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제안 하루 평균 1200여 건, 많은 날은 2800여 건까지 접수
⊙ 여성에 국방세 징수, 횡단보도 가로도색 등 기발한 제안도
⊙ 민원기관 아닌 상시 정책제안 접수 및 진행기관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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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익훈 국민행복제안센터장(왼쪽 두 번째)이 직원들과 함께 국민제안을 검토하고 있다. |
“국방의 의무를 경시하지 않도록 군 면제자와 여성에게 2년간 국방세를 걷어 군 장비와 시설 현대화 등에 사용하도록 하면 좋겠습니다. 여성의 경우 출산 시 한 명 50%, 두 명 100%로 환급해 주면 됩니다.”
“도로 횡단보도 도색이 차량 진행 방향인 세로로 그려져 있어 ‘진행해야 한다’는 생각을 갖게 합니다. ‘멈춰야 한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도록 횡단보도 도색을 가로로 하면 접촉사고가 줄어들 것입니다.”
“딸이 아파 보험사에 보험을 청구했는데 여러 영수증을 첨부하느라 여간 힘들지 않았습니다. 연말정산처럼 의료비 수납 정보를 자동으로 조회할 수 있도록 하면 좋겠습니다.”
“전국 초등학교에 유휴 교실이 많아 불필요한 비용이 투입되고 있는데 이를 지역아동센터로 활용하면 비용도 절감하고 지역 아동에 대한 교육혜택에 도움이 될 것입니다.”
“장애인을 위한 리프트 장착 버스가 늘어나고 있는데, 고속버스에는 리프트가 없습니다. 거동이 불편한 장애인의 이동을 위해 고속버스에도 리프트 를 설치하도록 하고 이를 국가가 지원했으면 합니다.”
“출산장려를 위해 양육비 지원 같은 일시적인 방법보다, 자녀 수에 따라 노후연금에 차등을 두면 자녀가 곧 노후를 보장할 수 있다는 생각을 퍼뜨려 좋은 효과가 있을 것 같습니다.”
18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국민행복제안센터에 접수된 제안들이다. 국민의 제안을 받아 새 정부의 정책 방향을 수립하기 위해 2013년 1월 13일 문을 연 인수위 국민행복제안센터는 2월 8일 접수를 마감하고 정리작업에 들어갔다. 2월 14일 기자가 찾은 센터에는 더 이상 민원인은 없었지만 이날 전국에서 우편으로 도착한 제안서들이 쌓여 있었다. 센터 측은 “공식적인 업무는 8일에 끝났지만 도착하는 제안서들은 계속 접수하고 검토한다”고 밝혔다.
하루 평균 1200여 건 접수
인수위 국민행복제안센터는 센터 직원 5명, 콜센터 7명(주무관 1명, 상담원 6명)으로 구성돼 있다. 새누리당에서 파견된 정익훈 민원국장과 박재용 민원국 과장, 국민권익위원회에서 파견된 조성래·이규무·최해일·정현준 주무관은 짧게는 수년, 길게는 십수 년간 민원업무를 맡아온 민원 전문가들이다. 콜센터에는 KT콜센터의 숙련된 상담원들이 파견돼 있다.
삼청동 금융연수원 2층에 자리 잡고 있는 국민행복제안센터는 홈페이지, 우편, 방문, 팩스 등 다양한 방법으로 국민제안을 접수해 인수위 각 분과에 전달하고 검토, 처리토록 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단순한 민원에 대해서는 국민권익위원회가 운영하고 있는 국민신문고를 안내하거나 해당 정부부처로 연계하고, 미래 정책과 연계될 수 있는 제안을 위주로 접수받았다.
정익훈 국민행복제안센터장은 “총 3만2182건의 제안이 접수됐으며, 인터넷 홈페이지 접수가 2만4243건으로 가장 많았고 전화(4593건), 우편(2263건), 방문(626건), 팩스(457건) 순이었다”고 소개했다.
분과별로는 국정기획조정이 2285건, 정무 855건, 외교국방통일 794건, 경제1 1752건, 경제2 4304건, 법질서사회안전 3954건, 교육과학 4585건, 고용복지 4151건, 여성문화 3981건, 기타 5521건 등이다. 생활과 관련된 경제, 교육, 고용 등이 국민들의 높은 관심을 받았던 것으로 분석된다.
지역별로는 서울 1만417건, 경기 7134건, 부산 1854건, 인천 1764건, 경남 1503건, 대구 1487건, 경북 1326건, 강원 1163건, 충북 874건 등의 순이었으며, 세종시에서 접수된 건이 84건, 국외에서 접수된 제안도 112건에 달했다. 인수위 각 분과는 업무보고가 마무리되는 2월 중순부터 제안처리에 속도를 높여 해단식 전까지 국민행복제안센터에 접수된 제안을 100% 검토 완료한다는 계획이다.
