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츠한센 코리아 : 북유럽 가구로 ‘감성 인테리어’ 시장을 열다
윤경혜 | K 2023.01.30
롱블랙 프렌즈 K
‘스칸디나비아Scandinavia*스타일’, 집꾸미기 좋아하는 분은 한번쯤 들어보셨죠. 북유럽의 미니멀리즘 인테리어를 말해요. 화이트, 블랙, 그레이같은 무채색 계열의 벽지와 가구에, 원목 협탁이나 파스텔톤 카펫으로 따뜻한 느낌을 더하죠.
*북유럽에 있는 반도의 이름. 노르웨이, 스웨덴, 덴마크가 이곳에 위치한다.
유행한 지 10년이 넘었지만 여전히 ‘주류 트렌드’예요. 이케아IKEA의 3만원짜리 서랍장부터 루이스폴센Louis Poulsen의 120만원짜리 거실등까지, 선택의 폭도 다양해졌죠.
북유럽 트렌드의 중심에 프리츠한센Fritz Hansen이 있습니다. 덴마크 대표 가구 브랜드예요. 2020년 한국 지사를 세운 뒤 3년 만에 연매출이 10배로 성장해, 아시아 지역 매출 1위에 올랐습니다. 최근 성황리에 마친 150주년 기념 전시는 48일 동안 5만2000명, 하루방문객만 평균 1000~3000명이 몰렸죠.
윤경혜 눈이부시게 대표
이케아가 북유럽 가구의 관문이라면, 프리츠한센은 ‘메인 스테이지main stage’예요. 전 이렇게 생각합니다. 쉬운 조립과 저렴한 가격으로 눈 뜬 사람들이, 이젠 고급 가구에 눈 돌리고 있어요.
튼튼한 내구성과 독창성이 강한 디자인. 프리츠한센이 이케아와 구별되는 차별점입니다. 몸을 안락하게 감싸는 에그Egg 체어부터, 잘록한 허리와 넓은 등받이가 대비를 이루는 앤트Ant 체어까지. 유럽에선 “프리츠한센 가구는 3대가 사용한다”는 말이 있죠.
유행이 빠르게 바뀌는 국내 가구 시장에서, 프리츠한센은 어떻게 ‘북유럽 트렌드’의 대표 주자로 자리매김했을까요. 이수현 프리츠한센 코리아 지사장을 만나 전략을 들었습니다.
Chapter 1.
덴마크 목수가 디자이너와 차린 ‘협업 전문 가구회사’
프리츠한센은 1872년 덴마크에서 출발했어요. 나무 캐비닛 메이커인 프리츠 한센이 코펜하겐Copenhagen*에 작업장을 마련해 ‘개인 맞춤용 가구’를 만든 게 시작이었죠.
*덴마크의 수도
한센은 덴마크 시민에게 ‘안락한 가구’가 필요하다고 생각했어요. 덴마크 전통 가구는 무겁고 값비싼 원목 프레임으로 만들었거든요. 딱딱한 직선의 나무 의자는 오래 앉아있기 불편했죠.
그래서 ‘곡선’을 고집합니다. 덴마크 최초로 목재를 스팀 벤딩steam bending 기술*로 구부려, 곡선형 의자를 만들었죠.
*목재를 증기로 쪄서 휘게 만드는 기술. 단풍나무·떡갈나무 같은 단단한 나무도 곡선으로 성형할 수 있다.
백조의 둥근 몸통을 닮은 스완Swan부터, 개미 더듬이 모양의 앤트Ant, 물방울 모양의 드롭Drop까지. 프리츠한센의 가구는 대부분 곡선이 강조된 디자인이에요. 한센은 덴마크의 대강당이나 법원, 구내식당 같은 공공기관과 사옥에 의자를 보급했어요. 딱딱한 공간에 부드러운 곡선의 의자가 지루한 분위기를 환기했죠.
프리츠 한센은 자신이 잘하는 분야와 못하는 분야를 철저히 구분했습니다. 한센 가문은 대대로 수공예 제작 기술을 연마하고, 제품 디자인은 외부 디자이너에게 모두 맡겼죠. 아르네 야콥센Arne Jacobsen, 베르너 팬톤Verner Panton, 한스 베그너Hans Wegner 같은 유럽의 유명 디자이너에게 지휘권, 지식재산권을 위임했어요.
