다양한 수단들 간의 보완?대체 관계를 고려하여 그 전체의 효과성을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규제체계를 설계하고 집행하여야 한다”며, 이것이 “진정한 의미의 규제개혁이고 ‘규제강화와 규제완화의 균형’이라는 원론적 선언이 지향해야 할 궁극적 목표”라고 지적했다. 그는 우리나라의 경우 “강제적?금지적 행정규제에 과도하게 의존해온 규제체계의 경직성이 과도한 비용을 유발하고 있는 것도 부정할 수 없는 현실”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모든 규제를 악으로 규정하는 태도는 매우 위험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으며, 특히 강제적?금지적 행정규제의 총량을 줄이는 것만을 규제개혁으로 착각한다면, 이는 심각한 규제공백 사태를 불러올 것”이라고 경고했다.
또한, 규제개혁의 형식적 절차의 측면에서 볼 때 규제개혁의 향배는 “얼마나 절차적 정당성을 확보할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며, 규제개혁의 형식적 절차에서 핵심적 위치에 있는 규제개혁위원회(이하 ‘규개위’)의 투명성과 책임성을 확보하는 것이 관건이라고 주장했다.
규개위의 위상과 관련하여 김상조 교수는, 행정기관과 자문기구의 이중적 성격이 혼재되어 있는 현행 규개위는 여타 선진국에서는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모호한 조직형태를 갖고 있는 반면 그 권한은 지나치게 막강한 기구이므로, 근본적으로 “규개위의 성격을 자문위원회로 조정하고 규제 심사 및 권고 권한을 폐지”하거나, “규개위를 독임제 행정기관과 민간자문기구로 이원화하되 독임제 행정기관의 권한을 현재보다 축소조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그렇지 않고 규개위의 현재 위상을 그대로 둘 경우에는, 최소한의 개선 조치로서, ▷ 국회?법원?감사원 등의 헌법기관뿐만 아니라 공정위?금융위?방통위 등의 합의제 행정기관도 규개위의 관할대상에서 제외함으로써 독자적인 규제 권한을 보장하고, ▷ 규개위 규제심사의 효력 범위를 명확히 하며, ▷ 규개위의 국민 대표성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위원회 구성 방식을 개선하고, ▷ 규개위의 논의 과정 및 결과를 투명하게 공개하는 등 현재 규개위에 부여된 과도한 권한을 조정하고 규개위의 대표성?투명성?책임성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제도를 개선해야 한! 다고 주장했다.
김상조 교수는 지난 8월 27일 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행정규제기본법 개정안에 대해서도 문제점을 짚고 수정방안을 제시했다. 구체적으로 ▷ 원칙허용?예외금지 규제방식의 도입은 철회하거나 최소한 국민의 생명, 인권, 환경 등과 관련된 규제의 경우에는 예외로 하고, ▷ 규제비용총량제 역시 철회하거나 적용제외 대상을 확대하여 무분별한 규제완화로 이어지지 않도록 하며, ▷ 규제의 탄력적 적용의 사유로 제시된 ‘경제적?사회적 여건의 변화 등’은 규개위의 자의성이 개입될 수 있는 모호한 개념이므로 삭제하고 ▷ 규개위가 직접 규제의 적절성 등을 평가할 수 있는 경우로 “경제적?사회적으로 파급효과가 큰 경우”를 규정한 조항 역시 삭제할 것을 제안했다.
4. 제2발제자로 나선 이성환 변호사는 “국가공동체 구성원인 국민 모두의 인권보장과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도록 규제의 필요성과 그 문제점을 균형적으로 이해하여 규제개혁 과제가 추진되도록 하여야 한다”고 지적하고, 행정규제기본법상 규제개혁의 목표를 규제의 ‘폐지’와 ‘신설억제’로 한정한 조항을 삭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규제개혁의 대상에 있어서 “현행 규정은 지나치게 경제생활에 있어서 자유보장으로 규제개혁 문제를 이해하고 있다”며, 국민의 정치적 자유나 인격적 자유를 제한하거나 국민의 사회적 기본권에 관한 행정적 규제나 규율에 관한 사항도 심사의 대상이 되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규개위의 권한과 관련하여 이성환 변호사는 “법률의 제정과 폐지는 입법권을 보유하는 국회의 고유 권한에 속하는 것이므로, 국회에 의하여 규제의 필요성과 그 정도를 결정하도록 하여야 한다” 고 지적하고, “특히 법률에 근거하지 아니하는 행정규칙이나 행정지도 그리고 사실상 행정기관에 의하여 통제되는 민간 기구의 자율결정 형식의 규제가 신설?폐지되는 등 행정편의주의?권위주의에서 비롯된 폐습은 근절”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성환 변호사는 구체적으로, 규개위가 국회와 마찬가지로 다양한 국민의 대표들이 참여하여 그들의 부분이익을 대변하면서 국가공동체 전체적인 관점에서 부분이익들을 조정하고 타협하는 구조를 갖추도록 하고, 미국이나 영국과 같이 행정입법에 대한 국회의 통제시스템을 마련하여 규제개혁에 있어서 국회의 역할을 제고할 것을 제안했다.
이성환 변호사는 이외에도, 법원에 의한 사후적 규제를 강화하고, 규개위 활동의 투명성과 공개성을 보장하여 국민의 감시가 가능하도록 하며, 규제비용총량제의 도입은 신중할 것 등을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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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www.pressian.com/news/article.html?no=120331
규제기획위원회, 무엇이 문제인가 (프레시안, 위평량 경제개혁연구소 연구위원 2014.09.22 14:28:03)
[좋은나라 이슈페이퍼]<48> "규제위 개혁, 공동선 위한 중요 과제"
Ⅰ. 규제개혁위원회란?
박근혜 정부는 대선 당시 대표공약인 경제민주화를 창조경제로 전환하고, 경제혁신 3개년계획과 41조 원 규모에 이르는 이른바 '최경환노믹스'를 발표하는 한편, 이를 뒷받침할 강도 높은 규제개혁을 위한 두 차례의 대국민 이벤트도 성공리에(?) 진행한 것으로 보이는데 여기에서의 핵심키워드가 바로 규제개혁이다. 안타깝게도, 거의 모든 국민의 요구가 경제 활성화에 있음을 파악한 조치라는 점에서 이러한 일련의 경제정책이 그 정당성을 갖는다고도 볼 수 있다.   
이 같은 정부의 규제개혁을 뒷받침하고 있는 기구가 바로 대통령 소속의 규제개혁위원회(1998년)다. 규제개혁위원회는 '시대상황과 정책여건을 적절히 고려하여 규제가 필요한 곳은 규제를 강화하거나 합리화하고, 풀어야 할 분야는 적극적으로 개선하는 역할'을 강조해왔으나, 기업(재벌) 편향적인 규제 완화, 과도한 권한 행사, 규제 심사의 공정성 결여 등으로 끊임없이 비판을 받아오고 있다. 이런 와중에 정부는 지난 6월, 강력한 규제완화 촉진 제도를 도입하고 규제개혁위원회의 권한을 강화하는 내용의 행정규제기본법 개정안을 입법예고하였다.
