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루마운틴/양소은-
오래된 서랍을 열면
기억들이 하얗게 가루 져 있습니다
모래사막일까요?
커피콩들이 붉게 물들면
사랑을 만들 수 있을까요?
사막에 밤이 오고
달빛이 그림자를 짓기 위해 모래 무덤을 뒤질 때
그을린 사랑을 맛볼 수 있을까요?
오래전 검은 바위였던 흔적들이 보이네요
돌무더기 얼굴들 사이에도
불구덩이 속에서도 피는 꽃이 될까요?
끈질기게 달콤한 불빛에 젖어듭니다
거무스름한 백야를 새 떼처럼 먹어치웁니다
삶의 농도는 쓴맛에서 시작합니다
사랑과 이별은 탄닌에서 오고
어둠이 끓는 시간에
다른 혀를 가진 당신의 혀끝에서
뱉은 말이 뜨겁게 녹아내릴까요?
슬픔이 검은 얼굴을 달고
자메이카 사내의 그림자가 부드러운 손길을 내밉니다
커피의 목소리는 부서지기 쉬워요
부풀었다가 잘게 멀어져 가라앉은
사연들이 오래도록
서랍 속에서 모래바람으로 출렁일 때
못다 한 말의 가루들이 풍미 넘치게 흘러나올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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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를 쏘다(에디터)
블루마운틴/양소은
양재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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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4.10 0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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