프리츠한센이 지금의 D2C 가구 브랜드로 자리잡은 건 1979년부터입니다. 가구 유통사 스칸디나비스크 홀딩스는 한센 가문이 보유한 75%의 회사 지분을 인수하고 전략을 새로 짰어요. 덴마크 전역에 매장·전시장을 만들고 ‘10년 보증 제도’를 앞세워 제품 무상 수리를 지원했죠. 이듬해 미국 진출을 시작으로, 80개국으로 유통망을 넓혀나갔습니다.
프리츠한센이 사업 초기 원목으로 만든 의자. 대부분의 디자인이 현재까지 그대로 이어져오고 있다. ⓒ프리츠한센
Chapter 2.
북유럽 조명에 어울릴 가구가 필요했다
프리츠한센이 한국에 들어온 건 2000년대 초예요. 서울 청담동·논현동의 수입 가구 매장에서 몇몇 의자와 식탁이 선보였죠. 이때만 해도 브랜드를 알아보는 사람이 얼마 되지 않았어요.
프리츠한센이 이름을 알린 건 2002년, ‘루이스폴센과 어울리는 가구’로 소개되면서예요. 덴마크 조명 브랜드 루이스폴센은 당시 ‘PH 램프’로 인테리어 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었어요. 수입사 ‘황덕기술단’이 청담동에 루이스폴센 단독 쇼룸을 열 정도로 말이죠.
그런데 쇼룸이 너무 휑했던 거예요. 어울리는 가구를 놓아야 했죠. 루이스폴센 본사가 이때 프리츠한센을 추천합니다. 황덕기술단은 프리츠한센의 테이블과 의자를 루이스폴센 조명과 함께 연출했죠.
반응이 뜨거웠어요. 한국 고급 가구 시장을 화려한 이탈리아 가구가 독점하다시피 했던 때였어요. 선이 단순하고 색채가 투박한 북유럽 가구는 ‘발견’이었습니다.
루이스폴센의 PH 램프와 프리츠한센의 세븐체어가 나란히 연출된 쇼룸. ⓒ프리츠한센
“수입 가구는 비싸다”는 편견을 없애고 싶었다
북유럽 트렌드의 중심에 이수현 프리츠한센 코리아 지사장이 있었습니다. 이 지사장은 11년 동안 수입 가구 회사 세 곳을 거친 가구 무역 전문가예요. 루이스폴센을 수입하던 황덕기술단에서 처음 프리츠한센을 만났고, 이후 한남동 인테리어샵 에이후스, 논현동의 수입 가구 편집샵 보에를 거치며 프리츠한센과의 인연을 이어왔죠.
10여 년 동안 가구 시장을 지켜 본 이 지사장은 수입 가구가 ‘사치품’으로 여겨지는 게 아쉬웠습니다. 유명 해외 브랜드의 수입권을 독점한 유통사들은 가구 가격을 제멋대로 책정하곤 했대요. 가구 시장은 가성비로 승부하는 국산 제품 아니면 소파 한 대가 수천만원을 호가하는 수입산으로 나뉘었어요.
“국산 가구의 품질은 IMF 이후 많이 떨어졌다고 생각해요. 외국으로 생산 라인을 돌린 브랜드가 많았거든요. 그러면 수입 가구 수요가 늘어날 만했는데 시장이 커지질 않더라고요. 가격 거품 때문이라고 생각했어요. 수입 매장에서 본토 가격의 두세 배를 부르는 게 예사였거든요.”
때마침 프리츠한센이 2015년 이 지사장을 한국 총괄로 스카우트하고, 홍보와 마케팅 담당 직원을 충원했어요. 프리츠한센을 한국에 더 널리 알려주길 바랐죠.
“프리츠한센은 수입 가구 브랜드 중에서도 남다른 데가 있었어요. 일단 가격이 터무니없이 비싸지 않았어요. 유명 디자인의 의자도 30만~50만원이면 살 수 있었으니까요. ‘3대가 쓰는 브랜드’로 불릴 정도로 튼튼한 것도 마음에 들었어요. 휘게hygge라고 하잖아요. 집에서 보내는 안락한 시간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북유럽의 문화. 그 편안한 정서가 가구에서도 드러나는 느낌이었어요.”
