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신마취하의 지각과 기억
마취의 기본요소로는 무통(analgesia), 무반사(arefexia), 기억상실(amnesia), 근이완(muscle relasation)으로서 전신마취는 각성이 없는 상태를 의미한다.
그러나 실제로 마취시 통증을 동반한 회상(recall, coscious awareness)이나 통증을 동반하지 않은 회상이 발생할 수 있고 의식이 없는 인지(perception)상태가 발생할 수 있다고 한다. 그러므로 마취과 의사는 수술이 진행되는 동안에 불유쾌한 경험의 회상을 없애는 것이 중요하다.
자각 및 기억의 종류
통증을 동반한 회상(각성, recall with pain)
마취중 각성이란 전신마취하에서 환자가 마비와 심한 통증을 느끼면서 스스로 어떻게 할 수 없음을 느끼는 것으로 술 후 불안, 과민성, 사건과 연관된 자극을 회피하고 일반적인 반응이 마비되며 수면장애, 반복성 악몽과 죽음을 생각하며 의사에 대한 공포, 미래 수술을 위한 마취에 대한 불안을 느끼는 것이다.
이것은 환자의 인생에서 가장 불유쾌한 경험이며 마취과 의사에게도 놀라운 일이다. 대부분의 환자(69%)는 불유쾌한 후유증을 갖으나 오래 지속되지 않으며 일부 환자에서는 장기화되면서 외상후 고통장애(post-traumatic stress disorder, PTSD)가 발생한다.
그러나 어떤 환자의 경우 역설적으로 PTSD와 마취중 각성을 연계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 빈도는 0.0015- 0.2%로 매우 드물며 미국의 경우, 년간 20,000,000건의 마취가 시행되므로 대략 3,000-4,000건에 이른다.
특히 몇 가지 수술의 경우 더욱 빈도가 높은데, 심장수술의 경우 1.1-1.5%로 흉골을 톱으로 자를 때 나타나며 외상환자의 경우 심하지 않은 경우엔 I1%, 심한 경우엔 43%이며, 제왕절개수술시에는 0.4% 정도 나타난다.
원인으로는 주로 마취유도 중 실수에 의한 것으로 약물을 잘못 주입하거나 주사기 교환의 문제로 발생한다.호발요인으로는 크게 다섯 가지로 60세 이하의 여자, 산부인과 수술, 수술 중 마약제제 사용, 수술 중 근육이완제 사용, 휘발성 마취제를 사용하지 않은 경우를 들 수 있고 그 외에 미국마취과학회 신체둥급 I과 II에 속하는 환자, 정규수술 등을 들 수 있다.
여자가 3배 정도 빈도가 더 높고 감정 손상시 더 많이 소송을 제기한다고 하며 Glass 등은 여자가 propofol/alfentanil 마취로부터 더 빨리 깬다고 하였다.
근이완제를 사용하지 않은 경우, 환자는 각성동안 불안을 경험하지 않거나 지연된 정신적 증상을 호소하지 않는다. 반면에 근이완제를 사용할 경우, 각성 환자의 78%가 통증, 불안 혹은 PTSD를 동반한다.
법적인 면에서 미국(ASA Closed Claims Analysis)의 경우 마취소송의 1.9%, 영국(British data)경우 마취소송의 12.2%에 해당하며 대부분의 소송은 손상의 심각성보다 치료의 적절성과 연관된다.
통증을 동반하지 않은 회상(recall without pain)
빈도는 3/l,000로서 비산모의 경우 4/1,000, 산모의 경우 2/1,000로 발생한다. 원인으로는 부위마취를 동반한 약한 전신마취, 강력한 마약제제를 사용시 나타난다. 이러한 경우는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한다.
지금까지는 의식이 있는 각성에 관한 것을 서술한 것이며 수술동안 회상을 동반한 상황에 대한 연구는 윤리적으로 불가능하다. 그러므로 대부분은 피부절개 전에 시행되고 있다.
의식이 없는 인지상태(perception without coscious awareness)
주로 마취유지 동안에 발생하며 환자는 술 후 기억은 없으나 무의식적인 기억이 발생하는 것으로 현재 마취 중 발생활 수 있는 암묵기억 연구의 초점이 되고 있다.
기억이란 과거에 경험한 일들을 회상하고 이러한 일들에서 학습된 여러 사실과 관념을 마음속으로 가져와 상기시킬 수 있는 능력이다.
