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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광주시 오포읍 신현리. 문형산 자락을 앞에 두고, 그림같은 전원주택들이 하나 둘 눈에 들어온다. 저마다 개성을 뽐내고 있지만, 그 중에서도 특히 눈에 띄는 세 가구. 오순도순 모여 둥지를 틀었다. 세 집의 집주인들은 모두 친구들. 대학 동창인 남편들이 ‘도원결의’해 한날 한시에 이곳에 모여 살게 됐다. 멀리서도 한눈에 보이는 초록색 집이 권대기·소윤숙씨 집, 그 옆 집이 이동훈·안은주씨 집이고, 그 아랫집이 서병곤·오두남씨 집이다. 마당을 같이 쓰기 위해 부러 ‘ㄱ’자로 배치했다. 모두 남향인데다 문형산이 훤히 내다보이는 곳에 자리잡은 터라, 세 마리 학이 단정히 내려앉은 모습이다. 바람도 쉬어가는 한가로운 여름 한 낮, 남편들은 모두 회사에 나가고 부인들만 집에 있다. | ||||
아파트 처분하고 과감히 전원행 결심 마침 소윤숙씨와 친정어머니인 황우선씨가 텃밭을 손보고 있다. 아직 도시생활의 티를 완전히 벗은 것은 아니지만, 전원에서의 넉넉한 삶이 모녀의 얼굴에 가득하다. 소씨는 지금도 지난 2월 19일의 일이 잊혀지지 않는다. 아파트를 처분하고 과감하게 전원에 들어오게 된 ‘역사적인 날’이기 때문이다. 30대 중반인 이들 세 부부가 비교적 이른 나이에 전원행을 결심하게 된 것은 우연찮은 계기로 인해서다. 남편들이 워낙 절친한 친구 사이인지라 평소에도 자주 어울렸던 이들은, “나이 들어서는 전원주택을 구해 같이 모여 살자”며 술잔을 부딪히곤 했다. 그러던 것이 지난해 여름, 남편들끼리 의기투합해 무작정 전원행을 결심하면서부터 일은 급물살을 탔다. 처음 소씨를 비롯한 부인들은 시골생활이 자신없어 반대했지만, 우여곡절 끝에 결국 전원행에 몸을 싣게 됐다. 그때부터 세 부부는 주말이면 출퇴근이 가능한 서울 인근 지역으로 땅을 보러 돌아다녔다. 세 가족이 함께 살 땅으로 오포읍이 정해지면서, 이들 부부의 본격적인 집짓기가 시작된다. 초록색의 소씨 집과 그 옆의 안씨 집은 ‘나무와 집’이 시공했고, 오씨 집은 건축업에 종사하는 시아버지가 직접 지어주었다. | ||||
집짓기를 시작하면서 이들 세 가족은 머리를 맞대며, 한 가족처럼 지내는 날이 많았다. 그래서 이사는 2월에 했지만, 마치 1년 이상 같이 산 것처럼 느껴진다. 게다가 도화지 위에 그림을 그리듯 각자 손수 집을 설계한 까닭에 자신의 집에 애정도 많다. 소씨는 특히 외관을 초록색으로 선택해 위험을 감수해야 했지만, 다 짓고 나니 동화 속의 집처럼 예쁘기만 해 마음도 뿌듯하다. 소씨 모녀가 텃밭을 가꾸는 동안, 옆집의 안씨와 잠시 쉬러온 그의 친정어머니가 마실을 나온다. 뿔뿔이 흩어져 살 때는 단출한 가족이었지만, 이곳에 오면서부터는 너나없는 대가족이 됐다. 소씨 집에는 부부와 아이 두 명 그리고 마산에서 올라온 친정부모님을 합쳐 총 여섯 식구가 산다. 안씨 집은 부부와 아이를 합쳐 세 식구가, 오씨 집은 아이들이 두 명이 있어 네 식구가 산다. 그러니까 마당을 사이에 두고 총 열 세 명이 모여 살고 있는 셈이다. 전원에서의 삶이 늘상 그렇듯 때때로 친구들이 찾아오거나, 가족친지들이 놀러와 함께 모이는 수는 들쭉날쭉이다. 사람들이 많다보니 재미있는 일도 많고, 사람 사는 냄새도 솔솔 난다. | ||||