이 지사장은 이 정서가 한국인들에게도 통할 거라고 생각했대요. 가족들이 함께 보내는 시간을 소중하게 여기고, 튼튼하고 오래 가는 물건을 선호하는 건 한국 사람들도 마찬가지니까요.
롱블랙과 인터뷰하는 이수현 프리츠한센 코리아 지사장. 브라질에서 자라고 대학에서 스페인어를 전공한 그는, 10년 넘게 해외 가구 브랜드와 국내 수입사의 소통을 담당하는 총괄로 지내왔다. ⓒ롱블랙
Chapter 3.
투명한 가격, 집 같은 쇼룸으로 고객층을 넓히다
프리츠한센의 한국 판매를 총괄하게 된 이 지사장은 두 가지 원칙을 세웁니다. 첫째, 소비자가를 덴마크와 똑같이 책정할 것. 둘째, 다른 가구 브랜드와 섞이지 않는 ‘단독 쇼룸’을 열 것.
유통사 설득이 쉽지 않았어요. 수입 뒤 가격을 부풀리는 관행이 있었잖아요. “현지 가격대로 팔자”는 제안이 통하지 않았죠. 하지만 이 지사장은 유통사가 정보를 독점하는 시대는 끝났다고 생각했대요.
“한 줌 밖에 안되는 고객으로 밥그릇 싸움하지 말자고 했어요. 시장을 키우자고요. 소비자가 달라졌거든요. 인터넷엔 가구 커뮤니티도 생겨나고, 북유럽을 다녀온 사람들도 많죠. 가격이 투명해져야 더 많은 고객을 끌어들일 수 있다고 봤어요.”
제안을 받아들인 유통사부터 고객 반응이 왔어요.
“수입 가구치고는 가격이 저렴하다는 소문이 나기 시작했어요. 예전엔 보이지 않던 고객층이 오기 시작하더라고요. 20, 30평대 아파트에 사는 중산층 가족, 신혼 부부, 집 꾸미기 좋아하는 대학생… 덴마크에서 프리츠한센을 사는 이들과 비슷한 고객군들이었죠.”
유통사는 이 지사장이 총괄로 일한 지 2년 만인 2017년 7곳으로 늘어납니다. 이 지사장은 다음 스텝을 밟았어요. 모든 유통사의 매장에 ‘프리츠한센 단독 쇼룸’을 마련한 거예요. 2023년 현재 21곳이 있죠. 왜 쇼룸이 필요했을까요?
“서로 다른 브랜드의 가구가 한 공간에 섞여 있는 걸 상상해보세요. 매력적이지가 않아요. 브랜드가 어떤 라이프스타일을 제안하는지 고객이 알 수가 없거든요. 제품들이 기능이나 가격으로 각자 경쟁해야 하죠. 제품이 아니라 브랜드를 인지시키려면, 공간 전체에서 그 브랜드의 정체성이 묻어나야 해요.”
프리츠한센 쇼룸의 키워드는 하나예요. 덴마크의 집. 덴마크에서 볼 법한 거실과 침실, 서재를 연출하죠. 연한 회색의 카펫에 프리츠한센의 원목 테이블과 의자가 놓여 있어요. 화병엔 덴마크 장난감 회사 ‘레고LEGO’의 블록 꽃을 꽂아두기도 해요.
“쇼룸엔 마주보고 앉는 공간이 많아요. 사랑하는 사람과 이야길 나눌 때 어떤 느낌일지, 얼마나 아늑할지 상상하게 하는 거예요. 소파나 테이블 옆은 루이스폴센 조명으로 따뜻한 분위기를 한 번 더 잡아줘요. 누군가의 가정집에 온 것 같은 느낌이 가장 중요해요.”
2019년 서울 삼청동에 문을 연 프리츠한센 단독 매장 ‘하우스 오브 프리츠한센 서울’. 각각의 라운지마다 소재, 색채, 용도를 다르게 연출했다. ⓒ프리츠한센
Chapter 4.
화이트 테이블, 인스타그래머블한 아이템으로 포지셔닝하다
프리츠한센이 본격적으로 이름을 알린 건 2017년이에요. 슈퍼 엘립티컬 테이블Super Elliptical Table, 일명 ‘화이트 식탁’이 불티나게 팔리면서죠. 타원형 원목 상판을 흰색으로 코팅하고, 네 개의 다리는 철재로 만든 테이블이죠. 단순하고 실용적이에요. 화이트 식탁을 중심으로, 프리츠한센 테이블은 2017년 한 해 동안 1000개가 넘게 팔렸고, 5년 뒤인 2021년엔 5600여개*로 늘었습니다.