역사적으로 볼 때, 1970년대는 일화/의미기억(episodic/semantic memory), 인지/행동기억(cognitive/begavior memory), 작업/장기기억(working/longterm memory), 암묵/외현기억(implicit/explicit memory) 서술적/비서술적(declarative/nondeclarative memory) 혹은 절차기억(procedural memory)이라는 말로 서술되었고 I980년 이후에 다중기억체계이론이 본격화되었다.
마취에 있어서는 두 가지 정의 즉 외현기억과 암묵기억이 중요하다. 외현기억이란 과거 경험의 의도적이거나 의식적인 회상을 말하며 회상(recall)이나 재인검사(recognition test)로 평가한다.
암묵기억이란 과거 경험에 의해 수행이나 행동이 변화하는 경우를 말하며 지각식별(perception discrimination)이나 단어 조각완성 검사(word completion task)로 평가한다.
암묵기억은 의도성이라는 점에서 외현기억과 구분된다. 즉 외현기억검사가 과거 경험의 의도적이고 의식적인 재생을 요구하는 반면, 암묵기억검사는 의식적 재생을 요구하지 않는다.
암묵기억은 완전히 분리되어 측정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외현기억에 의해 영향을 받기 때문에 암묵기억으부터 외현기억을 분리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러한 목적을 위해 많은 실험방법들이 있으나 가장 신빙성이 높은 Process Dissociation Procedure(PDP)검사를 이용한다.
많은 논문에서 전신마취 중 환자는 외현기억은 없지만 암묵기억은 유지된다고 한다. 현재 많은 논문이 나오고 있으나 실험결과는 상반되는 경우가 많다.
암묵적 기억에 대한 긍정적 실험결과에 영향을 미치는 변수로는
1) 마취방법으로 benzodiazepine의 사용은 피할 것을 권하고 N20-opioid 혹은 N20-isoflurane은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한다. 결국 얕은 마취 시에 긍정적 결과를 얻는다.
2) 제시되고 검사되는 정보의 유형으로 새로운 단어나 자극보다는 기존하는 지식의 활성에 국한되어야 한다.
3) 자극의 친밀도로 성공적인 결과를 위해 중요하다.
4) 자극의 수로 많이 반복되어 자극될수록 좋다.
5) 정보제시와 검사간의 시간간격으로는 술 후 3-5시간 이내가 가장 점화효과가 좋다. 참고로 점화효과란 과거 어떤 자극에 노출되었던 경험이 있을 경우 그렇지 않을 경우보다 그 자극에 대한 과제수행이 촉진되는 현상을 말한다. 마취로부터 충분히 회복된 후 그러나 점화효과가 없어지기 전에 시행하는 것이 좋다.
6) 표본크기로 군당 30명 이상이어야 한다.
암묵기억의 의미는 환자에게 긍정적 정보를 주는 것은 좋으나 환자에 관한 부정적인 언급은 매우 바람직하지 못한 효과를 가져올 수 있으므로 수술실에서 말을 조심해야한다는 것이다.
마취 깊이의 감시
전신마취 동안 이러한 지각과 기억의 위험을 감시할 수 있는가? 현재 마취 중에 사용되고 있는 감시장치들은 주로 순환계, 호흡계의 감시이지 마취의 목표인 뇌의 감시는 잘 시행되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현재로서는 주로 혈역학적 반응(pulse rate, sweat, tear, PRST점수), isolated forearm technique, Bispectral Index (BIS), Middle Latency Auditory Evoked Potential(MLAEP) 등이 사용되고 있다.
감시장치의 필요조건으로는 두 상태, 즉 의식상태와 무의식상태간의 값이 정확히 구분되어야 하고 평균값이 있어야 하며 또한 마취제나 환자의 생리에 의해 영향을 받지 않아야 한다.
그러나 이러한 것들의 문제점으로는 각각의 감시장치간에 연관성이 적고(heterogenecity) 정확도가 낮다는 것이다. 각각을 볼 때 많은 논문에서 PRST점수는 환자의 각성을 대변하지 못한다고 한다.
ASA Closed Claims Data base에서 주목할 것은 대부분의 경우, 얕은 마취에 대한 전통적인 단서가 없다는 것이다. 즉 각성환자의 15%에서 고혈압이 그리고 7%에서 빈맥이 발생하였다. 그러므로 마취기록상으로는 각성의 경우를 구분하기가 힘들다.
Isolated forearm techique도 많은 각성연구에 이용되고 있으나 방법의 효용성에 대해서 의문을 제기하는 학자들도 있다.
