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랜저. 그 이상의 그랜저.
현대자동차의 그랜저IG. 이전모델인 HG 대비 상당히 젊어진 디자인때문에 상당히 걱정되기도 했던 모델이지만 그럴 필요 전혀 없다는 듯이 날개돋힌 듯 팔려나갔다. 이젠 더이상 '고급 세단' 내지는 '플래그십 세단'이라는 이미지는 아니지만, 국민차 라는 타이틀로 동생 쏘나타마저 완전히 잡아먹은 모델 그랜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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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그랜저의 진짜배기는 3.0이 아닌 하이브리드 였다고 감히 말하고 싶다.
2.4 엔진과 조합된 전기모터는 부족하지 않은 출력을 보여주었고, 완충, 풀탱크일 경우 1,000km에 육박하는 주행거리를 보여주며 '중형 이상에서 기름값or연비는 따지는게 아니다'라는 생각을 완전히 깨버렸기 때문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그랜저 중의 그랜저 라고 할 정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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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랜저를 하이브리드 하다
그랜저 하이브리드는 이전의 현대자동차 하이브리드와는 다르게, 외형에서의 변화를 찾아보기 힘들다. 하이브리드 전용컬러인 하버시티를 굳이 선택하지 않는다면 공력에 집중했다는 휠과, 트렁크 끝단의 하이브리드 레터링이 전부다.
'저 정도 사이즈의 차를 사면서 하이브리드를 사다니, 연비 감당이 안되면 저걸 안사야하는거 아냐?' 라는 생각이 깔려있는게 아직까지의 자동차 시장의 생리 인데, 정작 '그랜저도 필요하고 하이브리드가 필요해서 산 고객'들에겐 이게 참 싫은 인식이었고, 이번 그랜저 하이브리드에서 현대자동차는 이러한 고객의 심리를 제대로 꿰뚫은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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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내로 넘어가면 그 차이가 조금 더 보인다. 그 중에서도 눈에 띄는건 하이브리드에만 적용되고, 자동차에선 최초로 적용된 코르크 리얼우드 가니쉬다.
코르크 리얼우드 가니쉬는 생각외로 기분좋은 질감을 보여주었고, 상상 이상의 고급스러움을 보여주었다. 물론 여기저기 다 갖다 쓸 소재는 아닌듯 하지만, '고급스러운 하이브리드'를 꾸미는데 꽤 괜찮은 소재가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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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편안한 그랜저
그랜저 2.4를 시승했을 때 생각 이상의 진동소음에 의아했던 적이 있다. 하지만 그랜저 하이브리드는 같은 2.4 엔진을 사용함에도 불구, 전기모터와 배터리 등으로 인해 추가된 무게 때문인지 확연히 차이나는 정숙성을 보여준다. 그리고 그 정숙성은 아이들링에서 아주 확실하게 느껴진다.
주행 중에도 그 편안함은 계속된다. EV모드 혹은 하이브리드 모드로 주행될땐 이 차에 엔진이 실려있다는 것을 까먹을 정도다. 풀악셀을 밟아 엔진만 돌아가는 구간에서나 엔진의 잔진동과 엔진음이 들려오고, 차 자체의 진동이 매우 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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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면의 소음 역시 마찬가지이다. HG보다 단단해졌지만 여전히 부드러운 서스펜션은 요철 등에서 오는 진동을 상당히 잘 잡아주었고, 이중접합 차음유리 등 실내 거주성을 위한 여러 부분들은 상당히 고속까지 밀어붙여도 동승자와의 대화에 있어 굳이 목청을 높이지 않아도 될 정도로 소음 차단을 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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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7시간 연달아 운전을 해보았지만 운전자의 입장에서 받는 피로도 역시 매우 적다. 부드럽게 나아가고, 편안하게 나아간다.
막 밟아도 매우 준수한 연비
이번 그랜저 하이브리드의 공인 연비는 16km/l 이다. 동급의 가솔린 차량들의 연비가 7~9사이를 왔다갔다 한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상당히 높은 수치이다. 처음 시승차를 수령하면서 '이 기름 다 쓰는걸 목표로 해볼까'라는 생각이 들 정도다.
시내 주행에선 평균연비를 우습게 상회한다. 적극 개입되는 EV모터의 효과로 17~19km/l까지도 수시로 올라간다. 기름 다쓰기를 목표로 조금은 과격하게, 배터리 잔량따위 신경쓰지 않으면서 sport모드로 밟은 통에 최초 주행가능거리보다 100km 정도 실 주행거리가 줄어들어버렸지만, 그럼에도 불구 최종 연비는 13km/l를 기록할 정도로 기름 게이지가 줄어들 생각을 안한다.
결국, 마지막 순간까지도 주행 가능 거리는 3자리 밑으로 보내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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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어 만큼은 바꿔줄 필요가 있다.
지난번 시승회에서도, 이번 장기 시승에서도 동일하게 느낀 아쉬운 점이 한가지 있다. 바로 타이어다.
지난 시승회에서는 적지 않은 비가 왔기 때문에, '연비용 타이어를 꼈을텐데 하이브리드 모델 시승하기엔 날씨가 참 그러네'라고 생각했었지만 이번 장기시승을 통해서 확실하게 느낀 것은 '타이어는 바꿔야겠다' 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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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이런 편안한 세단에, 연비를 잘 살려야 하는 하이브리드 모델에 하이그립 스포츠 타이어를 끼우자는 이야기는 아니다.
하지만 넥센 엔페라 AU5 타이어 만큼은 옥의 티가 아닌가 싶다. 수시로 그립을 잃고, 제멋대로 노면을 타는 통에 서스펜션의 준수함을 그만 느끼고 싶을 정도로 느꼈기 때문이다.
다른 연비용 타이어가 어떤가 까지는 언급하지 않겠지만, 적어도 이 타이어 만큼은 아닌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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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알던 그랜저가 아닌데
처음 그랜저IG 하이브리드 광고 영상이 공개 되었을 때, '으어아아아 내 손발...'했던 카피가 바로 '내가 알던 그랜저가 아닌데' 였다. 그런데 실제 시승해본 후엔 나도 같은 이야기를 하게 되었다.
'내가 알던 그랜저가 아닌데..?'
주행 환경에 따라 다르겠지만, 배기량과 출력에 목마른게 아니라면 굳이 다른 모델을 살 필요가 없다고 생각된다. 3.3을 고려하는 고객의 경우 지향하는 점이 완전히 다르겠지만, 3.0이나 2.4, 2.2 디젤을 생각하는 고객의 경우 조금 더 얹거나, 덜 써서 하이브리드를 고려해보는 것이 더 합리적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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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전히 변화된 그랜저. 그리고 가장 훌륭한 그랜저.
이번 그랜저IG 하이브리드를 표현하는 문구가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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