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해야 한다는 생각만 하면 미쳐버리겠어요. 지현이를...버리고 간다는 느낌... 지현이 키 쟀던 벽, 쪼그리고 앉아서 TV 보던 자리, 수학여행 간다고 인사하고 나갔건 그 문, 지현이가 잡았던 문고리... 그애 체온이 묻어 있는 건 어떤 것도 놓고 가고 싶지 않아요." (<그날이 우리의 창을 두드렸다> 중)
"당신이 죽은 뒤 장례식을 치르지 못해, 내 삶이 장례식이 되어버렸습니다." (소설 <소년이 온다> 중, 한강)
"공공의 적이 공공일때 공공의 적인 공공에게 어떤 혐의가 있을 때 그 공공을 심판할 수 있는 건 누구냐고 묻고 싶다 (<눈먼 자들의 국가>)
"아무것도 밝혀지지 않았으므로 보편적이고 일반적인 얘기만 하려한다. 사고와 사건의 관계에 관한 얘기이다. 우선 사고에는 의도가 없다. 자연재해가 그러하며 인재의 경우에도 실수, 태만, 방심에 의해 비롯되는 것이지 의도한 바가 아니기 때문이다. 의도가 개입되는 순간 사고는 사건이 된다. 쉬운 예를 들어보자. 교통사고가 사건으로 발전하는 가장 흔한 예가 뺑소니다. 신고와 구호•수습의 ‘의무’를 저버린 데에는 분명한 '의도‘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안보를 중시하고 애국의 길을 걷는 사람들은 알 것이다. 군대에서 탈영이 얼마나 중차대한 범죄임을. 특히 전쟁과 같은 유사시 탈영이 어떤 처벌을 받는가를." (<눈먼 자들의 국가> 중, 박민규)
(안산을 방문하기 직전 11학년 친구들이 카톡 방에 공유해준 짧은 글들 공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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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전에 공유드린 대로 4월 16일 당일 안산에 다녀왔습니다. 백석의 고양터미널에서 오전 8시 40분행 버스를 타고 출발, 한 시간여 달려 안산에 도착했어요.
그날 <민주시민교육원>은 오전부터 416 기억식으로 분주했습니다. 저희는 안내 선생님(유가족 어머님)의 안내를 받으며 교육원 내에 자리잡은 "기억교실"에 들어섰습니다. 학생들이 생전에 생활한 교실을 기물 모두 그대로 옮겨와 마련한 공간이었고, 책상마다 학생들의 사진이나 노트, 꽃 등이 놓여 있었습니다. 자리에 앉아 두 개의 영상물을 보고 여러 이야기를 듣고 자유롭게 교실 안에 있는 메모를 보고 학생들에게 방문자들이 남긴 인삿말을 볼 수 있었습니다. 가장 많이 본 문구는, 지각이야 빨리 등교해. 안내 어머님께서 설명 도중 종종 말씀을 멈추셔서 마음이 많이 쿨렁댔습니다.
(조심스러워 아이들은 침묵 속에서 교실들을 걸어다녔고, 교사들도 이곳에서는 사진을 차마 찍지 못해 위의 사진만 겨우 한 장 찍었습니다)
1층 홀에는 세월호를 기리는 의미로 제작된 팔찌나 열쇠고리, 스티커 등이 비치되어 있습니다. 자유롭게 가져가시라는 말씀에 저희도 주섬주섬 챙겨 팔에도 차고, 돌아와서는 교실마다 스티커를 붙여두기도 했어요.
유가족분들만이 아니라 봉사자들도 열심이신데, 기억전시관 안내를 안산시 시민이신 봉사 가이드께서 맡아주셨습니다.
비는 그쳤지만 모두 노란우산을 쓰고 길을 걸어, 우선 단원고에 방문했어요.
단원고에는 희생자들을 기리는 의미로 제작된 조형물 노란고래가 있고, 학생들이 직접 만든 노란 바람개비들도 있습니다. 그리고 노란 우체통에는 편지를 넣을 수 있어요.
좀더 걸어 도착한 기억전시관. 어느 상가건물의 좁은 공간을 빌려 마련된 공간입니다.
이후 화랑유원지로 걸음을 옮겨 저희끼리 준비한 작은 리코더 공연을 이어갔습니다. 11학년들이 꾸민 입간판을 세운 뒤 두어 차례 리허설 후 공연 시작. 이를 위해 10, 11학년들은 아침마다 리코더와 수어 연습을...
(지나가던 시민분들이 멈추어 서서 지켜봐주시고 박수도 보내주셨습니다.)
(12학년 무대 <안토니오>를 보기 위해 멀찍이서 앉아 기다리는 이들 한 컷. 오른쪽 끝에는 졸업생 수영이와 재윤이)
그리고 찍지 못했지만, 공연 후 유원지 제3주차장에서 진행된 9주기 기념식에도 참석했습니다. 이날도 광화문 등지에서 늘 벌어지던 그 풍경이 펼쳐졌습니다. 세월호 기념식에 조롱과 비난을 퍼붓는 또 다른 작은 집회가 맞은편에서 이어졌습니다. 한쪽에서는 여전히 눈물이 흐르는데 그 건너편에서 아무렇지도 않게 폭력을 행사하는 무신경함과 무지함이 참 지긋지긋한 시간이기도 했습니다.
*새께서 동영상과 사진들을 편집해 만들어주신 영상입니다. 4.16을 하루의 세러머니로 만드는 데 그치지 않기 위해 많이 공유하고 또 준비했던 것 같습니다. 양초를 구입해주시고 응원의 메시지와 공감의 메시지 보내주신 모든 식구분들께 이 자리를 빌어 다시 한 번 감사인사 드립니다.
첫댓글 기억과 공감을 표하는 정성에 마음 한편이 찡합니다..
숲터 학생들과 선생님들께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잊지 않겠습니다.~
열심히 준비했을 숲터 여러분의 그 시간, 그 정성의 시간 동안 얼마나 많은 마음을 쏟았을까요..비록 현장에서 말도 안되는 장면을 목격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의 시선이 어디로 향해야 하는가 생각하게 됩니다. 올바른 생각과 행동으로 우리의 사회를 조금이라도 더 좋은 곳으로 함께 만들어갔으면 합니다. 감사합니다 모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