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소) 01. 효소, 생명이 살 수 있는 기초
효소(酵素, enzyme)는 사전에 ‘생체 내에서 화학 반응을 촉진하는 단백질 분자’라고 기술하고 있다. 이 간단한 정의만으로도 우리는 효소에 대해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다. 먼저 눈에 띄는 대목은 ‘생체 내에’라는 부분이다. 실제로 모든 생명체, 식물과 동물에는 효소가 포함되어 있다. 이 대목에서 고개를 갸웃거리는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효소란 발효와 숙성의 과정을 거친 효소 발효액이나 공장에서 생산되는 곡물 발효 효소식품을 말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가 섭취하는 그 ‘효소’는 효소가 많이 포함된 발효액이나 가공식품이다. 본래 의미의 효소란 식물이나 동물의 생체 내에 존재하는 미세물질의 일종이다.
이어서 눈여겨볼 대목은 ‘단백질 분자’라는 설명이다. 효소는 단백질 분자다. 단백질로 이루어져 있으므로 온도나 pH(수소이온 농도) 등 환경 요인에 의해 그 기능이 크게 영향을 받는다. 먼저 모든 효소는 특정한 온도 범위 내에서 가장 활발하게 작용한다. 대개 35~45℃ 정도일 때 그 기능이 가장 활발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100℃ 정도의 물에서는 모든 효소가 그 기능을 잃고 사멸한다. 따라서 아무리 효소가 풍부한 유기농 채소라고 물에 넣고 삶으면 효소 보충의 역할은 기대할 수 없는 것이다. 된장 같은 발효식품 역시 국이나 찌개로 끓여서 섭취하면 효소의 보충에 아무 도움이 되지 않는다.
효소의 정의에서 마지막으로 주목할 것은 ‘화학 반응 촉진’이라는 부분이다. 식물이든 동물이든 그 생명을 유지하는 모든 대사 과정은 사실 화학 반응에 의한 것이다. 식물의 광합성 작용도 화학 반응의 일종이고, 우리가 음식물을 소화하고 분해해서 몸에 필요한 에너지를 얻는 과정 역시 일련의 연속적인 화학 반응일 뿐이다. 이런 화학 반응에서 촉매 역할을 담당하는 성문이 바로 효소이다. 촉매란 잘 알려져 있듯이 ‘자기 자신이 변하는 것은 아니되, 다른 것들이 변하도록 돕는 역할을 하는 존재’를 말한다. 생체 내에서 일어나는 모든 생화학반응의 촉매 역할을 담당하는 효소, 만약 효소가 없다면 이런 화학 반응들은 너무 느리게 일어나거나 아예 일어나지 않아 생물이 살 수 없을 것이다.
▣ 생물 내부에서 일어나는 화학 반응의 종류는 그야말로 수천 가지에 이른다.
이처럼 다양한 화학 반응의 촉매 역할을 담당하는 촉매 역시 그 종류가 수천 가지이다. 효소의 종류가 이렇게 다양한 것은 하나의 효소가 맡은 기능이 한 가지 또는 유사한 몇 가지로 한정되어 있기 때문이다. 예컨대 침 속에 있는 아밀레이스라는 효소는 녹말을 엿당으로 분해하는 촉매 작용을 하는데, 그 외의 작용은 하지 않는다. 오로지 한 가지 일에만 몰두한다. 위 속의 펩신이라는 효소는 단백질만을 부분 가수분해하는 기능이 있으며, 역시 다른 일은 하지 않는다. 이처럼 한 가지 효소는 한 가지 반응만을 선택적으로 촉매한다. 이를 ‘기질특이성’이라고 한다. 여기서 기질이란 효소에 의해 반응 속도가 커지는 물질, 즉 효소에 의하여 촉매 작용을 받는 물질을 말한다. 효소에 기질특이성이 있다는 말은 효소와 기질이 (마치 자물쇠와 열쇠처럼) 자기들의 공간적 입체 구조가 서로 꼭 들어맞는 것끼리만 결합한다는 의미다. 그 결과로 기질이 화학 반응을 일으키게 되는 것이다.
효소는 화학 반응에서 촉매 되어 복잡한 물질을 분해하여 단순한 형태로 바꾸기도 하고, 간단한 물질들로 복잡한 물질을 합성하기도 한다. 효소 대부분은 세포 내에 존재하며, 무색투명하여 전자현미경으로나 볼 수 있다.
효소는 혈액을 따라 흐르거나 각 기관의 세포 속에 위치하여 각기 다른 일들, 생명의 탄생/성장/발육/유지/소멸 등 전 과정에 관여하는 물질이다. 이런 효소가 없다면 우리는 단 하루도 살아갈 수 없을 것이다.
그런데 이처럼 중요한 기능을 하는 효소는 우리 몸에서 무한정 생성되는 것은 아니다. 노화를 비롯한 다양한 이유로 인해 우리 몸의 효소 생성 능력은 갈수록 저하된다. 효소가 우리 몸에서 하는 역할 가운데 가장 대표적인 것이 소화 과정인데, 노인들일수록 소화능력이 떨어지는 것은 이와 관련된 효소들이 점점 부족해지기 때문이다. 늙고 병이 든다는 것은 다양한 요소와 원인에 따른 현상이지만, 아주 단순하게 말하면 전반적으로 효소의 부족 문제와 관련이 있다. 다양한 효소가 우리 몸에 충분해서 이들이 제 역할을 다하고 있다면 우리의 몸은 건강과 젊음을 유지할 수 있다. 효소가 부족하여 제 역할을 다하지 못하고 있다면 우리의 몸은 늙고 병들게 되는 것이다.
▣ 부족해진 효소를 보충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의 하나는 효소 발효액을 만들어서 자주 복용하는 것이다.
효소 발효액은 일상에서 음료로 마시고, 차로 마시고, 각종 요리의 양념으로도 사용할 수 있다. 효소 발효액을 통해 체내의 부족한 효소를 보충함으로써 우리는 신진대사를 촉진하고 신체의 건강한 기능이 원활히 유지되도록 할 수 있다.
효소 발효액을 만들어 마시는 방법 외에 효소가 살아 있는 식품을 많이 섭취하는 방법도 있다. 앞에서 지적한 것처럼 효소는 인체뿐만 아니라 모든 동식물에 포함되어 있다. 곡물, 과일, 채소, 고기 등 모든 음식물 속에는 다양한 효소들이 포함되어 있다. 문제는 이들 효소가 열에 매우 약하기 때문에 열을 이용하는 조리과정에서 대부분 파괴된다는 점이다. 따라서 끓이거나 삶지 않은 상태의 생과일, 채소, 산야초, 발효식품 등을 많이 섭취해야 효소 보충에 실질적인 도움이 된다.
현대인들은 이처럼 조리과정에서 효소가 파괴된 음식을 접하고, 가공식품이나 인스턴트 식품 속의 첨가물을 반복적으로 섭취함으로써 인체 내의 효소 능력을 점점 저하한다. 조리되지 않았더라도 오늘날에는 식물의 속성 재배와 농약 오염 등으로 인하여 효소가 부족한 식품이 많아졌다. 또 환경 공해로 인한 각종 유독성 물질과 생활 스트레스 등으로도 효소의 기능이 더욱 저하되기 쉽다. 이래저래 우리 몸에 꼭 필요한 효소가 더욱 부족해지기 쉬운 환경이다. 이에 대한 해결책은 효소가 많이 함유된 재료들을 이용하여 효소 발효액을 만들어두고 꾸준히 섭취하는 것이다.
신용철. 효소 만들기 (10step) 비법 노트. 일월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