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에 집에 있는 딤채와인김치냉장고가 10년의 세월을 이기지 못하고 운명을 달리했습니다. 덕분에 2차 발효중인 맥주며, 냉장고를 채우고 있던 맥주들이 갈 길을 잃었습니다 ㅠ 언제나 그렇듯 위기는 예상치 못한 순간에 찾아오고, 기회도 예상치 못한 곳에서 찾아오기 마련이죠.
냉장고가 고장 나서 몇일 심란해 하고 있으니 짝꿍이 이야기합니다.
“냉장고 필요하면 할부로 하나 사세요. 좀 큰 걸로... 덕분에 고사리나 말린 나물 한쪽에 같이 보관하게. 물론 당신 할부로... ㅋㅋㅋ”
이런 말 듣는 게 쉬운 일이 아니잖아요. 할부가 아니라 할부 할아버지라도 발효 냉장고는 무조건 구입 해야죠. 그 길로 S전자, L전자, H마트 등등 발 품 열심히 팔아서 키도 좀 크고 짝꿍의 만족도도 높일 수 있는 냉장고를 찾아 나섰습니다. 그러던 차에 발견한 S전자 컬렉션 냉장고... 오~ 이건 정말 완벽합니다. 하단의 서랍 하나만 빼면 발효조 두개는 기꺼이 들어가고도 남습니다. 밑에 서랍 칸은 짝꿍에게 양도하기로 합의하고 20개월 할부로 이 녀석을 들였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여기서 끝이 아닙니다. 케그는 또 어디다가 보관하나... 20도에 맥주를 보관할 수도 없고... 이 참에 큰 마음 먹고 사고 한번 치기로 합니다.
일단 영상 보고 가시죠. https://www.youtube.com/watch?v=zHWy_Vlw3J4
1~2년 전부터 눈독 들이던 녀석입니다. keezer라고 불리고 우리는 홈 케거레이터라고 부르면 되려나요? 냉동고와 케거레이터의 조합입니다. 사실 목공 능력도, 캐쉬도, 손재주도 없는 제가 시작하기에는 너무나 어려운 미션이라 매번 유튜브로 구경하는데 만족했습니다. 그런데 당장 케그 4개를 어찌할 수 없는 상황이 되니 이 녀석이 딱 눈에 들어오더군요.
다시 짝꿍에게 온갖 가증스러운 애교와 무알콜 주간, 정시 퇴근 등의 전략을 통해 승인을 득하고 준비에 돌입했습니다. 준비물이 생각보다 많습니다.(이렇게 할부에 저당 잡힌 인생은 끝이 안나고….)
1. 냉동고 구입(국내 온라인 쇼핑마켓에서 20개월 할부 구입.. 아하하 ;;;)
저는 제주도까지 배송되는 게 캐리어 200리터 밖에 없어서 이걸 구입했지만 하이얼 냉동고도 괜찮은거 같습니다. 냉동고 구입할 때 가장 중요한 건 역시나 본인이 몇개의 케그를 운용할지에 따라 용량을 잘 고르고, 다음에는 소음, 소비전력, 온도조절 기능을 확인하는게 아닌가 싶습니다.
2. 포싯 킷과 이탄 분배기, 가스 커넥터 킷 주문(northernberwer에서 구입)
안타깝게도 국내 서플라이에는 관련 부품이 있다가 없다가 합니다. 물론 가격도 천차만별이고요. 결국 알리익스프레스와 미국의 northernberwer, morebeer 등에서 몇일 검토했는데 가격은 비슷합니다. - 저는 Draft Brewer Bold Crash Keezer Faucet Kit과 CO2 Distributor 3-way w/1/4” MFL shutoffs, Gas Connector Kit을 구입했습니다. 가격이 만만치 않습니다. 하지만 제가 구입할 시즌은 미국 아버지의 날(Father’s day) 주간이라서 왠만한 몰들이 아빠들에게 20% 할인을 하고 있었습니다. 아빠는 아니지만 미국에서 아빠 행세 좀하고 할인을 받았습니다. 역시나 급한게 아니라면 미국 쇼핑은 블랙프라이데이 같은 할인되는 날을 맞추는게 구입가와 관세에서 이득인 것 같습니다.
