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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덫-침대보단 스릴있잖아요⊙
창을 두드리는 빗소리에 동철은 잠이 깼다. 창밖은 추적추
적 비가 내리는 을씨년스러운 날씨였다. 동철은 아침부터
기분이 영 개운치 않았다. 날씨 때문인지 몸이 찌뿌둥한 것
이 컨디션도 좋지 않았다.
동철은 다시 잠을 청해보려고 술을 한 잔 마셔보았지만 빗
소리 때문에 잠이 오지 않았다. 방안에 계속 드러누워 있었
더니 허리도 아프고 옆구리도 결리는 것 같았다. 도저히 더
이상은 누워 있을 수가 없어 몸을 일으켰다.
동철은 집 근처에 있는 대중목욕탕으로 갔다. 그곳에서 이
발을 하고 한증탕과 냉탕을 번갈아가며 들어가 땀을 뺐더니
한결 기분이 가벼워지는 것 같았다.
목욕탕을 나오니 그새 비가 멎고 서쪽 하늘이 훤해 보이는
것이 더 이상 비가 오지는 않을 것 같았다. 가벼운 마음으
로 집을 나선 동철은 오늘의 출근길을 향해 차를 몰았다.
카바레 입구에 차를 세우자 주차 관리인이 잽싸게 뛰어왔
다. 동철은 자동차 키를 관리인에게 주고는 엘리베이터에
올랐다. 카바레의 음악소리가 엘리베이터 안까지 들려왔다.
엘리베이터가 올라가면 올라갈수록 그 소리는 더욱 선명하
고 크게 들렸다.
엘리베이터가 7층에 도착했다. 문이 열리자 밴드의 음악소
리가 쾅쾅 귀를 때렸다. 동철이 입구에 도착하자 웨이터 하
나가 알아보며 먼저 인사를 했다. 이곳 아리랑 카바레는 옛
날 남남회관이었을 때부터 단골고객이어서 웨이터들을 잘
알고 있었다.
플로어엔 벌써부터 사람들이 신나게 춤을 추고 있었다. 그
런데 여자 둘이서 한가운데를 차지한 채 저희들끼리 흥에
겨워 놀고 있는 게 보였다.
한 사람이 남자 스텝을 밟고 있었는데 그 여자는 덩치가 크
고 못생긴 데다 스텝을 잘 몰라 비틀거렸다. 그러면서도 무
엇이 즐거운지 저희들끼리 신나게 웃으며 떠들었다.
동철은 그런 모습이 눈에 거슬렸다. 여자들끼리 놀 작정이
면 한쪽 구석이나 뒤편 쪽에 가서 놀 일이지 뭐 잘났다고
맨앞에서 춤을 추는지 참으로 보기가 역겨웠다.
가끔 카바레에 저런 여자들이 온다. 남들의 시선 같은 건
아랑곳하지 않은 채 자기들만 신나면 된다는 주의다. 저들
보다 더 꼴불견인 여자들도 있다. 모든 춤은 저마다의 스텝
이 있고 리듬이 있는데도 이를 무시한 채 보기 흉하게 무조
건 몸을 흔들어대며 고고를 추는 여자들이다.
동철은 그런 여자들을 볼 때마다 카바레의 매너와 춤의 법
도를 무시하는 것 같아 화가 나곤 했다.
동철은 자리를 잡고 웨이터에게 간단하게 술과 안주를 시켰
다. 그리곤 플로어에서 춤추는 사람들을 유심히 살피기 시
작했다. 마치 어둠 속을 손전등으로 훑어가듯 좌에서 우로,
우에서 좌로 하나씩 하나씩 훑었다.
마침내 동철의 눈이 생기를 띠며 한곳에 고정되었다. 그것
은 마치 맹수가 평화로이 놀고 있는 사슴을 노려보는 듯한
모습이었다. 동철의 시선은 검은 벨벳 플레어 스커트에 흰
블라우스와 조끼를 받쳐입은 여자를 향하고 있었다.
