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교사상에서 가져온 숭실대 하충엽 교수님의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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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교회, 통일 개념의 확장
들어가는 말
최근에 북한의 김정은은 남한을 “대한민국”과 “괴뢰”로 명명하며 남한을 제1 주적으로 규정하고 “평정”하겠다고 말한다. 김정은이 말한 수사적 표현의 진정한 의미는 무엇인가? 필자는 이 글에서 김정은이 말한 수사적 표현의 실제 의도를 드러내고자 한다. 실질적인 전쟁을 하고자 하는 것이라기보다는 적극적 수세를 펼치고자 하는 것임을 고찰하고자 한다. 또한 북한이 통일을 폐기하는 현 상황에서 한국교회가 통일 개념을 ‘복음 통일’로 확대해서 사회의 공공 영역에서 일어나고 있는 다양한 분단의 형태를 통일로 전환하는 역할을 감당할 것을 요청하고, 한국교회의 성도 특히 엠지(MZ)세대가 통일을 회피하는 경향이 짙어지고 있는 현실에서 복음 통일에 참여할 것을 독려하고자 한다. 이처럼 현시점은 분단국가에 세워진 한국교회가 복음 통일을 이루는 역할을 꼭 해야 할 때이다.
‘괴뢰’라는 단어의 진짜 의미
김정은이 핵무기를 사용하려는 목표는 체제 안보 보장을 담보하기 위해 내부의 정치적 안정과 정당성을 강화하고 국제적 협상력을 유리하게 만들어가는 것이다. 김정은의 핵무기 사용의 대상은 최근 김정은이 수사하는 “괴뢰”의 의미를 통해서 고찰해볼 수 있다.
김정은은 “한국 괴뢰”, “남조선 괴뢰를 쓸어버리자” 그리고 “가장 위해로운 제1 적대국”이라 말했다. ‘괴뢰’는 ‘꼭두각시’라는 의미인데, 대한민국 정부를 비합법적이고 외세에 의존하는 정부로 묘사한 것이다. 북한은 이 용어를 오래전부터 선전 선동을 위한 정치적 수사로 사용해왔다. 대한민국 정부를 비하하고 정통성을 부정하고자 한 것이다. 이를 통해 북한 주민들에게 남한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강화해왔다.
최근 김정은이 ‘괴뢰’라는 단어를 사용하는 횟수가 급격히 늘어났다. 그 이유에 대한 분석이 필요하다. 북한은 2023년 7월 김여정 담화와 김정은 연설에서 우리를 ‘남조선’ 대신 ‘대한민국’이라고 지칭하며 거창하게 띄웠다.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 대한민국을 같은 민족이 아닌 괴뢰라는 용어로 규정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북한이 두 국가체제를 상정하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다. 또한 대한민국 정부의 대북 강경책으로 남북이 더 멀어지고 있다는 분석을 내놓게 하여 진보와 보수의 갈등을 부추기기 위한 북한의 전략이 아니냐는 해석도 있었다. 또 다른 일부에서는 남한 MZ세대의 통일 회피론 바람에 맞추어 세대 갈등을 부추기는 전략으로 보기도 한다. 혹자는 북한의 장마당 세대가 한류에 빠져드는 것을 제지하기 위한 반동사상문화배격법의 연장선으로 본다.
무슨 연유로 ‘괴리’라는 단어를 썼을까? 핵을 가지고 남쪽을 공격하지 않겠다는 과거의 말을 번복하는 과정이 필요했던 것은 아닐까? 김정은은 ‘괴뢰’라는 용어를 사용하여 ‘같은 민족에게는 핵무기를 쓸 수 없다.’는 자신의 말을 번복하고 싶었을 것이다. 다시 말해서 핵무기 사용 대상에 대한민국을 포함하고자 한 것이다. 즉 북한이 이 용어를 사용하는 핵심 목적은 한반도 상황에서 대한민국에 있는 미군 기지와 괴뢰 정부를 타격 대상으로 삼겠다는 입장을 공식적으로 표명하기 위함이라고 볼 수 있다.
