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무상 혹은 취미로 해외여행을 많이 하다 보니, 나에게는 부산물처럼 이동수단인 비행기와 공항에 대한 관심이 많은 편이다. 50 여년 여행 이력으로 내 서재에는 백 여권의 비행기 관련 전문서적 이나 일반교양 서적이 모여 있고, 가끔씩 들추어 본다. 나아가서 이들 비행기가 이/착륙하는 거점이자 본거지인 공항(Airport)에 대한 지식 함양과 노력이 부수적으로 따라와서, 최근 몇 년은 공항의 디자인, 설계, 건설, 운영, 관리와 Engineering에 관련하여 나름대로 자습도 괘 한편이다.
작년 한해는 거금을 투자하여 공항건설과 운영관리에 관한 영문 전문서적을 4권을 구입하여, 시간 날 때 마다 독파하여 전문지식의 습득에 시간을 투자하여 개인적 관심사에 노력을 확충한 편이다. 공항관련 전문서적은 국내에도 별로 없어 한권에 평균 15만원씩 정도였으니, 투자한 돈이 아까워서라도 애지중지하면서 공부해 나갔다. 당초 금년에 국제공항 관련 전문 기술서 겸 해외공항 편력 경험을 담아 전문서적을 한권 저술하는 목표에 도전하려는 생각이 있었으나, 최근 2-3년 코로나 사태와 작년부터 발발한 우크라이나 전쟁의 여파로 나의 사업에 심대한 부정적 여파를 맞아 먹고 사는 문제가 우선인지라 공항 관련 전문 서적의 저술을 일시 보류하고 숨결을 돌리는 상황이다.
50여년의 해외 여행 이력 가운데 나름대로 나의 생각의 중심 거점 공항은 미국은 최초 Chicago O’hare 공항이 관심의 출발지였다. 1분에 한대 꼴로 이/착륙하는 70년대 중반의 그 공항의 시설과 능력은 경이로움 그 자체였다. 그 이후 나의 주 관심 공항은 네덜란드 Amsterdam의 스키폴 공항이 새로운 애인처럼 등장하였다. 특히 Hub 공항으로서 철도, 버스, 전차, 자동차, 운하, 자전거 등 제반 물류 시스템과 환승 시스템이 놀라운 수준이어서 80년대 초반부터 현재까지도 home base 처럼 들락거리고 40-50년간 지켜보고 있다. 그후 동남아에서는 싱가폴 창이(Changi) 공항이 애첩처럼 관심에 추가되었다.
중국 경제의 경이로운 성장에 따라 90년대 중반에 중국 북경이나 텐진을 들락거릴 즈음에 이 두도시가 거대한 몸통에 어울리지 않게 조그만하고 불편한 당시의 시골 공항 수준에서 벗어나고, 대형 공항을 연이어 건설하는 성장과 Hong Kong의 구 공항에 착륙시 마치 비행기가 아파트 건물 사이를 헤집고 이/착륙하는 스릴도 신공항 건설로 머나먼 추억 거리가 되었다. 석유 재벌국가로 막대한 자금력과 첨단의 신기술 아이디어를 배경으로 혜성처럼 나타난 두바이 공항은 유럽이나 중동, 아프리카 등으로 향하는 세계적 HUB공항으로 등장하여 끈임없이 나의 관심의 대상이 되었다. 이후 전 세게 대도시의 신규 공항의 건설 project 가 생길 때 마다 흥미진진하게 건설과 개항운영의 추이를 지켜보게 된다. 우리의 자랑인 인천공항도 예외가 아니다. 인천공항은 내가 유일하게 국책사업의 성공 사례로 찬탄을 아끼지 않는 역사적 산물이다.
공항 (Airport)는 문자 그대로 하늘의 항구이다. 기술적인 전문지식으로 들어가면 공항이라 문자 그대로 Total system의 결정체이다. 어느 한부분도 부족함이 없이 톱니바퀴처럼 물려 돌아가야 한다. 또 그 영역이 지상 뿐만 아니라 영공과 주변 공항과 항로 나아가서 이웃 나라와 먼나라와 원활한 network 를 형성해야 한다. 국제간의 거점 공항으로서 국제적 경쟁도 나날이 치열해지고 있다. 공항의 다자인 설계, 건설 및 운영의 각론을 학습해보면 치밀한 과학 연구의 산물임을 알 수 있다. 나로서는 세계적인 대형 공항 뿐만 아니라 중소규모의 공항이나 알프스나 히말라야 산록의 작은 공항, 필리핀의 팔라완 섬의 작은 공항도 주위 깊게 지켜보는 편이다. 아주 자그만한 소형공항에 프로펠라 비행기로 뜨고 내리는 풍경은 마치 간난 애기를 보는 듯 귀엽기도 하다.
