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 내연산, 그 음밀함 속으로
2016. 7. 9(토)
여러분, 애인들 있으시죠?
바로 그 애인이 어느 날 잠자리를 원한다면
여러분은 어떻게 하시겠어요?
어디까지나 만약입니다만
갈바람한테 그런 애인이 있다면 내연산 향로봉으로
고이 모시고 가겠습니다.
음음, 그리고는 잠자리를 잡아 애인에게...
몇년전 향로봉에 올랐더니 잠자리가 엄청 많더라고요,
꼬추 잠자리가 ㅎㅎㅎ
08:20
교대역을 출발하는 내연산행 버스,
갑자기 애인이라도 생겼냐고요?
그런건 아니지만 내연산,
그 은밀함을 즐기고 싶다고나 할까요?
포항 내연산 보경사 가는 길이 좋아졌습니다.
고속도로에 7.5km의 터널 속까지 달려
09:20 외동휴게소에서 한번 쉬고
![](https://t1.daumcdn.net/cfile/cafe/264683395781885A2B)
버스는 구비구비 산길 올라
10:40 경상북도수목원,
![](https://t1.daumcdn.net/cfile/cafe/2156D2395781885B02)
이곳 평균 해발 650m의 고산 특성을 그대로 살린 듯...
산딸나무가 눈에 먼저 들어옵니다.
![](https://t1.daumcdn.net/cfile/cafe/2357DF395781885D02)
대장군 장승은 몹시 더운 듯 입 벌리고
수목원 한가운데 멋적게 서 있고...
![](https://t1.daumcdn.net/cfile/cafe/265C5C395781885F02)
창포를 보니 내 풋풋했던 시절이 떠오릅니다.
어느 공원 연못 어귀에 창포가 무성했는데
단오 새벽이면 여인들이 나신으로
멱을 감는다는 소식에 음음..
![](https://t1.daumcdn.net/cfile/cafe/257264395781886036)
동도와 서도, 동해 우리 땅 울릉도을 표현했나보지요?
![](https://t1.daumcdn.net/cfile/cafe/2746B5395781886103)
11:10 매봉 가는 산길,
전망대로 바로 올라가지 않고 수목원을
한바퀴 돌고와서 연신 땀이 흐릅니다.
![](https://t1.daumcdn.net/cfile/cafe/26055239578188633B)
11:25
어, 매봉에서 1km 지나왔네!
뒤로 돌아 다녀올까 하나 그냥 가기로 했습니다.
어차피 오늘은 계곡을,
내연의 그 은밀함으로 방향을 잡았으니...
![](https://t1.daumcdn.net/cfile/cafe/263F03365781886434)
그래도 조금은 아쉬워 모셔왔습니다.
내연산 매봉...
![](https://t1.daumcdn.net/cfile/cafe/2227C4385781B1EE22)
수목원에서 매봉을 시계바늘 방향으로 한바퀴 돌고
꽃밭등으로 해서 계곡으로 내려가는 길,
![](https://t1.daumcdn.net/cfile/cafe/2534CD365781886535)
11:55 수목원에서 4.1km 걸었습니다.
![](https://t1.daumcdn.net/cfile/cafe/211F2036578188662F)
12:30 꽃밭등
![](https://t1.daumcdn.net/cfile/cafe/25704E365781886832)
꽃밭등에서 바로 가면 내연산 향로봉인데,
산님들과 헤어져 갈바람은
오른쪽 길로 방향을 잡습니다.
12:50 삼거리가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무슨 삼거리인지는 몰라도...
![](https://t1.daumcdn.net/cfile/cafe/233D03365781886935)
처음 만나는 개울에 큰크리트 징검다리,
혼자 건너기가 좀 그렇습니다.
그래도 음밀함을 즐기려면 혼자가...
ㅎㅎㅎ
![](https://t1.daumcdn.net/cfile/cafe/243056365781886A33)
12:52 삼거리,
![](https://t1.daumcdn.net/cfile/cafe/251863365781887032)
이정표는 삼거리지만 안내도를 보니 삼거리가 아니였습니다.
두 개울이 임도를 사이에 두고 서로 만나고
꽃밭등, 수목원, 천령산, 시명골, 복호골으로
가는 길들이 갈라지는...
![](https://t1.daumcdn.net/cfile/cafe/256644365781886F30)
개울에 내려가 발 담그고 홀로 점심을,
그런데 아무래도 이건 아닌 것 같습니다.