한편으로, 이러한 규제완화 내지 규제개혁과 관련되어 거의 모든 일을 수행하고 있는 규제개혁위원회를 눈여겨 보아온 전문가는 많지 않다. 규제개혁위원회의 활동 결과는 국민생활과 경제사회적으로 다양한 양상을 초래하지만 이와 관련된 전문가들은 찾아보기 어려운 반면, 정부조직을 다루는 행정학자와 법학자 및 행정전문가들이 주를 이루고 있을 뿐이다. 
이런 점에서 그간 경제구조개혁을 위한 공정거래법, 상법 등 관련법과 정책을 다루면서 피부로 느낀 규제개혁위원회에 대한 문제인식을 토대로, 규제개혁위원회의 위상과 규제심사 절차 등을 살펴 문제점을 진단하고 ‘필요한 규제의 강화’와 ‘불필요한 규제의 완화’를 동시에 고려해야 하는 규제개혁위원회와 규제심사의 올바른 개선 방안을 제시하고자 한다. 물론 경제문제를 주로 다루는 사람들이 규제개혁위원회의 개혁을 위한 해법을 제시하기에는 부족하지만, 이번 기회를 통해 규제개혁위원회에 대한 전문가들의 다양한 논의가 촉발될 수 있기를 기대하며 가장 보수적인 관점에서 그 개혁방안을 모색해 보았다. Ⅱ절에서는 규제개혁위원의 개혁방안과 정부가 예고한 법안의 문제점을 적시하고, Ⅲ절에서는 최근 규제개혁에 관한 의미를 요약하여 규제개혁위원회 개혁의 필요성을 역으로 강조하고자 한다. 
 
Ⅱ. 규제개혁위원회의 문제점은 무엇인가
규제개혁위원회를 상세히 들여다보지 않은 사람들은 동 위원회의 다양한 문제점을 이해할 수 없다. 첫째는 규제에 대해 그 내용을 충분히 알지 못하기 때문이고, 두 번째는 우리나라 일반인은 물론 전문가조차 ‘정부가 경제주체들을 대상으로 뭔가를 통제한다’는 것에 대한 막연한 거부감을 느끼고 있기 때문에 규제개혁은 바람직한 것으로 받아들이는 식이다. 여기서는 대표적인 문제점을 요약한다.
첫째, 규제개혁위원회는 규제정책 조정 및 규제 심사 기능을 가진 규제 관련 컨트롤 타워로서 역할을 하지만, 공무원 조직인 행정기관과 민간으로 구성되는 독립적 자문기구의 성격을 모두 가지고 있는데, 이는 다른 나라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형태로서 이러한 모호한 위상으로 인해 그 권한과 책임성, 전문성 등이 문제로 나타난다.
둘째, 형식적으로는 민간위원이 다수를 차지하는 합의제 행정위원회로서 독임제 행정기관과 구분되는 독립성을 갖춘 것처럼 보이지만, 민간위원장을 비롯한 민간위원은 모두 대통령이 위촉하고, 공정거래위원장 등 주요 합의제 행정위원회 위원장들과 달리 공무원이 아닌 민간위원장은 국회의 인사청문회를 거치지 않고 있다. 반면, 규제개혁위원회는 감사원 등 헌법기관과 보안?방위사업 등 일부 행정업무를 제외하고는, 공정거래위원회 등의 합의제 행정기관을 포함한 모든 행정기관의 규제를 심사하는 막강한 권한을 가지고 있다. 즉, 합의제 행정위원회로서 갖추어야 할 독립성과 대표성은 부족하고 국회의 통제도 받지 않는 반면, 그 기능과 권한이 매우 강하다.
셋째, 행정기관은 규제개혁위원회의 권고를 '특별한 사유가 없으면' 따르게 되어 있음에 따라 규제개혁위원회가 규제 개선 또는 철회를 ‘권고’하는 것을 넘어 중앙행정기관의 법률안을 적극적으로 수정하고 심지어는 법률안의 일정 부분을 삭제함으로써, 규제개혁위원회의 심사를 통과하지 못한 부분은 규제심사 이후의 정부입법 절차에서 사실상 배제되는 문제가 발생한다. 중앙행정기관이 제출한 법률안이 국무회의에 제출되기도 전에 규제개혁위원회가 수정 또는 삭제하는 것은 헌법이 정한 정부입법절차에 부합하지 않는다.
넷째, 이해 상충의 문제도 있다. 2009년 10월 부패방지법상 ‘공공기관’에 사립학교 및 학교법인을 포함하는 내용의 부패방지법 개정안을 심사한 당시 규제개혁위원회 회의 참석자 15인 중 8인의 위원이 사립학교 교원이었고, 2012년 2월 금융회사지배구조법 제정안 심사 당시 규제개혁위원으로서 회의에 참석한 민간위원은 삼성계열사의 사외이사경력자로서 금융기관 대주주 동태적 적격성 심사 조항을 제정안에서 삭제하는 의결에 참여한 것으로 확인되는 등 다양한 문제가 있다.
 
1. 규제개혁위원회 개혁 방안
규제개혁위원회의 개혁을 위해서는 동 조직의 성격을 자문위원회로 전환하거나 독임제 행정기관과 민간자문기구로 이원화하는 방안, 그리고 동 위원회의 폐지까지 다양한 의견이 있을 수 있으나 이를 위해서는 보다 면밀한 연구와 합의 과정이 필요할 것이다. 이하에서는 현재 합의제 행정위원회로 되어 있는 규제개혁위원회의 위상을 전제로 위원회의 독립성과 투명성을 강화하기 위한 개혁 방안이다.   
1) 규제개혁위원회의 심사대상 범위 제한
행정규제기본법 제3조를 보면, 국회, 법원 등 헌법기관이 하는 사무와, 국가정보원법에 따른 정보·보안 업무 등 특정 업무는 규제개혁위원회의 심사 대상에서 제외되어있다. 정부조직법 제5조는 '행정기관에는 그 소관사무의 일부를 독립하여 수행할 필요가 있는 때에는 법률로 정하는 바에 따라 행정위원회 등 합의제행정기관을 둘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공정거래위원회, 방송통신위원회, 국민권익위원회 등 정부로부터 일정한 독립성을 가지고 위원회 형태로 운영되는 합의제 행정기관이 존재하며, 그중 일부는 행정기능과 함께 준입법적 기능 및 준사법적 기능을 수행하고 있다. 미국이나 영국과 같이 이러한 기관에 대해서는 규제개혁위원회의 심사를 면제하는 것이 타당하다.
