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photo NASA |
미국 항공우주국(NASA)이 케플러 우주망원경을 통해 생명체가 살아 있을 것으로 보이는 ‘제2의 지구’를 발견했다고 지난 12월 5일 발표해 세계 천문학계가 떠들썩하다. NASA가 발견한 행성은 ‘케플러-22b(Kepler-22b)’, 일명 ‘수퍼지구’라고 불리며, 행성을 발견하는 데 기여한 우주망원경의 이름을 따라 붙였다.
지금까지 발견된 ‘제2의 지구’들은 가스 형태의 거대 행성이거나 온도가 너무 높아 인간이나 생명체가 살 수 있을지 의문이 들 정도로 회의적이었다. 반면 이번에 발견된 행성은 환경이 지구와 비슷하다고 미 항공우주국은 말한다.
600광년 거리서 ‘케플러-22b’ 발견
‘제2의 지구’에 대한 가장 큰 관심사는 생명체가 존재할 수 있는지, 혹은 사람이 가서 살 수 있는지의 여부다. ‘케플러-22b’에 물이 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NASA는 이 행성을 구성하는 성분이 지구처럼 암석인지 아니면 가스나 액체인지 아직 알지 못하지만, 생명체가 살 수 있는 적당한 크기에 환경까지 최적이어서 생명체가 존재할 수 있는 가장 유력한 행성이라며 흥분하고 있다.
‘케플러-22b’는 ‘골디락스(Goldilocks) 영역’에 걸쳐 있다. 골디락스 영역은 중심별(태양)과의 거리가 적당해서 뜨겁지도 차갑지도 않아 생명체의 거주가 가능한 온도대를 가리킨다. 중심별에서 너무 가까운 행성은 기온이 너무 뜨겁고, 너무 떨어지면 지나치게 차가워 생명체가 살기 적당치 않다. 골디락스는 금(Gold)과 머리카락(Lock)의 합성어로, 영국의 전래동화 ‘골디락스와 곰 세 마리’에 등장하는 주인공 금발소녀의 이름에서 유래한 용어다. 소녀는 곰이 끓인 세 가지 수프, 뜨거운 것과 차가운 것, 그리고 적당한 것 중에서 적당한 것을 먹고 기뻐하는데, 이것을 비유해 뜨겁지도 차갑지도 않은 상황을 의미한다.
사람이 살기에 가장 중요한 판단 기준은 행성의 온도다. 행성이 너무 차갑거나 뜨거우면 생명체에 필수적인 액체 상태의 물이 있기 어렵다. NASA의 발표에 따르면, ‘케플러-22b’는 지구보다 약간 크고(2.4배) 온도가 22℃ 정도로 온화하다. 또 지구처럼 대기권에 구름이 형성돼 있어 생명체가 살 수 있는 기본조건인 물도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무엇보다 이 행성은 중심별을 기준으로 290일 주기로 돌고 있다는 점이 공전 주기 365일의 지구와 비슷해 생명체가 살기 적당하다. NASA의 케플러 우주망원경 연구팀은 공전주기가 290일인 이 행성이 중심별을 지나가는 것을 망원경으로 세 차례 관찰해 존재를 확인했다고 한다.
그런데 문제는 거리다. 인류가 가서 살 수 있는 행성 후보를 선정하는 데 고려해야 할 또 하나의 중요한 요소는 행성까지의 거리다. 지구에서 너무 멀리 떨어져 있다면 그곳까지 가기 어렵다. 이런 이유로 태양과 비교적 가까운 곳에 있는 별에서 지구와 비슷한 환경의 행성을 찾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케플러-22b’는 지구로부터 600광년 떨어져 있다. 600광년은 어마어마한 거리다. 1광년은 빛이 초속 30만㎞의 속도로 1년간 이동하는 거리로, 약 10조㎞에 해당한다. 현재의 기술로 도달하기에는 어려운 거리다. 단순하게 계산해도 족히 900만~1000만년은 걸린다.