*한국 공식딜러사가 매입한 수량을 토대로 계산한 판매량. 직구·배송대행 업체를 통한 판매량은 집계되지 않았다.
세일즈 포인트는 ‘사진 찍기 좋은 배경’이에요. 특히 음식 사진에 적합했죠. 흰색 식탁에 음식을 놓으면 환하고 선명하게 보이거든요. 인스타그램에 자랑하기 좋죠.
이 지사장은 쇼룸마다 화이트 식탁을 진열했어요. 라미네이트 코팅 덕분에 국물이 튀어도 오염되지 않는다, 얼룩질 일이 없다는 점을 고객에게 강조하도록 했죠.
“원래는 ‘흰색 식탁’에 거부감을 느끼는 분들이 많았어요. 김치 국물이 묻는다, 누래진다면서요. 몇 년 사이 인식이 바뀌었어요. 공간 분위기를 살리는 가구에 주목하기 시작한 거죠.”
이 지사장은 화이트 식탁의 인기를 ‘가구 시장의 변곡점’이라고 정의해요. 기능 중심에서 취향 중심으로 바뀌었단 거예요.
“한국 소비자들이 가구의 색이나 소재에 대한 편견을 지워나가는 걸 느껴요. 스틸 다리 식탁이 불티나게 팔리고, 유럽은 사무실에서만 사용하던 USM 서랍장이 TV 받침대로 쓰이죠. 이젠 아시는 거예요. 옛날처럼 스틸이 녹슬지도 않고, 식탁이 하얗다고 더러워지지도 않는단 걸요. 가구를 맘놓고 취향껏 살 수 있게 된 거죠.”
‘수유 의자’로 불리는 에그 라운지 체어Egg-Lounge Chair도 인스타그램, 오늘의집에 자주 보이는 제품이에요. 의자 이름처럼 “달걀 껍질 안에 몸이 쏙 들어가는 느낌을 받는다” “아기와 보호자에게 안정감을 준다”는 후기가 많아요. 자취방이나 서재에 놓고 책을 읽거나 낮잠을 자는 사람들의 인증샷도 보이죠.
프리츠한센의 스테디 셀러 슈퍼 엘립티컬 테이블. 부드럽고 간결한 곡선을 알루미늄 엣지로 감쌌다. 집꾸미기 사진, 홈카페 사진의 유행과 맞물려 판매량이 매년 2~3배씩 늘었다. ⓒ프리츠한센
Chapter 5.
유행의 정점에서 ‘브랜드 헤리티지’를 고민하다
2022년은 프리츠한센이 150주년을 맞는 해였어요. 이 지사장은 기념 전시를 통해 프리츠한센의 역사를 소개하기로 합니다.
“2021년 들어 북유럽 가구 유행이 더 뜨거워졌거든요. 프리츠한센도 덩달아 ‘요즘 유행하는 가구 브랜드’로 인식되더라고요. 그러면 안 된다고 생각했어요. 그런 브랜드는 지속성이 없으니까요.
프리츠한센은 금방 쓰고 버릴 가구가 아니라는 것, 덴마크 사람들은 대대손손 물려주는 가구라는 걸 알려주고 싶었어요. 잘 만든 제품은 수십 년이 지나도 세련되다는 것도 보여주고 싶었고요.”
전시는 11월 중순부터 한 달 동안, 옛 서울역사인 ‘문화역서울284’에서 열렸어요. 기획을 앞두고, 이 지사장은 한국과 덴마크 문화의 공통점부터 찾습니다. 두 나라 모두 ‘장인’에 대한 존경심이 높다는 걸 발견했어요.
“프리츠한센의 가구 장인은 40~50년 동안 같은 의자를 반복해서 만들어요. 같은 제품인 것 같은데 디자인과 내구성이 아주 조금씩 달라져요. 집요하게 더 나은 결과물을 추구하는 거죠. 한국의 장인들도 그 마음가짐은 같았고요.”
이 지사장은 전시 총괄에 지자체의 공예 상품을 개발해 온 차정욱 디렉터를 임명합니다. 차 디렉터는 한국의 공예 장인 네 명, 디자이너 세 명과 ‘코리아 프로젝트’를 기획했어요. 프리츠한센의 가구를 한국의 공예 기술로 마감한 작품을 전시했죠.