( 오스트리아 알프스 산맥 사이의 인스부르크 Innsbruck 공항)
우리나라의 경우 포풀리즘 정치 모리배들의 어설픈 지식과 상식을 벗어난 욕심으로 탄생한 지방공항 사례를 보아왔다. 대표적으로 무안, 양양, 청주 공항 등이다. 엉터리 수요예측과 정치적 이권과 욕심으로 고귀한 국민의 세금을 낭비한 사례를 보여 주고 있다. 어떤 경우는 공항근무자가 탑승 승객 보다 많은 부조리를 보이고 있다. 이런 상황인데도 또 몇 군데 더 탄생 시킬려고 궁리를 하고 있는 듯하다. 이들 지방공항은 몇 년 전 중국 단체 여행객의 비정기적인 charter 비행편의 반짝 이용을 제외하면 수요가 적어 유지비도 계속 감당해야 하는 상태이다. 전쟁이나 나면 모를까 공항의 효능이 멸치나 고추, 미역 말리는 야적장으로 명맥을 이어 갈지도 모른다. 몇 년 전 울릉도 여행시 바다에 건설중인 작은 공항 공사장을 보고 왔는데, 조만간 100명 이하의 프로펠라기가 취항하여 선박여행의 불편함을 해소 할 것으로 관심있게 지켜 보고 있다. 백령도와 흑산도에도 비슷한 공항건설 project 가 추진 예정이라 귀추가 주목된다.
이러한 지방공항의 실패 사례에 한술 더 떠서 부산 가덕도 신공항 건설이 국가의 초미의 관심사이다. 가덕도 역시 무리한 정치적 욕심으로 탄생한 사례다. 바다를 40-50 메타 깊은 곳을 활주로로 만들려고 매립하고, 산을 깎아 환경파괴하고, 신공항을 만들겠다는 계획이다. 바다 한 가운데 태풍과 해일에 대한 안전도 우려되는 데다가, 산 하나를 사이에 두고 부산 신항만 부두와 배후단지 복합시설 그리고 수많은 대형 선박이 인근 출입이 잦은 곳이다. 더군다나 2030년 세계 Expo 전시회를 염두에 두고 (부산 개최 여부도 불확실한 상태에서), 건설공기를 4-5년 당겨서 공항을 짓겠다는 방안을 공포했다. 누구 하나 기술적이거나 재무적 상업적 타당성을 면밀하게 검토함이 없이 무식한 집단이 정치 모리배의 지원을 믿고 밀어 부치는 형상이다. 아무리 기적을 이루는 능력을 믿고 있는지 모르겠으나 정말 걱정이 된다. 가덕도 공사는 투자규모나 스케일 면에서 무안, 양양, 청주의 실패 사례와는 격이 다르다. 6년후 완공목표라는데 기본계획도 갈팡질팡 상태다.