3. (냉동고 도착 후) 목공 작업 준비
미국의 맥덕들이야 보통 창고에 목공 장비도 갖추고 있다지만 우리는 그렇지 않잖아요. 냉장고가 도착하면 상판 뚜껑을 분리하고(이때 잘하지 않으면 볼트가 망가지니 꼭 강한 전동 드라이버를 사용하시길….) 상판 연결부의 사이즈를 잽니다. 그리고 아이베란다 같은 목공가공 샵에 온라인 주문을 넣습니다. 나무 재질은 포싯을 연결한 구멍을 뚫고 조립하기 위해 부드러운 스프러스 로열 구조목으로 주문했습니다. 사이즈는 38T*185mm 짜리 4개를 냉동고 사이즈(가로 2개, 깊이 2개)에 맞게 구입했습니다. 저는 주문시 사포질과 함께 포싯을 연결할 수 있도록 3구 타공을 함께 주문했습니다. 타공 높이는 판재 높이는 중간인 92.5mm, 가로도 중심인 490mm, 여기서 가운데 타공과좌우 타공 거리는 120mm, 타공지름은 1인치(2.54cm)로요. 마감부분은 개인 성향에 따라45도 절단해서 붙여도 되고, 그냥 90도 절단해서 이어 붙여도 됩니다.
4. 목공 조립 및 오일바르기
주문한 목재가 도착하면 목공 본드와 꺽쇠를 이용해 조립 작업을 합니다. 이때 가장 중요한 건 역시나 구조가 틀어지거나 수평이 어긋나지 않도록 주의하는 겁니다. 조립이 완료되면 목공 바니쉬나 오일을 한번 칠하고 말려서 사포질하고 다시 칠해주는 과정을 거칩니다. 특히 안쪽 면에 결로 방지 처리를 별도로 할게 아니라면 꼼꼼히 발라서 목재에 수분이 침투하는 일이 없도록 만드는게 중요합니다.
5. 상판과 목재 연결하기
떼어낸 상판을 목재 위에 얹은 후 뒷 편 연결 힌지를 목재와 연결해 줍니다. 이때 힌지 볼트 위치를 미리 잡아서 조립시 틀어지는 사고를 방지합니다.
6. 목재와 냉동고 본체 연결하기
이제 상판과 연결된 목재를 냉동고에 얹을 시간입니다. 틈새를 꼼꼼히 마감하고 습기 침투 방지를 위해 실리콘(초산 무첨가로 사세요. 초산 들어간 걸로 작업하면 집에서 쫓겨납니다.)을 냉동고와 목재 사이에 충분이 바른 후 접착합니다. 마감을 위해 실리콘을 밖과 안쪽 골고루 바르고 비닐장갑 낀 손으로 마감 후 필러로 긁어내면 깔끔하게 작업됩니다. 연결된 냉동고 본체와상판이 흔들리지 않고 결합되도록 위에 무거운 걸 올려둡니다.
7. 포싯과 가스 커넥터 연결
포싯세트를 구입하면 편하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생크 길이를 잘 감안해 포싯과 생크, 비어 라인과 디스커넥터를 연결해 줍니다. 목재 안쪽에 가스 분배기를 조립하고, 마찬가지로 가스 라인도 연결해 줍니다.
8. 이탄통과 케그 연결하기
이제 이탄통은 가스 분배기에, 다시 가스 라인과 비어 라인은 케그와 연결합니다.
9. 잘 따라서 마시며 할부 갚을 생각을 한다.
자 이제 맥주를 만들고 탄산압을 잘 조절해서 따라 마실 일만 남았습니다. 늘 그렇지만 유튜브를 보다가 시작한 이번 키저 만들기 프로젝트 역시 돈이 문제였습니다. 할부라는 좋은 제도를 최대한 이용하기는 했지만 괜한 호기심이 또 한 20개월 동안 사람을 괴롭히게 생겼네요. 장비 욕심 부리면 끝이 없다지만…. 저는 이게 끝일 것 같아요. ㅎㅎ 더 이상은 무리입니다 ㅠㅜ
혹시라도 도전해 보실 분들이 계시다면 유튜브와 구글에서 keezer build를 검색하시고 수 많은 마인드 빌드 이후에 도전하시길 권해드립니다. 또 급한게 아니라면 할인 혜택이 함께하는 기간에 필요한 물품을 구입하실 권해드리고요. 그리고 무엇보다 꼭 필요한지 심사숙고 후 결정하세요 ㅎㅎ
외국의 맥덕들이 선보이는 신박한 녀석들을 보면서 저 역시 눈과 마음이 돌아가서 앞뒤 없이 이것저것 사 모으고 있지만… 결국 맥주만들기의 본연은 맥주가 아닌가 싶어요. 저는 자꾸 그걸 망각하네요 ㅜㅠ 그래도 오늘도 이렇게 지름신 불러 냈으니 이 망각에 동참할 분들이 늘어나길 기대할 따름입니다. ㅋㅋㅋ 그럼 저는 이만 카드 할부 갚으러 갑니다. happy brew week 되세요.
