第 十 三 章 造化十八步
화북대평원(華北大平原).
끝없는 지평선은 하늘과 닿아 있다.
하늘은 짙은 회색, 금시라도 눈보라가 휘몰아칠 듯한 험악한 천기였다.
예로부터 화북(華北)을 장악하는 자가 곧 천하를 얻는다고 했다.
그만큼 화북대평원의 비중은 군사적으로 요충지였다.
지금...
한 사나이는 화북평원에 왔다.
그는 팔척의 거신을 지니고 있으며, 수중에는 육척이 넘는 거검을 쥐고 있 었다.
뚜벅뚜벅...
규칙적으로 걸어가고 있는 그의 모습은 마치 하나의 철탑을 연상시킨다.
파라라라락!
바람이 분다.
메마른 삭풍이 철탑 사나이의 옷자락을 찢어 발길 듯이 휘날린다.
그 뒤를 다소곳이 고개를 떨구고 따르는 인영은 그와는 크게 대조적인 가냘 픈
여인이었다.
소복을 입은 아름다운 여인은 금방이라도 바람에 날려갈 듯 위태로워 보였 다.
그러나 하늘 끝, 땅 끝까지라도 사나이가 가는 곳이라면 어디든지 함께 하 겠다는
비장한 의지가 여인의 눈 속에는 서려 있었다.
철탑 사나이가 걸어온 길은 피의 길이었다.
그러나 그는 조금도 후회하지 않고 있었다.
그것은 애당초 그에게 주어진 운명이었기 때문이다.
여인 또한 후회하지 않고 있었다.
하늘 끝까지 간다면 따를 것이요, 설사 불지옥으로 뛰어들어야 한데도 그녀 는 따
를 것이기에.
조황백!
설화!
이것이 운명이 하나로 묶은 그들의 이름이다.
전 중원을 공포로 떨게 만들고 있는 일지겁천 조황백은 화북태평원을 걷고
있는 것이다.
그 언젠가...
그는 무너진 송조(宋朝)를 재건하게 된다면 이 화북대평원에 웅장한 자신의
성(城)을 세우겠노라고 결심한 적이 있었다.
지금 그는 평원을 걸으며 그 생각을 하고 있었다.
무너진 송조를 세운다는 생각은 이미 오래전부터 이어져 온 그의 운명이었 다.
"..."
조황백은 문득 뒤를 따르던 발자국소리가 멀어지는 것을 느꼈다.
그는 돌아섰다.
설화가 뒤 처져 있는 것이 보였다.
그의 송충이 같은 눈썹이 미미하게 떨렸다.
설화는 몸을 경련하고 있었다.
그는 뒤로 돌아 걸어갔다.
"설화. 추우냐?"
설화는 고개를 저었다.
"괜찮다. 좀 쉬어 가자."
황백은 설화의 가냘픈 몸을 안았다.
그리고 신형을 날렸다.
거암(巨岩).
그것은 화북평야 한가운데 솟아 있었으며, 하나의 산봉우리인양 평야를 굽 어보는
위치에 있었다.
황백은 설화와 나란히 바위 위에 앉아 있었다.
앉아있다고는 하나 그 모습은 도리어 하나의 탑이 서있는 것 같았다.
"이리 오너라."
설화는 믿을 수 없다는 눈으로 황백을 보았다.
황백이 그녀를 향하여 팔을 벌렸다.
아닌게 아니라 설화는 연일 계속되는 방랑으로 지쳐 있었다.
그녀는 처음으로 황백의 따스한 음성을 들은 것이다.
그녀는 다소곳이 그에게 기댔다.
황백은 그녀의 작은 몸을 안았다.
가슴에 푹 안기는 설화의 몸은 가늘게 떨리고 있었다.
황백은 문득 가슴이 진동하는 것을 느꼈다.
(설화...)
그는 한 번도 설화에게 다정한 말을 한 적이 없었다.
그러나 지금은 무슨 말이든 하고 싶었다.
"설화. 왜 나를 따르느냐?"
설화는 그의 품속에서 고개를 들었다.
그녀의 겁먹은 듯한 눈이 가득 물기를 품고 있었다.
(사랑하니까요...)
그녀는 그렇게 말하고 싶었으나 그것이 입밖으로 나오지는 못했다.
물론, 황백도 그녀의 대답을 기대한 것은 아니었다.
