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보다 우럭낚시
1.
귀족스포츠라고 여겼던 골프를 단 한방의 해저드스윙으로 대한민국에 서민골프열풍 일으켰던 박세리처럼, 요즘 도시어부가 갑자기 낚시 붐을 일으키고 있다.
도시어부에서 보여주는 다양한 글로벌낚시장르는 지금까지 두 개의 전문낚시채널에서 보여주던 흥미롭지 못한 프로그램과는 비교도 할 수 없는 참신한 기획물이다.
대한민국의 근대낚시는 전통대낚시와 견지낚시를 제외하고 거의 일본으로부터 전수받았다. 허지만 박세리 이후, 골프가 일본을 제치고 세계에 국위를 떨친 것처럼, 도시어부로 인해 더 많은 낚시인구의 생성은 물론 대중레저로 국민적 개념이 바뀌고 대한민국낚시문화의 글로벌화를 기대한다.
나는 지금까지 티니안에서 세운 최대어 2m70 불루마린, 새벽온양수로에서 감성돔바늘5호로 낚은 15mm 기생붕어가 최소어기록이다.
고기가 있다 싶으면 민물과 갱물을 가리지 않고 방랑했지만 이제 나는 모든 것을 다 내려놓고 하나의 손질장르에서 서성대고 있다.
아무리 찬란한 로우핸디도 때가되면 처음 시작한 130타대 핸디로 꼭 되돌아간다는 골프명언처럼 내 낚시의 끝이 보이는 것 같아 서글프다.
그러나 사랑도 명예도 인생도 다 그런 거 아닌가?
굳이 자아로 변명한다면 지금의 내 낚시는 생활낚시라고나 할까?
생활낚시라는 표현이 맞으면 내 낚시의 대상어는 꽃보다 우럭인 셈이다.
그동안 우럭은 고기 취급도 하지 않았던 내가 이 미개한 물고기를 꽃보다 더 소중하고 고맙게 생각하게 된 동기는 이렇다.
어느 날 생선가게에서 사온 우럭으로 정성껏 매운탕을 끓여 식탁에 올린 아내에게 무심코 핀잔을 주게 되었는데, 그것이 아내에겐 더 큰 권세, 나에겐 우럭을 재평가하게 만든 계기가 되었던 것이다.
입술에 바른 첫수저질 후, 매운탕으로 재진입하지 않는 나의 숟가락을 보고 아내가 물었다.
“왜 간이 안 맞남유?”
“이기 뭐꼬? 솜씨도 나이 따라 변하는가베? 당신 솜씨는 변해도 아직도 내 입맛은 변하지 않았거든.”
말없이 맛을 감별하던 아내가 즉각 되받았다.
젊었던 시절엔 상상도 할 수 없었던 아내의 반사포격이다.
“양조간장과 전통간장도 구분하지 못하는 그 입이 문제지 내 손맛 탓은 아니넴유.”
목구멍까지 차오른 부아를 가래 삼키듯 꾹 눌러 되삼키며 나는 충청도예산여자 앞에서 또 고개를 숙였다. 남자가 나이 들어 갈수록 퇴로확보 없이 한발 더 나아가면 신세 조진다고 입이 닳도록 내게 주술 걸었던 술꾼 선배의 말을 문득 연상했기 때문이다.
‘그래 죽은 듯 살자. 죽은 놈은 죄도 안 묻는다카더라. 똥이 무서워서 피하나? 오늘의 인내가 내일의 평화 모래의 행복이다.’
허지만 화통한 내 가슴도 별 수 없었는지, 며칠이 지나도 괘씸하고 구긴 자존심 때문에 속아지가 풀리지 않았다.
또 며칠이 갯지렁이 뻘 기어가듯 느릿느릿 지나갔다.
아내의 톱날 같은 퇴박에 채 갈아 앉지 않은 앙금으로 뒤숭숭한 내 머릿속을 한줄기 깨달음이 광속으로 스쳐갔다.
그것은 득도의 순간이 아니었다.
아내가 사온 그 우럭은 국내산양식이 아닌 수입 산이라는, 뒤늦은 깨달음이었다.
첫 숟갈에 느꼈던 육질의 누릿함을 아내의 손맛으로 착각했던 그 내음의 주체를 헌팅한 나는 아내에게 어슬렁거리며 다가가 엉덩이 뒤에서 넌지시 물었다.
“그거 몸띵이 색깔이 어땠던가?”
별 희한한 물건 대하듯 아내가 대꾸했다.
“뭘유?”
“꺽따구말이다.”
우럭의 경상도 표준어원을 이해한 아내가 역시 퉁명스럽게 말했다.
“배는 희멀쭉하고 등은 새까맸지 어쩌긴 어쨌대유?. 우럭이 별수 있간디유?”
“그기 구역질나던 이유를 내가 깨우쳤다.”
아내가 아직도 새까만 눈동자로 나를 쳐다봤다.
“그기 완전 수입양식이라 그런기라. 당신 손맛이 아닌데 내가 미쳤던 갑다. 매운탕이야 대한민국에서 당신 따라 올 여자 없다. 동해 서해 남해 다 묵었지만 당신 손맛이 최곤데 내가 완전 돌았던 갑다. 당신한테 사죄할라카몬 우예야 하노?”
역시 술꾼 선배의 말이 정답이었다.
아내의 표정이 ‘쓰악’ 소리 나도록 요란스럽게 변했다.
그 다음 사태는 개인정보보호차원에 해당되므로 공개불가다.
다음날.
홀가분한 기분으로 외줄장비를 꺼냈다.
내 자의가 아니고 아내의 치밀하게 계산된 권유였다.
다행이 물 때 오케이 날씨 굿, 캔슬한 자리삯배까지 손쉽게 찾아낸 나는 아내에게 순종하는 척, 능청스럽게 덕적 넘어 여 밭과 어초를 향해 새벽바다를 가르며 달려가는 선실에서 설 잠에 취했다.
그런데 그날.
첫댓글 다음편 기대합니다.~
반갑습니다 용반장님
소나기가 살려 주는 주말오후입니다.
편한 시간되십시오
다음편 기대합니다.2
멋진 주말오후 되십시오
다음편 기다리고있습니다
이름만 들어도 시원합니다
멋진 주말되십시오
노래소리가 안나오게 하는방법ㅂ좀 알려주세요 ㅜㅜㅜㅜ
컴퓨터의 음소거나 볼륨을 줄이시면됩니다..ㅎ
허지만 개인적으로 줄이거나 삭제 할 방법은 없으니 이를 어쩌지요?
용서하시기 바랍니다. ㅎ
@불루보트 감사합니다 ㅎㅎㅎㅎ
우와 와
낚시가 아니라 그물로 ? ㅎㅎ
넘 많이 잡음 잡는 맛이 없고 싱거웠을 텐데 ....
몆일 팔이 뻐근 했겠네요
안녕하세요
무더운 여름 조행하시느라 얼마나 고생이 많으십니까?..ㅎ
이 정도는 아직 견딜만합니다..ㅋ
오늘도 편한 하루되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