한 동안 바다에 철판을 깔아서 비행기를 이착륙 시키는 floating airport 라는 꿈을 공상영화처럼 발표하더니, 지난달 정보로는 아직 활주로 위치도 바다 가운데서 왔다 갔다 한다. 이착륙 공로 주변에 높이 500메타의 높은 산이 버티고 있다. 이 아름다운 산을 얼마나 파괴할 건지 말 것인지 궁금하다. 과거 인천공항 건설을 성공시킨 내 친구가 같이 나랑 가덕도 공항 건설 자문단으로 참가하자고 권유를 받았지만 나는 거절한 바 있다. 무리한 project에 내가 문제점만 지적하고, 반대하는 항목이 많아질 것인 바, 조언은 커녕 방해꾼으로 전략할 신세가 예견되어서다. 지난달 부산 출장 길에 일부러 시간을 내어서 가덕도 현장으로 차를 몰고 가보았다. 험준한 500메타 연대봉 중턱까지 등산로를 타고 올라 가보았다. 아무리 좋게 생각하고 현대의 기술발전을 인정하더라도 이건 좋은 입지가 아니다 라는 생각이 더 심화될 뿐이다. 가덕도 바로 옆에 신항만의 거대한 시설이 운영 중이고, 진해 해군기지와 군함과 군용 비행기의 항로도 겹치고 있다. 남부Hub 공항이라는 허울좋은 구실 아래 수요예측 부풀기 장난이 정치공항의 가면 속에서 숨겨져 있을 것이다. 주변에 2천만 잠재인구를 가진 인천공항과 3-400만 인구 배경의 부산과는 수요 전제가 다르다. 내가 해외 유명 항공사의 CEO 라도 인천에 거점 하나 개설이면 충분하지 부산에 따로 해외 지사를 낼 의도는 없을 것 같다. 공사가 진행되면 괴물만 남고 추진한 인물은 없어질 것이다. 책임 질 사람은 없고, 문제점만 계속 발생할 것으로 예측 된다. 이건 저질러 놓고 보자 라고 할 건수가 아니다. 땅부자와 건설공사로 배부른 자와 투표로 정치적 욕심을 채운 정치꾼이 책임지고 후과를 반성할 일도 아니다. 가덕도에서 푸른 바다를 처다 보면서 겨우 6년만에 벼락같이 첨단 공항을 탄생 시킨다는 초인적인 마법의 손을 지켜 보면서 나의 무력감을 답답한 속에 흘러 보낸다.
가덕도는 나로서는 별개의 걱정거리 중의 하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Airport 건설, 운용, 관리라는 명제는 해외여행이 만연한 기류 속에서 여전히 나의 관심 분야 인 점은 변화가 없다. Airport는 Total system의 극대화 그 자체다. 최근에는 national geographic TV에 공항 운영과 비행기 사고의 추적, 밀수꾼 행태 등 항공여행 관련 프로가 자주 눈에 뛴다. 몇 년 후에 서울서 울릉도로 직항하는 비행기로 울릉공항에 사뿐히 내리는 광경을 연상하면서 나의 공항 편력과 지적 탐구는 계속될 것 같다. 아름다운 공항, 효율적이고 편리한 공항은 해외여행의 백미 그 자체다.
공항에 대한 관심이 해외여행의 부산물이라면, classic 음악의 공연장에 대한 심층 탐구는 음악 감상 취미의 부산물이리고 할 수 있다. 비행기가 공항에서 뜨고 내리듯, 음악 연주는 주로 공연장에서 탄생하기 때문이다. 이른바 좋은 음악은 작곡자+연주자+악기+연주장소+청중의 복합적 산물인 것 같다. 여행 때문에 공항에 관하여 관심과 지식학습이 생겼듯이, 어느덧 60여년에 이르는 나의 클라식 음악감상 (가끔 팝송이나 Musical도 좋아하지만) 취미는 긴 세월 동안 그 음악의 작곡자의 삶이나 문화적인 탄생 배경의 탐구, LP 판이나 CD, DVD 모으기, stereo system 구비와 교체 노력, 집이나 차에서 벗어나 연주 실황 음악회 참관으로 확대되고 문화비 지출로 확산되어 왔다. 해외여행의 경우도 회사의 업무출장인 경우를 제외하고는 가능하면 음악 프로그람에의 참가나 좋은 음악당 방문 등 기회를 포함하려고 노력해 온 것 같다. 나이 들어 근년에는 경제력도 딸리고, 신체적으로 귀의 청력도 퇴화되니, 앰프의 upgrade나 CD 수집은 더 이상 사치로 여겨져 중단했다.