다만 그는 아무 말이라도 좋았다.
설화에게 말을 하고 싶었던 것이다.
"너는 참으로 이상한 계집이다. 애초부터 너를 처음 만났을 때 짐은 그런
기분을 느꼈다. 왠지 너는... 영원히 나와 함께 할 것 같은 그런 느낌 말 이다."
"..."
설화의 눈에서 기어이 눈물이 흘러 내리고 만다.
그녀는 드넓은 황백의 가슴에 얼굴을 비볐다.
그것만이 그녀가 할 수 있는 의사표시인지도 몰랐다.
황백은 커다란 손으로 그녀의 어깨와 머리칼을 쓰다듬었다.
그는 문득 지평선 저 쪽으로 아득한 곳에서 검은 폭풍이 이는 것을 느꼈다.
(곧 눈이 내리겠군...)
설화는 계속 눈물짓고 있었다.
그러나 황백은 문득 문백과 천백을 떠올렸다.
대륙은 생각보다 넓었다.
가도 가도...
죽이고 또 죽여도...
그가 생각하듯이 그리 쉽게 대륙은 정복되지 않고 있었다.
그는 자신이 약하다고는 한 번도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그는 독존적 인물이었다.
그리고 자신이 있었다.
그러나 상대는 중원대륙이었다.
아무리 가고, 또 가도, 대륙은 끝이 보이지 않았다.
그러기에 그는 동생들이 생각나는 것이었다.
... 문백아우가 있었더라면 그는 이렇게 홀로 독보행(獨步行)을 할 필요가
없었을 것이다.
놈은 나로 하여금 검을 들 필요도 없다고 역설했었지...
천백은 언제나 내가 할 일을 맡아 해주곤 하였지.
후훗... 놈은 강해.
마치 나 자신을 보는 것 같은 기분이 들 때가 있었어.
그런데...
황백은 쉬고 싶은 기분을 요즘 들어 느끼고 있었다.
힘이 부쳐서가 아니다.
자신이 없어서도 아니다.
그는 그저 단 한 번 만이라도 좋으니, 아무 것도 생각하지 않고, 아무 일도
하지 않고 푹 쉬었으면 하는 기분을 느끼고 있었다.
그러나 그럴 수가 없었다.
그는 혼자인 것이다.
이때, 그는 흠칫했다.
"왜 우느냐?"
그는 비로소 아까부터 설화가 그의 가슴에 기대어 계속 흐느끼고 있다는 것 을
깨달은 것이다.
"기뻐... 서요."
설화는 그렇게 말했다.
황백은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내 너에게 황후(皇后)의 자리를 주마. 온갖 부귀영화와 함께... 네가 원 하는 것
이라면 무엇이든 얻을 수 있는 그런 위치를 주마." 그러나...
설화의 마음은 그렇지 않았다.
그녀는 내심 이렇게 말하고 있었다.
(전 그런 모든 것보다 당신 하나면 된답니다. 그게 저의 소원이랍니다.)
그러나 그것은 차마 할 수 없는 말이기도 했다.
왜냐면 그녀가 아는 황백이라는 인물은 너무나도 큰 인물이었기 때문이었 다.
바람이 불고 있었다.
희끗한 눈발이 날리고 있었다.
눈보라가 화북대평원을 휘감기 시작한 것이다.
거암이 마주 보이는 곳, 지형적으로 움푹 들어가 있어 거암 쪽에서는 그곳을 볼
수가 없다.
지금...
눈보라가 휘날리고 있는 화북평원의 분지에는 수천 명의 무림인들이 운집하 고
있었다.
그들은 비장한 각오로 병기를 안고 있었다.
그들은 지휘하는 영수는 뜻밖에도 이십 세가 채 되지 않은 한 명의 아름다 운 소
녀였다.
궁단향!
그녀는 방의경, 화안봉, 단리사영에게 둘러싸인 채 전면을 바라보고 있었 다.
그녀의 눈에는 눈보라가 휘몰아치는 가운데 괴물처럼 우뚝 솟아있는 거암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 거암위에 앉아있는 두 개의 인영도 보인다.
지금 그녀의 주위에는 구파일방의 정예고수와 천하 각 문파의 고수들이 모 두 집
결하고 있었다.
이곳에서 조황백과 최후의 결전을 하기위해 모인 것이었다.
그러나 궁단향은 불안하기만 했다.
