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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중앙교회 영성문화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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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 순 례
- 전훈의 [강택구]를 수정,각색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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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거리
모스크바에서 2년째 공부하고 있는 강두만은 그 동안의 유학생활을 청산하고 집으로 가기 위해 짐을 싸는 도중 서울서 왔다는 기자(최용주)의 갑작스런 방문을 받는다. 그는 두만에게 두만의 아버지가 6.25전쟁 때 北에 남기고 온 이복 언니(강순례)가 시베리아에 있다는 사실을 밝히며 시베리아로 내일 당장 출발하여 특종을 위한 멋진 상봉을 하자고 한다.
이때, 신원불명의 러시아 사람들이 들이닥쳐 둘을 납치해 간다. 그들이 깨어난 곳은 창고 같기도 하고 지하실 같기도 한 폐쇄된 곳인데 아무도 없고 어디에 잡혀 왔는지 도저히 알 길이 없다. 그러면서 셋은 말다툼도 하고 신세한탄도 하고 노래도 부르며 서로를 알아간다. 그 와중에 여자의 이름이 강순례라는 사실이 우연히 밝혀진다. 그러나 두만은 이런 이복 언니가 있다는 사실을 애써 믿으려 하지도 않고 아무런 감정도 없다.
그러던 중 탈출구를 발견해 탈출하려 하지만 강순례는 동생(강두만)과 기자만 내보내고 혼자 남게 된다.
때 : 1995년 4월 밤
장소 : 러시아 모스크바 근교. 창고같기도 하고 지하실 같기도 한 곳
막이 열리면 캄캄한 무대.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이때 돌연히 자동차 키홀더의 작은 불빛이 비친다. 무대 이곳 저곳을 둘러본다. 갑자기 반대편에서 신음 소리.
[두만이] 으 으응-
[최용주] (불빛을 강두만에게) 정신이 드나? 어서 일어나.
[두만이] (깨나며) 누구세요!?
[최용주] 강. 두. 만. 맞지?
[두만이] ??? 예!
[최용주] (떠보듯) 너 여기가 어디라고 생각해?
[두만이] 몰라요.
[최용주] 잘 알면서 왜 그래?
[두만이] -- 대사관 --- 아닙니까.
[최용주] (태도를 바꿔 놀라며) 대사관? 무슨 대사관?
[두만이] 저, 실례지만 불 좀 켜고 말씀하시면 안되겠습니까??
[최용주] (혼잣말) 대사관-- ? (키홀터 라이트로 주위를 둘러보다가 책상 위의 스탠드를 발견, 켠다) 조명 in
[두만이] (최용주를 보고) ?? 아니, 아줌마!
((방안은 마치 창고 같고 지하실 같기도 한 침침한 곳이다. 사람이 산 흔적도 있지만 그렇게 깨끗하지는 않다. 둘은 다 내복 바람이다.))
[최용주] 봐라 봐! 대사관이 이렇게 생겼냐? 그리고 어느 나라 대사관에서 이런 식으로 사람을 대하냐? 엉?
[두만이] (바라보며) 아줌마가 날 이리로 데리고 온 거 아니예요?
[최용주] 내가 왜 널 이런 델 데리고 오냐? 난 니 언니 만나러 가자고 그랬지! 내 생각엔 여긴 러시아 경찰서야. 네가 유학생활 하면서 무슨 사고를 쳤으니까 널 강제구속 한 것 아니야? 이제 진짜 대사관 사람들이 올 지도 몰라. 감히 기자를 이렇게 대하다니!
[두만이] (경계하듯) 그럼 아까 그 덩치 큰 사람들은 누구예요? 그 사람들이 아줌마 이름을 댔잖아요.
[최용주] (생각난 듯) --- 아참, 그렇지?
[두만이] (갑자기 알았다는 듯) 옳아! 이제야 알았다. 어쩐지 내 아까부터 의심했지. 아줌마 간첩이죠? 이런 식으로 날 안심시킨 다음 언니를 만나게 해 주겠다 어쩌고 하면서 북한으로 납치하는 거죠? 나! 죽을 때 죽더라도 북한엔 안 가요! 안가! 안 간다구!
[최용주] 야야야야! 침착해! 이거 봐! 널 북한으로 데리고 가서 뭘 하려고? 난 기자야, 기자!
[두만이] 웃기는 소리하지 말고 빨리 얘기해! 무슨 지령을 받고 날 이리로 데리고 온 거야? 응!! 이 간첩 종간나 새끼! 죽어라! (때리려 한다)
[최용주] (피하며) (갑자기 알았다는 듯) 오-! 이제 알았다. 너, 어떻게 그렇게 간첩이라는 말이 쉽게 나오냐? 북한얘기도 쉽게 나오고? 엉?? 그리고 너 방금 종간나새끼라고 그랬지? 남한엔 그런 욕 없다. 너야말로 날 납치한 거 아냐 그렇지? 다 알아!
[두만이] (바라보다가) 정말 아줌마--- 간첩 아니예요?
[최용주] 내가 너 같은 놈 납치해 다가 어따 쓰겠냐? 관둬,관둬! 뭔가 착오가 있었던 것 같애. 분명해.
이봐요!--- Hello! Open the door!--- Hey!
((대답이 없다.))
[두만이] 비켜봐요. 여보세요, 문좀 열어주세요, 밖에 아무도 없어요! ((두만이가 문을 두드리는 동안 최용주는 방안을 둘러본다. 구석 어두운 곳에 시체 같은 것이 있음을 알고.))
[최용주] (문을 두드리는 두만을 얼른 나꿔채며) 쉿! 조용해!
[강두만] 왜요?
[최용주] 저길 봐!
[강두만] (발견) 시, 시, 시체예요?
[최용주] 우리도 저렇게 될지 몰라, 일단은 조용히 있는 것이 좋을 것 같아.
[강두만] 그럼 여기가 도대체 어디예요?
[최용주] 글쎄, 바람이 안 들어오는 것으로 봐서는 지하실임이 틀림없어.
[강두만] 저 사람은 누구예요?
[최용주] 저 사람은 그냥 누워 있는 걸로 봐서는 죽었다고 보는 것이 좋을 것 같아. (갑자기) 엎드려!
((둘은 살금살금 다가간다. 툭 건드려 본다. 뒤집어 본다.))
((이 순간 갑자기 그 시체는 벌떡 움직인다.))
[둘 다] 아악- !!!! (둘 다 구석으로 흩어진다)
[두만이] (겁나서) 살았잖아요!!!!
[최용주] (놀래서) 뭔데 이렇게 사람 놀래게 만들어? 당신 누구야? Who are you?
((그 여자는 정신없이 비틀거리며 일어나지도 못한다.))
[두만이] (여자를 보고) 지금 정신이 없는 것 같아요.
[최용주] 아, 벙어린 가부다, 벙어리. (수화를 하며) 어버버 버버 버? 버버버법?
((여자, 말을 하려 애를 쓴다.))
[여자] --- 도---
[최용주] 쉿! 옳지! 말한다.
[여자] --- 도--- 동--- 동무들은, 누구십네까?
((최용주와 강두만은 갑작스런 북한 사투리에 잠시 멈춤. 서로 놀라 뛴다.))
[둘 다] -!! - 으악-!!!!!!!!!
[여자] (여자도 놀라) 거저, 목숨만 살려 주시라우요.
[최용주] 다, 다, 다, 당신 누구예요?