그녀는 우아하면서도 얌전하게 춤을 추고 있었는데 조명에
흰 블라우스가 파란 야광색처럼 돋보였고 얼굴이 동그랗고
환한 것이 예쁘고 귀여운 인상이었다. 자세히 보니 입술 밑
에 점이 있는 게 색기도 있어 보였다.
그녀는 춤을 추다가 가끔 동철과 눈이 마주쳤다. 그럴 때마
다 그녀는 눈길을 피하지 않고 미소를 지어 보내곤 했다.
시간이 지나면서 동철은 자신을 쳐다보는 그녀의 시선을 느
낄 수 있었다.
동철은 그녀가 낯선 여자가 아니라고 느꼈다. 어디서 만났
을까, 혹시 내가 이미 후린 여자는 아닐까 하고 생각했지만
그런 것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잠시 후 음악이 끝나자 그녀는 같이 추던 남자에게 인사를
하곤 플로어를 내려왔다. 동철의 시선도 따라 움직었다. 그
녀는 물수건으로 땀을 닦으며 갈증이 났는지 맥주를 한 잔
따라 마셨다. 남자가 다른 좌석으로 가는 것으로 봐서 함께
온 사이는 아닌 것이 확실했다.
동철의 눈엔 그녀 이외엔 아무도 보이지 않았다. 그녀는 시
선을 술잔 위에 둔 채 마치 괴로움을 풀기 위해 나온 사람
처럼 주위도 의식하지 않고 술만 마시거나 잔을 주시하다
또 따라 마시곤 했다.
동철은 오늘은 저 슬픈 사슴을 위로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카운터의 등을 들어 웨이터를 불렀다.
「저기 혼자 온 여자 있지, 한번 추자고 해.」
웨이터는 기다리기나 한 것처럼 잽싸게 그녀에게로 다가갔
다. 그녀는 동철의 판단과는 달리 얼른 일어날 기미를 보이
지 않았다. 웨이터는 사정을 하는 것 같았다. 그도 그럴 것
이 동철은 보통 단골도 아니고 그의 춤실력을 익히 아는 터
라 웨이터는 끈질기게 물고 늘어졌다.
「저 사장님은 제가 잘 아는 분입니다. 아주 멋있고 춤도
잘 추십니다. 꼭 한번 추시자고 하는데 한번 잡아보시죠?」
그들은 늘 거짓말을 한다. 이곳에선 딱새 오복이도 찍새 땡
칠이도 중국집 짱깨도, 때빼고 광내고 이곳에 오면 모두가
사장님이요 무관의 제왕이다.
어찌 남자들뿐이랴. 식순이도 화장실 청소부도 거리의 걸인
도 이곳에 오면 다 사모님이요 여사다. 그리고 모두가 한결
같이 멋있고 잘생겼다고 소개한다.
그러니 사람 차별 안 하는 곳이 목욕탕과 이곳 카바레라고
나 할까. 아니 어쩌면 소시민이 가장 높은 대우를 받는 곳
이 이곳 카바레라고 해도 과히 틀린 말은 아닐 것이다.
시큰둥하게 앉아만 있던 그녀에게 웨이터가 동철을 가리키
자 그녀는 동철을 유심히 쳐다보더니 일어섰다. 동철은 은
근히 심통이 났다.
‘어디 너 한번 혼좀 나봐라.’
동철은 춤으로 골탕을 좀 먹여야겠다고 생각했다. 플로어에
나간 동철이 그녀의 손을 잡고 춤을 시작하려 하자 그녀는
마치 동철의 마음을 읽기라도 한 듯 들릴 듯 말 듯한 작은
소리로 말했다.
「저는 춤을 잘 못 춰요. 잘 좀 부탁해요.」
동철이 기본 스텝으로 나가다 거꾸로 두 바퀴 회전을 돌리
자 그녀는 중심을 잃고 동철을 끌어안았다.