그녀는 알고 있었다.
이들 전부가 합치낟 해도...
결코 이길 수 없어!
그는... 삼패의 모든 것이기에.
이때다.
문득 단리사영이 부르르 떨었다.
"저... 저기를 보아!"
"...!"
그녀의 말에 세 여인은 그녀가 가리키는 방향으로 일제히 시선을 돌렸다.
순간 궁단향과 방의경, 화안봉은 전기에 감전된 사람인 양 온몸을 떨었다.
"저... 저분은...!"
오오...!
그렇다.
지금 그들이 숨어있는 방향과는 다른 쪽에서 거암을 향하여 걸어가고 있는
인영이 있었다.
처음에는 하나의 점(點)이 었으나...
차츰 그가 가까이 다가옴에 따라 인영의 윤곽이 확실하게 드러나고 있었다.
궁단향의 눈에서는 눈물이 왈칵 쏟아져 나왔다.
환영인가?
조황백은 문득 눈보라 사이로 언뜻언뜻 드러나곤 하는 하나의 점을 보고 있 었다.
"..."
그는 미간을 찡그렸다.
그리고 천시안(千視眼)을 전개한 결과 그것이 사람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 다.
그는 부르르 떨었다.
인영은 자신을 향해 걸어오고 있었다.
어떤 운명의 화살같은 감각이 황백의 가슴을 찔렀다.
(어떤... 미친 놈이 나 황백에게...?"
그가 가슴에 쿵, 하는 울림을 느꼈다.
그것은 명백한 느낌이었다.
그것은 자신을 향해 다가오고 있는 자가 바로 자신을 목표로, 자신과 싸우 기 위
해 오고 있다는 자각이었다.
이윽고, 처음에는 점에 불과했던 인물이 눈 깜짝할 사이에 다가왔다.
휘유웅!
눈보라를 타듯이 날아오르는 인영은 곧 그의 눈앞에 떨어졌다.
그는 발을 땅에 대지 않고 있었다.
(어기승풍답천술(於氣乘風踏天術)!)
그것은 잊혀진 전설의 경공술이었다.
바람 한 점만 있어도 그 바람을 타고 날 수 있는 무림에서 수백 년간 실전 된 경
공술이 상대방에게서 펼쳐진 것이었다.
상대방은 마침내 그의 앞 오장 밖에 떨어졌다.
그를 바라본 조황백은 가슴이 진동하는 것을 느꼈다.
(같은 남자라도 반할 놈이군...)
그렇다.
눈보라 속에 우뚝 선 채 백의자락을 날리고 서 있는 상대방의 모습은 보기 만 해
도 여인들의 가슴에 깊은 각인을 남길 정도로 아름답고 미려했다.
다만 가만히 서있기만 해도 무한한 꿈을 주는 그런 옥인(玉人)같은 모습이 었다.
누군가?
그는...?
한 마장 가량 떨어진 분지에서 거암 위에 나타난 인영을 보고 있는 네명의
여인들은 부르르 떨고 있었다.
방의경이 감격에 겨운 음성으로 부르짖었다.
"그이... 그이에요!"
그렇다.
그녀가 그이라고 부를만한 위인이 또 어디 있겠는가?
평원을 가로질러 나타난 사나이는 바로 종리연이었던 것이다.
광명비전을 얻기 위해 황하의 수궁으로 들어갔던 그가 마침내 출관한 것이 었다.
"...!"
네 여인을 비롯한 수 천명의 군웅들은 숨을 죽인 채 거암을 바라보고 있었 다.
"향매... 어떡하지...?"
화안봉이 낮게 물었을 때 궁단향은 고개를 젓고 있었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단 한 가지 뿐이에요..."
"...?"
"기다리는 것... 그분이 모든 것을 해결하기를 기다리는 것만이 우리가 할
일인걸요..."
"...!"
중인들은 그 말에 멍한 표정을 지었다.
그렇다.
그 방법 외에 또 무엇이 있겠는가?
조황백의 가공할 무공을 그들이 상대할 수는 없었다.
이제 그들에게 남아있는 것은 종리연이 광명비전의 비학으로 희대의 패웅마 신
조황백을 물리쳐 주기만을 바라는 것 뿐이었다.
눈보라는 미친듯이 휘날리고 있었다.
철탑이 움직였다.
바위에 앉아있던 황백이 몸을 일으킨 것이었다.