국가무형문화재 정관채 염색장은 파랗게 염색한 무명을 조각보처럼 자르고 이어 붙여, 에그체어의 겉면에 씌웠어요. 서울시무형문화재 최정인 자수장은 스완체어에 꽃과 벌레가 나풀거리는 신사임당의 <초충도>를 수놓았죠.
전시 공간을 문화역서울284로 정한 것도 의도됐습니다. 한국 근현대사가 담긴 공간이라면 프리츠한센의 긴 역사가 좀 더 의미 있게 다가올 거라고 봤죠. 1층 대합실부터 중앙홀, 복도, 귀빈실까지 이어진 공간 전체를 프리츠한센 가구와 다큐멘터리 영상으로 가득 채웠어요.
“한국 공예와 서양 가구를 섞는 작업이 핵심이었어요. 양국의 장인이 ‘땀과 시간’으로 빚어올린 작품을 보여주고 싶었죠. 가구마다 스토리가 있으니 방문객분들께서 오랜 시간 머물러 주셨어요. 목적한 바를 이뤘다고 생각했죠.”
프리츠한센 150주년 기념 전시 중 ‘코리아 프로젝트’에 출품된 작품. 한국 공예 장인이 프리츠한센의 주요 제품을 커스터마이징했다. ⓒ프리츠한센
Chapter 6.
프리츠한센이 오피스 가구 시장을 노리는 이유
이수현 지사장의 다음 목표는 사무실입니다. 2021년 한남동에 기업 전용 쇼룸 ‘프리츠한센 라운지’를 열었어요. 기업 고객에 프리츠한센을 소개하는 게 목표입니다.
왜 사무실을 노렸을까요? 사무실은 프리츠한센의 ‘카피 가구’가 가장 많이 쓰이는 곳이거든요. 사무실용 가구는 보통 인테리어 업체가 한정된 예산 안에서 ‘가성비’를 따져 사들이죠. 유명 브랜드를 대놓고 베낀 디자인이 많아요.
카피 제조사에 소송을 걸기도 했어요. 그러다 이 지사장은 깨달았대요. ‘결국 소비자가 진짜와 가짜를 가려내는 안목을 가져야 하는구나.’ 기업 오너와 임원을 먼저 타깃으로 삼은 것도 그래서예요. 집에서 쓰던 가구를 사무실에도 놓고 싶어하는 이들이죠.
“직원 복지가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대잖아요. 대기업이 허먼 밀러 의자를 모든 사무실에 배치할 정도로요. 프리츠한센 의자를 회사 휴게실에 놓는 곳도 많아지고 있어요.”
유행이 아닌 시대 정신에 올라타는 법
문득 궁금했어요. ‘미드 센추리Mid Century’, ‘그래니스 코티지Granny’s Cottage’ 같은 가구 트렌드가 속속 생겨나고 있잖아요. 10년 가까이 인기를 끌고 있는 북유럽 스타일도 잠깐 스쳐 지나갈 유행은 아닐까요? 이 지사장은 “그렇게 보진 않는다”고 말합니다.
“북유럽 스타일은 일종의 ‘시대 정신’이라고 생각해요. 북유럽식 삶에 대한 동경이랄까요. 집에서 머무는 시간이 가장 소중하다는 믿음, 단순해 보이지만 편안하고 튼튼한 물건으로 집을 꾸미는 취향, 한번 산 물건을 쉽게 버리지 않는 습관. 이런 가치를 한국인들도 더 중요하게 여기고 있지 않나요. 그렇다면 자연히 북유럽의 브랜드들도 함께 주목받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서울 한남동에 위치한 기업 전용 쇼룸 ‘프리츠한센 라운지’에 연출된 업무 공간. 이 지사장은 기업 대표와 임원이 집에서 쓰던 수입 가구를 사무실에도 놓고 싶어하는 수요를 발견했다. 쇼룸엔 회의실부터 휴게실, 사장실 등의 사무 공간이 꾸며져 있다. ⓒ프리츠한센
롱블랙 프렌즈 K
사치품이라 불리던 수입 가구를 ‘3대가 쓰는 필수품’으로 브랜딩한 이 지사장의 전략이 인상 깊었어요. 오늘의 노트, 인상 깊은 이 지사장의 말을 메모해볼게요.
