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2024. 4. 12. 선고 2023도13406 판결
[형사소송법 제314조에서 정한 ‘그 진술 또는 작성이 특히 신빙할 수 있는 상 태하에서 행하여졌음’의 의미 및 ‘특히 신빙할 수 있는 상태하에서 행하여졌 음에 대한 증명’의 정도(=합리적 의심의 여지를 배제할 정도)]
형사소송법 제314조에서 ‘그 진술 또는 작성이 특히 신빙할 수 있는 상태하 에서 행하여졌음’이란 그 진술 내용이나 조서 또는 서류의 작성에 허위가 개 입할 여지가 거의 없고, 그 진술 내지 작성 내용의 신빙성이나 임의성을 담 보할 구체적이고 외부적인 정황이 있는 경우를 가리킨다. 형사소송법은 수사기관에서 작성된 조서 등 서면증거에 대하여 일정한 요 건 아래 증거능력을 인정하는데, 이는 실체적 진실발견의 이념과 소송경제의 요청을 고려하여 예외적으로 허용하는 것이므로, 그 증거능력 인정 요건에 관한 규정은 엄격하게 해석⋅적용하여야 한다. 형사소송법 제312조, 제313조 는 진술조서 등에 대하여 피고인 또는 변호인의 반대신문권이 보장되는 등 엄격한 요건이 충족될 경우에 한하여 증거능력을 인정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직접심리주의 등 기본원칙에 대한 예외를 정하고 있는데, 형사소송법 제314 조는 원진술자 또는 작성자가 사망⋅질병⋅외국거주⋅소재불명 등의 사유로 공판준비 또는 공판기일에 출석하여 진술할 수 없는 경우에 그 진술이 특히 신빙할 수 있는 상태하에서 행하여졌다는 점이 증명되면 원진술자 등에 대한 반대신문의 기회조차도 없이 증거능력을 부여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보다 중 대한 예외를 인정한 것이므로, 그 요건을 더욱 엄격하게 해석⋅적용하여야 한다. 따라서 형사소송법 제314조에서 ‘특히 신빙할 수 있는 상태하에서 행하 여졌음에 대한 증명’은 단지 그러할 개연성이 있다는 정도로는 부족하고, 합 리적 의심의 여지를 배제할 정도, 즉 법정에서의 반대신문 등을 통한 검증을 굳이 거치지 않더라도 진술의 신빙성을 충분히 담보할 수 있어 실질적 직접 심리주의와 전문법칙에 대한 예외로 평가할 수 있는 정도에 이르러야 한다.
* 피고인들이 망인 甲과 합동하여 피해자 乙(여, 당시 14세)의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 상태를 이용하여 乙을 간음하였다는 성폭력범죄의 처벌 및 피해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특수준강간)의 공소사실과 관련하여, 甲이 사건 발생 14년여 후 자살하기 직전 작성한 유서가 발견되어 증거로 제출되었고, 유 서에 甲이 자신의 범행을 참회하는 듯한 내용이 포함되어 있어 그 증거능력 이 다투어진 사안에서, 유서에서 甲이 피고인들을 무고할 만한 뚜렷한 동기 나 이유가 발견되지 않았고, 피고인들 스스로도 당시 甲 및 乙과 함께 술을 마셨던 사실은 인정하고 있는 점, 乙은 수사기관에서 당시 만취 상태에서 귀가하였는데 속옷에 피가 묻어 있었고 사타구니 부근이 아팠으며 산부인과에 서 진료를 받고 사후피임약 등을 처방받았다고 진술한 점 등에 비추어 유서 가 신빙할 수 있는 상태에서 작성되었을 개연성이 있다고 평가할 여지는 있 으나, 유서는 작성 동기가 명확하지 아니하고, 수사기관에서 작성 경위, 구체 적 의미 등이 상세하게 밝혀진 바가 없으며, 사건 발생일로부터 무려 14년 이상 경과된 후 작성된 점, 유서의 주요 내용이 구체적이거나 세부적이지 않 고, 다른 증거에 의하여 충분히 뒷받침되지도 아니하며, 오히려 일부 내용은 乙의 진술 등과 명백히 배치되기도 하는 점, 甲에 대한 반대신문이 가능하였 다면 그 과정에서 구체적, 세부적 진술이 현출됨으로써 기억의 오류, 과장, 왜곡, 거짓 진술 등이 드러났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려운 점 등 제반 사정 을 종합하면, 유서의 내용이 법정에서의 반대신문 등을 통한 검증을 굳이 거 치지 않아도 될 정도로 신빙성이 충분히 담보된다고 평가할 수 없어 유서의 증거능력을 인정할 수 없다는 이유로, 이와 달리 보아 유서의 증거능력을 인 정하고 이를 주요 증거로 삼아 피고인들에게 유죄를 선고한 원심판결에 형사 소송법 제314조의 ‘특히 신빙할 수 있는 상태’에 관한 법리오해의 잘못이 있 다고 한 사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