"제법이군..."
그는 그렇게 중얼거리며 일어섰다.
그리고 가만히 품에 안겨있던 설화를 밀어냈다.
설화는 부르르 떨면서도 그가 시키는 대로 저만치 가서 주저앉고 있었다.
먼저 입을 연 것은 황백이었다.
"자네 이름은?"
그가 이렇게 물었다는 것은 아주 파격적인 일이었다.
조황백이 최소한 어떤 사람에게 관심을 보였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종리연이라고 하오."
종리연의 대답이었다.
"...?"
황백은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어디선가 들어 본 것 같은 이름이었기 때문이었다.
문득 그는 눈썹을 이상하게 움직였다.
"그럼... 네가 바로 과거에 담간랑(膽肝郞)이라는 별호로 불리웠던...?"
종리연은 빙그레 웃었다.
"그렇소."
황백은 고개를 저었다.
"역시... 소문이란 믿을 것이 못돼... 자네는 훌륭한 무사다."
종리연은 고개를 끄덕였다.
"고맙소."
황백은 잠시 그를 바라보더니 담담히 말했다.
"짐이 한 가지 제의를 할까 하는데..."
"...?"
"짐의 수하가 되지 않겠는가?"
파격적인 말이었다.
아니, 상상도 할 수 없는 말이 튀어나온 것이다.
종리연이 뭐라고 대답을 하기도 전에 황백은 덧붙였다.
"응한다면 짐이 중용(重用)을 약속하지."
"훗..."
종리연의 입가에 가벼운 웃음이 흘러 나왔다.
"왜 웃는가?"
종리연은 그를 바라보았다.
맑은 눈이었다.
그는 낭랑한 음성으로 말했다.
"내가 태어나 처음으로 나를 원하는 사람을 만났기 때문이오. 그런데 아쉽게도
그 상대가 적이라니... 그래서 웃은 것이오."
황백은 느꼈다.
"네놈은 결국... 짐의 반대편에 서겠다는 건가?"
"운명이오."
"운명이라... 그럴 듯 하긴 하군."
황백은 결심을 굳혔다.
"음... 아까운 일이지만... 입장이 그렇다면 시간을 더 끌건 없지."
말이 떨어진 순간...
파아아아아!
황백의 몸이 날았다.
거대한 철탑이 떠오르는 광경을 상상해 보았는가?
그것도 떠오르는 순간 거검은 동시에 발검되었고...
황백은 검과 거신이 하나가 되어 만장허공으로 솟구친 것이다.
종리연도 가만히 있지는 않았다.
그는 자세를 잡더니 쌍장을 합쳤다가 떼며 허공으로 춤추듯이 날아올랐다.
눈보라는 소용돌이의 기류속으로 굉음을 울리며 휘날리고 있었다.
...
"어... 어쩌죠?"
"아아...! 벌써 일주야 째에요... 어찌 인간이 저런 능력을...?"
이제 군웅들은 더 이상 분지 속에 숨어 있지 않았다.
그들은 거암을 포위하고 있었다.
뿐만 아니라 네 명의 여인들도 거암에 접근해 있었다.
그들의 눈에는 허공에 먹장구름이 뒤엉켜 있는 것을 보고 있었다.
그것은 일주일 째 내내 싸우고 있는 조황백과 종리연의 모습이었다.
우르르르르...
콰아아아...!
굉음이 이따금씩 천지를 진동하고 있었다.
그것은 마치 두 마리의 흑룡, 백룡이 얽혀 싸우고 있는 광경과도 같았다.
일주야...
말이 일주야지, 그 동안의 싸움은 단 한시도 멈춤이 없는 것이었다.
그것은 인간의 싸움이 아니었다.
신(神)의 싸움인들 저리도 굉장할까?
이때였다.
궁단향의 눈빛이 반짝였다.
"저기 저 여인..."
그 말에 삼인의 여인들은 그녀가 가리키는 곳을 보았다.
기도하는 여인이 있었다.
설화였다.
설화는 7일간 아무것도 먹지 않고 거암 위에서 무릎꿇고 앉아 기도하고 있 었다.
궁단향의 입술에서 장탄식이 흘러나왔다.
"이제... 기나긴 싸움이 끝날 때가 되었어요..."
"...?"
세 여인은 그녀의 말이 무슨 뜻인지 알 수 없었다.