이는 통일을 폐기하고 남한 영토를 완전히 정복하겠다는 의미로 바라볼 수 있다. 먼저 북한의 통일 폐기 사례를 살펴보자. 최근 북한은 대남기구들을 차례로 정리·개편하고 있다. 평양에 있던 ‘조국통일3대헌장기념탑’을 철거했고, 북한 애국가에서는 통일을 의미하는 “삼천리”를 “이 세상”으로 대체했다. 북한 조선중앙TV에서는 한반도 지도에 38선을 긋고 색을 달리했다. 예전에는 한반도 지도를 같은 색으로 묘사했다. 북한 지하철 ‘통일역’에서는 통일을 빼고 ‘역’ 자만 남겨놨다. 민족 역사에서 ‘통일’, ‘화해’, ‘동족’이라는 개념 자체를 완전히 제거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2024년 1월 15일 북한에서 열린 최고인민회의 제14기 제10차 회의에서 맹경일 최고인민회의 부위원장이 중대한 제안을 내놓았는데, 그것은 민족경제협력연합회, 금강산국제관광국 등 다른 단체들과 함께 조국평화통일위원회를 해산시키자는 것이었다. 이들 조직의 해산 결정에는 경제정책, 국방전략 등 다양한 국가 현안에 대한 폭넓은 논의가 수반됐다. 남북대화협력기구 해산을 포함한 이번 결정은 북한의 대내외 정책, 특히 남한과 한반도 통일 과정에 대한 북한의 전략적 방향 전환을 반영한 것이다.
나아가 북한은 통일 폐기를 넘어 “남조선 괴뢰를 쓸어버리자”라며 ‘평정’이란 용어를 사용했다. 평정은 북한 정권마다 써온 용어로, ‘적을 쳐서 자기에게 예속되게 함’이란 의미이다. 김정은이 사용하는 수사만 보면, 북한이 남한을 자신들이 빼앗긴 영토로 여겨 완전히 정복하고자 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김정은의 행동을, 대한민국을 향한 도발로 봐야 할까? 무엇보다도 김정은은 한미 정상의 ‘워싱턴선언’, ‘핵 협의 그룹’(NCG) 신설, 한미일 3자 훈련의 연례화 그리고 미국 핵잠수함의 한국 기항 등이 두려웠을 것이다. 이처럼 두려운 상황에서 공세 카드를 내보이는 것은 그 자체로 적극적인 수비가 된다. 수사적인 표현으로 공격하는 것은 수세적 입장을 반증하는 것일 수 있다. 이것을 가늠하게 하는 것은 김정은이 내부적으로는 지방발전 정책에 주력하고 있는 정황이다.
북한의 경제 활성화 정책
김정은은 2024년 1월 15일 최고인민회의 제14기 제10차 회의 시정연설에서 지방경제 개선을 위한 국가적 대책으로 ‘지방발전 20×10 정책’(Local Development 20×10 Policy)을 발표했다. 김정은은 이를 ‘이십승 십 정책’이라 읽었다. 매년 20개 군에 현대적인 지방공업공장을 건설해 10년 안에 전국 인민의 초보적인 ‘물질문화 생활 수준’을 한 단계 발전시키겠다는 것이다. 북한 강원도 김화군을 모델로 10년 안에 지방 200개의 지역을 발전시킨다는 계획이다. 이것은 농촌주택건설 사업과는 별개이다. 김정은은 ‘이십승 십 정책’을 최측근인 당 조직지도부장 조용원에게 맡겼다. 이것은 김정은이 향후 10년 동안 지방발전을 위해 이 정책을 펼쳐나겠다고 공언한 것과 같다. 이것은 혁신 정책이자 북한의 100년 염원으로 특징되는 계획이다. 이러한 산업시설 건설을 위해 각 도에 군대를 배치하는 등 당, 정부, 군의 협력 계획을 발표했다. 이것은 다음과 같이 귀결된다. 북한이 진정으로 전쟁을 준비한다면 땅굴을 파고 지하를 요새화하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북한은 지상에 공장을 짓고 지방발전을 추구하고자 한다. 그러므로 김정은의 대남 엄포는 공격용이 아니라 수세 방어용이다.
또한 북한의 지방발전 정책과 북한의 외교전략을 연계해서 보아야 한다. 최근 북한은 남한의 한미일 연합전선에 대해 위기감을 느끼고 있다. 이에 중국, 러시아와의 관계를 강화하며 대응하고 있다. 특히 러시아와의 관계 강화를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는데, 대표적인 예가 2023년 9월 13일 김정은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간의 정상회담 그리고 이후 러시아 관리와의 외교적 교류 등이다. 2024년 잠재적인 군수품 공급을 포함하여 러시아를 지원하는 것은 러시아와의 동맹을 강화하고 동시에 미지근한 태도를 보이는 중국 시진핑에게 경쟁을 유발하기 위한 측면도 있다.
