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주차 합평과제 분석: 양진채 작가 <나스카라인>
1. 한 줄 요약
나는 어릴 때 가는 귀먹은 할머니와만 소통하고 또래들과는 어울리지 못하며, 땅바닥에 뱀·독수리·꽃을 그리면서 논다. 성장해서는 우체국에서 일하면서 휴대전화 교신중독인 고객들을 보면서도, 자신은 집에서 퍼즐을 풀면서만 지낸다. 페루여행 후 나스카라인의 그림을 추억하면서 벌새·콘도로·거미·나무 그림을 보고 이들이 자신과 교신한다고 생각한다. 이윽고 나는 스스로 택배상자 안에 들어가 나스카로 배달되고, 나스카대평원을 내려다 보면서 자신의 옛 그림과 나스카그림이 합일 이루는 것을 보며 가슴 벅찬다.
2. 등장인물 분석
나: 성장기 이래 세상 사람들과 소통 못하고 혼자서 지내다가, 나스카 라인의 그림을 보면서 이들과 자신이 교신한다고 생각하는 외톨이에 공상가
할머니: 가는 귀가 먹어도 내 마음을 알아주어 소통이 되는 유일한 사람
그(전 연인): 성인이 된 후 유일하게 나를 이해한다고 믿고 페루여행도 같이 다녀왔으나, 도대체 너를 모르겠다며 나를 떠난 신뢰성 없는 사람
3. 줄거리
- 어릴 때 가는 귀가 먹은 할머니하고만 산 나는 할머니처럼 얘기하고 행동하며 지내면서, 또래 아이들의 놀이에는 밀려나서 놀림을 당했다.
-할머니와 얘기하는 횟수는 점차 줄어들었으나, 할머니는 나보다 먼저 내 마음을 알아 줘 소통이 되었다.
- 할머니 사망 후 나는 그나마 얘기할 사람이 없어 땅바닥에 뱀, 독수리, 꽃을 그리고 놀면서, 고아원 원장의 냉대, 언니나 오빠들의 완력도 잊을 수 있었다.
- 성장해 우체국에서 일하면서는 고양이를 키워 같이 놀고, 밤마다 로직 퍼즐을 풀면서 지낸다. 그런데 고양이는 언제부터인가 밖으로 돌기 시작한다.
- 유일하게 나를 믿었던 남자가 떠나고 나서 그와 다녀온 페루 여행, 특히 나스카 라인의 거대한 그림들을 추억한다. 경비행기가 떠올랐을 때 보이는 벌새· 콘도르·거미·나무 그림들을 보면서 누군가 나에게 교신을 보내고 있었던 것 같은 생각이 들었고, 그는 너 외계인 아니니 해서 진짜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한다.
- 우체국에 오는 사람들은 휴대전화로 누군가를 향해 주파수를 맞추지 않으면 불안해하는 교신중독자로 보이나, 나는 누구와도 소통을 못한다.
- 나는 택배상자 박스를 만들어 국제특급 우편 용지를 붙이고 자신이 그안에 들어가 니스카로 배달된다. 그안에서 어려서부터 그려왔던 그림이 펼쳐진 나스카대평원을 내려다 보면서, 나의 옛 그림과 1,500년 전 나스카인이 그린 그림이 합일을 이루는 것을 보며 벅차서 울음을 떠뜨린다.
4. 좋은 문장
나는 이틀 전에 푼 로직퍼즐의 그림이 나스카의 어떤 문양과 닮아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한다. 마추픽추, 나스카, 페루, 하고 나지막하게 불러본다. 나는 밤마다 로직퍼즐을 푼다. 로직퍼즐은 내가 할 수 있는 유일한 취미나 마찬가지이다.
어디를 가도 전화를 걸고 받고 통화하는 사람들이다. 휴대전화를 통해 끊임없이 누군가를 붙들고 이야기한다. 사람들은 누군가를 향해 주파수를 맞추지 않으면 불안한 모양이다. 어쩌면 사람들은 교신하기 위해 스스로 중독됐는지도 모른다.
할머니는 가는귀가 먹었다. 할머니 귀에 대고 큰 소리로 말하던 나는 점점 귀찮아졌다. 할머니와 얘기하는 횟수가 줄어들었다. 그래도 할머니와 나는 아무런 불편이 없었다. 할머니는 나보다 먼저 내 마음을 알았다...할머니가 돌아가시고 나자, 그나마 이야기할 사람이 없었다. 할머니 묘비 옆에 지팡이를 꽂아두듯, 내 말도 할머니 묘에 같이 묻혔다.
할머니가 돌아가시고 난 뒤, 유일하게 나를 이해한다고 믿었던 그가 떠나려 할 때에도 나는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다. 무슨 말을 해야 내 마음이 고스란히 전달될 수 있는지 알지 못했다. 어떤 단어도 떠오르지 않았다.
비행기가 높이 떠올랐을 때에야 전체가 보인다던 거대한 그림들. 나는 긴장과 떨림으로 신음을 삼켰다...하지만 비행기는 낡을 대로 낡았고, 삐걱거리며 심하게 흔들렸다. 속이 울렁거렸다. 왼쪽 라인을 돌고 다시 접듯이 반대쪽으로 돌며 그림을 보여줬지만 비행기가 당장이라도 추락할 것 같아 안전벨트를 움켜잡아야 했다. 아찔했다. 그토록 보고 싶어하던 벌새, 콘도르, 거미, 나무. 그 그림을 정확하게 볼 수가 없었다.
세계의 미스터리를 소개하는 책에서 나스카 문양을 처음 보았을 때, 나는 깜짝 놀라고 말았다. 그 그림들은 내가 혼자일 때마다 그려왔던 그림과 많이 닮아 있었다... 혼자라고 생각할 때에도 누군가는 나에게 교신을 보내고 있었던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그는 가끔 농담처럼 말했다. 너 혹시, 외계인 아니니? 너는 외계인인데 네 기억이 지워져서 네가 외계인인 줄 모르는 그런 거 말이야. 나는 나스카 문양을 보면서 그의 말이 진짜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나는 소포 안에서 잠이 들고, 소포는 페루의 나스카로 배달된다. 어려서부터 홀로 그려왔던 그림들과 똑같은 그림이 나스카 대평원에 펼쳐져 있다. 내가 그려왔던 그림들이 상자 안에서 나온다. 나스카인들이 천 년 동안 그린 지상 최대의 그림들 위에서 내가 그렸던 그림들이 움직이기 시작한다. 그림들은 끝을 알 수 없는 크기로 늘어난다. 그리고는 어느 순간 천오백 년 이전의 그림들과 포개져 합일을 이룬다. 가슴이 터질 것처럼 부풀어 옹알이 같은 울음을 터뜨린다.
5. 덧붙이는 말
이 소설에서는 어릴 때 가는귀 먹은 할머니하고만 산 내가 할머니처럼 언행하면서 또래들에게 따돌림과 놀림 당한 트라우마의 영향으로 성장 후에도 외톨이로서 세상과 단절해 소통을 못하는 사람으로 그려진다.
그런데 타인과 원만하게 의사소통을 하지 못하고 세상과 단절해 사는 이유가 어린 시절의 트라우마만으로 설명할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은 있다. 이 소설에서 내가 의사소통이 원활하지 못하고 나아가서 세상과 점차 단절하게 되는 것은, 자신의 진짜 모습을 보여 주면 타인이 나를 어떻게 생각할까 하는 두려움 때문이라고 부연했다면 더 설득력이 있지 않나 싶다.
첫댓글 수고하셨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