2) 규제개혁위원회 심사의 효력 규정
행정규제기본법 제14조에 따라 규제개혁위원회는 중앙행정기관의 장에게 규제의 신설 또는 강화를 철회하거나 개선하도록 권고할 수 있고, 이 경우 중앙행정기관의 장은 특별한 사유가 없으면 이에 따라야 한다. 만일 중앙행정기관의 장이 규제개혁위원회의 심사결과에 이의가 있으면 재심사를 요청할 수 있고 이럴 경우 규제개혁위원회는 재심사를 해야 한다. 그러나 규제개혁위원회의 재심사 결과 중앙행정기관의 이의가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사후 처리에 대한 명확한 규정이 없고,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규제개혁위원회의 권고를 따르도록 하고 있기 때문에 규제개혁위원회의 결정이 사실상 행정기관의 최종 판단으로 되는 일이 발생하고 있다. 따라서 규제개혁위원회 심사의 효력 범위를 명확히 함으로써 중앙행정기관과 국무회의의 권한이 침해되지 않도록 하여야 한다.
3) 규제개혁위원회의 구성
국민 생활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규제개혁위원회가 그에 걸맞은 전문성과 대표성을 확보할 수 있도록 개선할 필요가 있다. 우선, 1년에 1000건 이상의 규제를 심사하는 규제개혁위원회의 전문성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위원의 수를 늘릴 필요가 있다. 또한, 사실상 국회 못지않은 입법권을 행사하는 규제개혁위원회 위원들을 전원 대통령이 위촉하는 구조하에서는 국민 전체의 이익을 고려한 독립적인 의사 결정을 기대하기 어려우며, 우리나라 국회는 영국과 같이 거부의결권, 승인의결권 등 행정입법에 대한 통제 권한을 갖추지 못하고 있는 점을 고려할 때, 국회에 규제개혁위원회 위원 일부에 대한 추천권을 부여할 필요가 있다는 게 필자의 판단이다. 
4) 규제영향분석에서 고려할 요소 보완
행정규제기본법 제7조는 행정기관이 규제영향분석을 실시할 때 고려해야 할 사항들을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현행법은 행정규제로 인해 발생하는 비용에만 초점을 맞추고, 해당 규제의 대안과 그 비용, 즉 사적 자치의 원리에 따른 이해당사자 간 분쟁 조정의 가능성 및 그에 따른 사회적 비용에 대해서는 고려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규제의 편익(benefit)과 비용(cost)을 제대로 평가하기 위해서는 규제로 인한 비용뿐만 아니라 규제의 공백 시 발생하게 될 사회적 비용에 대해서도 균형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따라서 현행법 제7조 제1항 제3호 “규제 외의 대체수단 존재 여부 및 기존 규제와의 중복 여부”에 추가하여, “이해관계자 간 분쟁 발생 가능성 및 그 사회적 비용”을 반드시 고려하도록 명시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5) 규제개혁위원회 운영에 대한 국민 참여 및 투명성 확보
현행법은 규제심사에 대한 국민의 참여와 규제개혁위원회 운영의 투명성을 보장하기 위한 규정이 매우 미흡하다. 행정규제기본법 제17조에 '누구든지 위원회에 기존 규제의 폐지 또는 개선에 관한 의견을 제출할 수 있다'는 규정을 두고 있다. 그러나 이는 주로 규제부담을 지는 당사자의 규제개선 청구 등을 용이하게 하기 위한 것으로서 규제를 통해 편익을 얻는 또 다른 당사자들의 개입도 보장해야 한다는 관점은 결여되어 있다. 따라서 국민의 참여를 활성화하고 위원회가 최대한 투명하게 운영되도록 하는 취지에서 제도를 대폭 개선할 필요가 있다. 이와 관련하여, 미국의 규제개혁전담기관인 대통령실 관리예산처(OMB) 산하 정보규제국(OIRA)의 투명성 관련 규정을 참고할 필요가 있는데, OIRA는 외부인과 접촉한 내용 및 관련 문서를 백악관 홈페이지를 통해 모두 공개하여 일반 국민들도 이를 볼 수 있도록 하고 있다.
 
2. 입법예고 된 행정규제기본법 개정안의 문제점
국무조정실은 지난 6월 17일 '행정규제기본법 일부개정법률(안)'(이하 ‘개정안’)을 입법예고하였다. 개정안의 주요 내용은 규제 법정주의 원칙 및 국민의 생명?안전 규제를 강화하는 한편, 네거티브 규제방식과 규제비용총량제를 도입하는 것이 골자이다. 그러나 양적 규제완화만을 목적으로 이를 강제하기 위한 강력한 정책수단을 도입하는 것은 무분별한 규제 완화 또는 기업 편향적인 규제완화로 이어져 국민 전체의 후생을 위협할 우려가 있다는 게 필자의 판단이다. 또한, 개정안은 규제개혁위원회에 국회 의견 제출권을 부여하는 등 권한을 강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는데, 규제개혁위원회의 구성과 운영에서 대표성과 공정성이 보장되지 않고 있는 현행 여건에서 규제개혁위원회의 권한을 더욱 강화하는 것 역시 정부의 규제개혁이 규제완화 일변도로 진행될 위험을 가중시키는 것이라는 것이 필자의 판단이다.
1) 원칙허용?예외금지 규제방식의 도입 (개정안 제6조의2 및 제19조의2)
개정안은 시장진입 또는 사업활동을 제한하는 규제에 대해 ‘원칙허용?예외금지’의 네거티브 규제방식을 적용하도록 사실상 의무화하고 있다. 그러나 규제의 성격에 따라서는 포지티브 규제 방식이 규제의 목적을 달성하는 데 훨씬 효율적이거나 규제의 공백으로 인한 폐해를 방지할 수 있다는 점에서, 네거티브 규제 방식을 일률적으로 정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또한 행정기관과 규제개혁위원회가 규제의 목적과 필요성에 대한 판단을 달리할 경우, 규제개혁위원회가 ‘규제의 내용’이 아닌 ‘규제의 방식’을 이유로 행정기관의 권한을 침해할 수 있는 위험도 있다.
2) 규제비용총량제의 도입 (개정안 제22조의2)
개정안은 규제를 신설·강화하는 경우 그 비용만큼 기존 규제를 정비하도록 하고, 규제비용 산정이 어려운 경우에도 일정 등급을 정해 그에 상응하는 규제를 정비하도록 하는 등 강력한 ‘규제비용총량제’를 도입하고 있다. 더욱이 개정안은 제1항에서 ‘기업의’ 규제부담을 특정하고 있고, 제3항에서는 규제비용총량제의 예외를 극히 일부의 경우로 제한하고 있어서 규제의 비용과 편익에 대한 종합적인 고려 없이 기업의 이해관계만을 고려한 규제완화로 이어질 위험성이 높다. 특히 개정안 제3항 제4호는 '사회적 편익이 매우 큰 규제'를 금융위기 및 환경위기 대응과 관련한 규제로만 국한함으로써 헌법 제119조 제2항에 명시된 소득 분배, 경제력 남용 방지, 경제의 민주화 등 전체 국민의 후생 증진을 위해 필요한 규제들이 제외되는 문제가 있다.