2024년 11월 5일 미국에서 대통령 선거가 열린다. 그 결과에 따라 대북정책이 달라질 수 있기에 김정은은 여기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을 것이다. 먼저 트럼프가 대통령이 될지가 관건이다. 트럼프가 대통령이 된다면 김정은은 주한미군 철수 등을 기대하게 될 것이다. 이처럼 미국 선거 판세를 지켜보아야 하기에 김정은이 극단적 행동을 할 가능성은 미약하다. 미국 대선 전까지는 한반도에서 큰 무력 충돌이 일어날 수 없는 이유이다.
김정은은 경의선 북측 구간을 회복 불가능한 수준으로 폐쇄하라는 지침을 내렸다. 그전에 2007년에는 개성과 도라산역 철도를 복원했다. 그러나 최근 2024년 1월 5일 대한민국군에서 발표한 내용에 따르면 북한은 비무장지대(DMZ) 내 경의선 육로를 방벽으로 차단하고 도로 옆에 지뢰를 다량 매설했다. 물론 경의선 철도를 완전히 걷어내지는 않았다. 아직 어떠한 여지를 남겨놓은 것으로 보인다.
김정은은 2024년 1월 15일 평양 만수대의사당에서 열린 최고인민회의 제14기 제10차 회의에서 “헌법에 있는 ‘북반부’, ‘자주, 평화, 민족대단결’이라는 표현들이 이제는 삭제돼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최고인민회의에서 하루 만에, 한 시간 만에 헌법을 고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다음 회의로 미뤘다. 다소 여지를 둔 것은 아닐까? 아마도 단기로는 2024년 4월 10일 한국의 총선을 지켜볼 것이고, 장기로는 2024년 11월 5일 미국 대선을 지켜볼 것으로 예상된다.
앞에서 언급한 것처럼 김정은은 러시아와의 관계를 강화하기 위해 전쟁 중인 러시아에 재래식 무기를 공급할 뿐만 아니라 러시아를 대상으로 북한 관광을 활성화하였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장기화로 재래식 무기가 바닥난 북한은 이제 러시아로부터 첨단 무기를 받게 되었다. 이처럼 북한은 러시아와의 우호적 관계 증진을 발판 삼아서 지정학적 안정과 과학기술을 확보하고 있다. 더 나아가 러시아 관광객을 유치하여 경제 활성화를 추구하고 있다. 2024년 2월 러시아 관광객이 일차로 북한을 다녀갔는데, 이렇듯 북한은 관광 활로를 모색하여 경제난을 해결하고자 한다. 2023년에 식량난이 조금 개선됐지만 몇 년 동안 쌓인 식량 문제가 일시에 풀릴 수는 없다. 군량미를 나누어 먹을 때도 있으니, 군량미를 빠르게 충원하기도 해야 한다. 전쟁을 하는 것과 관광을 유치하는 것은 서로 공존하기 힘든 일 아닐까?
결론적으로, 북한은 남한을 별개의 국가로 여기기보다는 통일을 폐기하고 남한을 괴뢰라고 규정하여 평정의 대상으로 보고 있다. 그렇다고 북한이 연방제 통일방안을 삭제하지는 않았다. 또한 전쟁을 일으키고자 하는 의지도 약하다. 10년의 지역 발전을 계획하고 있고, 외교적으로 관광객을 유치하고 있다. 통일을 삭제하면서도 여지를 남겨놓는다. 지금은 과도기 상태인 것으로 보인다.
복음 통일로 가는 길
한편 대한민국은 단기, 중기, 장기 관점에서 한반도의 긴장을 관리하면서 적절하게 대응할 것이다. 그렇다면 분단국가에 세워진 교회는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가? 정치적 상황을 종교적 영역에서 논의하는 것은 조심스러운 일이다. 왜냐하면 두 영역을 구분하기가 쉽지 않고 그 자체로 위험성이 있기 때문이다. 특히 교회는 하나님의 초월적 계시인 말씀과 진리가 중심이 되는 곳이다. 신성한 말씀과 진리가 정치적 상황, 이념과 혼돈되는 것은 그 자체로 큰 위험을 내포하고 있다.
한국교회는 한반도의 새로운 상황에 맞춰 통일에 대해 새로운 관점으로, 좀 더 폭넓은 관점으로 접근해야 한다. 지금이야말로 교계가 통일이라는 개념을 좀 더 폭넓게 해석하면서 다양한 논의를 시작해야 할 적기이다. 분단이 있는 곳에는 통일이 필요하다. 그렇다면 분단은 어디에 존재하는가? 한국 사회에는 다양한 유형의 분단과 갈등이 존재한다. 남북 간에도 있지만 코리안 디아스포라 750만 사이에도 있다. 한국의 지역, 세대 그리고 계층 간에도 존재한다. 또한 한국교회와 탈북민교회 사이, 한국교회와 다민족 이주자 간에도 있다. 이처럼 분단은 대한민국 사회의 공공 영역에 다양하게 존재한다. 북한이 통일을 삭제하는 이 시기를 맞아 한국교회는 다양한 형태의 분단을 아우르는 통일 개념으로 나아가야 한다.
