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둘째 손자가 열이 나서 병원에 온다기에 집 근처 병원에 먼저 가서 예약을 해두었습니다. 좀 있다가, 손자를 보기 위해 아내와 딸이 오고, 며느리가 뒤이어 왔습니다. 다행히 열이 심한 정도는 아니라, 해열제만 타고 나왔습니다. 연년생 둘 보느라 고생한다고, 새언니는 이때라도 잠시 쉬라며 딸이 조카를 안았는데, 70일 갓 지난 손자 춥다고, 추위를 몹시 타는 아내가 외투를 벗어 손자에게 덮어주는 걸 보고, 제가 바로 코트를 벗어 아내 등을 감싸주었습니다. 이 장면을 본 며느리가 사진을 찍더니 보내주더군요. ‘로운이 아빠 다정함은 아버님 다정함에서 나온 것 같은데용’이라는 문자와 함께 말입니다. 아픈 손자지만 이렇게 본 것만으로도 좋은데 며느리로부터 문자를 받으니, 기분이 더욱 좋아졌습니다. ‘아버님 다정함’보다 도, ‘로운이 아빠 다정함’을 며느리가 느끼고 있다는 것만으로 충분히 행복했습니다.
아이들 키울 때를 돌이켜 보면, 가부장적인 규범에 사로잡혀 있던 오랜 결혼생활 동안 다정함보다는 엄격함을 우선하였고, 마음과 달리 말과 행동은 ‘다정’과는 거리가 있었음을 뒤늦게 깨달았습니다. 나름, 고치려는 노력을 많이 하긴 했습니다만, 부족했음을 느낍니다. 그런데 제 아들, 연년생 아들 둘을 둔 아빠인 그에 대해 며느리가 ‘다정함’을 느낀다니 흐뭇했습니다. 직장생활과 가정생활의 양립에 따른 피곤함도 적지 아니 있을 것임을 잘 알기에 더욱 아들이 대견하게 느껴졌고, 감사함을 아는 며느리가 더 좋아졌고, 그런 부모 밑에 크고 있는 손자들이기에 늘 표정이 밝은 거라는 데까지 생각이 미치자, 행복감이 밀물처럼 몰려왔습니다.
가족 간 상호 존중과 배려, 양보의 마음이 적절히 어우러질 때 행복한 가정이 될 수 있다고 믿습니다. 아들 둘 보느라 힘들어하는 며느리, 직장 마치고 와서도, 주말에도 가사 일에 적극 팔 걷어붙이는 아들, 그들의 피곤함을 잘 알고 이해하는 저와 아내이기에, 며느리가 가장 힘든 날인 토요일에는 가급적 별다른 약속 잡지 않고 그들의 청에 따라 김천 아들 집에 가서 만 하루를 보냅니다. 그게 일상의 행복이 되어 버렸습니다. 어떤 이들은 손주 보기가 겁난다고 합디다만, 저희에겐 일주일 중 가장 기다려지는 날이 되어버렸습니다.
‘가족의 해체’가 사회적, 국가적 쟁점이 되어버린 요즘이기에 ‘가족’, ‘다정’이라는 단어, 관계가 주는 따스함, 그 온기를 느낄 수 있음에 더욱 감사하게 됩니다. 모두가 그러했으면 좋겠습니다. 마음의 평화와 함께 말입니다.
구미의 보호수 탐방, 이번 주도 이어갔습니다. 추운 날이지만, 노거수를 보면, 비록 나목일지라도 마음이 따뜻해짐을 느낍니다. 그건 ‘다정함’ 때문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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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평화(모셔온 글)=======
세상에서 가장 부자인 사람은 누구일까.
나는 그를 남태평양의 작은 섬에서 만났다.
그는 커다란 야자나무 아래서
20억 불짜리 미소를 지으며 앉아 있었다.
그가 앉아 있는 해변 너머의 세계를 그는 본 적이 없고
따라서 말세에 대해 고민한 적도 없다.
음식과 물은 풍부하지 않았다.
가족을 먹이기 위해 날마다 그는 물고기를 잡아야 했고
섬 건너편에 있는 우물에서 물을 길어 와야 했다.
이러한 일들은 매일 아침 그에게 하나의 도전이었으며
날이 저물 때면 그는 일에 대한 만족감을 느낄 수 있었다.
파도의 중얼거림
새들의 노랫소리와 멀리서 이따금 들려오는 천둥소리
그것이 그에게는 음악이었다.
그에게는 유명한 화가의 그림도 없었다.
최고의 화가가 그의 섬 주위에 매순간 만들어 놓는 걸작품 외에는
날마다 보는 일출과 일몰이 최고의 그림이었으며
저녁에는 텔레비전을 보는 대신
그는 하늘과 별과 달을 관조했다.
그것을 통해 그는 자신의 주인인 신과 대화했으며
자신이 살아 있는 것에 감사드렸다.
세금을 낼 필요도 없고
보험회사나 노후 연금에 대해선 들어본 적도 없었다.
유언을 남기거나 유산을 물려주는 것에 대해서도 생각할 필요가 없었다.
그는 다만 마음의 평화를 지닌
행복하고 만족할 줄 아는 사람이었다.
오늘날 전 세계의 은행에는 수백만의 인구가 있다.
하지만 그들의 얼굴에는 미소가 없다.
왜냐하면 어떤 국제적인 기업이나 경매회사에서도
마음의 평화를 돈 받고 팔지는 않으니까.
-----제임스. R. 맨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