1. 프리츠한센의 인지도를 키우려면 유통사부터 설득해야 했다. 소비자가를 덴마크와 똑같이 책정해 거품을 없애자고 제안했다.
2. 멀티 가구샵보다 단독 쇼룸이 필요했다. 서로 다른 브랜드가 모여있으면, 브랜드가 어떤 라이프스타일을 제안하는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3. 프리츠한센이 ‘반짝 유행’으로 끝나는 걸 경계했다. 브랜드의 역사를 소개해야 했고, 150주년 전시로 숙제를 풀었다.
4. 북유럽 스타일은 시대 정신이다. 집에 머무는 시간이 소중하단 믿음, 한번 산 물건을 쉽게 버리지 않는 습관을 한국인도 중요하게 여기고 있다.
롱블랙 피플은 아주 오랫동안 쓰고 있는 물건이 있나요? 슬랙 커뮤니티에서 이야기 나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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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북유럽 인테리어는 2010년대 초 이케아를 중심으로 유행하기 시작했다. 무채색 벽지에 원목 테이블과 의자, 아늑한 패턴 카펫이 특징이다. ⓒ프리츠한센
프리츠한센은 가구 장인 한센 가문과 아르네 야콥센, 베르너 팬톤 같은 유명 디자이너의 협업으로 가구를 만들어왔다. ⓒ프리츠한센
프리츠한센의 의자는 덴마크의 대규모 시설에 보급되며 인지도를 쌓았다. 사진은 코펜하겐 그룬트비 교회에 놓인 처치 체어. ⓒ프리츠한센
프리츠한센의 스테디 셀러인 에그 체어. 북유럽 항공사인 스칸디나비아 항공의 고급 호텔 라운지에 놓을 의자를 의뢰받은 것이 계기가 됐다. 몸을 완전히 감싸면서, 얼굴 양옆을 가려 신변을 보호하는 역할을 했다. ⓒ프리츠한센
에그 체어는 다양한 디자인으로 커스터마이징 되며 명맥을 유지했다. ⓒ프리츠한센
프리츠한센이 사업 초기 원목으로 만든 의자. 대부분의 디자인이 현재까지 그대로 이어져오고 있다. ⓒ프리츠한센
프리츠한센의 인기 제품 중 하나인 세븐 체어. 나비 모양의 라미네이트 상판을 구부린 단순한 디자인에, 무게가 가벼워 대규모 시설용 의자로 쓰였다. ⓒ프리츠한센
롱블랙과 인터뷰하는 이수현 프리츠한센 코리아 지사장. 10년 넘게 가구 수입사에서 일한 그는, 수입 가구가 터무니없이 비싼 사치품으로 여겨지는 것이 안타까웠다. ⓒ롱블랙
2019년 서울 삼청동에 문을 연 프리츠한센 단독 매장 ‘하우스 오브 프리츠한센 서울’. 각각의 라운지마다 소재, 색채, 용도를 다르게 연출했다. ⓒ프리츠한센
지난 2022년 11월 열린 프리츠한센 150주년 전시 <Shaping the Extraordinary 영원한 아름다움> 48일 동안 5만2000명, 매일 1000명~3000명이 방문했다. ⓒ프리츠한센
지난 2022년 11월 열린 프리츠한센 150주년 전시 <Shaping the Extraordinary 영원한 아름다움> 48일 동안 5만2000명, 매일 1000명~3000명이 방문했다. ⓒ프리츠한센
자수장 최정인의 초충도가 수놓여진 스완 체어. ⓒ프리츠한센
정수화 칠장의 옻칠, 나전 기술이 더해진 프리츠 한센의 PK0 A 체어. ⓒ프리츠한센
정관채 염색장이 에그 체어에 감쌀 짙은 쪽빛 무명을 염색하고 있다. ⓒ프리츠한센
프리츠한센이 2021년 서울 한남동에 문을 연 ‘프리츠한센 라운지’. 비즈니스 전용 쇼룸을 꾸며놓았다. ⓒ프리츠한센
프리츠한센이 2021년 서울 한남동에 문을 연 ‘프리츠한센 라운지’. 비즈니스 전용 쇼룸을 꾸며놓았다. ⓒ프리츠한센
프리츠한센 제품이 여러 상업 공간에 배치된 모습. ⓒ프리츠한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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