3) 규제의 탄력적 적용 (개정안 제22조의5)
개정안은 기술의 발전 및 융합으로 인해 기존 법령의 적용 여부가 불분명한 경우 행정기관이 규제개혁위원회 등과 협의를 거쳐 사전에 판단하도록 함으로써 사업자의 편의를 도모하고 있고, 나아가 이 경우 규제개혁위원회가 판단하여 행정기관에 관련 규제의 완화 또는 적용 유예를 권고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개정안 제3항은 기술의 발전 및 융합으로 인한 경우 이외에 '경제발전을 위해' 필요한 경우도 규제개혁위원회가 규제 완화 등을 권고할 수 있도록 추가하고 있는바, 이는 특수한 상황에서 규제를 탄력적으로 운용하도록 하는 개정안의 취지를 넘어서는 것이며, '경제발전'이라는 모호한 개념으로 인해 규제개혁위원회의 자의성이 개입될 여지가 매우 크다는 문제점이 있다. 
4) 규제 개선 점검?평가 (개정안 제34조)
행정규제기본법 제7조는 중앙행정기관이 규제를 신설 또는 강화하고자 하는 경우 규제영향분석을 실시하도록 의무화하고 있으며, 개정안은 제34조(규제 개선 점검?평가)에 제3항을 신설하여 제7조에 따른 규제영향분석을 하지 않은 기존 규제에 대해 규제개혁위원회가 직접 그 적절성 및 실효성 여부를 평가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개정안은 여기에 더하여 '경제적?사회적으로 파급효과가 큰 경우'에도 규제개혁위원회가 직접 규제의 적절성 등을 평가할 수 있도록 하고 있는바, '경제적?사회적으로 파급효과가 큰 경우'는 사실상 모든 규제를 포함할 수 있는 개념으로 포괄위임입법금지 원칙에 위배되고 규제개혁위원회의 권한이 남용될 위험이 있다. 또한 이미 규제영향분석을 마친 규제에 대해서도 다시 평가하도록 하는 것은 행정비용이 낭비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음에 따라 '경제적?사회적으로 파급효과가 큰 경우'는 삭제하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5) 제도개선에 대한 제안 등 (안 제34조의2)
개정안은 규제개혁위원회에 각종 규제에 대한 의견 제출권을 부여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국회의 입법권을 보장하기 위해 행정입법 범위를 제한하고 있으며, 정부가 국회에 법안을 제출하기 위해서는 헌법과 행정절차법에 따라 각계의견 수렴 및 관계부처 협의, 입법예고, 국무회의 심의 등을 거쳐야 한다. 개정안은 법률안이 아닌 의견을 제출하는 것이기는 하지만 행정입법의 일반 원칙을 무시하고 규제개혁위원회가 직접 국회에 의견을 제출하도록 하는 것 역시 국회의 입법권을 침해하는 것이 아닐 수 없다. 규제개혁위원회는 대통령에게 의견을 제출하는 것으로 족하며 대통령이 이를 조정하여 적법 절차를 거쳐 국회에 제출하도록 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생각이다.
6) 중요규제의 기준 (안 제11조)
현행법은 규제개혁위원회가 ‘중요규제’ 여부를 판단하여 심사를 면제하고 있으나, 중요규제의 기준은 법률로 정하고 있지 않고 있다. 따라서 개정안은 이를 보완하기 위해 대통령령으로 중요규제의 기준을 정하도록 하고 있으나, 규제개혁위원회의 과도한 권한 행사를 방지하고 국회가 이를 견제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시행령이 아닌 법률로 정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생각이다.  
 
Ⅲ. 규제개혁위원회의 올바른 정립 필요
지난 3월20일 박근혜 정부의 규제개혁 ‘끝장토론’과, 9월3일 2차 토론회를 통해 규제개혁이 국민적 핫이슈로 부각되고 있다. 박근혜 정부의 명분은 경제 활성화와 민생경제를 위해 경제주체들의 활동에 걸리적 거리는 행정규제를 제거하겠다는 것이다. 그런데 현행 규제개혁방식 및 규제개혁위원회의 권능강화 등으로 우리경제구조가 획기적으로 변화되고, 따라서 서민들이 기대한 만큼의 경제 활성화가 될 수 있을까.
기업의 투자가 성장을 이끈 시대도 있었고, 그 영향력은 무시할 수 없으나 이제는 그 약발이 크게 떨어졌다는 실증연구결과도 많다. 또한, 그간 지배해온 경제의 낙수효과(trickle down effect)론도 이제는 사라지고 있으며, 특히 필자도 강조해 왔던 불황시기의 경제 활력 정책으로서는 기업투자 등의 공급정책 보다는 소비수요기반을 튼튼하게 할 다양한 가계소득증대 및 저소득계층 소득보전이 더 효과를 볼 수 있다는 사실이다.
또한 경제성장은 일자리를 만들기 위해 필요하다고 보지만, 재벌대기업을 위한 무차별적 규제해소로 경제가 얼마나 성장이 될지는 미지수다. 특히 기업의 설비투자가 성장에 기여하는 비중이 날로 약화되어 고용 없는 성장이 가속화되고 있다는 사실, ‘규제는 암 덩어리’라는 식의 획일적 인식으로 공정한 시장경쟁질서와 관행의 정립을 목적으로 한 이른바 좋은 규제까지도 파괴할 수 있는 개연성이 상존한다는 점에서는 더욱 그러하다.
규제는 일반적으로 공무원 자신을 위해 자의적으로 만들어 낸다는 극단적인 인식도 있을 수 있다. 그러나 규제는 공익적 목적을 달성하거나 보호하기 위해 설정되거나 공정한 시장 경쟁 질서를 보호하기 위한 것 등이 훨씬 더 많을 것이다. 따라서 전자의 경우는 당연히 척결되어야겠지만, 공익보다는 특정집단 및 특수인의 사익을 추구하려는 시도는 중단되어야 하며, 기업과 회사가 살아야 사람이 살 수 있다는 본말전도(本末顚倒)의 광기(狂氣)도 사라져야 한다. 이런 점에서 볼 때 규제개혁위원회의 올바른 정립은 국민의 생활향상과 공동선을 고양하기 위한 중요 과제 가운데 하나가 아닐 수 없다.
