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움 시기 놓친 스님 위해
종단 최초 통학강원 개원
36년간 30기 266명 배출
출가자 줄어드는 가운데
종단의 교육정책 변화로
전문교육기관으로 탈바꿈
한문불전 체계적으로 지도
대승사상 전반 이해 돕고
한국과 중국 선문헌 공부
교육대상 사부대중 확대 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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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가해 일찍부터 강당에서 선 삼선불학승가대학원 원장 묘순스님. 스님은 1978년 지광스님과 함께 강원을 연 뒤 지금까지 교육현장을 떠나본 적이 없다. 36년간 삼선승가대학서 학인들을 가르쳐온 스님은, 지난 1월17일 마지막 졸업생을 배출했다. 수행자로서의 삶 대부분을 보낸 삼선승가대학은 문을 닫았지만, 교육에 대한 스님의 열정은 식을 줄 모른다. 전문교육기관인 삼선불학승가대학원 개원준비에 여념 없는 묘순스님을 지난 1월27일 서울 삼선포교원에서 만났다.
묘순스님은 1978년 지광스님과 의기투합해 의정부 약수선원에서 주림승가학원을 열었다. 벌써 36년 전 일이다. 두 스님의 인연은 1970년대 국가에서 시행되던 새마을교육에서 비롯됐다.
“용인 화운사에서 학인을 가르쳤는데, 너무 젊은 나이에 강당에 섰는지 건강이 좋지 않았다. 강사를 그만두고 쉬고 있을 때였다. 정부주관으로 경기도권역 내 스님들을 대상으로 한 새마을교육이 있었다. 그 때 조별로 나눠 분임토론을 했는데 지광스님과 한 조가 됐다. 거기서 처음 만났다. 스님은 발표를 맡고 제가 서기였다. 그 때 많은 얘기를 나눴다.” 지광스님은 강사출신 묘순스님에게 사찰에서 소임을 보느라 공부할 시기를 놓친 스님이나 전통강원을 다 이수하지 못한 스님, 내전 습득이 필요한 스님들을 위한 강원을 만들자고 제안했다. 삼선승가대학은 그렇게 시작됐다.
“처음엔 통학강원을 하면 대중생활을 하지 않아도 돼 쉬울 거라 생각하고 시작했다. 하지만 착각이었다. 우리 학인 스님들은 여타 승가대학 학인보다 훨씬 힘들게 공부했다. 500명이 입학해 50%가량이 졸업을 했다. 사찰에서 일은 일대로 하면서 학교를 다녀야 했기 때문이다. 예습이나 복습은 사찰의 일과가 끝난 늦은 저녁에나 가능했다. 영하 7~8도에 달하는 추운 날이나, 폭설이 내리고 비가 억수같이 쏟아지는 날에도 오전7시 전에 등교했다. 그래도 열심인 학인들을 보면 ‘내가 왜 통학강원을 한다고 해서 학인들을 고생시키나’ 하는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그 때만해도 통학강원을 색안경 끼고 보는 이들이 많았다. 대중생활을 하지 않기 때문에 위의를 익히지 못한다는 지적이었다. “그래도 학인들은 치열하게 공부했다. 습의는 전통사찰에서 4박5일 합숙을 하며 익혔다. 진천 보탑사 건립 후에는 봄가을 두 차례 습의를 익혔다. 교과목도 남달랐다. 찬불가를 가르쳤고, 피아노 연주나 탈춤도 가르쳤다. 학인 스님만의 합창단도 꾸렸다. 스님들이 출가 전 사회에서 익힌 재능을 서로에게 나눠줘 가능한 일이었다.” 초창기에는 주변 인식이 긍정적이지 않았지만, 돌이켜 보면 몇 발짝 앞선 선택이었다.
하지만 부처님께서 설하신 무상의 진리는 삼선승가대학에도 예외는 아니었다. 지난 36년간 266명의 졸업생을 배출했던 삼선승가대학은 끝내 문을 닫았다. 달라진 교육여건 때문이다. 출가자 감소와 함께 종단의 교육정책은 통학강원과 맞지 않았다. 결국 폐교가 결정됐고, 30기 졸업생을 끝으로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게 됐다.
동문의 힘은 여전하다. 졸업 후 포교현장에 뛰어든 스님들은 자기의 몫을 충분히 해냈다. 이는 실천을 강조했던 스님의 영향이기도 하다. 출가해 지금까지 교육현장에 있던 스님은 지도했던 학인 스님들에게 한결같이 “부처님 가르침을 배우고 익히는 것도 중요하지만 공부하는 것으로 그쳐선 안된다”는 이야기를 했다. 중생에 이익이 되는 방향으로 실천해야 한다는 것이다. “100가지 생각을 하는 것보다 한 가지 실천하는 게 중요하다. 아무리 아이디어나 계획이 많아도 실행에 옮기지 않으면 소용없지 않나.” 학교 다니면서 늘 이런 얘기를 들어온 학인 스님들은 삶의 현장에 뛰어들어 사람들과 직접 부딪히는 일을 두려워하지 않았다. 포교일선에서 적응력도 빨랐다. 그래서인지 졸업생 스님들은 각 분야에서 활약 중이다. 선방에서 열심히 수행하는 스님, 사찰이나 복지관 운영을 하는 스님 외에도 수화를 가르치며 장애인 포교를 하는 스님이 있는가 하면, 불교꽃꽂이를 지도하는 스님도 있다. 모두가 자랑스러운 후학들이다.