이런 분위기일 줄 알았으면 진작 포기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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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32 시명골로 가는 길,
왼쪽으로 계곡이 흐르고 잡목이 무성합니다.
![](https://t1.daumcdn.net/cfile/cafe/2422EB3A57818A9508)
13:37
수목원에서 4.6km, 보경사까지는 8.7km 지점
![](https://t1.daumcdn.net/cfile/cafe/216AB93A57818A970A)
시작은 푹신함도 있고
![](https://t1.daumcdn.net/cfile/cafe/2153BA3A57818A9836)
앝은 개울 건너는 재미도 있는데
![](https://t1.daumcdn.net/cfile/cafe/2159AD3A57818A990E)
13:40 이렇게 홀로 인게 ...
![](https://t1.daumcdn.net/cfile/cafe/2704493A57818A9B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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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곡길은 끝없이 이어집니다.
![](https://t1.daumcdn.net/cfile/cafe/21115B3A57818A9C09)
왼쪽 바위 비탈 실폭은 길 건너 계곡으로 흐르고
![](https://t1.daumcdn.net/cfile/cafe/210A493A57818A9E3D)
계곡은 낙옆을 우려내 어둡고 누런 빛으로...
![](https://t1.daumcdn.net/cfile/cafe/2554EB3357818AA03C)
길은 울퉁 불퉁....
등줄기에에 땀이 흐르고 지루할때 쯤
![](https://t1.daumcdn.net/cfile/cafe/2532543357818AA106)
14:03
시명리를 알리는 이정표,
출발할 때 뵌 산님들도 만납니다.
이렇게 반가울 수가 ...
![](https://t1.daumcdn.net/cfile/cafe/2725403357818AA336)
14:07 시명리
![](https://t1.daumcdn.net/cfile/cafe/2733EC3357818AA606)
산행지도를 처음 봤을땐 이곳에 지금도 마을이 있는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여기 저기 허물어져 가는석축에
쓰러진 고목들만 어지럽게...
골이 깊어 많이 습하고 길도 험한데
어떻게 여기서 사람들이 살았을까요?
![](https://t1.daumcdn.net/cfile/cafe/2669E13357818AA52D)
시명리 마을 터 오른쪽 산등성이를 타고 걷다
다시 오른쪽 옆으로 걷습니다.
![](https://t1.daumcdn.net/cfile/cafe/231F3E3357818AA707)
14:15 시명폭포 이정표,
지금 상황에서는 없는 것만도 못합니다.
![](https://t1.daumcdn.net/cfile/cafe/2467713357818AA904)
폭포는 커녕 개울 물소리도 조차 들리지 않는 벼랑길에
많이 지쳐가고 지루하기 그지 없는데...
![](https://t1.daumcdn.net/cfile/cafe/215F3F3A57818C9F0C)
14:30 실폭포 이정표
![](https://t1.daumcdn.net/cfile/cafe/235E873A57818CA639)
250m나 올라가야 되고 일반인의 출입을 금한다고 합니다.
갈바람도 일반인이니 당근 출입금지,
완전 약오르는 이정표입니다.
![](https://t1.daumcdn.net/cfile/cafe/264F243A57818CA207)
산길에서 30m 위 이름 없는 폭포가
거시기한 이 마음을 달래줍니다.
![](https://t1.daumcdn.net/cfile/cafe/2354493A57818CA414)
14:32 복호 1,2 폭포 이정표
![](https://t1.daumcdn.net/cfile/cafe/2722EB3A57818CA60E)
14:38
호랑이가 바위위에 엎드려 쉬고 있는 모습에서
복호(伏虎) 폭포라고,
궁금하게 해놓고 폭포는 어디있는지,
위치를 알아도 지금은 누가 업어다 주지 않으면
가지도 않겠지만...
![](https://t1.daumcdn.net/cfile/cafe/2738123A57818CA815)
15:25 벼랑길에서 내려와
![](https://t1.daumcdn.net/cfile/cafe/240BE73A57818CAB12)
높은 바윗길을 내려가 협곡을 건너서야 되는 상황인데
구름다리는 콘크리트 기초 공사 중입니다.
![](https://t1.daumcdn.net/cfile/cafe/2618A93657818CAE03)
그 아래로 가설된 교량(?)이 보이는데 선택의 여지가 없습니다.