분단을 통일로 전환하는 기독교의 기준선은 당연히 예수 그리스도이다. 예수 그리스도를 머리로 삼아 깨진 관계를 하나의 공동체로 창조하는 것, 이것이 바로 복음 통일이다.
복음 통일이라는 용어는 성서에 나오는 개념으로 만유 통일론을 의미한다. 성서에서는 통일이란 용어가 두 번 나오는데 모두 에베소서(엡 1:10, 4:6)에서 나타난다. “하늘에 있는 것이나 땅에 있는 것이 다 그리스도 안에서 통일되게 하려 하심이라.”(엡 1:10) 여기에서 ‘통일’이라는 단어는 어떤 의미인가? “통일되게 하려 하심이라”라는 문구는 헬라어로 ‘아나케팔라이오사스다이(ἀνακεφαλαὶωσασθαι)이다. ‘통일’이란 용어는 ‘아포카타스타시스’(αποκαταστασις)에서 왔으며 라틴어로는 ‘레카피툴라티오’(recapitulatio)이고 영어로는 ‘리커피출레이션’(recapitulation)이다. 이 용어를 교부 이레니우스(Irenaeus)는 그의 핵심 신학사상으로 발전시켰고, 한철하는 그것을 “총괄갱신”으로 번역했다.1 ‘리’(re)는 ‘다시’, ‘캡’(cap)은 ‘머리’이다. 즉 통일은 만유의 새로운 머리가 되신 그리스도를 통해 만유가 새로운 하나의 공동체를 이루는 것이다. 첫 아담이 교만과 불순종으로 창조자를 떠났지만 둘째 아담인 예수 그리스도께서는 창조자를 사랑하사 죽기까지 순종함을 보이셨다. 그리스도는 하나님과 만유가 새로운 관계를 맺도록 길을 열어놓으셨다.2 다시 말해 만유는 그리스도를 머리로 하여 하나가 되는 만유 통일로 나아가야 하는 것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그리스도인은 한민족 통일공동체를 형성하는 통일을 만유 통일론 안의 민족적 범주로 다룰 수 있다. 남북한 모두가 예수 그리스도를 머리로 하여 하나의 공동체를 이루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한민족의 복음 통일이다.
그렇다면 복음 통일을 이루는 주체는 누구인가? 그것의 모형은 어떠한가? 성서가 그 답을 계시해준다. 우리는 구약성서의 바벨탑 사건과 신약성서의 오순절 사건을 통해 이를 확인할 수 있다.
공동체 형성을 잘못 시도한 예는 창세기 11장에 나오는 바벨 공동체이다. 그들은 탑 꼭대기를 하늘에 닿게 하여 자신의 이름을 드높이고자 하는 욕망이 있었다. 이처럼 바벨은 중앙집권적인 전체주의 체제를 뜻한다. 하나님은 이를 보고 강림하셔서 그들의 언어를 뒤섞어버리고 서로 알아듣지 못하게 하셨다. 결국 바벨 공동체는 언어의 혼돈으로 흩어졌다. 반면 복음 통일을 잘 형성한 사례가 사도행전 2장의 오순절 성령 강림 사건에서 나타난다. 마가의 다락방에 모인 120명에게 성령이 강림하자 그들은 진리를 보게 되었고 진리를 전파하기 위해 열방을 향해 뻗어갔다. 바벨탑 사건과 오순절 사건을 비교하면 다음과 같다. 전자는 인간이 주체이고 상승 운동을 지향하는 공동체 형성이다. 반대로 오순절 사건은 성령이 주체이고 하강 운동을 지향하는 공동체 형성이다. 모든 것을 중앙으로 집중된 동질성 안으로 끌어올려 하늘을 뚫고자 한 바벨의 상승 운동이, 다양한 생명이 각각 새로운 생명으로 나아갈 수 있는, 하늘에서 쏟아지는 비와 같은 오순절 하강 운동으로 대체되었다.(행 2:17) 주위를 사방으로 통제하는 중심의 탑은 각 사람 위에 내려오심으로써 모두를 충만하게 하시는 성령으로 대체되었다.(행 2:3-4) 바벨은 중심을 안정시키고 강화하기 위해 사람들로 하여금 보지 못하고 말하지 못하게 하고 주변에서 기운을 빨아들이려 했던 반면, 성령은 주변으로 기운을 쏟아부으시고 작은 사람들의 눈을 열어 전에는 아무도 보지 못한 것을 보게 하셨다. 그들의 입으로 창조적인 예언의 말을 하게 하시고, 그들에게 권능을 부어 하나님 통치의 대리자가 되게 하셨다.3