[이 글은 경제개혁연구소가 수행한 국회 경제민주화포럼(대표:이종걸·유승희의원)의 용역보고서 일부를 요약하였고, 중간발표를 중심으로 재구성 하였으며 지면관계상 법 조항 개혁안은 생략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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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news.donga.com/3/all/20140717/65232482/1
규제개혁 사령탑, 공모 6개월만에 찾았다 (동아, 세종=홍수용·문병기 기자, 2014-07-17 03:00:00)
[朴정부 2기내각 출범/새 경제팀 정책방향] 국조실 규제조정실장 3차 공모서… 강영철 풀무원 전략경영원장 발탁
정부의 핵심 경제정책인 규제개혁 업무를 총괄할 규제조정실장(1급)에 강영철 풀무원 미국부문 사장 겸 전략경영원장(58·사진)이 내정됐다. 반년 이상 공석이던 ‘규제사령탑’에 민간기업 출신이 선임됨에 따라 세월호 참사 이후 일시 중단됐던 규제개혁 작업에 다시 속도가 붙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16일 국무조정실, 기획재정부 등 규제개혁 업무 관련 부처들에 따르면 정부는 기업 활동을 과도하게 옥죄는 제도를 풀 국무조정실 규제조정실장에 강 원장을 선임하기로 했다. 강 내정자는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한 뒤 매일경제신문 산업부장, 경제부장과 풀무원 BHC지원부문 사장 등을 지냈다.
언론인과 기업인으로서 정부 규제를 직·간접적으로 체험하는 과정에서 좋은 규제와 나쁜 규제를 판단하는 역량을 키웠을 것이라는 기대를 받고 있다. 그는 국무조정실의 규제 관련 부서를 총괄할 뿐 아니라 정부와 재계 인사로 구성된 민관합동규제개선추진단 단장 역할도 수행한다.
박근혜 대통령이 1월 기자회견에서 규제개혁 의지를 밝힌 직후 국무조정실은 “민간 기업인 가운데 ‘천하의 인재’를 구해보겠다”라며 규제조정실장 인선에 나섰다. 1, 2차 공모에서 적임자를 찾지 못해 한동안 인선을 보류했다가 지난달 3차 공모를 실시했다. 공모 개시 후 6개월여 만에 ‘미스터 규제개혁’을 찾은 셈이다. 한편 박 대통령은 14일 청와대 수석비서관회의에서 “조만간 규제개혁 회의를 열어 그동안 추진한 사항을 점검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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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bizn.khan.co.kr/khan_art_view.html?artid=201403050600025&code=920100&med=khan
김용담 규제개혁위원장 사의 표명… 규제 완화 일변도 정부정책에 부담 (경향, 박병률·이재덕 기자, 2014-03-05 06:00:02)
대통령 직속 규제개혁위원회(규개위)의 김용담 위원장(66)이 지난달 사의를 표명했다. 규제 완화 일변도인 정부정책에 대한 우려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김 위원장은 4일 경향신문과의 통화에서 “손톱 밑 가시를 뽑아야 하는 것은 맞지만 개별적인 규제에 들어가면 규제가 필요한 경우도 있다”며 “올해 들어와서 박근혜 대통령의 관심도 있고 규제에 관한 전반적인 것을 검토해야 하는데 나는 그 일을 하기에는 모자라 지난달 자리를 내놨다”고 말했다. 정홍원 국무총리와 함께 규개위 공동위원장을 맡고 있는 김 위원장은 대법관 출신으로 2012년 6월 임명돼 정식 임기는 올 6월까지다.
김 위원장은 “박 대통령이 올 들어 규제개혁 문제에 대해 총론적인 방향을 제시한 것은 기본적인 틀에서 옳다고 생각한다”면서 “그런데 세부적으로 어떻게 적정하게 조화롭게 해야 할 것인가는 각론의 문제고 이 부분은 여러 논의가 있을 수 있고 전문가적인 안목이 필요하다”며 조심스러운 접근을 요구했다.
그는 규개위 운영에도 아쉬움을 밝혔다. 김 위원장은 “법률상 규개위가 규제를 강화 혹은 완화하는 것으로 돼 있지만 실제로는 규제 완화 여부를 심사하는 것으로만 운영을 하고 있다”며 “그렇다 보니 규개위가 규제를 완화하는 것에만 발언 수위를 높이는 걸로 (외부에) 보였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규개위는 규제 강화와 완화 등 전반적인 것을 함께 체계적으로 논의할 필요가 있는데 그런 여건이 안돼 한계를 느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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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www.dreamk.kr/?p=3516
규제개혁위원들의 ‘이해상충’문제, 더 많은 규제와 더 빠른 개혁이 해법이다 (김기식 의원, 2013-04-15)
-15명 비상임 규개위원 중 7명이 각종 기업들의 전·현직 사외이사
-포괄적 이해상충 위험이 항존하는 사외이사 출신 규개위원 임명은 원천 금지되어야
-특정 법무법인과 회계법인 관련 조세심판원 비상임심판관들도 이해상충 위험사건에 대한 ‘회피의무제도’ 도입해야
1. 국무총리실 소속 규제개혁위원회와 조세심판원 등에 속한 민간위원들의 ‘이해상충(conflict of interest)’문제는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이다. 홍기택 산은금융지주회장의 경우 2002년-2010년까지 삼성카드, 2011년-2012년 진흥기업, 2012년-2013년 농협금융지주 사외이사였다. 바로 그 기간 동안 그는 여신전문회사를 금융회사에서 제외해야 한다며 ‘금산분리’를 줄곧 반대했고, 2012년 6월 규개위 회의에 참석하여 대주주 동태적 적격성 심사 조항을 「금융회사의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제정안(금융위원회 입법예고)에서 빼는 결정을 내렸다.
2. 비단 홍회장만이 아니었다. 의원실이 조사한 바에 따르면 15명의 현재 규개위원 가운데 8명(김경수(성균관대 교수 : 산업은행), 김태준(동덕여대 교수 : 산업은행), 노명선(성균관대 교수 : 동일철강/대아티아이), 사공진(한양대 교수 : 삼성전기), 조원철(연세대 교수 : 성지건설), 백윤기(아주대 교수 : 삼성물산), 홍은주(한양사이버대 교수 : 외환은행))이 기업 사외이사를 역임했거나, 현재도 사외이사를 맡고 있다. 사외이사는 자기 회사, 특히 ‘주주의 이익’을 중시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그것 또한 문제다. 규개위원은 ‘국민의 이익’을 중시해야 한다. 그 둘이 항상 일치할 수는 없다. 규개위원들은 항상적이고 포괄적으로 ‘이해상충’의 위험에 노출되어 있는 것이다.
3. 작년 국정감사에서 2008년 이후 규개위가 심사한 1,130건의 규제 중 절반 이상인 606건(53.6%)이 개선·철회권고되었음이 의원실 조사결과 확인되었다. 이 가운데 상당수가 “국민의 입장의 규제개혁이 아니라 노골적인 기업과 기득권층 편들기”였다는 사실 또한 지적되었다. 예컨대 2009년 10월 국민권익위원회가 부패방지법 적용대상에 ‘사립학교 및 학교법인’을 포함시키는 내용의 정부입법을 추진했으나 “부패방지 효과가 불확실하다”는 이유로 규개위는 해당 조항을 삭제의결했다. 당시 15명 민간위원 가운데 8명이 사립학교 교원이었다.