그래도 Classic 음악은 아는 것이 힘이라, 시간나는 대로 음악의 작곡 배경이나 해설을 찾아서 학습하고, 현장감을 주는 좋은 공연장에 점차 관심이 많아지게 되었다. 오케스트라 대편성을 이루는 여러 악기를 하나하나 다룰 줄은 몰라도 악기의 구조나 특성을 공부하는 노력도 해본다. 곡의 해석은 익숙한 곡을 제외하고는 자꾸 잊어 버리니 계속 다시 해설 책을 들추어 보는 노력이 필요한 것 같다. 몇 해 전에는 Piano의 대표 모델인 Steinway라는 회사에 관한 집중적 분석을 한 책도 독파하고, 유럽과 미국의 지휘자 거장 (maestro)의 생애와 지휘 능력의 분석탐구한 음악서도 섭렵했다. 작년말부터는 어느 top class의 아릿다운 pianist 와 친분이 생겨서, Piano 협주곡과 피아노 리사이틀 곡을 집중 학습하고 있다. 최고 전문 연주가와 청중 이자 팬 사이의 음악적 지식 대화의 간격을 조금이라도 줄여보려는 노력의 일환의 하나가 아닐까 싶다. 이 maestro pianist와의 만남의 대화도 자연히 음악과 해외여행이 주테마이다. 그 Pianist의 연주 실력이 신의 경지에 이른 것도 끊임없는 도전과 연습의 결과이다. 수 많은 곡의 암보 연주 능력은 마치 프로 바둑기사 9단의 바둑복기 능력과 유사한 느낌이고 천재는 노력과 땀으로 이루진다는 징표다.
과거 해외 여행이나 특정 도시 체제 시 좋은 연주장을 여건이 허용하는 대로 연주회를 듣거나, 시설물을 방문하는 노력을 많이 해왔다. Amsterdam Concertgebow 음악당은 자주 찾은 연주장이었고, Berlin Phil의 유명한 음악당이나. Vienna Volkopera나 러시아 모스코바의 크레므린 궁정 음악당의 공연도 참관할 기회가 있었다. 작년 9월 동구라파 방문 시는 항가리 부다페스트의 리스트의 음악당, 안익태의 동상. 이태리 시실리 섬의 팔레르모의 그 유명한 Opera 극장 Massimo 극장의 guide tour도 참여하고, Vienna 센브론 궁전의 Walz와 Polka 작은 오케스트라 음악회도 짬을 내어 공연을 관람한바가 있다. 이러듯 나이가 들어가니까 Classic 음악 감상에서 공연장과 악기에 관심이 크게 늘어난 것이 새로운 나 나름대로의 트랜드가 된 것 같다.
( 이태리 시실리 섬 주도 팔레르모의 유명한 마시모 오페라 극장 내부; 2022,9월 방문)
어제는 잠실의 Lotte shopping Mall 고층건물과 별관을 이루고 있는 롯데콘스트홀 음악당의 Guide tour에 참여할 좋은 기회를 잡았다. 한달에 한번 20명만 응모하여 초대받는 아주 힘든 프로 이다. 입장권 만원에 60분간 프로급 안내자가 콘스트 홀 곳곳을 안내하면서 설비를 보여주는 유익한 시간이었다. Lotte Concerthall 은 우리나라 최고의 Classic 전용 공연장으로서, 서울에는 예술의 전당, 그리고 세종문화회관과 3대 Big concert장으로 인정되고 있다. 세종문화회관이 관람석이 3022석 이나 classic 공연장으로서 좀 크고 순수음악 보다는 대규모 행사집회 목적도 겸하여 건설된 지라 음향이 우수한 편이 못된다. 그래도 파이프 오르간이 설치되어 있다. 나로서는 자주 가는 공연장도 아니고 좋아하는 곳도 아니다. 예술의 전당은 오페라극장도 있지만, 콘스트홀은 2500석 정도이고 비교적 음향은 우수한 편이다. 이곳은 자주 들리는 편이다. 그러나 파이프 오르간이 없어, 건물 설계 시 이를 미리 반영하지 못해 좀 섭섭한 느낌이다. IBK chamber hall 이나 작은 규모의 리사이트 홀도 있다. Lotte의 경우는 좌석이 2036석으로, 디자인도 box in Box타입이고, 파이프 오르간 설비도 구축하고, 내부 디자인이 세련되고 음향이 최고 수준인 연륜이 가장 젊은 공연장이다. 역시 좋은 설비나 건물은 돈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이제는 우리나라도 서울이나 지방도시 가릴 것 없이 수많은 크고 작은 공연장이 많이 생겼다. 도시마다 중대형급 오케스트라 악단을 보유하고 있고, 작은 협주곡 연주단도 부지기수이다. 그래도 해마다 수백명씩 쏟아지는 음악대학 전공자들은 취업할 곳이 아주 제한적이다. 해외유학으로 박사과정의 최고연주자 과정을 마친 프로급 연주자도 음악으로 생업을 유지하기 힘들만큼 사는 게 치열하다. 예술의 전당이나 롯데 콘스트홀 혹은 좀 규모가 작은 금호아트홀에 연주 일정을 잡으려면 수개월 혹은 일년을 기다려 booking을 해야 할 만큼 치열하다. 우리나라는 소상공인부터 프로 음악인까지 세계에서 가장 치열한 경쟁 속에서 살아야 한다. 프로야구 1군 후보에 명함도 못내고 뒷편으로 사라지는 야구선수처럼, 평생을 많은 돈과 열정을 투자하고도 무대에서 능력도 발휘 못하고 사라지는 연주가도 부지기수다.
