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밤 요란했던 태풍이 슬며시 지나갔다.
그 고요함에 잔잔한 파도처럼 늦잠에 취했다.
부은 얼굴로 어리광 피우다
아내에게 뒤통수 맞았다.
조금 후에 총회 장소로 이동해야 하는데,
서두름에 태풍처럼 타자 속도가 빨라진다.
차량에 물건 가득 싫어야 하고 분주한데,
이것저것 부탁 전화가 온다.
오늘 총회 예배 인도에 쓸 기타도 가지고 간다.
선교지 오기 전 권사님께서 주신 선물이다.
지난 팬데믹 한국에 머물 때 녀석은 애들 방에 갇혀 있었다.
1년 9개월 방치되어 혹시 갈라지고, 부서져 깨지지 않을까 걱정되었다.
그런데
그 외로움과 고독을 견디어 다시 시작한 예배 때 아름다운 노래를 불렀다.
매주 녀석과 함께 찬양을 부른다.
그 어떤 악기보다 녀석의 선율에 귀 기울이다.
견디기 힘든 외로움과 고독,
눈물과 아픔을 가슴에 묻고
오로지 주님의 위로를 구하며 절규했던
다윗의 노래처럼,
우리 인생도 그렇다.
승리가 겹겹이 쌓여도
무너진 틈 속에 슬며시 유혹이 노크해도,
그 시간을 잊지 말아야 한다.
아내가 뒤통수친 것 괜찮냐 물어본다.
난 뒤통수 맞은 기억도 나지 않는데
아내는 옛날에 엄청 삐지고 장난 아니었다고 한다.
아내 그걸 모르나 보다.
아내는 뒤통수가 아닌 날 쓰다듬어 준 것을,
그 손길이 사랑스러웠다.
검은 머리 흰 머리 되었고,
바짝 여윈 몸으로,
교인들 식사로, 선교지 영혼, 한글학교 교사로, 변함없이 수고에
구글에서 10년 전 사진을 보여주었다.
미안함에 내 마음을 때린다.
태풍이 지나간 고요함에
오래된 통기타의 선율처럼 아내의 수고가 메아리친다.
이젠 빨리 정리하고 나가야겠다.
부지런히 달려가 정겨운 동료 선교사님들과 함께 행복한 시간을 보내야겠다.
할렐루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