[여자] (최용주에게 머리를 크게 숙이며) 3대혁명 붉은 기 휘날리기에 앞장서는 주체인민입네다.
[최용주] 여, 여, 여, 여, 여기 北이다, 부, 부, 북이야! 납치됐어!
[강두만] (여자에게) 여기가 어디예요?
[여자] --! 여긴 위대하고 평화로운 혁명의 땅, 주체의 내 조국강산, 됴선민주주의 인민 공화국입네다.
[두만이] (여자에게) 아, 아, 아줌마 이 사람 알아요? (최용주를 가리킨다.)
[여자] (계속 고개를 숙이고) 아주 높으신 분입니다.
[두만이] 이거봐! 내 이럴 줄 알았어! 뭐? 기자! 이 간첩 스파이 새끼! 날 돌려보내 줘! 나가는 문 어디야!!! (이성을 잃었다)
[최용주] 두만아, 두만아, 이성을 찾아! 오해하지마! 난, 아니야.
[여자] 거저, 저 때문에 다툼이 생겼다면 정말 죄송스럽습네다.
[최용주] (되묻는다) 아줌마, 나 정말 알아요? (여자, 잠깐 멈춤) 그럼 저 친구는 누구예요? (두만이를 가리키며)
[여자] --- 역시--- 높으신 분입니다.
[최용주] 이것 봐라, 두만아. 저 사람 무조건 다 높다고 그러는 거야. 이 사람도 잡혀 온 거야. 이럴수록 침착해야 돼. 침착, 침착! (여자에게) 아줌마도 잡혀 왔죠! 왜 잡혀 왔어요?
[여자] (잠시 멈춤) (태도를 바꿔서) 조용히 하라우. 앉으라우. 무릎 꿇으라우,이거!
((최용주, 두만이 이 힘에 눌린다.))
[여자] (최용주에게) 너! 똑바로 말하라우! 조금이라도 허튼 소리하면 죽여 버리갔어! 남조선 아새끼지?
[최용주] (겁에 질려) 저는 남한, 아니 남조선 인민이지만 군사정권에 반대했고, 우리 집 가훈도 '우리식대로 살자'예요. 주체사상 만세!!만세!!
[여자] ???이 에미나이래 무슨 소리를 씨부렁대나!
[최용주] 사회주의 만--- ?!! (불현듯) 오! 이제 알았어! 이제 알았어! (두만에게) 안심해라 두만아! 정신 똑바로 차려! 이러다가 간첩누명 쓰는 판--- ??!! 이 아줌마도 보아하니---
((최용주가 여자에게 다가가자 여자는 두만을 인질로 잡고 위협한다.))
[여자] 한 발자국 만 더 움직이면 가차없이 대갈통 부셔 버리갔어. 너희들 누구야? 너희들 날 이런식으로 납치해서 무슨 목적으로 쓸라고 그러네! 가까이 오지 말라우!
[최용주] 선수치지마, 이거! (싸우려 한다)
[여자] (두만에게) 똑바로 말하라우! 너희들 장본인이 뉘기야!
[두만이] 장본인 없어요!
[여자] --- !!
[두만이] 우리도 납치됐어요! 어떤 사람들이 이유도 없이 납치했단 말이에요! 아줌마도 납치됐어요? 제발 진정하세요! 들!
[여자] (보다가) --- 거짓--- 없지요?
[두만이] 난 한국에서 온 모스크바대학 유학생이고요, 저 아줌만 날 만나러 온 기잔데 누가 마취기절시켜서 데리고 왔어요.
[여자] 덩말--- 거짓 없지죠?
[두만이] 네! 정말이에요!
[여자] --- 이거 미안하게 됐수다.
[두만이] (보다가) 아줌마 정말 북한 사람이에요?
[여자] (끄덕)
[두만이] 그럼 여기 도대체 어디예요? 참! 아까 아줌마 이름을 그 덩치들이 물어 봤잖아요.
[여자] 이름을 물어 봤다구요?
[최용주] 그래요. 러시아 사람이 들어와서는 '최, 용, 주,?' 그래서 난 '예 스' 그러구선 어디서 오셨냐고 하려고 하는데 갑자기 마취수건을 대더라고요.
[여자] (말을 끊으며) 지금--- 최용주라고 했어요? 최용주를 압니까?
[최용주] 이 아줌마 왜 이렇게 흥분을 해? 그래요, 최. 용. 주.
[여자] 말해 보라우! 최용주를 압니까?
[최용주] 알죠, 내 이름이 최용주인데.
[여자] 이름이 같구나--- 연변에서 왔다는 최용주란 자가 있는데 그놈 갈데 없다고 우리 지하교회에서 먹여주고 잠재워 줬더니 예수님 믿는 척 하다가 보위사령부 검열단에 우리 지하교회를 밀고하고 달아난 놈이야! 나쁜 놈이지요. 우리가 모아둔 쌀이랑 돈을 다 들고 달아났지.
[최용주] 그래요? 혹시 어떻게 생겼어요? 얼굴 넓적하고 여기에 이렇게 큰 점이 있지 않아요?
[여자] (놀라며) 맞아, 맞아! 어떻게 알아요?
[최용주] 그 사람 정말 연변에서 왔대요? 그 사람 시베리아에서 탈출했다고 그러면서 몇 달 전에 한국으로 귀환 요청했어요.
[여자] 지금 어디 있어요? 남조선에 있어요?
[최용주] 아뇨 아직, 입국절차가 복잡해서 모스크바 근교에서 대기 중이에요.
[여자] (불현듯) 이제야 알았다. 이제야 알았다. 이제야 알았어. 여기가 어딘지 이제야 알았어.
[두만이] 도대체 어디예요?
[여자] 여긴 도망간 기독교인들이나 탈출한 벌목공들을 잡아 가둬 놓는 임시 대기소요, 모스크바 근교에--- 분명해. (이리저리 둘러보다가) 지금 수색조들이 어디 갔을 거요. (문 쪽에다가 크게) 동무들!!
((두사람 여자의 입을 막으며.))
[두만이] (흥분) 나하고 이 아줌마는 기독교인도 아니고 벌목공이 아니란 말이에요. 우리는 남한사람이예요.
[여자] 내, 생각엔 말이디--- 당신 이름이 최용주라고 했지요?
[최용주] 네.
[여자] 어떤 사람들이 잡아왔습니까?
[최용주] 글쎄--- 그게--- 갑자기 당해서---
[두만이] 덩치 큰 러시아 사람들이요.
[여자] 옳아요. 바로 러시아 마피들이야. 보위부에서 돈을 주고 아새끼들을 산거디. 내 생각이 맞아요, 당신이 최용주인데 지하교회에서 도망간 최용주인 줄 알고 잘못 잡아 온 거요.
[최용주] 아, 아니 그런 경우가 있을 수 있단 말이에요? 무슨 말도 안돼는! 난 기자예요, 기자! 어딜봐서 그 도망간 최용주씨하고 닮았어요. 그 사람은 얼굴도 넓적하고 큰 점도 있단 말이예요.
[여자] 들어 보라우. 요즘 들어 남조선 측에서 탈출하는 사람들을 다 받아들인다고 발표했으니 보위부에서 신경이 안 곤두서겠어요? 그러니까 로씨아 건달들까지 사서 이것저것 조사할 것 없이 막 잡아들이는 거죠. 기래서 기렇게 된 것 같아요.
[최용주] (약간 경계) 당신--- 도대체 누구야!
