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무
이 정희
‘위잉~~~윙~~~~’
며칠 전부터 전기톱 같은 기계 돌아가는 소리가 ⓐ1들린다. ‘어디 큰 공사가 있나보다.’ 크게 거슬리는 것도 아니 어서 얼른 그 일이 끝나기를 바랐다. 그런데 어제는 날씨가 더워서 창문을 열어 놓으니 톱니바퀴 돌아가는 소리가 제법 크게 ⓐ2들렸다. 나는 소음이 나는 곳을 확인하기 위해서 방충망을 열고 아래 동네를 훑어봤다. 오래된 주택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는 작은 동네는 여전히 조용했다. 그냥 ⓑ1문을 도로 닫으려는데 아파트아래 공터와 이어진 숲의 나무들이 심하게 흔들리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 ⓑ2문을 닫다가 말고 고개를 내밀어 조금 더 자세히 지켜봤다. 숲 울타리를 허문 공터에는 큰 트럭이 두 대 서 있었고 숲의 한가운데 키 큰 나무들이 일렁거리고 있었다. 기계톱소리는 그곳에서 들리는 게 확실했다. 숲이 우거져 일하는 사람은 안보였지만 나무를 잘라내고 있는 중이라는 것을 짐작할 수 있었다.
ⓒ 그 숲은 꽤 큰 잡목들로 꽉 차 있어서 창밖 경관을 볼 때마다 내 시선은 그 숲에 오랫동안 머물렀다. 그 나무들 때문에 공기가 조금이라도 더 맑아지는 기분이 들었고 가을이면 노란색으로 곱게 물들어 가을을 느끼기에 충분 했다.
오늘 아침에 일어나 환기를 시키려고 창문을 열다가 자연스럽게 눈길이 그 숲으로 갔다. 나무는 울타리를 따라 둥글게 남겨둔 채 한 가운데 나무들은 모두 잘려나가 머리에 버짐이 난 듯 허옇게 뚫려있었다. ⓓ그 나무들은 하얀 속살을 내민 채 일정한 크기로 잘려져 누워있었다. 며칠 사이에 숲이 사라진 것이었다. ‘아~ 아까워라!’ 나는 내 팔 다리가 잘려나간 기분이었다. ‘뭘 지으려고 하는구나. 빌라인가? 아니면 카페인가? 요즘은 카페도 대형으로 짓지 않으면 안 된다더니…….’ⓔ나는 그나마 가장자리로 나무들을 남겨 두고 가운데만 파낸 모양으로 봐서 카페라고 단정 짓고 꼭이 이 작고 오래된 동네에 커피숍을 저렇게 크게 지어야하나 하고 마음이 많이 언짢아졌다. ⓕ마치 추운 겨울 날 밤에 옹기종기모여 잠을 자다가 이불을 빼앗겨 등허리가 드러난 것 같이 마음이 시려왔다.
마침 나는 며칠 전부터 나무들이 비탈에 서 있는 풍경화를 그리고 있었다. 먼 산에는 녹음이 내려 앉아 오히려 회청색을 띠고 중경에는 나무들이 둑을 따라 서 있는 풍경이었다. 네 이웃의 나무들은 저렇게 처참하게 잘려 쓰러져있는데 내 화판 위에 나무들은 5월의 해살을 받아 신록으로 반짝이고 있었다. 창문을 열어 둔 채 귀 뒷전으로 들리는 전기톱니 바퀴가 돌아가는 소리를 들으며 내 그림 속의 나무들을 가만히 바라봤다. 어쩌면 작고 오래된 동네에 홀로 우뚝 서 있는 나의 아파트도 옛날엔 저 숲처럼 나무들로 꽉 차 있었는지도 모를 일이다. 뿌리 채 뽑힌 나무들의 사체 위에 이 아파트가 지어진 지도 모를 일이다. 그런 내력을 한 번도 생각해 보지도 않았으면서 동네 한쪽 공터에 남아있는 나무숲을 내려다보면서 위안을 얻고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지금 이 아파트 반에 반도 안 되는 나무숲이 사라지는 것을 보며 안타까워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면서 고가의 수채화 용지 위에 가상의 나무를 그리고 있는 것이다. 이 종이를 만들기 위해 얼마나 많은 나무들이 잘려나갔을까? 이 그림 속의 나무들은 누구에게 위안을 줄 수 있을까? 어쩌면 몇 달 뒤 그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고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부분평>
ⓐ1 ⓐ2 시제를 일치시키면 좋겟습니다. “들렸다.”로 통일
ⓑ2 “문을 닫다가 말고” 는 삭제 ⓑ1에 문을 도로 닫았다는 내용이 있습니다.(동일 문단에 같은 동작 설명이 반복 서술되지 않도록)
ⓒ문장을 죽죽 늘어뜨리지 말고 끊어서 이야기하면 내용 전달이 잘됩니다.
그 숲은 꽤 큰 잡목들로 꽉 차 있었다. 창밖 경관을 볼 때마다 내 시선은 그 숲에 오랫동안 머물곤 했다. 그 나무들 때문에 공기가 조금이라도 더 맑아지는 기분이 들었다. 가을이면 (나무의 잎사귀는) 노란색으로 곱게 물들어 가을을 충분히 느끼게 해 주었다.
ⓓ그 나무들은 하얀 속살을 내민 채 일정한 크기로 잘려져 누워있었다.
글쓴이의 생각에 몰입하다 보면 독자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는 표현을 어렵게 쓰는 오류가 일어날 수 있습니다.
ⓓ를 이렇게 고쳐봅니다.
일정한 크기로 잘려진 나무들은 하얀 속살을 내민 채 누워있었다.
ⓔ부분도 문장을 끊어서 적어보면 좋겠습니다.(일부 삭제 및 수정 했음)
가장자리 나무들을 남겨 두고 가운데만 잘라낸 모양으로 봐서 카페지을 자리라고 단정 지었다. ‘이 작고 오래된 동네에 커피숍을 저렇게 크게 지어야하나.’ 하고 마음이 많이 언짢아졌다.
ⓕ와 같은 표현은 작가의 심경을 나타내는 아주 좋은 표현입니다.
<총평>
1. 문장의 리듬을 살리면 좋겠습니다.; 전반적으로 문장을 길게 적는 것 같습니다.
짧게, 중간, 길게(글을 적은 후 읽어 보면서 긴 호흡으로 읽힌다면 끊어주세요)
2. 문단과 문단의 배열이 적절하게 구조화 되어 있어서 좋습니다:
소재의 배치와 흐름이 자연스러웠습니다
3. 주제 전달이 무게감이 있다:
결말 부분의 소재가 주제에 부합되도록 구성해서 메시지가 확실하게 전달되고 있습니다.
4. 수필의 흐름과 호흡을 작자는 알고 있습니다.
독서를 많이 하신 것 같고 어떻게 적어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5. 자연의 파괴와 자연의 보호라는 인간의 이중적 행태를 감성적 해법으로 접근하려는 시도가 좋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