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악산케이블카반대시민모임 발족 1년에 즈음하여
‘설악산케이블카반대시민모임’(이하 시민모임)이 발족된 지 벌써 1년이 지났습니다. 그동안 시민모임은 대청봉에 케이블카를 놓으면 안되는 이유에 대해 다양한 방법으로 알려왔습니다. 특히 최근의 환경스페셜 ‘설악산은 쉬고 싶다’를 통해 우리가 국립공원을 어떻게 바라보며 관리·보전해야 하는 지에 대해 많은 국민들의 공감을 얻고 있습니다.
수려한 경관과 귀중한 생태계를 보전하기 위해 설악산은 천연보호구역, 국립공원, 그리고 유네스코 생물권 보전지역으로 지정되어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오랫동안 설악산은 설악산에 기대어 사는 우리들에게 아낌없이 주었습니다. 우리들의 삶을 이끌어 주었고, 우리들의 삶을 풍요롭게 만들어 주었고, 자연의 경이로움을 통해 우리들의 삶을 감동으로 채워주었습니다. 그러한 설악산을 향해 우리는 또 끊임없이 요구하고 있습니다. 설악산 정상, 대청봉에 15m 높이의 5층 건물이 들어서고, 8인승 곤돌라 90대가 4.71km 쇠줄에 매달려 운행되는 설악산 풍경이 펼쳐질 것을 ‘시민모임’은 심각히 우려합니다.
그래서 우리는 경제적 타당성조차도 의심받고 있는 케이블카 사업이 아닌, 설악산의 자연생태계 보존과 가치를 위해 정부의 국립공원에 대한, 설악산에 대한 그릇된 개발 정책이 아닌 올바른 체계적 관리를 주문하고, 설악산을 둘러싼 모든 지역의 지역민들의 마음을 모아 설악산의 자연경관 생태적 가치를 살려나가는 일에 함께 하고자 다음을 제안합니다.
첫째, 우리 모두 ‘설악’의 입장에서 설악산을 바라볼 것을 제안합니다.
설악산 정상은 해마다 40만명 이상의 인파가 찾아옵니다. 어두운 밤이 되어도 잠들 수 없습니다. 제한없는 탐방객으로 등산로의 흙이 파헤쳐지고, 나무뿌리는 속살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오랫동안 우리에게 아낌없이 주었지만 ‘설악’에게 돌아온 것은 끊임없이 우리에게 시달리는 것이었습니다. 그동안 설악산이 우리들의 삶을 보살피고 돌봐주었다면 이제는 우리가 설악산을 보살피고 돌보아야만 할 때입니다. 설악산이 망가지고 쓰러진다면 어쩌면 우리들의 삶도 마찬가지가 될 것을 예감합니다. 그만큼 설악산에 기대어 사는 우리에게 설악산은 ‘어머니’라고 부를 만큼 우리의 삶을 의지해 온 너무나 큰 존재라는 것을 부인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둘째, 설악산을 둘러싼 지자체는 ‘설악’의 입장에서 설악산을 지키고 살릴 수 있는 방안을 함께 모색할 것을 제안합니다.
설악산은 속초시, 양양군, 고성군, 인제군으로 둘러싸여 있습니다. 그리고 각 지자체는 설악산을 이용하는데 있어서 각기 다른 모습으로 다른 내용으로 달리 접근하고 있습니다. 개발을 통한 이용과 설악산이 품고 있는 생태과학적 가치를 살려 이용하려는 모습이 혼재하여 설악산은 혼란 속에 헤매고 있습니다. 여전히 설악산을 어떻게 이용할 것인지에 대해서만 논란이 분분합니다. 그러나 진정한 ‘지속가능성’은 ‘설악’의 입장에서 생각하는데서 시작될 것입니다. 현재 설악산이 처해있는 상황을 설악산의 입장에서 바라보고 이해하는 가운데 설악산을 지키고 살릴 수 있는 방안이 모색되어야 하며 그것이 설악산에 기대어 사는 우리가 살 수 있는 방법일 것입니다. 설악산을 둘러싼 4개 지자체는 설악산을 지키고 살릴 수 있는 방안 모색에 각개 전투가 아닌 공동의 노력을 하기 바랍니다.
셋째, 양양군은 케이블카 사업을 철회하고 오히려 설악산 주변의 4개 지자체와 함께 설악산을 세계자연유산으로 등재하기 위한 노력을 시작할 것을 제안합니다.
설악산은 이미 1996년 정부 주도로 세계자연유산 등재를 추진하다가 주민들의 반발로 세계자연유산 등재 신청을 철회한 바가 있습니다. 그러나 아픈 과거를 딛고 설악산을 세계자연유산으로서의 가치를 충분히 살려나가는 운동이 공감을 얻고 있습니다.
제주도의 경우를 보면 2000년부터 케이블카 설치를 추진해 오는 과정 속에서 2007년 세계자연유산 등재, 2010년 세계지질공원으로 인정되며 결국 2010년 ‘케이블카 사업 타당성 검토를 위한 TF팀’의 의견을 받아들여 케이블카 설치 사업을 포기하기로 결정하였습니다. 그리고 제주도 세계자연유산관리단에 따르면 작년 제주도를 찾은 방문객은 지난해에 2006년과 비교하여 71.2%나 늘어났으며 외국인 탐방객은 3배 가까이 급증했다고 합니다. 우리는 제주도를 통해 배워야 합니다. 설악산이 부족한 점이 있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제주도에 이어 세계자연유산으로 가능한 유력한 곳입니다. 이러한 설악산의 가치를 오히려 살려나가야 합니다.
2011 년 12월 29일
설악산 케이블카 반대 시민모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