도시에서 살 때는 느낄 수 없던 공동체적 삶도 누리며 산다. 계란이나, 밀가루 등 먹거리가 떨어지면 서로 꿔가기도 한다. 아예 몇 개를 한꺼번에 사놓고 서로 돌려가며 먹을 때도 많다. 무엇보다 아이들이 좋아한다. 이 집 저 집, 가리지 않고 뛰어 놀고, 아무 집에서나 밥 먹고 논다. 자연과 벗하며 공동체적 삶 누려 강렬한 햇빛이 마당에 쏟아질 무렵, 오씨가 아이를 데리고 집 밖으로 나온다. 세 가족이 마당에서 만나는 순간이다. 서로가 잘 아는 까닭에 별다른 인사도 없이 마주보고 그저 웃기만 한다. 소씨와 안씨, 이씨가 안씨 집의 데크 위에 앉아 도란도란 대화를 나눈다. 그 사이에 친정어머니들은 텃밭에서 점심상을 위해 채소를 뜯는다. “이곳은 아이들 천국이에요. 처음에는 걱정했는데, 너무 잘놀아요. 공동생활도 익히고, 이웃 간의 정도 두터워져 그야말로 살 맛 나는 곳이지요.” “TV도 잘 안나오지만 하나도 안 아쉬워요. 부부간에 대화도 많이 하고, 밤이면 달에 젖어 술 한잔 나눌 여유도 있지요.” “예전에는 주말에 밖으로 나가 놀았는데 지금은 밖에 나갈 필요가 없어요. 가족끼리 마당에 앉아 놀면 그만이잖아요.” “오히려 이곳에 와서 주변 이웃들과 더 사귀게 되고 친해졌어요. 아파트에 살 때보다는 마음이 더 열리더라구요.”
전원생활을 하면서 세 가족은 여유가 생겼다. 자연이 삶이고, 삶이 자연 그 자체다. 자연에서 배우는 삶의 지혜도 귀중한 체험이 된다. 아이들은 아이들대로, 어른들은 어른대로 전원에서의 삶을 즐긴다. 퇴근한 남편들은 눈만 마주치면, 자연과 집을 벗삼아 술 한잔 기울인다. 아침이면 뻐꾸기도 울고, 산새소리도 들린다. 밤 사이 산에서 내려온 안개가 자욱하게 깔리기도 한다. 그럴 때면 자연이 주는 선물에 그만 넋을 빼앗기곤 한다. 아이들도 마찬가지다. 안씨의 아이는 자작곡을 지어 목청껏 노래를 부른다. “울도 담도 닿지 않는 그림 같은집. 나도 어른이 되면 아빠처럼 손수 집을 지어 살거야...” | ||||
소씨와 친정어머니 황씨는 텃밭을 가꾸는 재미도 쏠쏠하다. 상추, 파, 치커리, 토마토, 딸기 등을 심어 서로 나눠먹는다. 텃밭은 모두의 소유다. 올 여름에는 마당 한 켠에 정자도 들여놓을 작정이다. 그리하면, 세 가족이 모여 앉아 또 다른 추억을 새록 새록 엮어갈 것이다. 텃밭을 손보고, 이야기에 정신 없는 사이, 어느 새 점심시간이 훌쩍넘었다. 텃밭에서 난 재료들로 소씨의 어머니가 소담한 점심상을 내놓는다. 산채비빔밥이다. 다도를 즐기는 소씨의 어머니는 늘 이곳에 온 걸 잘 했다는 생각을 한다. 그래서 앞으로 이 곳 생활을 바탕삼아 펜션을 운영해 볼 계획이다. 산채비빔밥에서 그윽한 자연의 맛이 풍긴다 시간이 어떻게 가는 줄도 모른다. 사실, 전원에 살면서 시간도 잊었다. 시간은 그저 도시에서 살 때나 챙기던 일이다. 곧, 학교를 파한 아이들이 집으로 돌아올 시각이다. 퇴근을 할 남편들도 도시의 번잡함을 벗고 가족과 친구, 자연이 가득한 집으로 돌아을 것이다. 물장난을 치던 오씨의 아이는 나른한 낮잠에 빠져있다. 어디선가 산새 소리가 들리고, 바람이 집 앞의 풍경을 건드린다. 한 마당 세 가구가 모여 앉은 문형산 자락에 여름한 낮의 햇살이 가득 비추고 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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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좋은 게시물이네요 스크랩 해갈게요~~~`
좋은 게시물이네요. 스크랩 해갈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