[여자] 솔직히 말하갔어. 난뭐 그냥저냥 장사나 하면서 사는데, 나는 지하교회에서 다른 동무들하고 몰래 예배도 드리고 성경공부도 하고 그런다구. 그런데 그 최용주란 년이 보위부에 우리 모임을 밀고하는 바람에 모두들 뿔뿔이 흩어져 도망중이지요. 나 역시 도망중이구.
[두만이] 저 아줌마는 그렇다 치고 그럼 저는요? 저는 왜 잡아 왔어요?
[여자] 왜 저딴 사람이랑 같이 있어요? 공부하러 왔으며는 거저 공부나 할 일이지 저딴 사람이랑 같이 있다가 덩달아 잡혀 온 것 아니요?
[두만이] 덩달아요?
[여자] 생각해 보라요. 잡을 때 누구랑 같이 있으면 잡기가 곤란하거든. 그래 항상 혼자 있을 때를 노린다구요. 그런데 혼자 있는 경우가 거의 없디. 기래서 이런 경우도 가끔 생기디요.
[두만이] --- 그럼 우린 어떻게 되는 거예요? 나 어떡해! (여자에 매달리며) 아줌마 날 살려줘요! 나 죽으면 안돼요!
[여자] 내가 어떻게 하갔네?
[두만이] (갑자기 기자를 향해) 야!
[최용주] 야? 너 지금 나한테 '야' 라고 그랬냐?
[두만이] 너 어떡할래? 너 때문에 내 인생 종치게 됐어! 이게 다 너! 너 때문이야!
[최용주] 이거봐, 진정해. 그리구 너 이런 상황이라고 해서 반말하기냐?
((두만이 계속 흥분하자 최기자가 애써 진정시키며))
[최용주]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 날 구멍은 있다고 하지 않아? 우린 탈출할 수 있을 거야.지금 수색조들은 바깥에 없는 것 같고, 출구를 찾아보자고! 기운을 내! (출구를 찾는다)
[두만이] 누가 도망가라고 문을 열어 놓고 나갔겠어요? 소용없어요.
[최용주] 어이, 예수쟁이 양반, 여기 출구가 어디요?
[여자] 모른다구. 잡혀 온 사람들이면 잡혀 온 사람들답게 조용히 앉아 자아비판하고 있으라우요!
[최용주] (두만이에게 눈짓) (갑자기) 묶어!
[최용주] 이거봐. 너 한패지? 솔직히 말해! 말 안해? 셋 셀 동안 말해! 하나! 둘! 셋! 정말 말 안해? (두만을 보다가) 야! 입을 풀어 줘야 말을 할 거 아니냐?
[여자] 모른다고 그러지 않아요! 그리고 이것 좀 풀어 주라우요!
[두만이] 안 묶었어요.
[최용주] 아줌만 어떻게 되는데요?
[여자] --- 내 북조선 가서--- 죽기밖에 더 하갔어!
[최용주] --- 난 탈출합니다. 그냥 죽을 수는 없어요. (출구를 찾는다)
[두만이] 그럼 나는요? 그럼 난 어떻해요? 예?
[여자] (보다가) 조선 가기 그렇게 싫어요?
[두만이] 그걸 말이라고 해요? 거긴 자유도 없고, 못살고--- 어휴!
[두만이] (사이) 아니 근데 아줌마는 교회를 다녀요? 거긴 교회도 없지않나?
[여자] 물론 교회는 없지요. 산중이나 동굴, 지하에 예배당이랍시고 모여서 예배도 드리고 기도도 하고 그런다우. 아주 비밀리에 말이지요. 우리 조선에서는 주민 경각심을 높이기 위해 공개처형을 일반화했는데 그중에서 가장 잔인한 것이 기독교인들에 대한 처형이야. 몇 년전에 한 지하교회가 발각되어 수십명이 처형된 적이 있는데 이 잡힌 교인들을 도로 위에 눕혀놓고 발목과 손목을 양끝에서 묶어 움직이지 못하게 해놓고는 불도저로 깔아죽였지. 발목부터 머리까지 차례로 짓이겨 죽여버렸디. 이때 지하교인들이 가지고 있던 성경도 다 모아서 불태워버렸지.
[두만이] 아니, 그렇게까지 하면서 몰래몰래 왜 교회를 다녀요? 북한은 그냥 먹고살기도 힘들텐데! 왜 힘들고 위험한 교회를 왜 다녀요??!!
[여자] 쯧쯧 예수님 믿어봤어요? 안 믿어봤으면 말을 하지말라우. 저번엔 예배현장에 갑자기 들이닥친 보위부 사람이 콱 죽어버리는 일도 있었지요. 이렇게 성령님이 우리 조선교회를 보호하시는 것은 위기상황에서 더 간절히 기도하고 더 의지하기 때문이지. 환상을 보고 방언을 하고 예언을 하고 신유의 능력을 가진 동지들도 많아야.
[두만이] 아 이 아줌마 완전히 돌았네 돌았어. 알았어요 아줌마. 북한은 막 굶는다던데---
[여자] 물론, 주체 주체 하다 보니 점점 먹고사는 건 어렵디. 못 먹는 사람들 덩말 많아. 지금은 더 나빠졌을거야. 하지만 우리 식군 굶어 죽진 않았어. 아, 우리 딸이 평양 교예학교엘 다니는데 거기는 당의 온정이 특히나 좋다구.
[두만이] 아- 네- 따님이 교회학교에 다닌다구요, 그놈의 교회교회..
[여자] 우리 딸은 종교예가 아니라 수중 교예야.
[두만이] 수중교회요? 아니 북한엔 물 속에도 교회가 있어요?
[여자] 아니, 지금 무시기 소리? 난 교예를 말하는 거이야, 교. 예. 교예를 모르네?
[두만이] 아, 교회가 아니고 교예요! 근데 교예가 뭐예요?
[여자] 그게 뭐냐 하면..
[두만이] 아! 서커스요? 야! 아줌마 딸이 서커스 해요?
[여자] 왜 썩었다 기래요?
[두만이] 아, 이게 영언데요, Circus라고 말하는데 그냥 써꺼쓰 써꺼쓰해요.
[여자] 말이 참 쌍스럽구만.
[두만이] 그 써꺼쓰 얘기하는데 뭐 그렇게 서두가 길어요? 물에서 무얼 하는데요? 뭐 신크로나이즈같은 거 하는 거예요?
[여자] 내 얘길 해주지 음 (작은 기침) (이 사이 정말로 밑바닥의 한 부분이 천천히 올라온다. 둘은 놀란다. 최기자가 그곳에서 얼굴을 내민다.)
[최용주] (이곳 저곳을 둘러보다가) 어떻게 된 거야? 제자리 아냐!
(두만과 여자는 그를 꺼낸다)
[여자] 어떻게 된 거네?
[두만이] (조금 흥분되어) 아줌마, 통로를 찾은 거예요? 네?
[최용주] 아니, (뒤를 가리키며) 저쪽에 어떤 구멍이 있어서 들어갔는데 도로 이리로 나오잖아. 근데, 여기가 도대체 어떤 곳이길래 이런 지하실이 있을까?
[두만이] 이 밑에는 뭐가 있는데요?
[최용주] 캄캄해서 아무것도 볼 수가 없었는데, 뭐 별다른 건 없는 것 같아.
[두만이] 다른 통로가 없어요?
[최용주] 바람이 부는 쪽으로 나왔는데 다시 여기야. 밖으로 나가는 곳이 없는 것 같아.