"저 여인이 바로 우리가 그토록 찾아헤맸던 미령심안의 여인이에요. 그동안
삼패의 곁에 있었기에 기도가 가려져 천기에도 드러나지 않았던 거에요."
방의경이 물었다.
"그런데 싸움이 곧 끝날거라니...?"
방의경은 입을 다물었다.
문득 설화가 모로 쓰러지고 있는 것이 눈에 들어왔기 때문이었다.
바로 그때다.
번... 쩍!
돌연 허공에서 섬광이 일어났다.
"크으으으으아악...!"
뒤이어 들린 것은 처절을 극한 한 마디의 참담한 비명이었다.
그리고 모든 것은 조용해졌다.
굉음도 사라졌으며, 폭풍도 가라앉았다.
군웅들은 볼 수 있었다.
누군가가 거암으로 떨어지고 있는 것을!
"황백이에요!"
화안봉이 소리쳤다.
그렇다.
조황백이었다.
그는 거암으로 곤두박질쳤다.
그러나 아슬아슬하게 신형을 바로잡으며 곧 설화가 모로 쓰러져 있는 쪽으로
다가갔다.
그는 설화를 일으키더니 자신의 가슴에 끌어안고 있었다.
설화는 울고 있었다.
"폐하...?"
황백은 웃었다.
"허허... 그래... 너는 아직... 괜찮으냐?"
"폐하...!"
설화의 눈에서 비오듯이 눈물이 흘러내렸다.
그녀는 알고 있었다.
그가 패한 것이 바로 자신 때문이라는 것을.
그녀가 탈진하여 쓰러진 순간 황백의 심기가 흐트려져 종리연과의 싸움에서
치명상을 입은 것이었다.
그러나 황백은 다정하게 설화의 머리를 쓰다듬고 있었다.
그의 패안(覇眼)에서 처음으로 뜨거운 사랑의 빛이 흘러나왔다.
"미안하다... 널... 널... 황후로 만들어주고 싶었는데..."
"폐하!"
설화는 비명처럼 부르짖었다.
갑자기...
철탑이 허물어지는 것을 느꼈기 때문이었다.
"폐하...!"
설화는 황백과 함께 쓰러졌다.
거대한 철탑은 설화를 안고 쓰러졌다.
쿵...
거인(巨人).
그는 그렇게 갔다.
하늘을 향해 뜬 눈에서는 기이하게도 욕망이라던가, 아니면 분노라던가, 또 는 한
의 빛이 보이지 않고 있었다.
그의 눈에서는 아주 부드럽고 평화로운 기운이 어려 있었다.
그 눈동자 위에 설화의 눈물방울이 후두둑 떨어지고 있었다.
"폐하!"
...
종리연은 애끓는 울음을 터뜨리고 있는 설화를 바라보며 서 있었다.
그의 안색은 백지장처럼 창백해져 있었다.
일주야의 싸움은 그로 하여금 모든 것을 쏟아내게 한 것이다.
종리연은 허무한 기분이 들었다.
모든 것은 끝났다.
그의 주위로 네 명의 여인들이 다가오고 있었다.
그는 쓴 웃음을 지으며 돌아서고 있었다.
궁단향, 방의경, 화안봉, 단리사영은 볼 수 있었다.
종리연이 문득 품 속에서 섭선을 꺼내더니 좌우로 흔드는 것을...
종리연은 섭선을 흔들며 그녀들에게 걸어왔다.
걸음걸이가 바뀌고 있었다.
군자보에서 군웅보로... 백학보로... 풍류취선보로... 낙화산보(落花散步)로...
조화 18보를 전개하는 종리연을 바라보는 네 여인들의 표정은 볼만한 것이었다.
그녀들은 넋을 잃은 채 종리연을 바라보고 있었다.
아니, 세상에서 가장 매력적인 사나이를 보고 있었다.
어느새 화북대평원에 석양(夕陽)이 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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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까지 애독해 주시고
격려해주신
모든분들께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감사합니다.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신돈리닏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행복한인생님 감사합니다~
즐감하고 감니다 고맙습니다
지키미님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잘 읽었습니다.
잘 보고 갑니다. 감사 합니다..............................................
즐감
감사합니다 ㅡㅡㅡㅡㅡㅡ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재미 있게 잘읽었습니다
잘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잘 보고 갑니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수고해 주신분 에게 감사 드립니다 !
감사
잘 읽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