4. 따라서 규개위원으로 특정한 집단의 이익을 대변하거나 우선할 가능성이 큰 사람을 둬서는 안된다. 처음부터 배제해야 한다. 행정규제기본법 제25조에 따르면 규개위원은 “학식과 경험이 풍부한 자”로 대통령이 위촉하며, 공무원이 아닌 위원의 임기는 2년, 연임이 가능하다. 시행령 18조로 법규정의 추상성을 일부 보완했으나 모호하기는 매한가지이다. 대통령이 위원을 위촉할 때 사외이사 경력과 같이 이해상충 위험성은 고려되지 않고 있다.
5. 다만 시행령 제20조에서 “위원장 또는 위원이 공정한 심의·의결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인정되는 사유가 있을 때에는 스스로 그 사안의 심의·의결에서 회피할 수 있다”라고 되어 있을 뿐이다. 하지만 아무도 ‘스스로 회피’하지 않는 것이 현실이다. 특정 기업의 전·현직 사외이사는 처음부터 규개위원으로 위촉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만약 그렇지 않을 경우 현재 시행령을 법조항으로 바꾸고, 위원의 중립성과 공정성에 관한 사항에 대해선 ‘의결회피의무’를 부과해야 한다. 또 다수결이 아니라 사실상 만장일치로 의결이 이뤄지는 현실을 고려할 때 회의내용 전체를 속기록으로 작성하는 것을 의무화하여야 할 것이다.
6. 이러한 이해상충의 문제는 비단 규제개혁위원회만의 것이 아니다. 과세당국과 납세자간의 입장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대형법무법인, 회계법인, 세무법인 등이 대리인으로 참여하여 다툼을 벌이는 조세심판원도 예외일 수 없다. 조세심판원 비상임심판관 역시 이해상충의 우려가 있을 경우 스스로 회피할 수 있도록 되어 있을 뿐, 그것을 강제할 수 있는 조항은 없다는 것이 심판원 측 설명이다. 특정 심판관에 대한 기피신청이 있고, 그 사유가 인정될 경우 기피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하지만 이에 대한 불만과 불안은 과세당국과 납세자 모두에게서 확인된다.
7. 의원실이 조사한 바에 따르면 비상임심판관 가운데 현재 대형로펌이나 회계법인, 세무법인에 속한 경우는 없다. 하지만 과거 근무한 경력이 있거나, 중소형 법인이나 개인 사무실을 운영하고 있는 경우는 전체 24명 가운데 8명이었다(김용직(변호사 : 현재 법무법인 KCL), 박정우(연세대 교수 : 산동, 안진회계법인 등에서 근무), 서정호(변호사 : 법무법인 세종, 신영증권 등에서 근무, 현재 법무법인 디카이온), 윤태화(가천대 교수 : 안권회계법인에서 근무), 이창희(서울대 교수 : 삼일회계법인, 아세아협동변호사사무소 등에서 근무), 최경수(중앙대 특임교수 : 삼일회계법인 고문 역임), 황경남(변호사 : 현재 법무법인 로월드), 민홍기(변호사 : 현재 법무법인 에이팩스)).
8. 조세심판원 결정에 대한 불신을 근절하기 위해서는 이해상충 논란이 발생하지 않도록 심판관 제척 기준을 더욱 분명히 하고,‘회피의무제도’를 도입하며, ‘기피신청’에 대한 보다 적극적인 수용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차제에 국무총리는 ‘이해상충’과 관련된 논란과 의혹을 불식시키기 위해 총리실 산하 각종 위원회 및 소속 기관들의 민간위원 구성, 경력 등에 대한 전반적인 실태조사와 제도개선 작업을 시급히 실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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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정부 = 자본가정부"임을 보여주는 규제개혁위원회 (2004. 12. 7)
서울신문 2004년 12월 7일자 기사에 규제개혁위원회에서 정리해고 요건을 대폭 완화할 것을 주문하였다는 기사가 나왔습니다(참고: 서울신문, 정리해고 쉬워진다). 기사제목에서 보이는 것처럼 정리해고에 초점을 맞추고 있지만, 저는 규제개혁위원회의 성격과 역할에 주목하고 싶습니다.
소위 규제개혁이라는 게 한국에서 본격적으로 논의된 것은 김영삼 정부가 출범한 이후였습니다. 신자유주의 세계화의 광풍 속에서 한국 또한 작은정부를 내걸고 규제 완화, 민영화(사유화), 시장화를 공언하였지만 제대로 진행되지는 않았고, 1997년 설치된 규제개혁추진회의를 통한 규제개혁작업 또한 단순하고 지엽적인 불편사항의 해소에 그쳤습니다. 이에 외환위기가 터진 후 출범한 김대중 정부는 신자유주의 개혁을 제대로 해보자는 기치아래 여러 가지 법령을 제정하고, 각종 위원회를 만들었는데, 1998년 제정된 행정규제기본법과 대통령 직속 자문기구인 규제개혁위원회가 그 대표적인 예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규제개혁위원회는 정부의 규제정책을 심의ㆍ조정하고 규제의 심사ㆍ정비 등에 관한 사항의 종합적 추진을 위해 설치한 것으로, 규제정책의 기본방향과 규제제도의 연구ㆍ발전, 규제의 신설ㆍ강화 등에 대한 심사, 기존 규제의 심사, 규제정비 종합계획의 수립ㆍ시행, 규제개선에 관한 의견수렴 및 처리, 각급 행정기관의 규제개선실태에 대한 점검ㆍ평가 등을 수행합니다. 중앙행정기관은 규제를 신설하거나 강화하고자 할 때 규제개혁위원회의 심사를 받아야 하고, 규개위의 심사를 받지 아니하고 규제를 신설 또는 강화할 수 없으며, 규개위의 규제 철회나 개선권고에 대해 해당 부처는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이를 따라야 합니다. 법령을 제ㆍ개정하는 경우에도 그 안에 규제가 포함되어 있다면 법제처로 가기 전에 규개위의 심사의견이 첨부되어야 합니다. 결국 '규제'에 관해서는 규개위가 최종심사권을 갖는다고 할 수 있고, 정부의 대부분의 정책들이 규제의 성격을 가지고 있음을 감안한다면 규제개혁위의 의결은 해당 부처의 거의 모든 정책추진에 실질적인 영향을 미치게 되는 셈이지요. 예를 들어 노사정 위원회에서 합의가 되었다고 하여도 규제개혁위원회가 다시 심사를 하여 이에 딴지를 놓으면 무효가 됩니다.
이와 같이 규제개혁이라는 이름하에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는 규제개혁위원회는 어떠한 성격을 가지고 있을까요?
12월 3일 본회의에서 '정리해고 요건 개선' 안건에 대한 심사를 통해 현행 근로기준법상 정리해고 요건 가운데 하나인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를 '경영상의 필요'로 개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의결한 것에서 드러나듯이 실질적으로 자본의 이해를 대변하고 있습니다. 규개위는 “고용안정과 정리해고 남용 방지를 위해서는 ‘긴박한’ 요건이 필요하다”는 노동부의 의견을 수용하지 않고, “현행 법상 ‘긴박한’의 의미가 모호한 데다 노동시장의 유연성 제고 등을 위해 관련 법 개정이 필요하다”는 기업측의 주장을 100% 수용하는 결정을 내린 것입니다.