[두만이] 내가 다시 한번 갔다 올께요.
[최용주] 소용 없을 거야.
[두만이] (내려가며) 그래도 다시 찾아 볼게요. (내려간다)
[최용주] 야, 두만아! 소용없어! 불 가져 가!
[여자] (보다가) --- 기자 선생---
[최용주] 네?
[여자] --- 솔직히 말해서--- 만약에--- 당신네들이 탈출하면--- 난--- 좀 곤란하다구---
[최용주] 걱정마세요. 같이 탈출하는 거예요. 그리고 이 사실을 온 세계에 알리고 문제를 제기해야 한다구요. 그 다음엔 아줌만 남쪽에 가서 사는 거예요. '붙잡힌 북한의 비밀지하교회성도, 특급 기자와 함께 죽음과 도박을 건 극적인 탈출!'--- ! 이건 특종이다!
[여자] (쳐다본다) ---
[최용주] 에이, 걱정 말아요. 절대 약속하는데 아줌마를 이용할 생각은 없어요. 오히려 아줌마가 한국에서 잘 정착할 수 있도록 제가 이곳저곳에 다리를 놓아 줄게요.
[여자] 절대 탈출은 못한다우! 당신들이 탈출하면 난 탈출 방조죄에 남조선 인민 접촉죄까지 겹쳐서 살아 남기 힘들다구.
[최용주] 같이 탈출하자니까, 무슨 소리하는 거예요.
[여자] 난 탈출할 생각 없다우. 내가 무슨 큰 죄를 졌다구? 그리고 조선에 내 가족이 있는데 당신 같으면 탈출하갔네? 절대 탈출은 않한다우, 절대.
[최용주] 이 아줌마 정말 이상한 아줌마네. 남들은 빠져나오지 못해서 안달인데 데려 가겠다는 데도 싫다구요?
[여자] 누가 빠져나가지 못해 안달이라 그러네?
[최용주] 탈북자들이요.
[여자] 내 하나 묻갔어. 탈북자들 몇명이나 빠져 나왔는지 아네?
[최용주] 글쎄요, 뭐, 하나원에서 수료받은 사람만 해도 만 오천명 정도 된다고 그럽디다. 그리고 아줌마! 북한의 그 지하교회에서 몰래 예배드리고 한 얘기를 남한에 가서 하면 특종이예요, 특종 완전 대박! 우리 가서 크게 한건 터뜨리자구요!!
[여자] 기자가 이렇게 알고 있으니! 진짜 이럴때보면 불공평하게 느껴질 때가 있다구. 우리는 찬송할 때 입도 벌리지 못하고 우리는 추운 겨울에도 덜덜 떨어가며 예배드려야 하지. 그리고 우리는 한 번 만이라도 교회당에서 떳떳하게 예배드리는 게 소원이라구. 일부 동지들은 목숨을 걸고 국경을 넘어 교회당으로 예배드리러 가지만, 걸리기라도 하면 매를 맞아 피를 흘리기 일쑤라구. 정말 불공평한 현실이지않네? 그리고 당신네 기자들, 잘 알지도 못하면서 아무렇게나 써 내깔기면 그 사람들과 그 가족들은 어떻게 되는지 아네!!
[최용주] 프레스맨들이야 보도하는 게 임문데 그럼 가만히 있으란 말이유? 어쨌든 에스케이프잖수? 그걸 보도하는 게 미쓰테이크유? Why do you live? this is history! history is important! 언더스탠?
[여자] ?? 야, 너 일부러 말을 어렵게 하는구나. 떡자루도 누르면 터져야!!!
((아래에서 두만이의 갑작스런 비명))
[두만이] 사람 살려!
[최용주] (아래에 대고) 두만아! 두만아! 무슨 일이야? 응?
[두만이] 이게 다 아줌마 때문이에요. 쓸데없이 무슨 언니는 만나자고 그래 가지고--- !
[최용주] 쓸데없다구? 네 혈육을 만나자고 하는데 쓸데없다구? 응?
[두만이] 혈육은 무슨 혈육이에요! 한번도 듣도 보도 못한 배다른 언니가 언니에요? 나이도 마흔은 훨씬 넘었겠는데! 언니라고 부르기도 어색하겠어요. 그리고 아줌마가 정말 순수한 마음에서 만남을 주선하는 거예요? 특종 하나 어떻게 잡아 볼까 해서 한 거 아니에요! 이미 잊혀진 과거를 들추어서 어떻게 하자는 거예요. 왜 상처를 건드려서 아픔을 주려고 하냐 이거예요? 우리 아버지가 이 사실을 알면 혈압으로 그 자리에서 돌아가실 거예요. 가뜩이나 고향 생각나실 때면 몸도 안 좋은데 술만 드신다구요. 그래요 어떤 의미에서는 아버지의 소원을 풀어 주는 것 일지도 몰라요. 하지만 나에겐 아무런 의미도 없다고요. 기분만 나빠요. 난 언니 같은 거 보고싶지 않다고요!
[최용주] 아무 의미도 없다구? 야 배가 달라도 혈육은 혈육이야! 넌 뭘 크게 잘못 생각하는 것 같아! 너희 아버님 이제 얼마나 사시겠니? 그전에 뿌리들을 찾아야 하지 않냐 이거야! 속으로 썩어가는 상처를 안 보인다고 그냥 놔 둘 것이 아니라 남에게 알려서 빨리 치료해야 하는 거 아냐? (여자에게) 어떻게 생각하우? 내 말이 맞죠?
[여자] 거--- 좋은 얘기들 하는 거 같은데--- 난 지금 무슨 말을 하는지 잘 모르갔어. 무슨 말이네?
[최용주] 그게 말이요, 이렇게 된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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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워포인트 2. 첨부
((FLASH BACK))
(최기자-최기자, 강두만-강두만, 괴한-여자
((모스크바 대학 기숙사 두만의 방))
((노크 소리))
[두만이] ???? 네 들어오세요.
[최용주] (들어보며) 여기가 강두만씨 방이죠? 당신이 강두만씨구요.
[두만이] 네 그런데요--- 누구세요?
[최용주] 네, 반갑습니다. 나는 강두만씨를 만나려고 서울서 어제 날아 온 사람이에요. 얘기 좀 합시다.
[두만이] 누구신데 막 이렇게---
[최용주] (수첩을 뒤적이며) 1968년 8월11일 생, 본적 서울, 영진국민학교, 한양중고등학교, 배제대학교 노어노문과 3년중퇴, 아버님 강진성씨, 어머님 천수복씨 3남 1녀중 막내 강두만씨 맞죠?
[두만이] 아,예 그렇습니다.
[최용주] 아버지 고향이 북한이네--- 북한사람 만난 적 있습니까?
[두만이] 예? 아, 아니요.
[최용주] 1950년 6월 21일 육이오 발발 4일전, 아버지 강진성씨는 자신의 고향 함북 회령 두만강변에서 자신의 애인과 역사적인 작별이 있었습니다. 남행을 한 거죠. 곧 돌아오마고 헤어졌지만 4일후 전쟁은 터지고--- 그 여인의 뱃속엔 자신의 아이가 잉태되어 있었습니다. 그 아이가 자라서 지금은 시베리아 벌목공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그 사람이 바로 당신의 이복언니 강. 순. 례.
[두만이] --- ??
