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인돌 별자리) 06. 고구려 고분벽화 속의 천문도

[정중동]

(고인돌 별자리) 06. 고구려 고분벽화 속의 천문도

고인돌 별자리와 천상열차분야지도를 낳은 고대의 천문 기술은 고구려의 고분벽화에도 적용되었다.

현재까지 밝혀진 별자리가 그려진 고분벽화는 모두 24기인데 별 그림의 구성을 보면 북두칠성을 비롯한 북극성과 그 주변의 별자리를 많이 그렸으며 28수도 자주 보인다. 이 수가 절대로 적지 않다는 것은, 고구려는 4~7세기에 걸친 300여 년 동안 만든 103기의 고분벽화 중 24기에 별자리 그림이 있는데 중국은 위, 진, 남북조, 수, 당 시대 700년 동안 86기의 고분벽화 중 16기에만 별 그림이 보이는 것으로도 알 수 있다.

가장 다채로운 별자리를 담고 있는 것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평안남도 남포시에 있는 덕흥리 고분(408년)이다. 이 고분은 전실(앞방) 벽에 수성, 목성, 토성 등 행성과 은하수, 북두칠성, 카시오페이아자리, 오리온자리 등 오늘날의 천문학에서 볼 수 있는 다양한 천체를 담고 있다고 고구려연구재단의 김일권 박사는 설명했다.

무덤에 들어서면 입구 가까이 남쪽 면에는 은하수가 흐르고 견우와 직녀가 강을 마주 보고 서 있다. 남쪽은 화성이 주도하며 남두육성(궁수자리)이 자리 잡고 있다. 맞은편 북쪽 벽에는 토성과 북두칠성이 뚜렷이 보인다. 북두칠성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네 번째 별의 크기가 7개 중에서 가장 작게 그려져 있는데 실제로 이 별은 겉보기 등급이 3.31등급으로 다른 것에 비해 가장 어둡다는 관측 사실과 부합한다. 또 꼬리 부분에는 여덟 번째 별인 보성(輔星)이 자리 잡고 있다. 보성은 아랍권에서 ‘알코르(Alcor)’ 라고 부르는 별이다.

평안남도 대동군 덕화리 2호 고분(5세기 말~6세기 초)의 별자리도 많은 것을 시사한다. 이 무덤의 천장 남쪽의 붉은색 별자리는 남두육성을 가리키는데 이것의 기준별 부근에 동지점이 있어 태양은 양력 12월 하순에서 1월 초순에 걸쳐 이 별자리 부근을 지나간다. 따라서 이 별자리는 우리나라를 기준으로 할 때 태양이 제일 남쪽으로 내려갈 때의 위치에 대응한다.

고구려 시대에는 하늘을 방위별로 9천으로 나누었다. 곧 중방을 균천, 동방을 창천, 동북방을 변천, 북방을 현천, 서북방을 유천, 서방을 민천, 서남방을 주천, 남방을 염천, 동남방을 양천이라 불렀으며 빨리 움직이면서 여러 가지 천문 현상을 나타내는 별을 ‘구요(九曜)’라고 했는데 여기에 해, 달, 5성 등이 포함된다. 덕화리 2호 고분의 팔각 고임 천장 3단에서 이들을 발견할 수 있다.

덕화리 2호 고분의 별 그림은 북쪽에 북두칠성을 그리고 천장의 2단 측면을 돌아가면서 차례로 별자리 이름을 한자로 적었다.

진파리 4호 고분의 별자리 그림은 북쪽에 치우치게 북두칠성을 그렸고 그 주변에 크고 작은 9개의 별이 있으며 이들을 둘러싸고 사방에 별을 배치했다. 동쪽에 29개, 북쪽에 27개, 남쪽에 40개가 있다. 그리고 동북쪽에도 6개의 별이 있다고 알려졌다.

북한의 리준걸은 진파리 4호 고분 안쪽 천장 막음돌에 모두 136개의 별자리가 금박으로 그려져 있으며 이것이 고구려 고분벽화 중에서 가장 많은 별을 담고 있다고 했다. 특히 리준걸은 별들의 중심에 바늘구멍 같은 것이 보이고 원을 그은 흔적이 남아있는 것을 볼 때 고구려 사람들이 별을 그릴 때 지금의 컴퍼스와 같은 작도기를 사용한 것이 틀림없다고 기록했다.

별의 등급도 6등급으로 구분했는데, 덕흥리 고분의 별 그림은 4등급, 덕화리 2호 고분의 별 그림은 3등급, 그 밖에 다른 무덤의 별 그림은 별의 크기를 각각 달리하여 그렸다. 실제로 하늘에서 보지는 별과는 다르게 표현한 것도 있는데, 그것은 당시 사람들이 항성과 행성을 혼동한 데다 점성술상 길한 별을 크게 그렸기 때문이다.

또 별의 밝기를 6개의 크기와 4개의 색으로 표현했는데, 현대 천문학에서 눈으로 볼 수 있는 별의 밝기를 6등급으로 분류하는 데 비추어 고구려의 천문학이 매우 과학적이었음을 알 수 있다.

특히 무덤 주인의 가내 생활과 씨름하는 장면이 그려진 각저총과 무용 장면이 그려진 것으로 유명한 무용총에 표현된 별자리를 매우 큰 중요성을 띤다.

