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하네다공항에서 근무중인 윤요한이라고 합니다.
이제 갓 근무 1개월차 신입이라 이래저래 바쁘게 생활하던 중 평생 잊지 못할 경험을 하게 되어 글을 쓰게 되었습니다!!
바로... 북한 국가대표 축구팀 선수단을 에스코트 했다는 거죠
시간이 조금 지나긴 했지만 3월 21일에 일본 도쿄 국립경기장에서 2026월드컵 2차예선 일본vs북한의 경기가 있었습니다. 결과는 일본의 1:0 승리였죠.
다음날 오피스에 출근해보니 뭔가 평소보다 분주하더라고요?
알고보니 북한 선수단이 하네다공항에서 저희가 담당하는 중국남방항공 비행기를 이용해 출국하게 되었다는 겁니다.
원칙적으로 일본정부의 제재로 북한 국적자의 입국은 금지되어 있는데 스포츠 국제대회에 한해서는 예외적으로 선수들의 입국이 허용되고 있다고 해요~ 그래서 저희가 출국편을 담당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경기에서 북한이 졌기 때문에 분위기가 좋지 않을 거라고 예상한 저를 포함한 한국인 사원들은 북한 선수들의 탑승소식을 듣고 조금 쫄았습니다... 오늘은 한국어 쓰지 말자, 명찰을 뒤집어 놓자 서로 다짐(?)도 했죠 ㅎㅎㅎㅎ
그날 저는 게이트를 4번이나 들어가는 강행군 일정이었기에 북한 선수들 탑승 시간을 맞출 수 있을지 장담은 못하는 상황이었는데 3번째 게이트를 마친 직후 바로 베이징행 비행기 게이트로 향하라는 무전을 받았습니다.
제가 합류했을 당시 이미 비행기는 탑승중이었는데 게이트 주변에 기자들이 카메라를 설치하고 대기하고 있더라고요.
정말 북한 선수들이 출국하긴 하나보다 생각하고 있던 순간에....매니저님이 저를 부르시더니 지금 출국심사대로 가서 선수단을 게이트로 유도하라고 하셨습니다. 한국어가 가능하다는 이유로 막내인 제가 졸지에 에스코트 담당이 되어버렸습니다;;;; ㅎㅎ
제가 출국심사에 도착하니 저 멀리서 정장에 핑크 넥타이를 한 건장한 사람들이 이쪽으로 다가오고 있었습니다. 진짜 선수들이 나타났어요... 긴장 가득한 얼굴로 저는 라운지 담당 선배와 함께 게이트로 선수들을 안내했습니다.
그리고 게이트 앞에서 저는... 평생 한번 볼까 말까한 북한 여권 체크까지 하게 되었습니다.
북한 선수들의 탑승이 시작되자 북한축구협회 관계자로 보이는 한 사람이 "누가 우리 인원 수 세고 있나?" 하고 얘기하더군요.
저도 모르게 그만... 오피스에서 다짐했던 것과 달리 "탑승권 찍으면 자동 집계됩니다" 라고 한국어로 대답해버렸습니다.
다행히(?) 별일은 없었고 우려와 달리 북한 선수단의 비행기 탑승 및 에스코트는 무사히 끝났습니다.
그리고 혹시나 안 믿으실까봐... 증거사진도 첨부합니다 ㅎㅎㅎ
빨간 동그라미 안에 보이는 제 뒤통수 ㅎㅎ 북한 선수들 여권체크 중입니다.
제가 찍은건 아니고 대기하고 있던 기자분들이 찍은 사진이 야후재팬 뉴스에 올라왔는데 오피스 매니저님이 보내주셨어요^^
공항에서 일을 하게 되니 정말 별의 별 일을 다 겪습니다. 언제 제가 북한 축구 선수들을 보겠으며 여권체크까지 하겠어요 ㅎㅎ
정말 제 평생 안주거리로 남을 에피소드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마지막으로
이 글을 읽으시는 일본 취업, 특히 공항근무에 관심이 있으신 분들께 감히 조언 하나 드리자면....
아직 저도 근무개시 2개월밖에 되지 않은 새내기지만 벌써 조기퇴사한 타회사 출신 동료들을 몇 명 보았습니다.
이유는 일본 입국 전 소속회사의 정보 및 근무환경, 또한 사전교육 없이 현장에 투입되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반드시!!!! 충분히 정보를 수집 및 파악하신 후 신중하게 선택하실 것을 적극 권장합니다.
두서 없었지만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ㅎㅎ
또 재밌는 에피소드가 생기면 글 올릴게요 ~
첫댓글 우와~~~ 저도 스포츠를 좋아해서 경기가 있었던건 알았는데 뭔가 동료가 가까이에서 응대했다니 신기합니다!!!
그러게요~~ 하네다에 뜨고 내리는 수많은 비행편들 중에 저희가 선택되리라고는 생각도 못했네요 ㅎㅎ
선배님이 올리시는 글 자주 읽었는데 저도 글을 처음 써보게 됐네요ㅎㅎ 글재주는 없지만 재밌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윤요한 너무 재미있어요 ㅎㅎ 제 글도 재밌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하필 또 시합 결과가 그래서… 저같아도 조금 무서웠을 것 같아요…👀
명찰 뒤집어놓자에서 빵 터졌습니다🤣🤣🤣
저도 려권이라 써져있는 북한 여권 체크인 한 적 있는데 FC쪽에서 남한을 북한으로 잘못 넣은거 아니냐며 달려오셨던 게 기억이 납니다😂
이렇게라도 요한씨 소식과 뒷 모습을 이렇게 볼 수 있어 참 좋네요!
다음에 또 재미난 소식 있으면 올려주기실 바랍니다☺️
대리님~ 빵 터지셨다니 다행이에요 ㅎㅎㅎ
아직 업무 적응중이라 카페 들어올 시간이 많이 없었는데 앞으로 자주는 아니지만 에피소드 생기면 올려보도록 하겠습니다^^
북한여권 보기가 흔치 않은데 정말 좋은 경험하셨내요!
유니스카이에 이직하시는 분들 중에서도 타 동종업계 근무를 하시다가 못버티시고 이직 면접을 보시는분들이 많이 계십니다.
본인이 근무하는 회사, 더욱이 해외에서 근무를 하게 되기 때문에 특별히 본인이 근무하고자 하는 회사를 잘 알아보시고
입사를 하는것이 중요하다고 생각듭니다!
저도 여지것 북한여권은 보지못햇습니다. 대신 20여년전 중국 심양과 단둥에갔을때 북한 사람들을 본적은 있습니다.
저 같으면 북한 선수들에게 일부러 말을 걸어보았을텐데요 ㅎ
얼마전부터 타회사 소속으로 일본공항에서 근무하고 있는 한국인 직원들이 당사로 전직희망 지원자들이 늘어나고 있는 추세 입니다.
면접시, 전직을 희망하는 이유를 들어보니 상식적으로는 믿기 어려운 업무환경, 조건등을 알게되었습니다.
같은 한국인 및 동종 업계로서 매우 안타까운 일인것 같습니다.
아무리 가까운 나라, 일본 취업이라 할지라도 외국생활 인것 만큼은 틀림없으니 보다 신중하고 상세히 현실 파악을 하신후,
희망하는 직종에 지원하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