[최용주] 매주 토요일이면 그는 식량 구입을 위해 인근 도시로 아침 8시에 화물차 편으로 나옵니다. (보다가) 갑시다, 시베리아로! 당신의 혈육과 역사적인 만남을 위해!
[두만이] --- ?
[최용주] 처음엔 다 얼떨떨하겠죠. 하지만 이것이 다 현실입니다.
[두만이] 그런데- 제가 왜-- 가야 하는 건지-- (여자의 매서운 눈매에 질려) 가야죠. 도움이 된다면 가야죠.
[최용주] 아주 건강한 젊은이군. 맘에 들어요. 그럼 내일 밤 9시 50분 비행기로 예약을 해 놓았으니까. 신변보호를 위해서 이 기숙사에서 나가지 말고, 난 이것저것 준비하고 6시쯤 올게요. 무슨 일이 있으면 팔레스호텔로 연락하고. 자, 그럼.
[두만이] 저 선생님. 존함이라도---
[최용주] 아,(명함을 준다) 나 사회부 기자 최용주예요. 선데이 서울.
[두만이] (어이가 없다) --- 선--- 데이 서울---
[최용주] (영문을 몰라) 뭐 잘못 됐습니까?
[두만이] 당신, 일 이렇게 처리해요. 왜 사람 겁주고 그래요?
[최용주] 아, 겁 먹었습니까?
[두만이] 이복언니 얘기--- 사실이에요?
[최용주] (웃음) 나 사회부 생활 10년째요. 산전수전 쓴물단물 다 먹었어요.
[두만이] 어쨌든 난 그런 삼류기사에 주인공 되고 싶지 않으니까 이 명함 가지고 나가세요.
[최용주] (잠시 당황) 아니 지금 삼류기사의 주인공이라고 했습니까? 지금 기사가 중요한 게 아닙니다. 역사와 현실이 중요한 것이라고요. 한반도 역사의 흐름과 분단의 현실이란 말이에요.
[두만이] 역사고 현실이고 나가 주세요. 아니 그리고 북한이요? 텔레비전에 나오는 유명인사도 많은데 하필이면 북한사람이야. 그리고 정말 우리 아버지의 딸이 맞아요?
[최용주] 예, 확실한 거예요.
[두만이] 아이고- 우리 아버지 능력도 좋으시네. 난 관심 없으니까 우리 아버지한테나 가 보세요.
[최용주] 두만학생, 두만학생. 내 말을 잘 들어봐요. 저 한테 필요한 건 바로 당신입니다. 분단 2세대란 말이에요. 역사의 흐름 속에서 바뀌어져 가는 통일관과 이복자매의 상봉이 중요하다는 얘기예요.
[두만이] 이 아줌마 정말 말 안 통하네. 이렇게 통일을 위해서 열심히 공부하고 있잖아요. 방해하지 말고 나가 주세요.
[최용주] 아- 일 좀 쉽게 처리하려고 했더니--- 이봐, 학생. 나 오팔년 개띤데 인생선배의 말 좀 들어봐. 나, 형으로서 얘기하는 거야, 마음 열고. 북한 사람들이 남이 아니야. 그리고 내가 만나자고 하는 사람이 더욱이 혈육이야. 핏줄은 아주 중요한 거라고---
[두만이] 아줌마, 나 육팔년 잔나비 띤데 훈계하시는 거예요? 관심 없으니까 나가 주세요.
[최용주] 정말-, 너 강제로라도 데리고 간다이씨-
[두만이] 지금 협박하는 거예요!
((노크 소리))
[두만이] ???? 누구세요?
[괴한] 최용주?
[최용주] 아! 예스! It's me!
((괴한이 들어와 둘에게 마취 수건으로 기절시킨다.))
파워포인트3. 첨부((FLASH BACK 끝))
[최용주] (일어나며) 이렇게 된 거예요.
[두만이] (일어나며) 깨보니 여기라구요. 그러니 내가 열 받지 않겠어요?
[최용주] 아니, 근데 당신은 강순례씨를 몰라요? 최용주씨는 잘 알면서?
[여자] --- 강--- 순례--- 동무--- 래, 죽었어.
[최용주] 죽었다구요?
[여자] 기레, 죽었어.
[최용주] 아니, 어떡하다 죽었데요? 언제요? 어디서요? 누가 죽였어요? 아니면 자살?
[여자] 일은 이렇게 됐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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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워포인트4. 첨부((FLASH BACK))
여자-강순례, 최기자-최용주, 강두만-안종철
((지하 예배당))
((최용주는 구석에서 자고 있고 강순례와 안종철은 성경책을 들고 들어와 예배 준비를 한다.))
[강순례] 어이, 용주! 일어나라우. 예배 드릴 시간이야.
[최용주] (못 들은 척)
[안종철] 저기 순례동무, 아무래도 우리 이 지하거처를 옮기거나 저 동무와 연을 끊는게..
[강순례] 기래두 연변에서 와서 갈데도 없고 아는 사람도 없다는데 불쌍하지 않아? 조금만 더 기다려보자우. 조만간 하나님 만나 변화되겠지.
[안종철] 이거보라우, 용주. 기럼 일어나 앉아있기나 하라우.
[강순례] 기래 우리끼리 예배드리자구.
(조용히 찬송을 부르면 최용주 부스스 일어나 구석에서 술을 마신다. 안종철이 이 모습을 보고)
[안종철] 뭣 하고 있었음매?
[강순례] 이게 뭐야? 이 술 어디서 났네?
[최용주] 내 한잔 사는 거니까 부담 갖지 말고 죽 들기요. 이리 오기요. 내 순례동무 때문에 한 잔 사는 거요.
[안종철] 내 이래서 처음부터 이 동무 받아들이지 말자고 기래 말렸건만! 처음부터 맘에 안 들었어야!
[강순례] 기래두 여기서 3개월 동안 같이 먹고자고 했었으면 요만큼에 정이라도 있어야 되는 거 아니간?
[최용주] 너 지금 정이라고 기랬니? 기럼 순례, 너는 나에게 정이 요만큼이라도 있네! 내 그 동안 순례, 너 맘에 안 들었어야. 난 여기서 이렇게 숨어서 예수쟁이 하는 것도 싫다구.
[안종철] 니 까짓께 맘에 안 들면 어떡할 건데?
[최용주] 요덕 구경하고 싶지 않으면 가만히 있으라우.
[안종철] 뭐이가 어드래? 뭐이가 어드래? 이걸 그냥 콱 받아 버려!
[최용주] 그래 받아 보라우! 내 지금 보위부에 가서 콱 다 말해버릴끼니!
(최용주와 안종철, 몸싸움 - 안종철은 죽고 최용주는 뛰쳐나간다)
[강순례]이거 보라우 (종철, 움직이지 않는다. 흔든다) 이게 뭐이야? 피 아니야? (소리친다)이거 보라우!! 용주!
파워포인트5. 첨부 ((FLASH BACK 끝))
[여자] 이렇게 된 거이야. 알간?
[최용주] 강순례가 아니잖아요, 죽은 건?
[여자] 아, 그 길로 최용주는 도망을 쳤디. 강순례는 도망친 용주를 찾으러 숲으로 갔다가 늪에 빠져 죽었어.
[최용주] 정말이에요?
[여자] 기렇다구.
[최용주] 아이고- 내 특종! 특종 다 날아갔다!
[여자] 뭐이가 어드래?
[최용주] 강순례가 죽었으니 이젠 희망이 없다, 없어! 죽는 일 만 남았다. 야! 넌 네 언니가 죽었다는데 슬프지도 않냐? 네가 더 슬퍼해야 되는 거 아냐?