Lotte의 경우는 잠실 쇼핑몰 고층 빌딩과 도심의 대로변에 위치한 점을 고려하여 진동과 소음의 처리에 무척 신경을 써서 설계를 하였고, 세계 최고의 음악당 설계회사인 나가다 오구스틱스 (Nagata Acoustics)사에 설계를 맏겼다. 세계적 수준의 일본 Tokyo의 산토리 콘스트 홀도 지은 것으로 알고 있는데, 구조와 스타일이 매우 비슷하다. 20여년전에 가 본 Berlin Phil의 음악당과 아직 못 가본 일본 Suntory음악당 모두 Vineyard style로 알려져 있다. 공연장 내부에서는 어느 곳이든 완벽한 음악의 전달이 가능하고 음악의 몰입도를 최고 수준으로 올리도록 한 설계방식이다. 빈야드는 포도밭, 부채꼴 형태로서 아름다운 디자인과 최신 설비로 국내에는 유일한 공연장 방식이다.
나는 그간 Lotte공연장을 십여 차례 공연을 가보았다. 그런데 주머니 사정이 여의치 않아서 항상 2층 꼭대기나 좌우측 시야가 불편한 자리에서만 공연을 지켜 봐왔다. 그리고 우리나라에서 해외의 유명한 초빙 오케스트라는 대부분 20-30만원씩의 비싼 입장 요금이어서, 해외에서 3-5만원 수준에서 보아 온 나에게는 한달 용돈에 버금하는 입장요금을 투자할 용기도 없었다. 주로 국내 유명 오케스트라 교향곡이나 협주곡이 주 대상이었다. 지난달 목포시향의 공연은 그날 협주곡 연주자인 유명 Pianist의 초대로 무료 공연 초대였다. 이렇듯 롯데 음악당 변두리만 돌다가 어제 Guide tour로 일반에게 공개하지 않고 평소에 궁금해 하던 무대 뒤의 모든 시설물과 악기보관소, 연주자 대기소 등 살펴 볼 기회가 되었다. 감추어둔 속살을 보는 기분이다.
중앙 홀 최고 위치의 객석에 앉아 보고, 객석에서 연주장 무대 위에 올라가서 오케스트라 단원의 자리, 지휘자의 연단, 대형 피아노 대기실, 큰북이나 팀파니 등 대형 악기 보관실, 연주자 대기실, 화장 거울대, 리허살 룸, 음향조정 녹화실, 오케스트라가 대기하면서 음료와 군것질하는 대기실, 연주자의 동선 등 모두 속살을 보여주듯이 안내를 받고 둘러 보았다. 객석의 나무 의자, 공연장을 둘러싼 나무 자재의 재질, 온/습도 조절, 냉난방, 조명 등 작은 먼지 하나도 허용하지 않을 정도의 완벽한 운영관리 체제를 보았다. 객석 좌석 의자나 바닥에서 발생할 수도 있는 작은 소음도 예방하여야 하는 설계의 치밀함도 보았다. 공연장 천장의 조명 장치들이 가느다란 줄에 달려 상하 좌우로 움직이는 시범도 보여 주었다. 압권은 전면 벽을 장식하는 대형 파이프 오르간 구조였다. 작은 연주대 주변을 4천여개의 파이프가 빈틈없이 배치되어 청아한 음향을 창출하는 것이었다. 대형 피아노 실을 보여 주었는데, 세계 최고 품질의 피아노인 Steinway & son을 4대를 보유하여, 연주자가 취향에 맞게 선택하도록 배려하고 있다. 피아노 협연이 있는 공연일 전후에는 피아노 조율사는 항시 비상 대기다. 피아노뿐만 아니라 모든 현악기, 관악기, 타악기 전부가 온습도에 민감하니 온/습도 항온 항습, 통풍 공조 기술은 최고 수준이어야 한다.