사실 이런 규개위의 결정은 이미 구성상에서 예정되어 있던 것입니다. 위원 20명이 모든 부처의 대부분의 정책을 심의하게 되는데, 그 구성이 매우 편향되어 있는 것이죠. 우선 위원장을 보면 교육부장관 시절 신자유주의 개혁을 밀어붙여 공교육의 붕괴를 야기하는데 커다란 기여를 한 이해찬 국무총리와 박종규 (주)KSS해운 고문이 공동위원장을 맡고 있습니다. 그 동안 민간 위원장은 친기업적인 대학교수들이 주로 맡아왔는데, 4기부터는 아예 기업인사가 전면에 등장한 것입니다. 물론 박 위원장이 바른경제동인회 이사장 출신이긴 하지만, 모성보호, 노동기본권 문제 등에서 기업논리에 매우 철저한 글을 <조선일보> 등에 써왔습니다. 2001년 5월 6일자 <조선일보>의 '모성보호법: 여성취업 '장애' 된다'란 기고에서 그는 여성계의 모성보호 주장이 여성인력 활용이나 생산성 증가에 도움이 안 되는 것이라 비판하고, 여성계가 할 일이 따로 있다면서 술 교제·뒷거래 등 비정상적인 기업환경 개선, 육아휴가보다는 탁아소 건립 추진 등에 나서라고 촉구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6명으로 구성된 정부위원(재경부장관, 행자부장관, 산자부장관, 국무조정실장, 공정거래위원장, 법제처장)은 환경ㆍ노동ㆍ복지ㆍ인권 등과 관련된 부처의 인사는 한 명도 없고, 주로 경제부처가 주도를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12명의 민간위원들은 대부분 시장에 대한 무한한 신뢰를 가진 친자본 인사로서, 경제학적 마인드가 몸에 밴 사람들입니다. 김완순 외국인투자옴부즈만, 김상훈 국민은행 고문, 김종석 홍익대 경영대 교수(한국규제학회 부회장), 이영남 이지디지털(주) 사장(여성벤처협회회장), 정문수 인하대 국제통상학부 교수, 최성래 삼성석유화학 상담역, 제프리 존스 변호사, 강응선 매일경제신문 논설위원실장 등이 그러하고, 다른 4명(남영숙 한국교원대 교수, 김재옥 소비자시민모임 회장, 남궁근 서울산업대 행정학과 교수, 김유환 이화여대 법대 교수) 또한 기업애로사항 해결 위주의 규개위 분위기에 반발할 만한 사람들이 아닙니다.
정부규제는 보통 경제적 규제와 사회적 규제로 나뉩니다. 일반적 의미에서 경제적 규제란 민간경제주체의 자유로운 판단에 의한 경제활동에 정부가 직접 개입하여 사회적으로 바람직한 방향에 부합되도록 하는 인위적 행위이며, 특정산업분야에 대한 진입이나 생산제품 또는 서비스의 가격·품질 등을 규제하는 것으로, ① 독과점 금지 및 불공정거래 규제, ② 가격규제, ③ 진입규제·퇴거규제, ④ 품질규제 등이 있습니다. 그리고 사회적 규제는 기업의 행위가 기업 내부를 벗어나 사회적 영향을 미칠 때 이에 대하여 사회적 책임을 강제하기 위한 수단으로서 행해지는 것인데, 소비자 보호, 작업장의 안전과 보건, 환경보전과 공해규제 등이 있습니다. 이는 환경문제, 근로조건 등과 같이 삶의 질을 확보하고, 인간의 기본적 권리를 신장시키며, 경제적 약자를 보호하고 사회적 형평성을 확립하기 위해 중요하므로, 그 한도에서 자본의 무한정한 이윤추구욕구를 제한하고 규제하는 기준선으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규제완화란 무엇일까요? 규제완화(deregulation)란 '시장경제 주체의 활동에 대한 제한의 완화·폐지'로서, 주로 경제적 규제의 완화를 의미하며, 사회적 규제는 경제적 규제와 달리 어느 정도 범위를 축소하거나 적용을 완화시킬 수 있으나 완화가 완전히 이루어질 수 없는, 후퇴가 어려운 성격이 있다고 얘기됩니다. 그리고 규제의 완화·철폐 여부는 경제정의와 형평성의 실현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여부가 검토되어야 한다고 교과서에 언급되지요. 특히 한국의 경우 사회적 규제의 과다로 인한 경제활력 저하가 중요이슈로 등장하는 선진국과는 달리 사회적 규제의 과소현상이 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그런데 규제개혁위원회의 규제 심의는 경제적 규제의 완화에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사회적 규제의 완화까지 다루는 등 거의 제한이 없습니다. 사실 환경, 보건, 복지, 노동에 관한 규제는 바로 재벌과 자본의 이윤추구 논리와 직접적으로 부딪히기 때문에 불가피한 측면이 있습니다. 하지만 사회적 규제가 가진 성격은 완전히 무시되고, 규개위의 모든 결정이 자본의 이해에 따라 움직이는 것에 대해서는 우려하지 않을 수 없지요. 공기업 사영화, 민간위탁, 규제완화 등이 민간의 역량 제고, 자율성 강화를 명분으로 무차별적으로 진행되는 와중에 공공성의 담보, 보편적 서비스의 제공 등을 위해 공적인 통제가 필요하다는 점이 간과되는 것처럼 말이죠.
통계상으로도 1998년 8월부터 2004년 12월 현재 사이에 노동부, 문화관광부, 보건복지부, 식품의약품안전청, 환경부의 규제완화와 규제강화건수 통계를 살펴보면 140/87건, 97/11건, 226/79건, 80/45건, 207/151건으로 나타나고, 폐지규제와 신설규제 통계를 살펴봐도 132/83건, 158/74건, 771/165건, 132/21건, 169/143건으로 나타납니다(규제개혁위원회 규제등록통계 참고). 사회적 규제에 있어서도 완화규제와 폐지규제가 강화규제 및 신설규제를 압도하고 있는 것입니다. 아무리 사회적 규제에 있어서 그 기준의 비합리성 내지 비현실성이 문제가 된다고 하지만, 민중의 삶의 질과 직결되는 사회적 규제마저 함부로 완화ㆍ폐지시키고 있습니다. 각종 경제 규제를 완화하면서 분야별 특성을 무시한 해 경제 규제와 동일하게 식품안전 분야와 같은 사회적 규제도 무차별적으로 완화하였습니다. 특히 1990년대 들어와서는 OECD 국가들에서도 광우병 파동 등으로 식품 안전 분야 규제를 강화하는 상황인데도, 한국만은 규제를 완화해 왔습니다.