[두만이] 생전 보지도 못한 이복언니에요. 어떤 연민도 없다고요. 단지 인간적으로 좀 안됐어요.
[최용주] 하긴 그런 거 기대도 안했다. 에이고-
[여자] (두만에게) 이보라우, 두마이. 아버디--- 성함이래--- 강진성씨라구 했네?
[두만이] 네, 왜요?
[여자] 아니야, 아무것도. 그냥 물어 본거디. (다시) 아버디래 연세가--- 칠순이 넘으셨--- 디?
[두만이] 네. 재작년에요. 그때 칠순잔치 때만 해도 오십 년은 더 사실 것 같았는데 그 이튿날 혈압으로 쓰러지시더니 이젠 한풀 꺾였어요. 그렇게 불같던 분이--- 내가 모스크바로 온 것도 순전히 아버지의 고집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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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워포인트6. 첨부((FLASH BACK))
Role Play : 두만-두만, 두만의 형, 대동이-최기자, 두만의 아버지-여자
((대한민국, 가리봉동, 두만의 집))
((아버지와 대동이는 가출했다가 들어 온 두만이를 앞에 놓고 있다.))
[아버지] (중풍으로 몸이 불편하다) 기래--- 두마이, 돈 다 썼어?
[두만이] --- 예---
[아버지] 집구석엔 뭐하러 들어와--- ?
[두만이] --- 배고파서요---
[아버지] 기래 배고프다고 집에 들어와--- . 이제 뭐할 거야--- ?
[두만이] --- 다시 사업--- 하겠습니다---
[아버지] 그렇게 돈 말아먹고 또 사업을 하겠다고--- ?
[두만이] 한번 만 더 기회를 주십시오---
[아버지] --- 대동이---
[대동이] 네, 아버님.
[아버님] 경대 서랍에 가며는 축전지 밑에 통장 있으니끼니 갖고 오라우.
((대동이 퇴장))
[두만이](얼른 아버지에게 다가가) 아버지, 이번에 제가 한 록까페가요. 길목이 아주 좋아요. 석달만 지나면 본전을 뽑는다구요. 재수가 없어서 단속에 걸렸는데요, 한번만 기회를 주시면 제가 가져간 돈 다 드릴 수 있어요. 아버지, 너무 심려 마시고 맘 편히 가지세--- (대동이 등장)(두만 얼른 제자리로)
[아버지] 그 통장 두마이 주라우---
[대동이] ---
[아버지] 통장 두마이 주라고 했어.
[대동이] 아버님.
[아버지] 대동인 거 앉아!
[대동이] (통장을 두만에게 준다)
[아버지] 이제 내가 하는 말 잘 들으라우. 오래 됐어. 꿈 속에서 내 거기 한번도 가보지 않았지만 어딘지 알겠더라구. 그곳에서 그 여자가 쪼끄만 아새끼 손잡고 오라고 그러더라구--- 회색 건물 잔뜩 늘어서 있고--- 두만이 니가 가라구.
[두만이] ??? 어딜요?
[아버지] 모스크바로 가라구. 공부하러.
[두만이] 예??? 유학가라구요??? 나 참 아버지도 잘 아시잖아요. 내가 어떤 놈인지. 그리고 미국도 아니고 무슨 모스크바예요?
[아버지] 거저 가라구.
[두만이] 아이 참, 아버지 지금 무슨 말씀하시는 거예요. 공부할 사람들은 따로 있어요. 제가 유학 간다고 그러면 친구들이 웃어요.
[아버지] 통일되면은 어떤 놈들이 일할 거야--- ?
[두만이] 통일되면요, 일할 사람 저 말고도 많아요. 전요, 사업을 해서 성공해야 한다구요. 아버지 정말 석달만 참아 주세요. 석달 만---
(대동이, 두만의 멱살을 잡는다)
[대동이] 야, 이 자식아! 아버님 말씀을 이해 못해!!!!
파워포인트7.((FLASH BACK 끝))
[여자] 두마이, 내 한번도 두마이 아버지 본 적 없어서 더 이상은 못하갔어.
[두만이] 잘 하셨어요--- 이래서 내가 여기 오게 된 거 라구요---
[여자] 그래? 아바인 지금은 어떠시네?
[두만이] 이젠 조금씩 걸으신 데요.
아버지가 그 다음부터는 고향을 더 그리워하세요. 술 좋아하는 건 여전하셔서 고향생각 나실 때면 소주가 필요하다 하시고 취하시면 '내레 죽기 전에 갈 수 있간? 두마이, 말해 보라우! 내레 다시 두만강에서 멱감을 수 있간? 두마이, 두마이 ,말해 보라우. 죽기 전에 꼭 한번 만 이라도 가 봤으면 좋겠구나야.' 몇 번 이런 소리하세요. 제 이름도 두만이 잖아요. 날 그저 고향의 두만강 보듯이 보면 위안이 된다나요? 그리곤 우세요. 그리곤 노래를 부르죠. 무슨 노랜지 아세요? 두마-아안 강 - ♪ 푸른 무을에- ♬ 노젓는- 배엣 싸고옹- ♬ 이게 우리 아버지 십팔번이에요--- (부른다) 두마-아안 강 -♪ 푸른 무을에- ♬ 노젓는- 배엣 싸고옹- ♬ 흘러간 그 옛날에-
((여자 천천히 따라 부른다.))
[두만이] 아니, 아줌마 이 노래를 아세요?
[여자] 기럼 잘 알지.
[두만이] 가만 이게 북한 노랜가? 아냐, 이건 남한 노랜데?
[여자] 북조선에도 남조선 노래가 많이 유행한다구.
[두만이] 그래요?
[여자] 대부분 남조선 노래인지 모르고 연변가요인 줄 알고들 흥얼거려야.
[두만이] 우와 그렇구나
[여자] 난 그런 노래보다는 요즘 복음성가가 좋아.
[최용주] 에이- 재미없게! 뭐요? 내게 강같은 평화 ♪
[여자] 기자선생, 구식이구만.
[최용주] 그럼 뭐요?
[여자] 축복의 통로
[둘이서] ???!!! (놀라며) 축복의 통로??!!!
((음악 [축복의 통로] 와 함께 그들 셋은 춤추며 노래 부른다.))
[두만이] 야 교회 노래에 이런 것도 있구나!! 아줌마, 브라보! 브라보!
[최용주] 야! 이 아줌마, 신세대네! 신세대! 응?
[여자] 야! 이거 신나는구나야! 한번 더 부르갔어!
[두만이] 이번엔 내가 할게요!
[최용주] 그럼 공평하게 하자구.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전국 노래자랑 시간이 돌아왔습니다! 노래자랑음악(박수) 참가 번호 1번 모시겠습니다! 자, 어디서 온 누구십니까?
[두만이] 네, 가리봉동에 강두만입니다!
[최용주] 부르실 곡목은?
[두만이] (당시 유행하는 랩을 말한다)
[최용주] 부탁합니다.
((노래를 부른다.))
[최용주] 땡! 안돼 이거!
[두만이] 에이 참, 참, 남 열심히 부르는데!
[최용주] 그게 음악이냐?
[두만이] 그래도 얼마나 인긴데요. 아 -역시 여기서 세대차이가 나네.
[최용주] 이건 세대차이가 아니야. 전문가 의견을 들어볼까? 음악 평론가께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여자] (심각하게) 고거이 좀 리해하기 어렵습네다.