1.4 후퇴때 폭파된 한강철교를 눈앞에 둔 피난민들의
절박한 심정이 충분히 이해가 됩니다.
![](https://t1.daumcdn.net/cfile/cafe/22190D3657818CB003)
15:40 은폭포
![](https://t1.daumcdn.net/cfile/cafe/2526303657818CB308)
폭포는 두군데서,
하나는 쏟아지고 하나는 시커먼 구멍안에서
흘러내린다고 해야겠지요,
![](https://t1.daumcdn.net/cfile/cafe/2207E33657818CB504)
원래는 여성의 음부(陰部)를 닮았다 하여 음폭(陰瀑)이라 하다가
상스럽다하여 은폭(隱爆)으로 고쳐불렀다고도 하고,
용이 숨어 산다하여 은폭(隱爆)으로 불렀다고도 합니다.
![](https://t1.daumcdn.net/cfile/cafe/246F203657818CB705)
15:43
내연산의 그 음밀함 중 하나일 은폭을 만나고
돌아 나가는 길, 장난이 아닙니다.
![](https://t1.daumcdn.net/cfile/cafe/2340D03557818CBA0F)
벼랑길 내려오니 이젠 거시기 같은 길이...
![](https://t1.daumcdn.net/cfile/cafe/244B423557818CBC0A)
15:45 계곡에 발도 함 담구고 걷다보니
![](https://t1.daumcdn.net/cfile/cafe/2324BD3857818ECC17)
내연산 청하계곡의 품격이 달라져 있습니다.
![](https://t1.daumcdn.net/cfile/cafe/214E933857818ECE1A)
나중에 알고 보니 이 일대가 선일대(仙逸臺)와
비하대 (飛下 臺)였습니다.
![](https://t1.daumcdn.net/cfile/cafe/2378393857818ED01E)
신선이 학을 타고 내려와 삼용추(三龍湫)를 완성한 후
오랜 세월을 보냈다고 전해지는...
지금도 신선이 완성한 삼용추는
![](https://t1.daumcdn.net/cfile/cafe/242E163857818ED213)
내연산 음밀한 바윗살을 할퀴듯, 때론 어루만지듯
쉼없이 쏟아 흐르고 있습니다.
![](https://t1.daumcdn.net/cfile/cafe/2179333857818ED31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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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말 청하 현감을 지낸 겸재 정선 선생이
이 곳 일대를 그림으로 남겨
진경산수 화풍을 완성했는데
![](https://t1.daumcdn.net/cfile/cafe/267AA53857818ED51E)
그 그림의 대상이 바로 이 일대인 셈이지요,
![](https://t1.daumcdn.net/cfile/cafe/2662CD3857818ED71B)
신선이 학을 타고 내려 앉았을 만한 바위 위에는
산악인의 추모비가 있습니다.
![](https://t1.daumcdn.net/cfile/cafe/2616CB5057818ED932)
산이 좋아
산으로 간 악우야
햇빛 찬란히 내리고
산새소리 정겨운 이곳
너의 그넋 언제나
산과 함께 하리라
![](https://t1.daumcdn.net/cfile/cafe/2115205057818EDB33)
눈을 드니 건너 바위 절벽 위 하늘빛이 많이도 푸릅니다.
![](https://t1.daumcdn.net/cfile/cafe/2441855057818EDC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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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08 관음폭포
![](https://t1.daumcdn.net/cfile/cafe/2636B55057818EDE32)
비하대 깍아지른 바위 절벽 수직 아래
![](https://t1.daumcdn.net/cfile/cafe/2738B45057818EE031)
폭포를 하나를 척 걸쳐 놓았습니다.
![](https://t1.daumcdn.net/cfile/cafe/25065D5057818EE130)
비하대에서는 아찔 현기증으로
내려다 보지도 못하게 해놓고서는
![](https://t1.daumcdn.net/cfile/cafe/24024E5057818EE331)
막상 내려서면 비하대에서는 또 어떤 모습이었을까?
궁금케하는 관음폭포,
![](https://t1.daumcdn.net/cfile/cafe/2421E54F57818EE53B)
그렇죠? 관세음보살님이 금방이라도 나타나
여러분의 간절한 소원 하나쯤은 들어 줄것 같지요?
