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짜변경선/김수형-
김수형 너는 어제를 살고 나는 오늘을 살아
사모아나 피지, 통가에 핀 꽃잎들은
이제 막 적도의 하루를 지나고 있어
내가 사랑한 것들은 왜 모두 어제가 되어버리는지
눈물이 나오기도 전에 울고 있는 노을
동쪽은 서쪽보다 파릇하고
가랑비 같은 슬픔이 서투르게 자라나면서 늙어가는데
고래는 뇌의 절반만 잠이 든대
나머지 절반은 눈 감고 산 어제를 보내기 위해
지지직거리며 파도의 주파수를 모으는 거야
잠 못 든 시간이 이렇게 지나갈 때마다
우리도 이제 가상의 선을 긋자
세로로 줄을 치며 내려오는 거미처럼
늘 등을 보인 채 앞서 걷는 생각들을 위해
눈 감고 보폭을 헤아리며 걷다 보면
이별은 발꿈치부터 서서히 완성될 거야
어젯밤의 울음과 오늘의 울음은 분명 다를 테지만
아침은 동쪽에서도 살고 서쪽에서도 산다는 거
당신에게 건네는 마지막 인사가
내일의 첫 입술이 되고
어제 잃어버렸던 립스틱이 호주머니에서 만져지고
바뀐 핸드폰 번호로 문자가 잘못 날아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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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를 쏘다(에디터)
날짜변경선/김수형
양재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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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6.14 1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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