구체적인 예를 들어볼까요?
규제개혁위는 이미 그 동안 많은 문제를 일으켜왔다. 2002년 9월 청소년 흡연을 예방하려 담배자판기 철거·담배광고 규제 등을 담은 보건복지부의 '국민건강증진법'을 영업활동과 재산권 침해 등 기업이나 판매업주들의 불편을 들어 백지화했었다. 그 해 10월에는 주5일 근무제 도입 법안이 기업에 너무 큰 부담을 준다며 그 시기를 늦추라고 결정했고, 공해를 줄이려 자동차업계와 시민단체가 합의한 일부 경유차의 조기 단종도 효력이 없다고 무효 처리했다.
이보다 앞서 2000년에는 국민연금 직장가입자 혜택을 비정규직 노동자와 영세사업장 노동자들에게 넓히자는 법 개정안을 퇴짜놓았었다. 특히 직장인들의 건강을 보호하려 만든 산업안전·직업병 관련 법과 시행령 시행세칙 등 모두 70여건의 제도를 규제완화란 이름으로 손질했고, 300여건의 하위 규정도 풀었다. 예를 들어 현대 직장인의 '골병'이라 불리는 직업병 근골격계 예방 조항을 기업 요구에 맞게, 다시 말하면 '직장인들이 병에 걸리기 쉽게' 고쳤다. 그 결과 노동자 건강관련 규제가 완화된 지난 5년 동안 직장에서 일하다 다치거나 사망한 노동자가 58%나 늘었다. 노동자 건강을 지키는 일은 돈이 드는 일인데, 돈이 든다고 이것저것 다 풀어버리니 기업의 돈이 덜 드는 만큼 노동자들은 더 병들고 다치고 죽게 되는 것이다.
반면에 규제개혁위는 2003년 초 천민재벌체제를 개선하려는 상호출자 채무보증 금지 대상 기업을 완화해줄 것을 건의했고, 스포츠 중계방송에 가상 광고를 도입하기 위한 방송법 시행령 개정안이 시청권 침해와 방송사의 광고 독점이 심해질 것이란 지적도 아랑곳 않고 통과시켰다. (손낙구, 오마이뉴스, 대통령도 없는데 왜? 기업이 장악한 규개위)
그리고 쓰레기만두 파동을 기억하십니까? 국무조정실 산하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2004년 9월에 공개한 '식품분야 규제개혁 정책에 관한 평가 연구'라는 대외비 보고서에 따르면, 1998년부터 2003년까지 5년간 식품관련 규제는 모두 1백67건이 폐지 또는 완화됐고, 단 3건만 신설되었다고 합니다. 그것도 식품위생관리인제, 식품첨가물 사전제품검사제, 식품 운반ㆍ판매업자 위생교육, 제품검사 표시 등과 같이 식품 안전과 직결되는 것들이 대부분 폐지되었습니다. 또한 보고서는 "규제가 완화된 것은 67건에 달하는 반면, 강화된 기준은 14건에 지나지 않는다"고 하는데, 완화된 규제 중 자가 품질 검사 의무나 식품위생법 위반자에 대한 행정처분 기준 완화는 '쓰레기 만두' 파동의 큰 원인으로 지적되었습니다. "식품의 경우 규제 강화가 세계적 추세임에도 불구하고 국내에서는 식품위생과 안전의 근간이 되는 거의 모든 사항이 완화됐다"면서 "국민 건강을 위해 필요한 규제는 신설하거나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하는 보사연 보고서의 내용은 어디에 반영되었는지 궁금합니다. (참고, 프레시안, "정부 5년간 식품안전 규제 167건이나 폐지ㆍ완화")
규제개혁위원회 웹사이트(http://www.rrc.go.kr/)에 가보면 주요 메뉴 중의 하나로 '기업애로 신고'만 있을 뿐, 정부의 불필요한 규제로 인해 피해받는 노동자 서민의 목소리가 전달될 통로는 나와 있지 않습니다. 규제개혁위원회 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정부부처를 살펴보면, 기업고충처리센터, 기업애로상담센터, 기업애로처리팀, 기업애로해소신고창구, 기업신문고 등 자본의 비위를 맞추기 위한 기구는 샐 수 없이 많지만, 노동자 서민의 의견을 수렴할 수 있는 기구는 거의 없습니다. 노동부조차 노무관리부라고 할 수 있을 만큼 자본편향적이라는 것은 이번 공무원노조의 노동기본권 쟁취투쟁 과정에서도 잘 드러났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입을 열었다 하면 "기업하기 좋은 나라"를 외치는 노무현 정부에게 규제개혁위원회는 이를 관철하기 위한 좋은 수단인 것입니다.
10명의 국회의원을 가지고도 민주노동당이 노동자 민중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기 위해 노동, 환경, 복지 등과 관련된 법령 규정을 바꾸거나 새로 삽입하는 데에는 많은 어려움이 있습니다. 아니, 시민사회단체들과 함께 연대하여 공청회, 집회, 농성, 여론화 등 온갖 수단을 동원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상황은 악화되고 있습니다. 한나라당과 열린우리당 사이의 찰떡같은 공조하에, 1500만 노동자들을 전부 비정규직으로 만들려는 비정규직 개악안 통과 기도와 함께, 기업도시 입주기업에 대대적 감세를 허용하는 '조세특례법 개정안'이 제출되는 등 자본의 이해가 제대로 반영되는 국회는 말할 것도 없고, 정부의 각 부처나 관련 위원회 안에서도 주로 기업의 이해를 반영하는 관계전문가들과 관련 실ㆍ국장들이 모여 규제개혁추진단을 구성하고 규제의 신설ㆍ강화시 사전심사를 하는 등 규제완화를 위해 끊임없는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최종적으로는 규제개혁위원회에서 막강한 심사권한을 통해 기업의 이해에 맞지 않으면 이를 비토놓게 됩니다.
'정리해고 요건 개선'이라는 명목하에 기업이 마음대로 정리해고를 할 수 있도록 하는 주문과 함께, 노동부가 정리해고 때 사용자가 노동조합과 협의해야 하는 기간을 현행 60일에서 30일로 단축하기로 한 것에 대해서는 부처의견을 반영하는 규제개혁위원회!
규제개혁위원회의 눈부신 활약상을 보면 이 정부가 자본가 정부임을 추호도 의심할 수 없습니다. 비정규 관련 개악법안을 둘러싸고 첨예한 계급투쟁이 벌어지자, 노동자들을 '이익집단'으로 몰아붙이며 교묘한 논리로 자본의 이익을 옹호하는 것으로 모자라, 여론의 눈치를 보면서 주춤거리는 정부를 다그치며, 규제개혁이라는 이름으로 자본의 이해를 충실히 반영하고자 하는 저 세련된 국가기구를 보면서, 규제개혁위원회의 존재이유와 역할에 대한 의문을 넘어 국가의 본질에 대해 다시한번 생각하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