![](https://t1.daumcdn.net/cfile/cafe/2553564F57818EE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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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14 연산폭포 가는 길,
![](https://t1.daumcdn.net/cfile/cafe/226A2748578190B80F)
관음폭포 오른쪽 위 구름다리 끝에서
연산폭포를 만날 수 있습니다.
![](https://t1.daumcdn.net/cfile/cafe/2507DC48578190BA09)
양쪽으로는 겸재 선생의 진경산수화가 걸려있습니다.
![](https://t1.daumcdn.net/cfile/cafe/2573A048578190BC05)
16:15 연산폭포
![](https://t1.daumcdn.net/cfile/cafe/24080348578190BE13)
구름다리 끝에서 폭포는 소리부터 존재감을 드러냅니다.
![](https://t1.daumcdn.net/cfile/cafe/214A2148578190C010)
콸괄도 쿵광도 아닌
문자로는 그 근처에도 갈 수없는 울림이 있는 소리,
![](https://t1.daumcdn.net/cfile/cafe/221A1948578190C212)
끌림이 있는 소리,
![](https://t1.daumcdn.net/cfile/cafe/24117B48578190C404)
깊은 곳 어디에선가 부터 나를 불끈 솟구치게 하는 소리가
쉼없이 품어져 흐릅니다.
![](https://t1.daumcdn.net/cfile/cafe/215D7B4C578190C607)
이 순간 시간이 멈춘다해도 좋겠습니다.
심장 뛰는 저 소리와 함께...
![](https://t1.daumcdn.net/cfile/cafe/235C7B4C578190C808)
16:20
두 폭포 돌아 나오는 데 아찔한 바위 벼랑 위
선일대 정자가 눈길을 사로 잡습니다.
![](https://t1.daumcdn.net/cfile/cafe/212BC14C578190CB05)
이 각도에선 디카에 잡힐까?
정자는 그만 숨어버리고 맙니다.
![](https://t1.daumcdn.net/cfile/cafe/215FE84C578190CD08)
16:25 보현암 마당에 들러 약수만 한잔 마시고
![](https://t1.daumcdn.net/cfile/cafe/2560D44C578190CF08)
16:35 상생폭포
역광 때문에 잡을 수가 없습니다.
![](https://t1.daumcdn.net/cfile/cafe/22309F4C578190D02D)
바로 쌍둥이 처럼 나란히, 이런 모습일텐데요,
![](https://t1.daumcdn.net/cfile/cafe/2761D53B578445660F)
![]()
16:55 보경사
![](https://t1.daumcdn.net/cfile/cafe/212B834F578190D509)
연못을 메꾸고 진나라에서 가져 온 팔면보경을 묻은 다음
그자리에 보경사를 세웠다는...
절집 앞 소나무들이 늘씬해 좋습니다.
![](https://t1.daumcdn.net/cfile/cafe/261E6B4F578190D704)
해탈문 지나
![](https://t1.daumcdn.net/cfile/cafe/231D334F578190D904)
17:00 일주문을 나옵니다.
![](https://t1.daumcdn.net/cfile/cafe/22367A4F578190DA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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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텁지근하게 마구 땀은 흐르고 발바닥은 아프고,
버스까지 가는 길이 참 멀게도 느껴집니다.
내려오면서 계곡속에 풍덩 하고픈 욕망을 누르고 왔는데
끝내 이루지 못했습니다.
여기서 하면 금발 또 땀 흘리고 말텐데 하면서
여기까지 내려오고 말았습니다.
버스는 보이는데 이 끈적함을 씻어 줄만한 곳은 어디에?
주자장 아래 개울은 바닥이 보일정도 입니다.
그래도 내려갔습니다. 두리번거렸습니다.
큼직한 콘크리트 보 수문안으로 들어가
아래로 내려가니 물웅덩이,
어느 산님과 함께 훌러덩 음음...
내연산 그 음밀한 계곡 옥수와 한바탕 즐기고 싶었는데
주차장 올려다 보이는 보 물웅덩이 속이 웬말인가요?
내연산, 그 엄밀하고 짜릿한 쾌감을 바랐던 것이
정녕 갈바람만의 꿈이였던가?
아닙니다. 다시 그 꿈 꾸렵니다.
꿈 꿀 때가 가장 행복하잖아요,
그리고 꿈 꾸면 언제인가는
이루진다고 하니까요...
감사드립니다.
2016. 7. 10
갈바람이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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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en I dream / Carol Kid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