엊그제는 "비오는 날에는 고추전에 동동주가 최고" 라는
누군가의 꾐(?)에 빠져서...
초저녁부터 시작된 술판이 밤이 이슥하도록 계속되더니
결국 노래방까지 이어졌습니다.
노래방이 예전 같지않고, 한산하데요.
경기가 안 좋다는 실감이 났습니다.
암튼 돌아가며 한 곡씩 불러가는데
누군가가 최진희의 '천상재회'를 부르더군요
문득 잊혀졌던 기억이 살아나며, 가슴 속에서
울컥 서글픔이 치솟아 올랐습니다.
나와 한때는 무척 가까이 지내던 그 친구...
그 친구는 대학생이던 외아들을 우울증으로 먼저 보내야만 했습니다.
늘 품위있고 고고한 자태이던 그녀는
준수했던 하나뿐인 아들을 위해 자신의 모든 정성을...
세상의 모든 어머니들이 그렇듯
어쩌면 그 이상 넘치게 쏟아 부었었죠.
아들을 위해 요리학원에 다니기도 했고
입을 옷도 손수 백화점에서 고르며
그것을 언제나 신이 나서 즐거워 했습니다.
아들이 등교할때 마다 태워다주곤했죠. 버스노선 없다는 핑계로...
공부하는데 피곤할까봐,
아이가 잠 잘 시간이라도 벌게 해주려는 심정이었어요
아마도. 말하기좋은 사람들이 극성엄마라고
하는데에 해당하는 그녀 였을 겁니다.
그렇게 키우는 아들이 재수생활도 무사히 통과하며
대학교 2학년이 되었었죠.
멋진 청년으로 자랐어요.
어머니의 정성어린 노고의 흔적이 느껴질만큼...
그런데 어느날 부턴가. 그 아들이
남 몰래 우울증 치료를 받는것 같았습니다
다른사람 보기에는 뭐 하나 부족한것 없는 환경과 조건의
그 아들이 무엇때문에 그렇게 병원에
가야할 정도였는지는 모르겠지만
우울증에서 빠져 나오지 못해 애 쓰는것 같더니...
결국 쓸쓸한 가을 어느날.
집과 멀리 떨어진 동네의 18층 짜리 낯선 아파트에서
혼자 가기가 두려워선지 같은 생각을 가진 다른 아이와 둘이 함께
몸을 던져 목숨을 버리고 말았어요.
<엄마 엄마 사랑해요.......>
라는 작별인사를 남기고서 떠난겁니다.
불효자식....
이말도 아마 그 엄마가 듣는다면 언짢아 할 겁니다.
자기의 일부분인 자식이니까....
그후로 새끼를 먼저 보낸 죄인이 되어버린 그녀는
뜨거운 여름에도 스산한 겨울 닮은 얼굴을 하고 다녔습니다
몸도 젓가락처럼 여위어가고.......
언제나 위태위태해 보이던 그녀였죠.
몇년이 흐른후 어느날 그녀가 노래방에서 <천상재회 >를 부르는데
그 전에는 이 노래가 남녀간의 이루지 못한 사랑을 노래하는 것 인줄만 알았었죠.
그런데 그녀가 부르니까
아들을 먼저 하늘나라로 보낸 엄마의
애끊는 모정의 울부짖음이었어요.
어쩌면 그렇게 그 마음과 같은 노래말인지...
황량하고 앙상한 삶을 살게하고 떠나가버린
무심한 아들에게 모정은..... 나무라지 않고
하늘에서 다시 만나면 영원히 함께 하자고 노래하고 있었습니다.
울컥 눈물이 나오려고 하는 이노래를...한 때는 무척 좋아했던 이 노래를
나는 이제 부르지 않기로 했습니다.
이후로 다시는 ......
천상재회 / 최진희
그대는 오늘밤도 내게 올순 없겠지
목메어 애타게 불러도 대답없는 그대여
못다한 이야기는 눈물이 되겠지요
나만을 사랑했다는 말 바람결에 남았어요
끊을 수 없는 그대와 나의 인연은
운명이라 생각했죠
가슴에 묻은 추억의 작은 조각들
되돌아 회상하면서
천상에서 다시 만나면
그대를 다시 만나면
세상에서 못다했던 그 사랑을
영원히 함께 할래요
토지사랑 http://cafe.daum.net/tozisarang/
추천부탁드립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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