( 이 사진은 몇 년 전 외국 협주단 내한 공연 사진)
팀파니나 큰 북은 그 육중한 부피와 무게 때문에 국내 최고정상의 오케스트라 2곳을 제외하고는 2진급이나 지방악단은 무지막지 한 운반 하역 비용과 이동의 번거로음 때문 lotte 에서 임차한다는 설명이 당연하게 들린다. 현악기는 전부 연주악단이 자신의 것을 사용한다. 4대의 Grand Piano 이외에도 연주장 무대 뒤 내부 연습실에 소형 피아노 몇 대가 추가로 보인다. 60분 투어의 마지막은 연주장 홀로 출입하는 통로를 거쳐 왼쪽 문을 통과하여 무대로 등장하는 연주자의 동선을 따라 이동하는 경로를 세심히 배려하여 무대 뒤에서 대기실에서 연주 전의 대기실에서의 초조함, 흥분을 가라 안치려는 큰 호흡, 가슴에 콩닥거림이 마침내 홀의 대형 무대로 걸어 나가는 그 짧은 순간 신세계로 나가는 듯한 느낌, 그리고 연주 후 앵콜을 요청하는 우뢰 같은 박수소리 느낌을 상상 속에 느껴 보았다. 박수로 먹고 사는 연주자의 삶과 그들의 치열한 경쟁, 완벽을 향한 수많은 연습과 공연이 끝나고 떠나간 빈 객석을 보면서 안도의 숨을 쉬어 보는 허전한 연주자 입장에서 공연 전후 과정을 느껴 본다. 작년 가을 이후 몇차례 Pianist와의 대화에서 단순히 연주의 감상에서 한 걸음 나아가서 관조의 경지에 몰입한 심적 변화도 느껴 본다.
(지난 3월말 목포시향 40주년 기념 공연- 악단 실력이 우수하다)
투어의 마지막은 대형 홀 좋은 좌석에 앉아서 7분간 바흐의 파이프 오르간 <토카타와 후가>시범 연주를 선물로 들려준다. 그리고 마지막 선물로 정명훈이 오래전 개관연주 기념으로 만든 CD를 한 장씩 선물로 받았다. 만원의 행복이 이런 것이구나 싶다. 사실 Lotte group이 이런 훌륭한 공연장을 건설 운영한다는 것이 이변으로 생각될 만큼 획기적인 조치이다. 최고수준의 공연장은 국격의 상징이기도 하다. 엄청난 투자와 그후 운영자금은 돈벌이 보다는 국격의 성장에 일조함이 본 의도임을 나는 알고 있다. 지난해 극찬을 불러온 중앙 박물관에서의 <이건희 콜렉션>전시회를 둘러보면서 이 위대한 기업가가 삼성경영과 미술 문화에 못지않게 고전음악 마니어 였더라면 세계 최고의 음향과 설비를 갖춘 삼성 콘스트홀이 만들어 졌을 텐데 하는 아쉬움을 토한 적이 있었는데, 그가 수집한 고미술의 몇 십분의 일의 투자로 문화국가를 만드는데 일익을 담당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아쉽다. 그 아들의 음악 취향이 어떤지는 모르겠다. Classic 음악 아는 것이 힘이다 라는 경구에 또 한걸음 나아간 것 같아 Lotte Guide tour가 준 작은 행복을 가슴에 담고 돌아온다. 행복은 작은 데서 찾아야 하는가 보다.
몇 년전 롯데콘스트홀에서 연주한 말러의 천인교향곡 광경---이런 공연 한번 꼭 보고 싶다.
내가 좋아하는 국내 최고의 소프라노 임선혜의 글이 내부 벽면에 보인다
그녀는 목소리와 얼굴이 이쁜데, 글씨체도 아주 이쁘다. 음악에 담긴 마음까지도 이쁘다.
첫댓글 전문가수준의 내용과 발로 뛰어 얻은 지식에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