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죽의 문화
죽의 문화 죽은 곡물로 만든 음식 가운데 가장 오래된 음식이다.
중국 <서경>에 죽에 대한 기록이 처음 나오는데 "황제가 비로소 곡물을 삶아서 만들었다"고 하였다. 농경문화가 싹틀 무렵부터 인류는 토기에다 물과 곡물을 넣고 가열한 죽을 만들어 먹었다. <예기>에는 "죽에는 전(범벅 또는 된죽)과 죽(미음)이 있어서 된 것은 전, 묽은 것은 죽"이라 하였다. 죽을 우리 겨레도 일찍부터 먹어 왔을 것이나 고려 이전의 문헌에는 이에 관한 단어가 몇몇 보일 뿐이고, 조선시대의 <청장관전서(1795)>에는 "서울의 시녀들의 죽 파는 소리가 개 부르는 듯하다"는 말이 나온다. 개를 키워본 사람이면 알겠지만, 주인이 개를 얼마나 자주 부르는 지를 생각해 보라. 이로서 조선시대에는 죽을 파는 행상이 많았고, 죽이 매우 보편화 된 음식이었다는 것을 알 수 있겠다. 요즘에도 죽 집에 가보면 아침에 택시 기사 분들을 비롯한 여러분들이 새벽같이 와서 죽을 먹고 가는 것을 볼 수 있다. <국조오례의>에서는 상례 때는 슬픔에 지쳐서 밥을 먹을 수 없으니 죽을 먹게 하였고, <미암일기초>4월조에 권득경 장손의 상을 입었을 때 죽을 쑤어 보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죽을 탕으로 표기하는 일도 있다. <요록>에서는 콩죽을 두탕이라 하였다. 죽의 기본재료는 곡물이지만 여기에 다른 여러 가지 식품을 섞어서 쑨 죽이 <임원십육지>, <증보산림경제>, <요록>, <군학회등>, <규합총서>, <능정화요> 등 조선시대 조리서에 다채롭게 전개된다.<영조실록> 영조 49년 12월조에 "왕은 선전과에 명하여 종루의 걸인을 선혜청에 모아 놓고 죽을 내렸다"는 기사가 보인다. 이렇듯 구료식으로 흔히 쓰였었다.
1)흰죽
죽의 기본형은 백죽이다.
맛있는 백죽을 맛보고 싶어 하는 분들은 돌솥에 쑤어 먹으면 맛이 좋을 것이다. <증보산림경제>에서 말하기를 "흰죽은 만도미가 상이고 돌솥에 쑤는 것이 가장 맛 좋고 무쇠 솥이 다음이며 놋솥이 하이며 물은 감천을 쓰는 것이 좋으며 천이 열하면 죽의 빛깔의 누렇고 잘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런데 죽 쑤는 방법은 오늘날과 별로 차이가 없었음을 여러 조리서를 통하여 알 수 있다. 흰죽에 대하여 <조선무쌍신식요리제법>에서는 "죽이란 물만 보이고 쌀이 보이지 않아도 죽이 아니오, 쌀만 보이고 물이 보이지 않아도 죽이 아니라, 반드시 물과 쌀이 서로 화하여 부드럽고 기름지게 되어 한결같이 된 연후에야 죽이라 이르나니 윤문서공은 차라리 사람이 죽을 기다릴지라도 죽이 사람을 기다려서는 안 된다고 하였으니 참 좋은 말이다. 죽은 쑤어서 바로 먹어야지 오래 두게 되면 맛이 변하고 국물이 마르니 이것을 막으려는 연고니라"라고 하였다. 또 죽 쑤는 땔감에 대하여 "죽을 쑤는 데 콩깍지, 등겨 등을 땔감으로 쓸것이요, 장작으로 불을 맹렬하게 하지 말아야 한다. 천천히 만화로 오래 삶으면 쌀즙이 다 나와서 죽이 되고 맛이 있어 장부에 가장 유익하다"고 하였다.
2)팥죽
팥죽의 제법은 <군학회등>, <규합총서>, <고대 규합총서>, <부인필지>등에 설명되어 있다.
