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로징 크레딧(closing credits)/배선옥 -
석탑 옆 목백일홍 가지에
한숨 한 자락 걸렸다
옛 애인에게 받은 립스틱 바르느라
애인은 손거울 속으로 들어갈 참
나는 짐짓 아무것도 모르는 척
마당만 내다본다
이젠 예불에도 나다니지 않는 노장의 얼굴로
애인은 뒷방을 흘러나와
추녀 아래로 스며들고
흔들리는 풍경에 맞춰
물굽이 소리 아주 깊다
볼 벌개진 목백일홍
고개를 외로 꼬더니
부도탑이나 한 바퀴 도는가 싶었는데
노을에 녹아버렸다
나는 남겨져
한참 골목을 기웃거린다
어느 집에 불이 들어왔고
저녁 깊어졌으니
아무래도 이번 생엔
애인의 바램은 들어줄 수가 없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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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를 쏘다(에디터)
클로징 크레딧(closing credits)/배선옥
양재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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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6.22 1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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