BIS는 보통 60 이하를 적당한 마취라고 하며 70 이상은 각성의 위험도가 높다고 문헌들은 소개하고 있다. 그러나 과연 BIS가 각성의 믿을 만한 감시장치인가? 그렇지 않다. BIS는 최면상태를 감시하는 가치있는 장치이며 단지 유용한 추세정보(trend information)를 제공할 뿐이다.
"적당한(adequate)" 이란 말은 환자나 마취제나 마취방법마다 다양하다. BIS 58 이하에서는 의식이 일어나지 않는다고 하지만 이는 수술자극이 없는 상태에서 측정한 것이므로 수술 동안에 이 수치를 적용하는 것은 확실치 않다.
Mychaskiw 등은 N2O와 isoflurane을 이용한 개흉술시 BIS 47에서 각성이 발생했다고 하였다. 또한 BIS는 심박조율기나 온담요에의해 오류가 발생활 수 있다.
AEP는 와우로부터 뇌피질 사이의 전기적 활동성의 전달과정을 측정하여 마취의 심도를 간접 측정하는 장비이다.
MLAEP은 수면과 마취동안 가장 연관성 있는 변화를 보여주며 흡입마취제나 정맥마취제의 용량에 의존하여 일관된 방식으로 반응을 나타낸다. 그러나 마약제제나 midazolam은 덜 영향을 미치고 ketamine은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한다.
MLAEP은 Pa와 Nb파의 잠복기와 진폭과 Pa-Nb-P1-N1-P2의 삼파형의 일반적인 모양을 보고 마취상태를 파악한다. 즉 삼파형일 땐 각성의 위험이 있고 이 파형은 적절한 마취상태를 의미한다.
현재는 MLAEP의 변화를 간단한 숫자로 표시하는 AEPindex가 있다. 그러나 넓은 환자간의 다양성이 존재한다. 하지만 현재로서는 환자의 무의식으로부터 의식으로의 전환을 감시할 수 있는 신빙도가 가장 높은 장비이다.
치료 및 예방
치료로서 첫째, 환자는 꿈속에서 불유쾌한 경험을 경감할 수 있고 둘째, 환자를 동정적으로 치료하고 PSTD치료에 익숙한 정신과 의사에게 계속 치료받도록 조정하는 것이 좋다.
의사가 각성의 발생을 부인하거나 환자를 얕본다면 환자는 화가 나서 소송을 할 것이다. 그러므로 Ghoneim은 마취중 환자의 각성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많은 주의가 필요함을 강조하고 있다.
1) 수술하는 데 문제가 되지 않는다면 근이완제를 TOF에서 one twitch 정도 유지되도록 해야 한다.
2) 적당한 마취농도를 사용한다. 회상이 일어나지 않을 마취제 농도에 관해 알려져있지 않으나 흡입마취제의 0.8-1.0 MAC이 일반적으로 수용할만한 최소농도이다.
3) 어려운 기관삽관시 유도용량을 재주입하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4) N2O을 끊기 전에 근이완제를 반전시킨다.
5) 귀마개를 사용해야 한다.
6) 각성의 위험이 있는 환자의 경우, 즉 심장수술, 제왕절개수술, 외상환자의 경우 마취중에 각성의 위험이 있음에 대해 알려줘야 한다.
7) BIS나 AEP로 감시한다.
8) Amnesic agent를 사용한다.
9) 환자가 자발적으로 각성을 보고하지 않으므로 수술 후 간단한 질문을 한다.
"마취 전에 마지막으로 기억나는 것은 무엇입니까?"
"마취 후 제일 먼저 기억나는 것은 무엇입니까?"
"꿈은 꾸었습니까?"
"마취 중 기억나는 것이 있습니까?"
"수술 중 가장 나쁜 것은 무엇입니까?" 등을 물어본다.
결론
지금까지는 기억이란 심리학 방면이 거의 전부였으나 신경생리학, 신경약리학, 생화학, 유전공학, 뇌영상학, 수학 등 다양한 분야로 확장되어 다학문, 다수준적 접근이 상호 가능하게 되었다. 그러므로 많은 분야의 지속적인 연구가 필요하리라고 생각된다.
또한 마취과 의사는 위에서 언급한 마취중 지각이나 기억으로 인해 술 후 환자가 겪어야할 고통을 고려하여 좀 더 세심한 주의와 감시가 필요하리라 사료된다.
<본 논문은 가톨릭의대 마취통증의학과 전연수 교수님이 정맥마취(2002;6:1-6) 학회지에 기고하신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