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사람 다 상당한 실력을 가진 고수였지만 수공에는 아직 약한 것 같았다.
다카가 더 아래로 깊숙히 헤엄쳐 가라앉고있는 슈비를 따라가고 있을때, 그녀는 이미 의식을 잃은 것 같았다.
'면목없습니다. 그러니까 제발 살아만 계셔주세요.'
그가 팔과 다리를 더 세게 움직여 마침내 가라앉고 있었던 슈비를 붙잡았다.
하지만 그녀의 등에 매고 있었던 흑영검의 무게는 다카가 위로 끌어올리려 해도 어림없는 정도를 넘어선지 오래였다.
서서히 그도 점점 가슴이 답답해져가고 있었다.
이러다가는 둘 다 익사체로 남고 말 것이다.
다카는 슈비의 어깨에 걸려있는, 흑영검과 연결되어있는 어깨끈을 풀어다가 일단 슈비만 건지기로 했다.
흑영검에서 떨어져나간 슈비는 아까보다 반 정도 줄어든 상당히 가녀린 소녀의 몸무게였다.
다카는 그녀를 끌어안고 재빨리 위로 헤엄쳐 오르고 있었다.
서서히 자신의 폐가 한계에 거의 다다랐기 때문이다.
"첨벙-"
"하압- 하아- ..."
머리를 수면위로 끄집어낼때 자신의 코와 입으로 들어오는 신소는 상당히 달콤한 맛을 가지고 있었다.
일단 자신은 살아있는 것 같다.
이제 두가지 문제가 남았는데 하나는 아직 슈비가 의식을 되찾기 못한 것, 또 하나는 호수 바닥으로 가라앉아버린 흑영검을 어떻게 주워오냐는 거였다.
그는 발빠르게 지면으로 헤엄쳐서 우선 슈비를 눕히기로 했다.
"철퍼덕."
"헥- 헤엑-."
다카도 일단 지면 위로 올라왔다.
순간, 그가 무슨 흑심이라도 품었는지 인공호흡을 하려고 슈비의 붉은 입술에 갖다대려 하자, 바로 호흡을 봉쇄하고 있었던 물을 뱉어내 다시 호흡을 가다듬는 그녀였다.
"하아- 하아-"
'아.아니 내가 잠시 무슨 생각을....'
다카는 순간 얼굴이 빨개지며 숙이고 있던 상체를 재빨리 일으켰다.
다행히 그녀는 무사한 것 같았지만 아직도 의식을 전혀 못찾고 있는 슈비를 보고 다카는 그제서야 왜 슈비를 물 속에 빠뜨렸는지 생각해냈다.
머리카락.
빠르게 회피하는 그녀의 머리카락을 잘라, 자신이 이겼음을 그녀에게 보여줘야 한다.
다카는 한손으로는 아까 물 속에 들어갈 때 땅 위에 놓고온 자신의 검을 집어들고, 나머지 한손으로는 그녀의 머리카락을 반에 반 뭄큼을 집어들었다.
얌전하게 누워 호흡만 세차게 하는데도 슈비의 머리카락을 자르는 것,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아으으으-"
그녀는 자신의 머리카락이 당겨지는 고통에 신음을 내기 시작했다.
생각보다 워낙 질겼는지라, 잘못하면 아직 자르기도 전에 깨어날 것 같았다.
"짜악-"
"아으으윽!"
머리카락은 드디어 겨우 따로 떨어져나가 그의 손아귀 안에 들어왔다.
그와 동시에 그녀는 외마디 비명을 지르고 의식을 완전히 되찾았다.
"다.다카?"
"..."
그는 아무 말 없이 일단 자신의 손아귀에 자리잡은 한뼘 정도 길이의 붉은 머리카락뭉치를, 아직 몸을 일으키지 못한 그녀에게 살짝 내밀었다.
슈비는 시야에 촛점을 맞춰 그것이 자신의 머리카락이라는것을 알아차리고 경악하다가, 이내 나지막히 미소를 띄었다.
"그래. 훗. 내가 졌어... 하지만..."
그녀는 지금 자신의 어깨가 왠지 허전하다는 것을 느꼈다.
항상 어딘가에 누울때마다 걸리적거렸던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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