「왜 이러십니까, 사모님? 아까 보니 잘 추시던데요.」
「아니에요, 정말 잘 못 춰요. 잘 좀 가르쳐주세요.」
그녀는 가늘게 떨고 있었다. 동철은 처음에 나올 때는 그녀
가 약간 거만을 떠는 것 같아서 한번 혼내주려 했으나 막상
손을 잡자마자 떨고 있는 그녀를 보니 연민을 느꼈다. 동철
이 처음 춤을 배울 때 여자의 손을 잡고 덜덜 떨던 기억과
딱지맞은 기억이 떠올랐다. 그때를 생각하고 잡아주며 밀어
주고 당겨주며 성의를 다하자 그녀는 상당히 기분이 좋아진
듯 좀전과는 달리 자신감 있는 표정이다.
「저를 잘 모르시죠? 저는 가끔 선생님을 본 적이 있는
데….」
「어디서요?」
「전 6개월 전부터 한달에 한두 번 쯤 카바레에 오는데 그
때마다 선생님을 뵈었어요. 한번 저를 잡아주셨으면 하고
바랬는데 한 번도 그럴 기회가 없었어요. 다른 여자분이랑
오셔서 그런지. 아까도 선생님을 보는 순간 오늘도 혹시 하
고 기대를 하고 있었는데…. 그런데 막상 선생님이 잡아주
시겠다고 하니까….」
그녀는 자기가 말해놓고도 부끄러웠는지 동철의 가슴에 고
개를 파묻었다.동철은 그녀를 살짝 안았다. 그녀의 가슴 뛰
는 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다. 이제야 왜 그녀가 낯설게 느
껴지지 않았는지 알 것 같았다.
‘그래, 오늘 너에게 춤의 정수를 보여주지.’
동철은 서서히 춤의 강도를 높여갔다. 동철은 전진 스텝을
하며 그녀를 손으로 끌어당겼다. 그녀의 골반이 동철의 무
릎에 정통으로 와닿았다. 그녀는 피하지 않았다. 주로 춤을
잘 못 추는 사람은 남자가 어떻게 하더라도 원래 이 춤이
그런가 보다 하고 그대로 있는 경우가 많다. 그녀도 그렇게
생각하는 것 같았다.
게다가 그녀는 그런 동철의 행동이 싫지 않은 듯 몸을 동철
에게 의지한 채 동철의 리드대로 발을 떼어놓았다. 동철은
품에 안긴 그녀가 유난히 탄력 있게 엉겨붙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
전진할 때마다 그녀의 하체가 유난히도 무릎에 잘 접촉되었
다. 동철은 가벼운 흥분을 느꼈다.무릎을 더욱 깊숙이 집어
넣으며 춤을 췄다. 그녀는 더욱 깊이 안겨오며 동철의 말초
신경을 자극했다. 동철이 그녀의 허리를 감싸안자 오히려
그녀 쪽에서 더욱 깊게 안겨오는 것이 아닌가. 동철은 이
여자가 생과부이거나 남자가 그리운 여자라고 생각했다.
‘더 이상 탐색할 필요도 없이 오늘 이 여자를 넘어뜨려야
겠군.’
동철이 그녀를 놓지 않자 그녀도 나갈 생각을 하지 않았다.
둘이는 상당히 오랫동안 춤을 추었다. 춤은 시간이 흐르면
흐를수록 더욱 농도가 짙어졌다. 이제 아예 끌어안고 붙어
서 떨어질 줄 몰랐다. 동철은 그녀의 귀에 대고 나직하게
속삭였다.
「우리 어디 가서 술 한잔 더 합시다.」
그녀는 대답 대신 동철을 쳐다보기만 했다. 예스란 뜻이었
다.
동철은 그녀와 함께 카바레를 나와 주차장에 세워둔 차를
타고 을지로 3가 청계천 쪽으로 돌아 5가에서 종로 쪽으로
올라가 동대문을 한 바퀴 도는 등 시내를 드라이브하듯 다
니다 우회전하여 세화모텔 주차장으로 들어갔다.