각저총 안 천장 굄돌의 별판은 방위에 따라 공통적으로 북쪽 하늘에는 북두칠성과 북극삼성(작은곰자리), 남쪽 하늘에는 남두육성으로 추정되는 별자리, 동쪽 하늘에는 입(入)자 모양의 쌍삼성과 세 발 달린 까마귀 그림이 삽입된 태양, 서쪽 하늘에는 인(人)자 모양의 쌍삼성과 두꺼비 그림이 삽입된 달이 각각 배치돼 있다. 이들 별자리는 동서남북 벽면에 있는 좌청룡, 우백호, 남주작, 북현무의 사신도(四神圖)에 대응하여 천장에 그린 것이다.

고구려 고분벽화 천문도에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이와 같은 특징은 중국의 고분벽화와는 매우 다르다. 북두칠성은 중국의 고분벽화에도 일반적으로 등장하지만, 그것에 대응하는 남두육성은 나타나지 않는다. 이 남두육성은 중국식 28수 가운데 북장 7수의 하나인 ‘두수’와는 완전히 다른 것으로 북방의 북두칠성에 대응하는 남방의 지표로서 고구려의 독특한 남쪽 하늘 표현 방식이다.

북두칠성과 북극삼성으로 구성된 하늘의 별자리도 중국의 그것과는 상당히 다르다. 중국식은 북극 주변의 별자리 표지가 ‘제성’을 포함하는 소위 ‘북극 오성좌’와 ‘사보 사성’으로 표현된다. 그런데 고구려 고분벽화에서는 이와 달리 북두칠성과 그 주변의 삼성으로 표현하고 있다.

고구려 고분벽화인 각저총과 무용총에서 특별히 중요한 점은 천장 안쪽에 크게 연결선으로 이어서 그린 별자리의 모습으로, 일본의 나카무라 기요에(中村淸兄)는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1. 별자리 그림은 당시 천문을 관측하여 얻은 정밀도 높은 천문도를 바탕으로 제작됐다.
2. 묘사된 별자리는 방위와 연관성이 있다. 단순히 별자리의 모양을 무작위로 선택하여 조형적인 면이나 종교적인 면만 고려한 것은 아니다.
3. 별자리와 함께 그린 동쪽의 해와 서쪽의 달은 무의미하게 별자리에 첨가한 것이 아니라 별의 운행과 관련된 시간과 계절 변화를 고려하여 묘사됐다.

태양은 삼수(28수 가운데 스물한째 별자리)와 벌성 가까이 자리해 동지점 근처에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계절로 보면 동지 무렵 곧 연초를 뜻한다. 예부터 중국뿐만 아니라 우리나라에서 연초는 태양의 고도가 가장 낮은 때인 동짓날이다. 시간적으로는 동쪽에 막 태양이 떠오르는 아침을 의미한다.

달은 실수(28수 가운데 다섯째 별자리)와 방수(28수 가운데 넷째 별자리) 가까이 자리하는데, 이는 하지점 근처에 있다는 것을 뜻한다. 이때 달의 위치는 태양과는 거의 반대 방향이 되므로 망월임을 의미한다. 이러한 상황을 천문 현상으로 확대해 해석하면 정월 대보름날을 묘사한 것이 된다. 이것은 새로운 시작의 날을 의미한다.

곧 고구려의 고분벽화에 나타난 별자리는 단순히 조형미를 위한 표현이나 종교적 숭배의 대상에 한정된 것이 아니라 자연 현상을 사실적으로 그린 것임을 알 수 있다.

따라서 별자리가 놓인 모습도 여러 가지다. 별자리는 하룻밤을 기준으로 하면 시간에 따라, 1년을 기준으로 하면 계절에 따라 달라진다. 그뿐만 아니라 하늘의 별을 올려다보았을 때와 거울이나 물에 반사된 것을 보았을 때도 서로 다르다. 그러므로 별자리가 놓인 모습이 여러 가지라는 것은 고구려에서 계절이나 시간과 관계없이 계속 별을 관측했다는 것을 말해준다.

한편 좌청룡, 우백호, 남주작, 북현무의 사신도에 대응하는 동서남북, 네 방향에 따른 별자리의 경우 동쪽은 심방육성(心房六星, 전갈자리)이며 서쪽은 삼벌육성(三伐六星, 오리온자리)이다.

이렇듯 천문학이 중요시되는 것은 수학이 발달해야 하기 때문이다. 더하기, 빼기만으로는 별의 움직임을 알아낼 수 없다. 일반인들이 알기 어려운 고급 수학이 바탕이 되어야 별의 운행과 절기, 시간을 정확하게 계산해낼 수 있다. 천문학이 발달했다는 것은 수학도 그만큼 발달했다는 뜻이다.

삼국시대에 천문학은 고구려뿐만 아니라 백제에서도 발달했다. 백제는 천문을 전문으로 연구하는 일관부(日官府)라는 기관이 있었고, 고구려와 같은 역(歷)을 사용했다. 6세기부터 새로운 역을 쓰기 시작했는데 여기서는 1년을 365.2467일로, 한 달을 29.5306일로 계산했다.

백제는 일식, 월식, 행성, 유성, 지진, 우박 등에 대해 세밀하게 관측했는데, 『삼국사기』에 나오는 혜성 관측 기록만 15건에 이른다. 특히 87년에 나타난 일식에 대한 기록은 매우 일찍부터 천문 관측이 진행되었음을 보여준다. 또 554년에는 왕보손이, 602년에는 관륵이 천문 관측 방법과 역법, 지리에 관한 서적 등을 일본에 전했다.

이종호. 한국 7대 불가사의 (과학 유산으로 보는 우리의 저력). 역사의 아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