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민하며 기도하며
2002년 서부 2기 아버지학교를 수료한 이후 지금까지 한 가지 깊은 생각으로 고민하며 기도해 온 제목이 있다.
그것은 학원아버지학교.
이 땅의 학부형과 교사들을 대상으로 학교 안에서 아버지학교를 개설하는 것인데 4월 19일부터 5월 15일 스승의 날까지 현대고등학교에서 1차 학원아버지학교가 시작되는 것이다.
누구보다도 더 이 학원아버지학교의 중요성을 알고 필요성을 알고 있는지라 어디에서 강의를 하든 이 아버지학교를 언급하지 않은 때가 없었다. 현재는 전체 계획을 짜고 기도하는 중이었다. 그런데 내가 섬길 분야에 대한 확신을 가질 수가 없었다.
진행자, 조장, 관리 등등 아직 스탭들이 결정되지 않았고, 또 구체적인 계획안이 나온 것도 아닌데 나는 마음 가운데 거룩한 부담감을 가지고 있었다. 그것은 학교 안에서의 아버지학교를 개설하게 해달라고 기도하며 오고 있었기 때문이고, 내가 원했던 영훈고등학교가 시작은 아니지만, 하나님의 뜻은 강남의 현대고등학교로 응답 주신 것이기에 순종해야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던 것도 사실이다.
기독학생들을 중심으로 한 학교에서의 기도모임, 성경공부, 예배, 점심찬양 등은 분주하기는 해도 부담이 되는 것은 아니었다. 일차적으로 나의 사역지는 학교이고 또 우리 아이들이 가장 소중했기 때문이다. 아이들과의 생활은 내가 힘을 얻고 공급되는 통로의 역할이 되고 있다.
그런데 학교에서는 금년 <영훈학원40년사>라는 초, 중, 고 연합사료집을 발간하는 해라 사실 이것저것 신경을 쓰기가 어려운 지경이었다. 3년 동안의 결실이 금년 마무리 되어야 하는 것이라 더 부담이 되었고, 그 총괄 책임을 내가 맡아 진행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당연히 하나님의 일을 먼저 하는 것이 우선인데, 그렇다고 학교의 일을 그만둔다고 할 상황도 아니었다. 하나님이 자연스레 끊어주시려나, 아니면 알아서 해결해주시려나, 아니면 둘 다 감당할 수 있다는 것인지.
아내를 통한 하나님의 음성
이런 고민을 안고 있던 중 어느 날 저녁에 아내와 자리를 같이 했다. 나는 아내에게 물었다.
"여보, 당신 내가 요즘 고민하고 있는 것 알지? 어쩌면 좋을까. 학원아버지학교 말야. 요즘 그 프로젝트를 구성하고 있는데 내가 어느 분야를 섬겨야 하는 것이 정말 하나님이 원하시는 것인지 말야. 학교 일도 알지? 40년사 편집하는 것 말야. 올해가 마지막 해잖아. 사실 시간이 무척 빡빡하네."
아내는 담담하게 말했다.
"여보, 당신이 기도했던 제목 아냐? 그리고 학원아버지학교를 어떤 식으로든 섬겨야 하는 것도 맞지? 그리고 하나님이 당신에게 주신 은사가 무엇인지 한 번 생각해보면 좋겠는데. 여기저기 강의 다니게 하시는 것이 정말 이런 때를 대비시키신 것 아닐까? 당신이 진행자로 나서는게 좋을 것 같아."
기도하는 아내를 동역자로 둘 때에는 때로 명쾌한 하나님의 음성을 전해들을 수 있어 좋다. 더욱이 아버지학교의 사역은 아내와 가족의 기도가 절대적이 아닌가.
"그렇구나. 맞아. 당신 말이 맞아. 하나님이 우리의 기도에 응답하신다는 것. 기독학생회에 봉고차도 주시고, 이 불경기에 이모저모 물질적으로도 채워주시는 것을 보면 우리를 정말 축복하시는 것 같아. 그리고 마태복음 6장 33절 말씀대로 하나님의 나라와 하나님의 의를 구할 때 모든 것을 더하신다고 했으니까, 당신 말이 맞아. 학교일도 다 풀어주시리라 믿어."
나는 아내의 입술을 통해 전해 들리는 말을 하나님의 음성으로 듣고 마음이 평안으로 가득 찼다.
아내와 이야기를 마친 후 서부 8기 준비 기도모임에 참여했다.
오랜만에 반가운 아버지학교 형제들과 자리를 같이 했다. 그리고 이내 가슴 깊이 뜨겁게 올라오는 마음으로 형제들과 함께 기도했다.
6. 형제님들의 적극적인 스탭 자원을 필요로 합니다. 더욱이 이 땅의 교사출신 수료자 형제님들을 찾아내는 일도 병행합니다. 지방의 형제님들은 더욱 도와주십시오.
7. 가정의 회복이 일어나지 않는다면 학교의 교육은 아무리 애를 써도 반쪽입니다. 무너진 공교육을 회복시키며 나아가 학원의 복음화 메세지를 주신 하나님의 뜻에 순종하는 저와 여러분들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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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기도모임은
2/17 화요일 저녁 7시 30분
현대고등학교 교장실(교장 김두성 형제)입니다.
형제님들을 사랑하고 환영합니다.