NASA의 야심작 케플러 우주망원경
‘케플러-22b’는 케플러 우주망원경이 설치된 직후 발견된 생명체 존재 후보 행성 가운데 하나이다. 2009년 3월, NASA는 큰 도박을 벌였다. 태양계 밖에서 지구처럼 생명체가 살 만한 행성이 있는지 살피기 위해 6억달러짜리 케플러 우주망원경을 델타-2 로켓에 실어 발사했다. 많은 비용을 쓰면서 관측망원경을 우주공간에 쏘아 올리는 이유는 지구 대기의 먼지, 구름, 기상에 방해받지 않고 깨끗한 시계를 보장해 주기 때문이다. 케플러 우주망원경은 행성 운동 연구의 선구자인 17세기 독일 천문학자 요하네스 케플러의 이름에서 따왔다.
드넓은 우주에 지구처럼 생긴 행성은 우리 지구 하나뿐일까? 이런 의문에 방점을 찍기 위해 계획된 것이 케플러 우주망원경 탐사다. 어딘가에 있을 ‘제2의 지구’를 찾기 위한 새로운 도전의 출발점이라고 할 수 있다. 지구와 닮은 행성을 찾는 이유는 지구와 비슷한 환경의 행성이라면 생명체가 존재할 확률도 높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구와 같은 외계행성을 발견하게 될지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케플러 우주망원경이 발사되기까지 발견된 외계행성은 지구형 행성이란 말이 무색할 정도로 아주 거대한 행성들이었다. 최근 20년간 과학자들은 우리 은하의 다른 별 주위에서 346개의 외계행성을 발견했지만, 대부분 태양계에서 가장 큰 행성인 목성보다도 훨씬 큰 것들이어서 생명체가 살 가능성은 거의 없었다. 이런 가운데에서 NASA는 케플러 우주망원경이란 거대 프로젝트를 감행했다.
케플러 우주망원경은 지구형 행성을 찾는 데 주력해 왔다. 지구와 크기가 비슷하고, 지구처럼 중심별(태양)과의 거리가 적당해 너무 뜨겁지도 차갑지도 않으며, 중심별 주위를 1년에 한 바퀴씩 도는(공전) 외계행성만이 케플러 우주망원경의 ‘감시’ 대상이었다. 그것도 미리 선정해 놓은 15만개 별 가운데서이다.
케플러 우주망원경은 NASA의 야심작이다. 시야가 넓은 슈미트 방식의 망원경에 대형 카메라를 장착해 넓은 우주 영역의 별을 관측하기에 적합하다. 또 9500만화소짜리 빛 감지기 대형 카메라가 21개 달려 있는데, 이것이 지구형 행성을 찾는 ‘눈’이다.
시선속도측정법과 행성횡단관측법
그렇다면 무수히 많은 별 중에서 ‘케플러-22b’와 같은 지구형 행성을 어떻게 찾아낼 수 있었을까. 많은 사람들은 15만개나 되는 별인데 우주망원경만 들이대면 한 개쯤은 쉽게 찾지 않을까 하고 쉽게 생각할지 모른다. 전혀 아니다.
외계생명체를 찾는 일은 먼저 그들이 살 만한 행성을 고르는 일에서 시작한다. 하지만 사실 행성을 발견하기란 쉽지 않다. 행성은 태양 같은 별과 달리 스스로 빛을 내지 못하기 때문이다. 만약 어디선가 별빛을 받지 못한다면 행성은 어둠에 묻혀, 있어도 없는 게 되는 셈이다. 따라서 넓디넓은 우주에서 행성을 찾아낼 방도가 없다.
그래서 천문학자들은 여러 관측방법을 고안했다. 가장 일반적인 방법은 시선속도측정법이다. 중심별과 행성은 어느 하나를 기준으로 도는 게 아니라 둘의 질량중심을 기준으로 각각 움직인다. 이때 행성의 중력 때문에 중심별이 미세하게 움직이는데, 시선속도측정법은 이를 측정해 행성을 관찰한다. 케플러 우주망원경이 발사되기 전에 발견된 외계행성 346개 중 95% 정도가 시선속도측정법으로 관측됐다.