막무가내식 민원인도 다수 ![](https://img1.daumcdn.net/relay/cafe/original/?fname=http%3A%2F%2Fmonthly.chosun.com%2Fupload%2F1303%2F1303_105_2.jpg)
국민행복제안센터의 하루 평균 접수 건수는 1192건. 주말에는 하루 1000건에 못 미쳤지만 평일에는 보통 1300~1400건을 넘었다. 특히 1월 21일과 2월 1일이 각각 2180건과 2818건으로 2000건을 넘어섰다.
이는 1월 20일 밤 윤창중 대변인이 “인수위 홈페이지에서 취임식 참가신청을 받는다”고 발표하면서 홈페이지 방문자 수가 크게 늘어났고, 2월 1일에는 여성부가 시행 중인 셧다운(shut down:청소년들의 과도한 게임 이용을 막기 위해 0시부터 오전 6시까지 온라인 네트워크 게임에 접속하지 못하게 하는 제도)의 모바일게임 포함 논쟁으로 많은 네티즌이 홈페이지를 방문했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됐다.
국민행복제안센터는 초기부터 몰려드는 민원인들 때문에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국민행복제안센터는 대선 직후 출범한 인수위에 비해 다소 늦게(1월 13일) 출발했는데, 문을 열자마자 기다렸다는 듯 민원인이 몰려들어 엄청난 혼잡이 이어졌다.
막무가내로 당선인이나 인수위원장을 만나겠다는 민원인은 수도 없이 많았고, 똑같은 이야기를 하기 위해 매일 찾아오는 사람도 있었다. KTX 민영화에 반대하는 60만명의 서명을 박스 20여 개에 담아 카트에 싣고 온 민원인들도 있었다. 수백 장에 달하는 제안서를 상자에 담아 온 사람도 적지 않았다.
인수위 앞은 경찰과 시위 인파로 늘 소란스럽다. 거의 매일 특정 단체가 기자회견 또는 시위를 하고 있다. 특히 쌍용차 범대위는 대선 직후부터 2월 22일 인수위 업무종료 시점까지 인수위 앞 집회신고를 해놓았으며, 2월 중순 현재도 시위를 벌이고 있다. 쌍용차 범대위는 2월 12일에는 2시 기자회견, 3시 기도회, 7시 문화제를 잇달아 여는 등 인수위 앞에서는 한 달 내내, 업무시간 내내 시위가 벌어지고 있는 형편이다. 이들과 면담하고 의견을 듣는 것도 국민행복제안센터의 일이다. 정 센터장의 얘기다. “새누리당 시도당이나 민원국에 늘 찾아오던 고질민원인이 인수위를 찾아오는 경우도 꽤 많았어요. 서로 얼굴을 알 정도죠. 그래도 새 대통령에 기대를 걸고 서울까지 찾아오는 민원인이라 성의껏 제안을 듣고 접수했습니다.”
매일 국민제안 3~4건 당선인에 보고 ![](https://img1.daumcdn.net/relay/cafe/original/?fname=http%3A%2F%2Fmonthly.chosun.com%2Fupload%2F1303%2F1303_105_3.jpg) |
국민행복제안센터는 금융연수원 건물 2층에 자리 잡고 있다. |
국민행복제안센터는 접수된 제안을 각 해당 분과에 분배하고, 검토-처리-완료 등 현황을 점검해 홈페이지에 표시한다. 또 매일 저녁 당선인에게 한 장짜리 일일상황보고를 한다. 보고서는 각 분과의 제안 처리 현황을 보여주는 한편 접수된 주요 제안 중 의미 있는 것, 정책에 반영될 만한 것 3~4건을 정리한 것이다. 보고된 제안 중 중요한 것들을 모았다.
<시장 독과점 체제 완화 : 정유 4사의 과점체제 완화를 위해 알뜰주유소 확대와 전자상거래, 유류 브랜드 혼합 판매 등 다양한 유통방식을 추진한다.>
<장애인 등급제 폐지 : 의학적 판정 중심의 현행 등급제를 개인의 욕구 및 사회환경적 유인을 반영한 종합장애판정체계로 전환한다.>
<가업상속 공제제도 완화 : 10년 이상, 두 세대 이상에 걸쳐 가업을 이어가는 경우 최대 300억원까지 공제를 받을 수 있는 가업상속 공제제도가 실효성 논란에 휩싸인 만큼, 고용유지와 사용인 준수사항 등 사후관리요건을 완화해 실효성 있는 제도가 되도록 한다.>
<대기업 계열사 통행세 징수행위 근절 : 대기업 계열사가 특별한 역할 없이 거래단계를 추가해 과도한 수수료를 받는 행위를 규제토록 법을 개정하고, 사실관계 파악과 규제수위 결정을 위해 신고 및 조사절차를 신설한다.>
<경력단절 주부 사회진출 지원 : ‘여성새로일하기센터’를 단계적으로 확충하고, 여성의 수준에 맞는 맞춤형 교육 프로그램 및 맞춤형 창업지원을 추진한다.>
<아파트 관리비 등에 대한 국가 차원의 관리감독 강화 : 아파트 관리비 관리, 분쟁 대응, 민원 상담, 장기수선 계획 자문 등을 종합적·체계적으로 담당하는 공동주택관리센터를 설립한다.>
정익훈 센터장은 “교육·생활·일자리·복지 등에 대해 국민의 관심이 매우 높고 독특하고 실효성 있는 제안도 많이 들어왔다”며 “특히 공교육 정상화, 영유아 보육지원, 기초노령연금, 반값등록금 관련 제안이 많았다”고 말했다. 그는 “당선인도 민생 분야 정책제안에 높은 관심을 갖고 있다”며 “주요 제안은 인수위 각 분과의 정책에 심도 있게 반영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국민 역할이 단순참여에서 정책제안으로 ![](https://img1.daumcdn.net/relay/cafe/original/?fname=http%3A%2F%2Fmonthly.chosun.com%2Fupload%2F1303%2F1303_105_4.jpg) |
인수위 사무실인 금융연수원 정문에서 한 단체가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인수위 앞에서는 매일 각종 기자회견과 1인시위가 계속되고 있다. |
인수위의 대국민 창구는 16대 당시 국민참여센터에서 17대 국민성공정책제안센터, 18대 국민행복제안센터로 명칭을 바꿔왔다. 사실 5년 전 17대 대통령 인수위가 직원 수 23명으로 구성된 국민성공정책제안센터를 2008년 1월 1일부터 운영한 것에 비하면 현행 국민행복제안센터는 그 기간이나 규모가 작은 편이다.