저도 비슷한 꿈을 키우고 있습니다 ㅎㅎ
우와.... 후덜덜 합니다. 넘 멋져요
맥주는 안 만들고 맨 쓸데없는 짓만하고 있네요ㅜㅠ
와우~~!!!멋지십니다
감사합니다 ㅎㅎ
살아계심에 더 많은 박수를 보냅니다 이게 다 누구의 덕??. 😄 행복하세요~
감사합니다. ㅎㅎ
요녀석 만드신지도 이제 시간이 꽤 지났는데... 궁금한점이 있습니다... 혹시 라인이랑 포싯청소는 어떻게 하세요...?ㅋㅋㅋㅋ 포싯 안씻고 케크에 물려서 한참 쓰다보니 내부 부속들이 부식되던데용...ㅎㅎ
탄산 라인은 연결해둔 상태이고, 맥주 라인이랑 포싯은 1주일에 한번쯤 청소하고 평소에는 분리해 둡니다. 쓰기 전에 라인 연결하고요. ㅎㅎ
@칠칠이 아 역시 그러시구나... 제가 미련한거였군요ㅋㅋㅋㅋㅋ
혹시 38l 발효조도 캐리어 200l 저 모델에 들어갈까요??
네. 지름 계산해보니 들어갈거 같네요. 아직 넣어보지는 않었어요. ;;
@칠칠이 빠른답글 감사합니다. ^^ 혹 나중에 여유되시면 내부 실측을... 부탁드려도 될까요? 정말정말 여유로우실 때 생각나시면 한 번 부탁드려요 ^^
@더블ipa 넹. 한번 넣어보고 댓글 남길께요. ^^
@칠칠이 으아 정말 감사합니다. ^^
@더블ipa 일어나서 넣어봤는데 안타깝게도 일반적인 38리터 발효조는 뚜껑이 걸리네요. 카보이는 이상 없이 들어 갑니다. 참고하세요.
@칠칠이 사진까지 감동입니다. 감사합니다. 오늘도 즐거운 하루 보내세요. ^^
와! 정말 대단합니다..
대단하네요..!
멋지십니다. 다만 등짝 세이브 20개월은 엄두가 안나네요. ㅠㅠ
선 지름, 후 보고하세요 ㅎㅎ 20개월 동안 기억하는 분들 많지 않습니다.
안녕하세요. 냉장고에 바로 구멍뚫지 않고 나무를 댄 이유가 있을까욤?
냉장고에 바로 구멍을 내면 냉매가 새어나와서 냉장기능이 상실될 우려도 있고, 미니 레귤레이터나 조정장치를 고정하기도 어렵습니다. 그래서 목공을 덧대 작업하고요. 원치 않으면 목재 부분만 떼어내서 원래 냉동고로 복귀도 가능합니다. ^^
@제주 제이슨 아. 냉장고를 망칠 수 있는거군요. 근데 저 나무가 단열 성능을 크게 해치지는 않나요?
@양조둥이 그래서 안쪽에 단열재를 덧대거나 컴퓨터용 쿨링팬을 더하기도 하는데 저는 저 상태로 잘 사용하고 있습니다.(물론 최근에 냉장고 사망으로 다시 만들었지만요 ;;)
@제주 제이슨 아. 근데 제 냉장고 뚜껑이 그냥 플라스틱인거 같아서 그냥 위를 뚫어볼려구욤
@양조둥이 네. 그것도 가능해요 ㅎㅎ 대신 타워형으로 만들려면 손이 좀 많이 가긴 합니다 ㅎㅎ
@제주 제이슨 일반 포싯에 L보우 연결할까 해서요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