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94번째 편지 - 홀인원에서 배운 것들
두어 달 전 저는 오른쪽 어깨에 통증이 있어 병원을 찾았습니다. 평소 저와 친한 재활의학과 의사 선생님은 농담 반 진담 반 이렇게 이야기하였습니다. "조 변호사님. 골프 잘 못 치시죠." 저는 속으로 "나는 골프를 꽤 치는데 이게 무슨 소리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조 변호사님의 오른쪽 어깨 회전근개에 염증이 생겼습니다. 회전근개는 어깨 관절 주위를 덮고 있는 4개의 근육입니다. 그중 가장 위에 있는 근육이 극상근인데 극상근이 그 위에 있는 어깨뼈와 자주 부딪히다 보니 염증이 생긴 것입니다.
골프 스윙의 유형에 따라 오른쪽 어깨 회전근개에 염증이 생기는 사람이 있고, 반대로 왼쪽 어깨 회전근개에 염증이 생기는 사람이 있습니다.
골프 스윙을 할 때 오른쪽 어깨를 떨구며 스윙하는 사람은 정석대로 스윙을 하는 사람인데 이런 사람은 오른쪽 어깨 회전근개가 나빠지지 않습니다. 반대로 오른쪽 어깨를 위로 들며 왼쪽으로 회전시키는 사람은 오른쪽 어깨 회전근개가 어깨뼈에 자주 부딪혀 염증이 생기는 것입니다. 이런 스윙은 좋지 않은 스윙입니다."
의사 선생님의 설명을 듣고 보니 저는 정석대로 골프 스윙을 하는 것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잘못된 스윙을 오래 하였더니 오른쪽 어깨 회전근개에 문제가 생긴 것입니다.
의사 선생님은 "이 문제는 한두 달 사이에 생긴 것이 아니라 10년 이상 잘못된 스윙의 누적 결과로 생긴 것입니다" 라는 말씀을 덧붙였습니다.
저는 그날 이후로 제 스윙을 다 바꾸어야 했습니다. 오른쪽 어깨를 떨구는 스윙으로 말입니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어깨가 아파 공을 칠 수 없었습니다. 물론 가장 좋은 치료 방법은 골프를 하지 않는 것이지만 9월, 10월 골프 핫시즌에 골프를 하지 않고 보내기란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니었습니다.
의사 선생님은 골프 횟수를 줄이라고 했지만 저는 스윙을 바꾸는 것으로 대응하기로 하고 30년 이상 치던 골프 스윙 자세를 바꾸는 시도를 계속하고 있습니다.
스윙 자세를 바꾸는 것과 함께 스윙을 할 때 어깨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 자세 교정 밴드를 하고 덧붙여 어깨 보호대를 겹쳐서 하였습니다.
이렇게 하고 골프 스윙을 하려니 자세가 여간 불편한 것이 아니었습니다. 그래도 이렇게 하면 통증이 덜 느껴지고 어깨를 떨구는 스윙을 하기 더 수월하였습니다.
이런 모습으로 골프장에 나타나면 동반자들이 갑옷을 한 것 같다고 놀리기도 합니다. 그런데 그렇게 하고 나간 첫날 싱글을 하여 동반자들을 깜짝 놀라게 하였습니다. 다들 자신들도 한 개씩 사서 입어야겠다고 할 정도였습니다.
이것만이 아닙니다. 어깨에 부담을 줄이기 위해 가벼운 채로 스윙하기로 정하고 아내가 쓰던 여자 채로 라운딩을 합니다. 여자 채로 스윙을 하면 오른쪽 어깨를 떨구기가 더 수월합니다.
종합하면 종전의 스윙에 비해 3가지가 달라졌습니다. 첫째 오른쪽 어깨를 떨구고, 둘째 보조기를 착용하고, 셋째 여자 채로 스윙을 하는 것입니다.
이런 비정상적인 상황에서 지난주 월요편지에 말씀드린 9월 30일 홀인원을 하였습니다. 37년간 하지 못하던 홀인원을 오른쪽 어깨 회전근개가 아픈 상황에서 비정상적인 모습의 스윙으로 해낸 것입니다.
홀인원을 하고 도대체 이것이 무슨 상황인지 곰곰이 생각해 보았습니다.
아인슈타인이 말하였다는 "Insanity is doing the same thing over and over again and expecting different results."라는 유명한 말이 있습니다. "매일 똑같은 일을 하면서 다른 결과가 나오리라 기대하는 것은 미친짓이다." 라는 뜻입니다.
저는 37년간 매 라운딩마다 오른쪽 어깨를 들어 올리는 잘못된 스윙을 똑같이 계속하면서 매번 스코어가 좋지 않았던 지난번 라운딩과는 다른 결과인 싱글을 기대하였던 것입니다. 아인슈타인의 표현대로라면 미친 짓을 37년간 한 것입니다.
그런데 오른쪽 어깨를 떨구는 다른 스윙을 하였더니 싱글이라는 다른 결과가 나왔습니다. 게다가 오른쪽 어깨를 효율적으로 떨구기 위해 보조기도 착용하고 가벼운 여자채로 쳤더니 홀인원까지 하게 된 것입니다.
인생을 살면서 일이 잘 안 풀릴 때가 있습니다. 시험에 계속 떨어진다거나 승진에 거듭 실패한다거나 사업이 생각대로 잘 안된다거나 하는 등의 일 말입니다. 저는 그 이유를 노력이 부족한 것이라는 생각으로 더 노력해 왔습니다. 그런데 이번에 겪고 보니 '잘못된 방법이 원인'일 수 있음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인생을 살면서 불편한 상황이 여러 가지 겹치더라도 뜻하지 않게 좋은 결과가 나올 수 있다는 것 또한 깨닫게 되었습니다.
인생을 살면서 평안하기를 기원합니다. 경제적 여유가 있고, 가정도 화목하고, 하는 일도 잘 풀리기를 바랍니다. 그렇게만 된다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그러나 그렇지 않다고 해도 낙담할 것은 없는 것 같습니다.
여러 불편한 상황이 겹치더라도 이를 타개하기 위한 노력을 계속하면 생각지도 못한 좋은 결과가 나오기도 하니까요. 행운이라고 해야 될까요. 중요한 것은 그런 행운이 있다는 것을 믿고 포기하지 않는 것입니다.
저는 이번에 홀인원 과정을 통해 두 가지를 배웠습니다.
첫째, "일이 잘못되고 있다면 평생 내가 하고 있는 방법이 틀리지 않았나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면 건강이 나빠지면 나의 식습관, 생활습관에 문제가 있을 수 있는 것입니다.
둘째, "상황이 나빠져 불편한 여건이 여러개 겹치게 되더라고 좋은 일에 대한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다면 뜻하지 않은 행운이 찾아올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여러분 생각은 어떠신가요?
지난주 월요편지를 보시고 홀인원을 축하해 주신 많은 분들께 다시 한번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이번 한 주도 웃으며 시작하세요.
2023.10.10. 조근호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