어렵게 공부한 동병상련 때문인지 삼선승가대학 동문 스님들은 사이가 각별하다. 졸업 후에도 포교나 사회복지분야에서 활동하는 내용들을 학교 후배들과 공유하는 게 자연스러운 전통으로 내려오고 있다. 덕분에 서로 돈독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그 힘이 이번 불학승가대학원 개원을 이끌었다. 동문 스님들은 기본교육기관으로서 역할을 끝내는 것만으로는 아쉽다는 스님들이 의지를 모아 전문교육기관 개설을 주도했다. 묘순스님은 후학들이 돕겠다고 서로 나서는 모습을 보고 용기를 냈다. 스님이라고 어찌 아쉬움이 없을까. 그럼에도 스님은 36년간 기본교육기관으로서 역할을 충실히 마쳤다는 데 자부심을 갖고 있었다.
스님의 강의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오는 3월 개원하는 불학승가대학원에서 후학들을 지도한다. 한문불전을 배우는 전문교육기관의 설립은 우리나라가 한자문화권인 점과 승가대학 교재의 한글화, 현대화에 따라 보다 깊이 있게 한문불전을 공부하고 싶은 스님들이 많을 것이란 판단에서 비롯됐다. 이곳에서 스님들은 2년 동안 초기불전과 대승사상, 대승보살사상에 대한 전반적인 체계를 바로 세우기 위한 과목 외에 조사선 사상에 대한 이해를 높이는 교과목을 지도할 예정이다.
새로운 도전 앞에서, 스님의 기대는 컸다. “학인들에게 한문 문법을 체계적으로 지도하고, 이를 현대어로 해석할 수 있는 능력을 키워주는 데 교육의 초점을 맞출 것”이라며 “한문학을 배우고 한문불전을 2년간 배우면 현대적인 감각으로 불전을 해석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학교가 정착하면 비구니 스님 외에 재가자 등 사부대중이 함께 공부하는 도량으로 확대해 나갈 계획도 갖고 있다.
이날 스님은 한 해를 시작하는 불자들에게 덕담을 전했다. “연초부터 경제난, 취업난 때문에 힘들다는 소식이 들리지만, 불자들 모두 말과 같이 씩씩한 기상으로 원하는 것 이룰 수 있게 전진하자”고 당부했다.
묘순스님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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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3년 충남 개심사에서 법준스님을 은사로 사미니계를 수지했다. 1974년 제5교구본사 법주사에서 석암스님을 계사로 비구니계를 수지했다. 같은 해 10월3일 대은스님으로부터 전강을 받은 스님은 용인 화운사 강사로 취임했다. 1978년 의정부 호원동 약수선원에서 개원한 주림승가학원 강주로 취임했다. 2002년부터 현재까지 서울 삼선포교원 주지소임을 맡고 있다. 여기서 36년간 266명의 졸업생을 배출했으며, 전강제자로는 일홍, 도안, 수경, 선문, 희경, 금해스님이 있다.
삼선불학승가대학원은 …
3월 개강하는 삼선불학승가대학원은 한문불전을 연찬하는 전문교육기관으로, 비구니 스님이면 누구나 수학할 수 있다. 통학형이며, 타 종단 비구니 스님도 수강이 가능하다. 2년 4학기 과정으로 2년마다 신입생을 모집하게 된다.
2년 과정이지만, 교과목은 4년 주기로 짜여 있다. 1학년 1학기에는 금강경, 아함경, 한문학연구Ⅰ를, 2학기에는 구사론, 원각경, 한문학연구Ⅱ를 가르친다. 2학년 1학기에는 해심밀경 유식30송, 중론, 2학기에는 한국과 중국의 선문헌을 공부한다. 이듬해에는 유마경, 능엄경, 선시, 법화경을 1학년 때 배우고 2학년 때는 기신론, 화엄경삼현십지, 한국선문헌, 중국선문헌을 공부하는 커리큘럼이다.
3월26일부터 7월16일까지 1학기 수업은 원장 묘순스님이 금강경을 지도하고, 동국대 불교학부 강사 원과스님이 아함경 강의를 한다. 또 현성주 동국대역경원 전 한불전 편집실장이 한문학연구를 강의한다. 수업은 매주 수요일과 목요일 오후2시부터 4시간 동안 진행된다.
접수마감은 오는 3월10일까지이다. 수업료는 학기당 70만원이며, 과목별 수강도 가능하다.
[불교신문2984호/2014년2월1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