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도 성명]
신당역 스토킹 살인사건 피해자의 명복을 빕니다.
- 여성이라는 이유로 죽지 않는 사회를 만들어가겠습니다.
또 한 명의 여성 노동자가 살해당했습니다.
9월 14일 서울교통공사 남성 역무원이 지하철 신당역 여자 화장실에서 순찰 업무 중이던 여성 동료를 흉기로 살해했습니다. 피해자와 입사 동기인 가해자는 피해자가 자신을 ‘만나주지 않는다.’는 이유로 불법 촬영물 협박과 스토킹을 일삼았고, 법원의 1심 선고를 하루 앞둔 날 피해자의 목숨을 앗아갔습니다.
운이 없어서가 아닙니다.
아주 오래전부터 일어났던 수많은 죽음을 일일이 열거하지 않아도 우리는 알 수 있습니다. 언론 보도는 연일 여성들이 전/현 연인, 배우자, 가족, 친구 등 매우 친밀하거나 일상에서 흔히 만날 수 있는 이들의 범죄 대상이 되고, 살해당하고 있다고 말합니다. 가해자 역시 피해자의 서울교통공사 입사 동기였습니다.
이번 사건은 페미사이드(남성에 의한 여성 살해)입니다. 이는 어느 극악한 개인의 문제가 아닙니다. 여성의 동의나 의사를 배제하고 여성을 존엄한 인격체가 아닌 성적 객체로 여기는 여성혐오가 먼지처럼 떠다니는 우리 사회의 문제입니다. 여성의 경험과 고통에 무관심한 사회 구조의 문제입니다.
살 수 있었습니다.
여성의 안전 문제를 ‘피해의식’이나 ‘예민함’ 등으로 치부하지 않는 사회였다면, 가해자의 불법 촬영물 협박과 스토킹에 대한 구속영장이 기각되지 않는 엄정한 잣대가 적용되는 사회였다면 피해자는 살 수 있었습니다. 일터 내 철저한 가해자 분리 조치가 있었다면, 2인 1조 근무제실시로 안전 인력을 확보했다면 피해자는 살 수 있었습니다. 여성 노동자에게 안전한 시공간은 존재하지 않았습니다. 여성 노동자에게 안전한 직장과 안전한 법적 보호는 존재하지 않았습니다.
단지 여성이라는 이유로 죽임을 당할 수 있다는 참담한 현실을 깨닫게 한 2016년 강남역 살인사건 이후 6년이 지났습니다. 6년 동안 우리가 배우고 변화한 것이 무엇인가요?
잊지 않고 싸우겠습니다.
혐오와 폭력으로 얼룩진 사회에서 침묵하지 않고 싸우겠습니다. 누구도 생존을 위협받으며 불안하게 일하지 않도록 행동하겠습니다. 여성이라는 이유로 죽임당하지 않는 사회를 만들어가겠습니다. 차별 없는 학교, 안전한 학교를 위한 역할을 다하겠습니다. 평등과 안전을 쟁취하기 위한 투쟁에 함께하겠습니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2022년 9월 16일
전국교직원노동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