[최용주] 거봐라 이해하기 어렵다잖냐. 자! 다음은 참가번호 2번 모시겠습니다! 박수로 맞이해 주십시오! 어디서 온 누구십니까?
[여자] 함북 회령서 온 강순례요!
[최용주] 네, 부르실 곡목은?
[여자] 휘파람!
[최용주] 부탁해요!
((여자, [휘파람]을 부른다. 모두 신나서 같이 춤추며 노래한다.)) 어젯밤에도 불었네 휘파람- 휘파람- 벌써 며칠째 불었네 휘파람- 휘파람- 복순이네 집 앞을 지날 때 이 가슴 설래요- 나도 몰래 휘파람 불었네 휘휘휘 호호호 휘파람 휘파람 휘휘휘 호호호 휘파람 휘파람
((부르는 동안 어느 순간 최용주 무엇에 놀란 듯 멈칫한다.))
[두만이] 와! 아줌마 잘한다!
[최용주] --- 다, 당신 지금 뭐라고 했어요?
[여자] 휘파람!
[최용주] 이름
[여자] ---
[최용주] 당, 당신 분명히 강순례라고 했죠?
[여자] ---
[최용주] 그러니까 당신이 저 두만이의 이복 언니 강순례씹니까?
[여자] --- 맞다구
[최용주] 왜 아깐 죽었다고 그랬죠?
[여자] --- 아까는 두마이가 언니같은 거 보고 싶지 않고 기분만 나쁘다고 기래서 말이 기렇게 나왔지
[최용주] 어쨌든 당신이 분명히 강진성씨가 북에 두고 온 딸 강순례씨 맞죠?
[여자] --- 맞다구.
[최용주] 야호! 신난다! 드디어 특종을 잡았다! (인터뷰 자세로 바꾸며) 동생을 만나신 소감이 어떻습니까? 볼펜, 볼펜 없어? (뒤진다) 강두만씨! 강두만씨! 뭐라고 한마디 좀 해봐요! 볼펜, 볼펜--- !
[강순례] - 두마이--?뭐--라고--얘기해야 하디?- 난-- 아까 아버지 이름을 듣고 네가 내 이복동생인 걸 알았을 때-- 내 이름을 밝히려고 했는데, 니가 배다른 언니 따위는 보고 싶지 않다, 라고 말하는 바람에 차마 그마--알이 못 나오고-- 엉겁결에 강순례는 죽었다고 했어. 나, 난 나중에, 나중에 수색조가 널 풀어 준다면 말하려고 했어. 괜히 네가 언짢은 기분이 들까봐. 그저 아바지에게 아- 아안부나-조옴 전해 달라는 말만- 두마이 기분이 언짢네? 미, 미안하다- 이름을 안밝힐 생각은 원래 없었다구- 기분 풀라우. 두마이 내가 니 언니라는 게 믿어지간?
[두만이] 아니요.
[최용주] 야! 너 잘 나가는데! 다시 합시다. 믿어지간, 여기서부터.
[강순례] 두마이 내가 니 언니라는게 믿어지간?
[두만이] --- 아니요.
[최용주] (끊으며) 자,자, 가족간의 상봉이 이렇게 재미없어서야, 원. (자신이 막 연출한다.) 아, 이것 참- ! 한번에 갑시다. 그렇다면 내 분위기를 잡아 주지. 음악! 음악
((설운도의 [잃어버린 30년]을 부른다. 2절부터 두만, 순례는 이산가족 상봉 장면을 마임으로 재연.))
[두만이] 참 나 살다 살다 별일 다 보네---
[최용주] 야, 너 정말 왜 그래! 넌 가슴도 없어? 뭔가 찡하는 게 없냔 말이야.
[두만이] 정말 아줌마 왜 그래요!
[최용주] (사이) 그래 관둬라, 관둬! 내 이런 거 기대도 안했다. 어이구, 인스턴트 세대들.
[두만이] (사이) 아, 아줌마 아버지가 정말 우리 아버지, 강짜, 진짜, 성짜, 맞아요?
[강순례] --- 맞다구---
[두만이] 우리 아버지가 어떻게 생겼는데요.
[강순례] 한번도 보질 못했는데 내레 아네? 거저 코가 매부리 코이고 키가 6척이 넘으신다는 거만 안다우. 맞네?
[두만이] 네.
[강순례] 아참, 그리고 혹시 물고기 나무조각 요만한 거 목에 걸고 다니시지 않으시네? 반 잘린 거?
[두만이] 네 맞아요.
[강순례] (사이) 기래, 우리 오마이도 나머지 반쪽 항상 걸구 다니셨지. 난 그거 보기 싫어서 내삐리라고 기랬는데--- 우리 오마이 나 시베리아 간다구 할 때 날 주셨는데--- 그날로 내뻐렸--- 울먹울먹 (갑자기 울음) 오마니! 아이고- 오마니! 오마니! 오마니, 오마니, 오마니이 -! 이 불효자식을 용서하시라우요, 오마니! (한참 동안 흐느끼다가 거품을 문다)
[두만이] (어쩔 줄 몰라 하다가) 아줌마, 아줌마 진정하세요. 아줌마!
((잠시 후 겨우 진정한다.))
[강순례] 고맙다우. 이젠 괜찮아야. 우리 오마니는 작년에 돌아가시었디. 아까 내 한 지하교회 걸려서 공개처형 당했다 하지 않아? 그때 우리 오마니도 그 자리에 계시었디. 그때까지만 해도 내레 예수님이 누군지도 몰랐어. 우리 오마니 새벽이고 밤이고 기도한답시고 숨어다니는 모습 보기싫어 예수귀신 붙어서 정신 나갔다고 기래 욕했었는데.. 결국 불도저에 깔려 돌아가시었지. 우리 오마니 죽기 직전까지도 기도하시는 모습 보고는 기때부터 나도 예수님 믿게 된거야. 기래 살아생전 아버디 한번 보는게 소원이셨는데.. 오마니-
[두만이] 아줌마, 진정하세요.
[강순례] 우리 오마니 새시집 안 가시고 거저 나만 바라보시면서 한평생 이제나저제나 통일이 될 날을 기다리시면서 (울먹) 아버디래 기다리셨는데--- 돌아가시었어. 오마니! 오마니의 묘도 못 찾아 가 본 이 불효자식을 용서하시라우요! 오마니! 두마이, 아버지는 안녕하시네?
[두만이] (시큰둥) 네, 안녕하세요.
[강순례] 건강이 안좋으시다고 했잖네?
[두만이] 네, 안 좋으세요. (사이)
[최용주] 봐라. 이게 바로 역사고 현실이야. 이런걸 모든 국민들이 알아야 한다고. (취재하듯) 네 솔직한 심정이 어때.
[두만이] (보다가) 솔직한 심정이요? (사이) 어쩌다 이렇게 꼬였냐.
[최용주] 야, 정말 너 왜 그래? 진심으로 이러는 거야? 응?
[두만이] (갑자기 짜증이 난 듯) 아줌마, 이렇게 해서 뭐하게요?
[최용주] 보도하지.
[두만이] 어디다가요?
[최용주] 몰라서 묻냐? 신문. 방송. 잡지.
[두만이] 어느 나라?
[최용주] 몰라서 묻는 거냐? 한국말 쓰는 나라.
[두만이] 아줌마, 우리가 다시 한국으로 돌아갈 수 있다고 생각하세요? 네?
