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 종소리/안덕상-
어머니, 지금 어디 계세요
겨울은 이제 춥지도 않고 자꾸 영상으로만 기어 올라가요
어머니 계시지 않은 집은 너무 지저분해요
방이며 마루에는 먼지가 켜로 쌓이고
나는 그 속에서 어린 새끼와 돼지처럼 뒹굴어요
이제 겨우 길눈이 트이기 시작한 새끼는 온종일
흐린 겨울 속을 흙먼지 바람과 함께 떠돌다가
보라색 파스텔이 짓뭉개버린 도화지 위로 돌아오곤 해요
허기에 지쳐, 알루미늄이 보석처럼 녹아있는 물에
혼자 밥을 말아 먹곤 해요
제가 누워있는 방이 캄캄해지면 어린 새끼는
어머니를 찾으며 울다가 쥐새끼 갉아대는 현관 쪽을 향해
쫑긋 귀를 세우곤 해요
지금 어디 계세요 돌아오세요
예전 모습이 아니어도 좋아요
어차피 이젠 겨울도 노상 영상인걸요, 뭐
아이는 벌써 잠이 들었어요
씻지도 않고 잠든 얼굴이지만, 저 작은 배는
늘 허기에 지쳐 헉헉대지만
그래도 잠든 아이의 모습은 천사 같아서
무료급식소 위층 교회에서 보내는 자잘한 노랫소리마저
단박에 잠잠해져요
어머니, 내일이면 오실래요
저 작은 이불 위로 바람 냄새 안고 오셔서
웅크린 새끼 얼굴에 예전처럼 뺨 비벼주실래요
봄이면 무덤 속 흰 뼈가 아카시아꽃으로 피어나는 우리 어머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