최근에 뜨고 있는 방법은 행성횡단관측법이다. 케플러 우주망원경도 행성횡단관측법을 사용한다. 행성이 공전하다가 별을 가리는 현상을 관찰해 행성의 유무(有無)를 판단하는 방법이다. 별에 생긴 행성의 ‘그림자’를 시간단위로 순간 포착해 외계 행성을 찾는 것이다.
지구에서 볼 때 행성이 공전하다 중심별 앞을 지나가면 별의 표면에는 작고 동그란 그림자가 생긴다. 이것이 행성의 흔적이다. 이 순간적인 그림자를 케플러 우주망원경이 직접 볼 수는 없다. 그러나 그림자가 생겼다 사라질 때 별빛이 아주 미묘하게 어두워졌다 밝아진다. 케플러 우주망원경이 포착하는 것은 바로 이 변화다. 15만개의 별을 대상으로 그 앞을 지나가는 행성 때문에 생기는 밝기의 차이를 관찰해 간접적으로 행성의 존재를 유추하고 있는 것이다. 행성이 별 주변을 돌 때 일어나는 빛의 변화를 포착하면 행성의 크기와 밀도, 질량, 공전주기, 중심별과의 거리를 추정하는 일이 가능하다. 이렇게 계산한 결과로 지구형 행성인지 알 수 있고, ‘케플러-22b’ 또한 이런 방식으로 찾아냈다.
‘케플러-22b’는 케플러 우주망원경이 활동을 시작한 지 불과 3일 만에 케플러-22계의 골디락스 영역에서 찾아냈다. 이후 검증과정을 거치는 데 약 2년이 걸렸다고 한다. 케플러 우주망원경이 지난 2년간 태양계 밖에서 ‘수퍼지구’ 후보를 무려 2326개 찾아냈고, 이 중 139개를 걸러낸 다음 케플러-22b를 최적의 후보로 꼽게 됐다고 NASA는 밝히고 있다.
외계생명체 직접 찾아 나선다
케플러 우주망원경 외에 지구형 행성을 찾는 우주망원경으로는 2006년 12월 유럽우주국(ESA)이 쏘아 올린 ‘코롯(COROT)’이 유일하다. 코롯은 목성 크기의 외계행성 6개와 지구 질량의 수십 배인 ‘수퍼지구’ 1개 등 지금까지 모두 7개의 외계행성을 발견했다. 하지만 이 가운데 생명체가 존재할 만한 곳은 단 한 곳도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표면이 너무 뜨겁거나 자전주기가 너무 짧거나 길기 때문이다.
케플러-22b처럼 지구와 매우 흡사한 환경을 갖고 있는 행성이 발견되기는 처음이다. 유럽 국가들과의 경쟁 속에서 조금 늦게 발견되긴 했지만, 케플러-22b야말로 제2의 지구를 찾기 위한 기나긴 과정의 이정표가 될 것이라고 NASA 측은 강조한다. 지난해 미국 카네기연구소 연구팀이 지구로부터 약 20광년 떨어진 곳에 지구처럼 액체 상태의 물이 존재하기에 매우 적합한 조건을 지닌 행성 ‘글리제 581g’를 발견했다고 발표하기도 했지만, NASA가 직접 ‘수퍼지구’의 존재를 구체적으로 공개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미국의 세계적 천문학자 제프 마시는 이를 놓고 “인류 역사상 획기적 발견”이라고 말한다.
지구형 행성이 많이 발견되면 NASA는 탐사선을 보내 외계생명체를 직접 찾아 나설 계획이다. 좀 더 가까운 거리에 있을 ‘제2의 지구’가 발견돼 하루빨리 선의의 외계생명체와 정식 조우하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