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 대통령은 20일 베트남 방문을 끝내기에 앞서 하노이 공항 청사에서 북한과 베트남 방문 2박 3일을 결산하는 기자회견을 가졌다. 기자들의 질문은 당연히(?) 24년만에 이뤄진 북한 방문 시 체결한 북러 포괄적인 전략적 동반자 조약(이하 새 조약)과 이에 대한 한국 정부의 대응, 문구 해석을 둘러싼 논란, 우크라이나 사태 등에 집중됐다.
기자회견은 북러 새 조약에 대한 분석, 혹은 해석으로 빚어진 '혼란'을 종식시키는 자리가 된 느낌이다. 푸틴 대통령이 명확하게 정리했기 때문이다.
코메르산트 등 러시아 언론과 우크라이나 매체 스트라나.ua 등을 바탕으로 기자회견 내용을 요약한다/편집자.
푸틴 대통령이 하노이를 떠나기전 공항 청사에서 가진 기자회견/사진출처:크렘린.ru
◇ 남북한 문제
"한국이 우크라이나에 치명적인 무기를 공급하는 것은 '실수'가 될 것이다. 만약 그런 일(한국의 대 우크라 직접 무기 지원)이 일어난다면, 우리는 이에 상응하는 결정을 내릴 것이다. 한국의 현 지도부가 달가워하지 않는 결정이 될 것이다. 그러나 (북러간에 서명된) 새 조약은 협정 당사국 중 어느 한 쪽이 공격을 받을 경우에만, 지원한다는 의미하기 때문에 한국은 걱정할 것이 없다. 내가 아는 한, 한국은 북한 공격을 계획하지 않고 있다. 북한과 러시아의 협력을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는 뜻이다. 모스크바와 평양 간의 합의가 (한반도 안보의) 억지력이 되기를 바란다."
"우크라이나에 장거리 무기를 공급하는 사람들은, 자신들이 모스크바와 전쟁 중이 아니라고 믿고 있다. 그러나 나는 (이번에 체결한) 북러 새 조약을 염두에 두고, 러시아는 세계 곳곳에 무기를 공급할 권리를 유보하고 있다고 말한 바 있다. 러시아는 다른 지역에 무기를 공급할 권리가 있으며, 북한도 그 대상이 될 수 있다. 이번 기회에 서방 측은 그것(대 우크라 무기 지원)이 나중에 어떻게 끝날지 생각해야 할 것이다."
"우리는 (현 상태에서) 북한군을 우크라이나 분쟁에 끌어들일 필요가 없다."
대통령실 장호진 국가안보실장은 이날 북러가 '군사동맹'에 준하는 내용의 '전략적 동반자 관계 조약' 체결을 규탄하며 "우크라이나에 대한 무기 지원 문제를 재검토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우리 정부는 지금까지 우크라이나에 대한 살상 무기 지원은 하지 않겠다고 원칙을 유지해 왔다. 러시아는 이를 한러 관계의 '레드라인'으로 보고 있다.
푸틴 대통령의 북한 베트남 방문 결산 기자회견/사진출처:크렘린.ru
◇ 우크라이나 전쟁
"(우크라이나) 전장에서 러시아의 전략적 패배는 러시아 천년 역사의 종말을 의미한다. 그렇다면 우리가 왜 두려워해야 하나, 끝까지 가는 게 더 낫지 않겠느냐는 의문이 생긴다. 기본적인 형식 논리로만 봐도 그렇다. 서방 측은 전쟁터에서 러시아를 전략적으로 패배시켜야 한다고 말하는데, 또다른 큰 실수를 하고 있는 것이다. 서방 측은 지속적으로 (우크라이나 지원) 열기를 높이며 상황을 악화시키고 있다. 그들은 우리가 어느 시점에 겁을 먹기를 기대하는 게 분명하다."
"나는 이미 러시아가 핵무기 사용 원칙(핵 교리)에서 무엇을 어떻게 바꿀 수 있는지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핵무기 사용의 문턱을 낮춰야 할 만큼 새로운 요소가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서방이 '초저전력 폭발성 핵 장치'를 재래식 전쟁에서 사용할 수 있다고 여기고 있다. 우리는 이에 주목할 수 밖에 없으며 핵교리 변경도 이와 연관돼 있다. 결국, 잠재적인 적의 (핵무기 사용) 시도에 대응하는 차원이다."
러시아의 핵 교리는 2020년 채택된 '핵 억제 분야에 대한 기본적인 러시아 정책'에 명시되어 있다. 핵무기 사용은 네 가지 경우로, △러시아 영토와(또는) 동맹국의 영토가 탄도 미사일 공격 위협이 명확할 때 △적이 러시아와(또는) 동맹국을 핵무기 혹은 기타 대량 살상 무기로 공격할 때 △적이 러시아 핵무기 사용을 방해하기 위해 러시아 핵심 정부및 군사 시설을 공격할 때 △러시아가 국가의 존립 자체를 위협할 정도로 재래식 무기의 공격을 받을 때로 규정돼 있다.
그러나 2023년까지만 해도 푸틴 대통령은 핵 교리를 바꿔 핵무기 사용의 문턱을 낮출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러시아군의 공습으로 우크라이나 하르코프 TV 타워가 반으로 뚝 부러진 모습/텔레그램 영상 캡처
◇ 대우크라, 대서방과의 협상
"(스위스 평화 정상회담 개최전) 내가 제안한 평화협상에 대한 서방의 부정적인 반응은 예상된 것이다. 협상은 내일이라도 열릴 수 있지만, 우크라이나 분쟁 해결을 위한 러시아의 제안은 현장 상황에 따라 달라질 것이다. 협상이 어디서 이뤄지든 아무런 차이가 없다. 키예프(키이우)가 협상을 러시아군의 철수와 연결한다면, 그런 일은 결코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서방과의 막후 협상에 대한 기대로 실현되지 않았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북동부) 하르코프(하르코우)에 접근할 계획이 없다. 우크라이나군이 그곳에서 반격을 시도하고 있는데, 하리코프 인근에서 러시아군을 몰아내려는 키예프의 반격 시도는 막대한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다. 우리는 주로 미국과 유럽 측이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러시아군을 국경선으로 밀어내도록 우크라이나를 압박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들은 다가오는 나토(NATO) 정상회담과 미국 대선에서 이를 2024년의 군사적 실적으로 제시할 계획이다. 하지만, 실제로 어떤 일이 일어날지 지켜봐야 한다.
러시아 해외정보국은 이날 서방 측은 2025년 상반기에 젤렌스키 대통령을 발레리 잘루즈니 전 우크라이나군 총참모장으로 바꿔 러시아와 협상에 나설 것이라고 예측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동원 연령을 27세에서 25세로, 또 추가로 낮추는 방안을 포함해 국민들에게 인기 없는 모든 정책 결정에 대한 책임을 지게 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