「여기가 어디에요?」
「아, 여기에다 차를 세워 두고 한잔 하시죠.」
동철은 모텔 카운터에 차 키를 주고는 무어라고 귓속말을
나눈 뒤 그녀에게로 왔다. 둘이는 궁전 스탠드바로 다정하
게 들어갔다.
다시 맥주와 과일안주를 시키고 동철은 그녀에게 한 잔이라
도 더 먹이려 애를 썼다. 이제 그녀도 취해 아예 집에 갈
생각을 잊은 듯했다.
동철은 그녀가 이렇게 자신에게 쉽게 넘어온 것에 대해 속
으로 쾌재를 불렀다. 한편으론 그리도 자신의 품을 그리워
했다니 오늘밤 정수를 보여주마 하는 생각도 들었다.
잠시 후 그녀는 화장실에 다녀오겠다고 하고는 비틀비틀 화
장실 쪽으로 향했다. 화장실을 나온 그녀는 공중번화박스로
가더니 한참 후 비틀거리며 자리로 돌아왔다. 그녀는 혼자
중얼거렸다.
「저도 안 들어왔는데, 나라고 안 들어가면 어때?」
「아직도 남편이 안 들어오셨나 보죠?」
「그 인간이 벌써 들어올 리가 있어요, 술이나 한잔 더 주
세요!」
그녀는 쓸쓸히 웃었다. 동철은 이 여자가 바람둥이 남편을
둔 여인이구나 하고 생각했다.
둘은 술이 곤드레가 된 채 서로 어깨를 걸고 부축하며 다정
하게 모텔룸으로 갔다. 현관을 들어서자 기다렸다는 듯이
카운터에서 키를 동철에게 주며 방 번호를 알려주었다. 동
철은 그녀를 끌어안고 들어갔다.
술이 취한 이들은 서로 경쟁하듯 옷을 벗고는 마치 신혼여
행 온 부부처럼 샤워를 했다. 서로 비누를 묻혀 물수건으로
문질러 주고 샤워를 했다. 비누 향기가 기분 좋게 코끝을
자극했다. 술이 좀 깨는 것 같았다.
그때 동철의 남성을 본 여자는 놀라움에 가득 찬 눈을 했
다. 잠시 말 없이 생각에 잠기는 것 같던 그녀는 갑자기 동
철의 손을 잡아끌었다. 어리둥절한 동철을 데리고 욕실을
나선 그녀는 주섬주섬 옷가지를 챙기곤 방문을 열고 나갔
다. 그리고 벌거벗은 채로 한층을 더 올라가 빈방을 열고
들어갔다. 동철이 의아해서 물었다.
「왜 그래요?」
그러자 그녀는 동철을 꼭 끌어안으며 속삭였다.
「침대보단 온돌이 더 좋잖아요. 그리고 이러는 게 스릴도
있고.」
그녀는 생글거리며 동철을 쳐다봤다. 그런 그녀의 귀여운
모습을 보는 순간 동철은 타오르는 욕정을 느꼈다. 동철은
그녀를 끌어안았다. 그러자 그녀는 요염하게 눈을 흘기며
동철의 몸을 뱀처럼 감아왔다.
동철은 급한 마음에 아직 채 물기가 가시지도 않은 그녀를
번쩍 들어 이불 위에 눕혔다. 그리고 그대로 그녀의 몸을
덮쳐갔다.
자기 자신도 알 수 없는 것이 여자의 심리라고 했던가, 동
철이 덮쳐 누르자 그녀는 조금 전과는 달리 강하게 저항을
했다. 그러나 그녀는 동철의 상대가 아니었다. 오히려 그녀
가 반항하자 동철은 더욱더 강하게 성욕을 느꼈다. 동철은
그녀의 한 팔을 몸으로 누른 다음, 다른 한 손마저 목 뒤로
감은 왼쪽 팔로 잡고는 오른손으로 그녀의 유방과 하체를
마음대로 주물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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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담편을 기대합니다
당케 쉔, ~~~~~
4월 19일 올린 내용하고
같은 것을 왜 올린 건가요 ?
리바이벌 한건가요 ?
속도를 더!
잘보고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