<동국세시기>에서는 "동짓날에는 팥죽을 쑤는 데 찹쌀가루로 새알 모양의 떡을 만들어 그 죽 속에 넣어 새알심을 만들고 꿀을 타서 시절 음식으로 삼고 제사의 공물에도 쓴다. 그리고 팥죽 국물을 문짝에 뿌려 상서롭지 못한 것을 쫓아 버린다"고 하였다.
3)식물성 죽
죽은 쌀만이 재료가 되는 것은 아니다. 쌀이 없으면 다른 곡물을 쓰기도 한다. <북한기략>에 의하면 "곡물이 매우 귀하여 이맥으로 죽을 쑤어 먹으면서도 강력건보한다."고 하였다. 보리죽도 제대로 먹지 못하여 아이들이 울부짖으니 여기에다 산채같은 것을 섞어서 쑨 것이 빈자의 일상식이 되기도 하고 구황식이 되기도 하였다. 숙종대의 암행어사 박만정의 <해서암행일기>에는 극심한 흉년을 당한 식생활상을 말하는 가운데 "밥상이 들어 왔는데 초근을 넣고 쑨 죽이었다" "나물을 듣는 사람들로 산야가 뒤덮여 있으며 겨를 구해다 나물과 죽을 쑤어 배를 채웠다"는 말이 나온다. 한편, 곡물에다 여러 가지 채소나 산채를 섞어서 죽을 쑤기도 하였다. <임원십육지>에서는 무죽, 당근죽, 쇠비름죽, 근대죽, 시금치죽, 냉이죽, 미나리죽, 아욱죽, 참깨죽, 마죽, 복령죽, 백합죽, 대추죽, 밤죽, 행인죽, 연밥죽, 가시연밥죽, 연부리죽, 마름죽, 들개죽, 잣죽, 매화죽, 방풍죽, 두을죽, 도토리죽, 생강죽, 호도죽, 개암죽, 황정죽, 지황죽, 구기죽 등이 각종 조리서에 보인다. <도문대작(1611)>의 방풍죽은 "나의 외가인 강릉에는 방풍이 많이 산출되는데 2월이면 그 고장 사람들이 새벽이슬을 타고 방품의 새싹을 따서 햇빛을 쏘이지 않는다. 잘 대낀 쌀로 죽을 쑤어 반숙이 되면 방풍을 넣고 한 소큼 더 끓인다. 차가운 사기그릇에 퍼담아 따뜻할 때 먹으면 입안에 단맛과 향기가 가득하여 3일이 지나도 없어지지 않는다. 참으로 속간의 제호의 상품이다 내가 후에 변산 부안에서 이것을 만들어 보았으나 강릉의 방풍죽맛에 따를 수가 없다"고 하였다. 또 <임원십육지>의 매죽은 "떨어진 매화를 깨끗이 씻어서 설수에다 삶는다. 백죽이 익는 것을 기다려 함께 끓인다"는 것이다.
4)동물성 죽
동물성 식품을 섞어서 쑤는 죽도 있다.
우양, 닭, 향어, 조기, 생선, 굴, 홍합, 전복, 쇠고기 등으로 죽을 쑨다.
<산림경제>, <증보산림경제>, <수문사설>, <요록>, <임원십육지>등에 죽에 관한 기록이 있다. 지금도 전복죽이 보양음식으로 애호되고 있다. 또 잉어나 가물치 등으로 죽을 쑨다. 그리고 궁중에서는 우유를 넣어 쑨 타락죽을 먹었다. 죽은 매우 발달하였기에 미음, 원미, 응이 등으로 다양하게 분화되어 독특한 명칭을 붙이게 되었다.
첫댓글 사찰음식의 정신속에 식사법중 아침은 생체리듬상 뇌가 활동하는 시간으로 가볍게 먹기위해 죽식을 권하였다 라 하셨습니다. 죽을 먹으면 생기는 이로운점 10가지도 알려주셨구요. 아침굶지 마세요. 죽식으로 해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