[최용주] ---
[두만이] 우리--- (소리친다) 죽을지도 몰라요! 이런 현실도 모르고 지금 배다른 자매 상봉이 뭐가 중요해요!
[최용주] 걱정하지마. 난 이미 계획이 있어.
[두만이] 무슨 계획?
((음악. 평양축전의 노래))
[최용주] 귀순하는 거다, 북으로.
[두만이] (용갑에게) 이 간에 붙었다 쓸개에 붙었다 하는 기회주의자!
[최용주] 기회주의자? 간 쓸개? 너 어디가 간이고 어디가 쓸개냐? 왜 한 핏줄을 간 쓸개로 나누냐? 그리고 한국에 가면 뭐 뚜렷이 할 거 있어? 가리봉동에 있는 쪼만한 연립주택에 그 많은 식구가 다닥다닥 붙어서 조카애들은 울지, 너 지금 그 나이에 회사에 취직도 못해, 그렇다고 아버지가 돈이 많아, 오빠가 돈을 잘 벌어? 그 돈 다 아버지 약값 쓰고 빚까지 졌잖아. 막내자식 유학가서 금의환향하라고 있는 돈 없는 돈 다 써서 보내 줬더니 러시아 놈이나 꿰차고 놀기만 하고! 지금 니 아버진 임마! 고향생각보다 니 생각을 더 많이 해!
[두만이] 조용히 해요! (헉헉)
[최용주] 흥분하지마. 사실을 보도하는데 왜 폭력을 쓸라 그래? 5공이냐?
((흥분한 두만이를 강순례가 진정시킨다.))
[최용주] 내가 지금 이렇게 노닥거릴 때가 아닌데--- 강순례씨, 수색조가 몇 명이나 올 것 같소?
[강순례] (사이) 모른다구.
[최용주] 아줌만 도대체 아는 게 뭐예요?
[두만이] (사이) 이봐요, 아줌마. 당신이 정말 내 언니라면 부탁 한가지 합시다.
[강순례] ---
[두만이] 수색조가 오면 당신, 내 언니라는 거 말하지 말아요. 알았어요?
[강순례] (사이) 알았다구---
[두만이] (사이) 됐어요.
[강순례] (사이) (갑자기 두만을 때린다) 잘 들으라우. 북조선에서는 동생의 교육이 잘못 됐으면 이렇게 때려서래두 교육 시킨다구. 난 애비없이 자라서 기렇다 기래두, 넌 애비에미 다 있어논 놈이 어째 이 모양이야. 아바이도 정신없으시지 이런 놈을 무슨 돈 쳐 발라 유학을 보내. 야 이 새끼야, 배가 달라도, 한번도 본 적이 없어두, 언니는 언니야.
[두만이] 당신! 다 좋은데 내 앞에서 잘난 언니 노릇 하려 들지마! 메스꺼워! 당신이 정말 내 언니 노릇 한다면 저 살자고 북에 데려 갈 수 있어? 아버지가 아주 좋아하시겠소! 아버지가 곱게 키운 막내자식이 제 이복언니랑 북에서 먹을 것도 못 먹고 고생하고 있다면! 무슨 말인지 알겠어? 그러니까 언니 노릇 하려 들지마! 알겠어!
[강순례] 내 이 새끼를! (덤비나 두만에게 이내 쓰러진다)
[두만이] 잘 들어! 우리 엄마, 우리 엄마가 왜 죽었는지 알아? 우리 엄마가 왜 죽었는지 알아? 우리 엄마, 한번도, 한번도 아버지에게 정을 받아 본 적이 없어! 당신 엄마 때문에 한번도 사랑 못 받고 고생만 하다가 돌아가셨어! 내가, 내가 당신에게 언니라고 부르면 우리 엄마는 뭐가 돼!
[강순례] 똑바로 들으라우! 우리 오마이, 우리 오마이 역시 아바이만 평생 기다리다 돌아간 죄 밖에 없어!
((천장에서 육중한 문소리와 함께 약간의 눈(雪) 이 떨어지며 밧줄(혹은 사다리) 이 내려온다))
[최용주] (위에서) 이거 봐요! 강순례씨! 두만아! 빨리 올라와!
[강두만] (처음엔 좀 얼떨떨) (갑자기) 아줌마! 거기가 바깥이에요?
[최용주] 그래 바깥이야! 지금은 한밤중인 것 같아! 여긴 어떤 별장의 마당이야. 여긴 별장에서 연결된 지하실이고, 가까운 곳에 기차 소리도 들리고 그리 멀지 않은 곳에 민가도 있는 것 같아. 빨리 올라와! 빨리!
((강두만, 강순례 서로 쳐다본다. 두만이 사다리를 잡는다. 강순례 두만을 잡는다.))
[강순례] -- 아바이한테 가서--- 아무 말 하지 말라우--- 그리고- 꼭 예수 믿으라우--
[최용주] 뭐해? 안 올라오고? 아니 강순례씨 안 가요? 왜 안 갈 생각을 했죠? -- 그래요-- 알았어요--- 기사 안 쓸게요-- 그리고 꼭 살아요! 가자! 두만아! ((최기자 퇴장))
[두만이](사이)정말-- 안 가요-- 내가 말한 것 때문이라면 신경 쓰지 마세요. 진심은 아니니까-- 정말 이런 일-- 꿈에도 생각 못했어요-- 정말 안 가요?-- 아버지가 좋아할텐데-- 가면 죽는다면서요
[강순례] --- 가라구--- 가서 꼭 예수님 믿으라우- 남조선에는 교회도 많지않아? 꼭 예수 믿고 아바이랑 다른 식구들에게도 예수님 전하라우(성경책을 쥐어준다)
[두만이] ---그러지 말고 같이 가요- 지하교회도 걸렸다면서요! 잡히면 공개처형 당하는거아니예요?!
[강순례] 기래두 나도 우리 오마니처럼 공개처형 당하게 되면 그 모습 보고 다른 누군가도 예수님 믿게 되지 않갔어? 가라구-
[두만이]관둬요, 그럼. (올라간다)
((강순례 혼자 남는다. 사이. 한참 후에 밖에서.))
[두만이] (멀리서) 언니- 잘 있어-! 꼬옥 살아아아-! 나도 가서 예수님 믿을게!!!
[강순례] (소리를 듣고 멋쩍은 웃음) --- 아바이--- 우리 문정이 인민학교 졸업할 때 오마이 꿈에 아바이 나왔다 기래서 기때부터 제사 지내 왔는데 살아 계셨구만요. 살아계신거 알았으니 됐어요. 내 갈 수도 있어요. 아바이한테 갈 수도 있다구요. 기렇지만 내 남으로 가면 우리 북에 있는 가족들은 어드렇게 되는 데요? 또 리산가족 만들지 않아요. 기렇게는 난 못하겠다구. 아바이 살아 계신 거 알았으면 됐어요. 내 어렸을 때 다른 동무들 아바이가 머리 쓰다듬어 주는 거 기리 부러웠는데--- 이제 두만이와 같이 예수님 믿으시고 나중에, 나중에 우리 천국에서나 만나요. 이제 아바이 있다는 거 알았으니 한번 불러 봐도 되겠지요? --- 아바이, 아바이!--- 아바이!!--- 아바이 !!!
((음악. 북한의 지하교회 동영상)) - 막 - 암전 ⇨ 이어서 블랙라이트[그 날] 음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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