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전 6시 - 이렇게 일찍 일어나보기는 최근 몇년간은 내 기억속엔 없는것 같다.
마눌님이 먼저 일어나 "여보~ 떡국이나 끓여 드릴까요?" 떡국이라나니.. 요즘 내처지에 떡국이 어디고 고맙습니다 감사히 먹겠습니다. 하고 얼른 한그릇 먹고 집을 나서니 집 입구에서 덕유산 예약 마감으로 산행에 참석못한 윤유환(산지기)씨, 송주태씨가 기다리고 있다. 김영기(시커먼스)씨를 만덕에서 태우고 영암 월출산 남쪽 끄트머리에 있는 월각산(456m)으로 출발-07시10분-
그런데 걱정이다. 송주태씨의 주량은 잘 모르지만 나머지 3명은 주당들이다.
남해고속도로를 한참 달리다가 덕유산 일행들의 소식이 궁금하여 허홍(다람쥐)부대장님께 안부전화를 걸어보니 칠서라나 어디라나 잘 가고 있단다. 순천을 지나 보성 강진을 지나니 제암산, 억불산의 며느리바위, 흑석산, 가학산, 별매산이 스쳐지나간다.
10시 30분 묵동리 마을회관(관광버스는 여기까지)을지나 산행출발지에 도착하니 국립공원표지판하나 보인다.(마을회관에서 걸어서 30분) 월출산 국립공원 구역은 묵동치 능선부터인데 함참 떨어진 계곡에 설치된것은 의외였다. 하지만 정식 등산로가 있는곳은 아니기에 형식적인 안내에 불과했다. 잠시 기념촬영을 마치고 출발-
몇일전부터 틈틈히 책을 보고 공부한 덕에 전혀 낯설은 기분은 안든다.
10시 55분 묵동치에 도착하니 부산의 건건산악회 리본이 우리를 반긴다. 묵동치가 높이가 얼마않되기 때문에 능선길은 제법 경사가 급했다. 1Km쯤 오르니 갈림길이 나온다. 우측으로는 땅끝기맥주 능선이다. 우리 일행은 월각산 정상쪽인 약간 왼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정상 갔다가 다시 돌아와서 땅끝기맥방향으로 진행해야됨) 누군가가 뒤에서 소리를 지른다.
"야~~~ 여기 진달래 필때오면 쥐기겠다. 완죤히 진달래 밭이다." 그제서야 나도 주위를 휙~ 둘러보니 가슴높이나 되는 진달래가 군락을 이루고 있다.
11시 40분 월각산 정상에 도착하니 눈앞에는 눈덮힌 월출산에 파노라마처럼 한눈에 들어온다. 좌측부터 문필봉, 주지봉, 도갑산, 미왕재, 향로봉, 구정봉, 천황봉, 사자봉이....
이것도 복인가 눈 덮힌 월출산을 이렇게 볼수 있다니... 모두들 기념 촬영을 하려는데 디카가 작동이 안된다. 저장공간이 없다고 디카 화면에 자막이뜬다... "이거 할줄 아는 사람"하고 물어보니 아무도 없단다. 이~~~~~그~~~~~~~~!!!! 아날로그 세대들 아니 트렌지스터 세대.. 나역시도 마찬가지지만.. 우짜노 애들한테 전화를 해보니 연락이 안된다. 그런데 우째우째 주물럭 거리니 된다.. 15장 정도 공간을 비웠다. 성공!!!
11시 55분 정상을 뒤로 하고 출발- 조금 내려오다가 양지 바른곳에서 점심을 먹기 위해 자리를 잡았다. 아침에 걱정하던 일이 벌어졌다. 윤유환씨 배낭속에서 시원이가 2병 김영기씨 배낭에서 4홉들이 시원이가 두병.. 우짜노~~ 저거 다 묵고 암릉은 우째 간단말이고! 안주를 준비하면서 걱정이다. 하지만 걱정도 잠시 두병만 먹고 가잔다. 그래 우리 살아서 돌아가야되제~~ 조금만 먹읍시다... 점심식사를 마치고 13시 10분 출발-
383봉을 넘어 하얀 바위를 향해 전진하다 보니 자그마한 봉우리에 올랐는데 길이 갈렸다.
남쪽의 능선으로 가면 월각산 암릉지대, 오른쪽 비탈길은 밤재를 거쳐 별매산으로 이어지는 땅끝기맥 능선이다.
13시 20분- 411봉을 넘어서면 거대한 바위 봉우리가 나타난다. 이 바위가 월각산 암릉코스 첫번째 관문이다. 하지만 걱정할 필요는 없다. 광주 K2산악회에서 로프를 잘 설치해놓았고 등산로는 거의가 암봉을 우회해 안전에는 크게 염려하지 않아도 될 수준이다.
월각산의 암릉구간은 도상으로 약 1.5Km정도이고 산행시간은 약 1시간장도 소요되었다.
산행 종점인 풍양조씨 무덤에 도착하니 15시 00분 이었다.
"모두들 수고했습니다." 하고 인사를 나누고 큰 도로로 내려서는데 누가 이 다음에 고행을 예상했겠습니까! 택시를 부를려고 택시회사에 요금을 물어보니 15,000원이란다.
내가 "택시 부릅시다" 하니까 "권창수씨 돈 많이 벌어놓았소?!"한다. "아니요" 하니깐 그냥 따라오란다. 할수 없이 핸드폰 끄고 일행을 따라 갔다. 큰길을 따라 차량까지 갈려면 족히 1시간 30분은 걸려야할것같아 잔머리 굴리기에 들어간다. 차가 주차되어있는 방향으로 능선을 바라보더니 넘어 가잔다. 우짜노 넘어가야지... 근데 앗불싸~ 3부 능선쯤 오르니 길도 없고 온통 잡목과 가시덩쿨로 덮혀있어 진행이 상당히 힘이 든다. 그렇다고 다시 내려올수도 없고 계속 전진했다. 저 능선만 넘으면 될줄 알고... 한시간가량 헤매다가 배고프다고 소주한잔 묵고 가잔다.. 나참 우짜노~ 또 기다려야지! "니는 와 안묵노" 한다. "나는 운전해야되잖아 누구 약올리나" 그렇게 한잔하고 능선길에 올라섰다. 하지만 후회가 막심하다. 왜냐고..길이 안보이니까... 겨울산행 이래서 사고가 나는가 걱정이 앞선다. 하지만 우리가 누고~ 미남산악회 회원아이가!!!
4명이 흩어져서 길을 찾아본다. 잠시후 누군가가 희미한 등산길을 찾았다. 잠시 주위를 둘러보니 땅끝기맥능선이다. 우리는 밤재방향으로 걷기 시작했다. 약 1시간정도 걸어서 도착하니 밤재터널 공사현장이다. 아까 풍양조씨 무덤에서 밤재터널공사 현장까지는 약 300m..
우리가 헤맨시간은 약 2시간 30분... 눈보라가 치고 바람이 세차게 불어서 할수 없이 콜택시를 불러서 산행출발지점에 도착했다. 돈은 돈대로 쓰고 고생은 고생대로 하고 ....
하지만 월각산의 아름다움 때문에 모든게 즐거운 하루였다.
부산으로 오는길에 보성의 인심좋은 아줌마가게에 들러 막걸리 한잔 나누면서 오늘 하루 산행을 마무리 지었다. 그리고 오늘 동행하신 윤유환, 송주태, 김영기 회원님들 많은 도움을 주신데 대하여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끝~~~~~!!!
추신:꼬리 안달고 기냥가시는분 관리들어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