인수위 한 관계자는 “애초 ‘작은 인수위’를 표방했던 만큼 당선인은 인수위에 민원센터를 운영할 계획이 없었던 것으로 안다”며 “인수위가 출범하고 난 후 민원 및 대민 창구가 전혀 없어 이 같은 조직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이어지면서 뒤늦게 센터가 출범했다”고 말했다.
정익훈 센터장의 얘기다. “16대까지는 국민의 의견과 진정을 접수하는 ‘참여’ 수준으로 운영됐지만 17대부터는 미래 실행을 염두에 둔 정책제안으로 센터 기능이 강화됐고 센터의 의미와 중요성도 한층 높아졌습니다. 국민과 능동적이고 쌍방향적인 소통이 가능하게 된 것이죠.”
시민단체 출신인 이상목씨가 센터장을 맡았던 17대 대통령직 인수위 국민성공정책제안센터는 4만여 건의 제안 중 5000여 건에 대해 간담회를 개최하거나 사후 모니터링 등을 통해 심층 검토했으며, 100건을 우수정책과제로 선정했다. 실제로 안산 출입국관리소 출장소 설치, 국가예산 집행에 외부전문가 공개채용, 폐업신고 원스톱서비스 제공, 인터넷부동산 허위매물에 대한 점검과 실태파악 등 국민제안이 정책에 반영된 사례가 적지 않았다고 한다.
상시 정책제안 접수기관 생길까 ![](https://img1.daumcdn.net/relay/cafe/original/?fname=http%3A%2F%2Fmonthly.chosun.com%2Fupload%2F1303%2F1303_105_5.jpg)
2월 8일로 국민제안 접수는 끝났지만 국민행복제안센터 콜센터(1666-0225)는 인수위 해단식 날짜인 2월 22일까지 운영된다. 또 8일 이후 우편으로 들어오는 제안서들도 센터에서 접수, 검토한다. 2월 22일까지 홈페이지로 접수한 사람은 홈페이지를 통해, 오프라인으로 접수한 사람은 콜센터를 통해 본인이 제안한 건의 진행상황을 문의해 답변을 얻을 수 있다.
국민행복제안센터는 주요 국민 제안 365개를 선정해 2월 25일 대통령 취임식 날 광화문광장에 ‘희망이 열리는 나무’를 세우고 이들 제안을 게시할 예정이다. 박 당선인은 이날 국회 취임식에 이어 광화문광장으로 이동해 희망이 열리는 나무에 게시된 제안을 읽게 된다.
정익훈 센터장은 “당선인이 국민의 작은 소리도 크게 듣겠다는 의미에서 ‘경청 프로그램’을 새롭게 마련했다”며 “경청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취임식 전후로 희망이 열리는 나무, 희망달집, 희망꽂이 등을 각처에 마련해 국민의 제안을 소중하게 듣고 실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명박 정부는 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백서를 통해 “국민들로부터 정책제안을 지속적으로 받을 수 있는 기능이 청와대 또는 정부부처 중에 설치될 필요가 있으며, 채택된 정책의 추진상황을 점검하고 정책이 실제로 시행된 이후의 성과와 그에 대한 평가까지 가능하게 하는 피드백 시스템의 구축이 필요하다”고 했다. 단순한 민원실의 기능과 차별화되는 기관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해당기관이 신설되지는 않았고, 앞으로 신설될지의 여부도 미지수다. 국민과의 소통을 중시하는 박근혜 당선인이 국민과 소통하는 기관을 새롭게 만들 것인지 주목된다.⊙
첫댓글 박근혜대통령..
기대합니다 행복한 하루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