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집을 발간하며
(2024. 2. 19)
이번에 '시와 문화' 에서 "목소리 문집, 우리들의 이야기" 란 이름으로 작은 문집을 발간했다.
40여 년 직장 생활만 한 이가 이제는 놀면서, 나름대로의 글을 모아 엮어 보고 싶은 욕심이
앞섰다. 막상 책으로 나와 보니 참으로 부끄러워, 왜 진즉 더 살을 붙이고 더 다듬지 않았나
하는 자괴감이 많다. 뿌리와 줄기는 없고 앙상한 가지만 남아 야산에서 덜렁 찬바람만 맞고
있는 심정이다.
돌이켜 생각하면 초등부터 학교 백일장 대회 등에 참가한 적은 있으나, 한 번도 입선 등 수
상 경력이 없는 글 재주와는 무관한 아이다. 그러나 뭔지는 모르지만 간혹 글을 써 학보 ·
잡지 · 회사 사보 등에 기고한 적은 있다. 지금 보면 뒤꼭지가 근질근질한 글이지만 그 시
절 공책 · 원고지에 적은 글들이 이사나 다니면서 다 사라지고 없다. 그래서 허접한 글이라
도 꼭 보관해 시골 두엄자리에 잡초를 썩혀, 나중에 두엄으로 쓰듯 모아 두어야겠다는 생각
을 하게 된다.
모름지기 글이란 재미있고 자연스런 소재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雨水인 날 풀린 대동강 물
을 연상하고, 꽃피는 봄이면 백설희의 "봄날은 간다", 보릿고개쯤이면 '진성' 의 "아야, 뛰지
마라, 배 꺼진다." 라고 어머니가 말리는 노래, 하지 때면 하지감자 등등.
그러나 그것은 단편적이고 일시적인 '흥' 에 불과한 글이 되기 쉽다. 좀더 살을 붙여 알차고
유익하며 고개를 끄덕끄덕할 만한 글을 써야 한다. 또 자칫하면 게으른 황소의 울음소리
처럼 똑같은 소리만 내는 글은 식상하다. 다만 그 모든 것은 일단 펜을 들어 글을 쓰기 시
작한 연후에나 할 일이다. 좀더 부지런히 쓰고, 보태고, 부대끼고, 다듬으려 한다. 강호제
현의 따뜻한 격려와 따가운 편달을 바란다.
첫댓글 첫번째 책을 발간한다는 것은
처녀가 아이를 낳는 것처럼
산고를 겪어야 하는 일입니다.
대단한 업적에 경의를 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