병아리 교사
올해도 새 학년도에 신규 임용되는 발령예비교사들에 대한 강의가 서울교육연수원에서 있었다. 사흘 동안 그리고 100분씩의 강의였는데, 내가 해야 할 분야는 생활지도와 학급운영에 관한 것이었다. 누구나 그리고 어떠한 경우에서든지 비슷하겠지만, 자신의 직업이나 삶에 대해 처음에 누구를 만나 인도함 받는가 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이다. 특히 예비교사들에게는 더한 의미가 있다. 그분들이 바로 학교 현장에서 학생들에게, 나아가서는 아이들의 가정과 이 사회에 직간접으로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변화하는 교사
모두 나처럼 기독교 신앙을 가진 분들이 아니었지만 나의 학급운영이나 생활지도는 기도가 바탕이 되지 않는 것이 없기에 자연스럽게 신앙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래서 어떤 만남보다 더 기도로 준비하고 실제적인 예를 고민하며, 또 그동안 학생들과의 생활을 담은 비디오 영상을 편집했다. 마음 깊은 곳에 1989년 전교조와 함께 교사 생활을 시작했던 내 모습을 통하여 비판과 투쟁으로 구조를 개혁하고자 했던 나의 초년 교사 시절이 현재 15년 된 교사로서 투영해 볼 때, 우리 후배 교사들에게 무엇보다 먼저 소중한 것은 학생에 대한 열정과, 또 문제가 있다고 하는 아이들과 어려운 아이들에게 소망을 심어주는 역할이 아닐까 싶다.
아이들과 함께 호흡을
세 반으로 나뉘어진 강의 시간마다 기쁨과 감동, 눈물이 있었다.
근육병을 앓던 중 믿음으로 시한부 인생을 극복하고 살아난 문석이와 현욱이, 자폐증에서 회복된 유빈이, 자궁종양으로 갔다가 회복된 혜준이, 그리고 이모저모로 예수님을 만나는 아이들, 왕따, 담배 피는 아이들, 청소, 체벌, 도난사건 등 다양한 학교의 이야기를 나눌 때면 웃고 울고 예비교사들과 나는 어느덧 아이들을 구심점으로 하나가 되어 있었다. 그 가운데는 기독교사를 꿈꾸는 분들이 꼭 있었다. 그리고 그렇지 않다 하더라도 전교조 교사에서 기독교사로 바뀌어가는 과정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전개해나가는 나의 모습에서 한 사람이라도 기독교사의 위상을 그리고 그 사명을 전달받게 되리라는 확신이 있었다.
행복하셔야 해요
선생님들은 가정의 회복을 위한 학교 현장에서의 '아빠가 사랑스러운 스무 가지 이유'를 통해 여러 이야기를 듣고 당신들의 아버지가 생각났는지 많은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다. 그들에게 나는 이렇게 말했다.
"여러분! 여러분들은 정말 행복하셔야 합니다. 그래야 우리 아이들이 행복해집니다. 우리 사회가, 그리고 민족이 행복해집니다. 여러분들은 사랑과 행복을 전달해야 하는 사람들이기 때문에 정말 행복하셔야 합니다. 저는 예수님을 믿기에 항시 하나님의 사랑으로 행복하답니다. 여러분들은 어떠세요? 행복할 자신이 있으신지요?"
감동의 눈빛으로 뚫어지게 쳐다보는 선생님들의 눈망울을 잊어버릴 수가 없다. 그 처음의 눈망울이 퇴색되지 않고 끝까지 갔으면 좋겠다. 교사 매너리즘이나 게으름에 빠지지 말고 항시 학생들보다 먼저 앞서가며 변화하는 교사들이었으면 좋겠다. "제가 포기하기 전까지는 포기하지 마셔요"라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는 교사들이었으면 좋겠다.
제가 스승입니다
나는 강의 끝 마무리에 이렇게 말했다.
"여러분 이 순간 여러분들과 제가 한 가지 고백을 했으면 좋겠습니다. 부끄럽지 않은 교사로서 다짐을 하는 시간을 가지려 하는데 괜찮으신지요?"
선생님들은 모두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모두 자리에서 일어나도록 했다. 그리고 오른손을 왼쪽 가슴에 살며시 올리도록 했다.
"여러분! 이제 눈을 감고 조용한 목소리로 저를 따라하시기 바랍니다. 지금부터 우리가 교사임을 고백하는 시간을 가지려 합니다. 여러분들의 마음 속에 외치시고 앞으로 교사로 살아가시면서 절대로 오늘의 순간을 잊지 마시길 바랍니다."
모든 선생님들이 일어선 채로 눈을 감고 있었다.
"제가 스승입니다. 제가 스승입니다. 제가 스승입니다."
차례대로 '제가 스승입니다'를 외치며 따라하도록 했을 때 어디선가 "퍽!" 소리가 났다. 무슨 일인가 했더니 한 선생님께서 감정을 억제하지 못하고 소리내어 울어버리는 것이었다.
다른 분들도 모두 울고 있었다. 모두 '울보선생'이 되어 있었다.
나는 아버지학교에서 시작할 때 고백하는 "주님! 제가 아버지입니다."라는 구호를 약간 변경하여 고백하고자 했던 것이었는데, 하나님께서는 새로 부임할 선생님들을 동일한 은혜로 마음껏 축복하고 계셨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