복음 통일 공동체 형성의 모형은 인간이 신념과 이념으로 쌓아 올리는 공동체가 아니라 하나님의 하강인 접촉을 통해 깨어나 형성되는 공동체이다. 바벨 공동체뿐만 아니라, 지난 역사에서 나타난 제국의 사례를 보면 모두 한 시대를 풍미하다가 결국 소멸했음을 알게 된다. 현재 공공 영역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사례이며 북한도 마찬가지이다. 수령과 당과 인민이 삼위일체식 유일사상 체제를 만들어가며 하늘을 향해 미사일을 쏘아 올린다. 북한은 한민족인 남한을 섬멸해야 할 제1 주적, 정복해야 할 괴뢰로 규정한다. 하지만 그들은 하나님의 때에 하나님의 방법으로 하강 운동 형식의 접촉이 이루어지면 바로 흩어지게 될 것이다. 반면 하나님께서는 하강 운동의 형식으로 다가와 북한 동포들로 하여금 신성한 빛을 보게 하여 그들을 깨어나게 하신다. 이러한 하나님의 섭리에 복음 통일 운동으로 반응해야 한다. 즉 북한이 통일을 삭제하는 상황임에도 복음 통일 운동이 일어나도록 성도들을 북돋워야 한다. 이로 인해 사회 공공 영역인 가정, 기업, 교회 등 도처에 존재하는 갈등을 해결하고 분단을 통일로 전환하는 일을 선도할 수 있다.
나가는 말
지금까지 김정은이 말한 수사적 표현의 의도를 살펴보고 복음 통일의 방향을 고찰하였다. 김정은은 남한을 ‘괴뢰’로 규정하고 ‘평정’을 하겠다고 했지만, 실상은 전쟁을 준비한다기보다 지방발전을 위해 장기적 계획을 세우고 있다. 더 나아가 외교적으로는 러시아 관광객 유치를 준비할 정도로 경제 활성화에 집중하는 모습이다. 즉 김정은의 수사적 표현은 전쟁도 불사하겠다는 선언이 아니라 적극적인 수세적 방어 행위에 다름 아니다. 필자는 이러한 상황이 한국교회가 복음 통일로 나아갈 수 있는 좋은 기회임을 제시했다.
물론 위험 요소도 있다. 북한에서 최고 지도자가 뱉은 말의 무게는 꽤나 무겁다. 김정은의 선포를 성취해야 한다는 생각에 도발 행위를 할 가능성이 여전히 존재한다. 또는 한국의 4·10 총선과 미국의 11·5 대선 결과를 두고 선전·선동할 가능성도 열려 있다. 여전히 어려운 상황이다. 이러한 상황임에도 필자는 그리스도인들에게 소리 높여 제안한다. 한국교회가 복음 통일을 위해 기도 운동을 일으키자. 온 성도가 깨어 일어나 복음 통일에 대한 꿈을 꾸자. 나아가 어두운 북한을 밝히는 다양한 창의적 사역에 참여해보자. 이를 통해 여전히 대치 중인 남과 북의 사람들, 남한 내에서도 이념과 정체성으로 서로 갈등을 겪는 사람들, 모두 한자리에 둘러앉아 떡과 포도주를 나누며 자유롭게 하나님을 예배하는 역사가 펼쳐지기를 간절히 기도한다.
주(註)
1 한철하, 『고대기독교사상』(대한기독교서회, 2001), 52-57; 후스토 L. 곤잘레스, 이형기·차종순 옮김, 『기독교사상사(Ⅰ)』(한국장로교출판사, 2002), 202-204.
2 Terrance L. Tiessen, Irenaeus on the Salvation of Unevangelzed (Metuchen, NJ: Scarecrow Press, 1990), 157. 김용국, “이레네우스의 총괄 갱신 신학,” 「역사신학논총」 제2집 (2000): 111에서 재인용.
3 미로슬라브 볼프, 박세혁 옮김, 『배제와 포용』(IVP, 2012), 360-362.
하충엽|영국 에든버러대학교에서 통일신학으로 박사학위를 취득하였다. 장로회신학대학교 북한선교학 전임 교수를 역임하고, 현재 숭실대학교 일반대학원 기독교통일지도자학과 주임교수로 일하고 있다. 엮은 책으로는 『통일선교언약』(공편)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