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상어가 되었다/노해정-
머리 꼭대기까지 피가 몰리고 화끈거리며
가슴은 차디찬 얼음장처럼 변해가는
나를 보았지
아무도 내 말을 들어주려 하지 않을 때
마치 빙벽 속에 갇힌 것처럼
뜨거운 핏줄기는 꽁꽁 얼어가고
납덩이보다 무거워진 머릿속
겹겹이 쌓인 빙판을 뚫고
깊디깊은 심해 속으로 내 몸을 끌어들이지
깊은 곳에서는
이제까지와는 전혀 다른 새로운 방식으로
숨 쉬게 되고
매우 느린 속도로 몸을 계속 움직일 수 있게 돼
가라앉지 않기 위해 몸부림치는 것이 아니야
그냥 그렇게 움직여지는 거야
심해의 바닥에 도달하는 것은
세상을 등지거나 삶을 포기하려 하는 것도 아니야
엄청난 수압에 짓눌리면서도
견뎌내는 나 자신을 발견한다면
오히려 가슴이 뭉클해질 거야.
어느 순간
상어가 된 나를 느끼게 돼
“ 양식장에 갇힌 철갑상어가 아닌 북극해에 사는 상어 ”
떠오르다 보면
나와 같은 모습을 한, 무리를 만나기도 해
나의 친구일지도 애인일지도 부모일지도 모르는
저들의 유영은 늠름하고 아름다워
계속 떠오르다 보면
싱싱한 피 냄새도 느낄 수 있어
“ 물개를 사냥하는데 정신이 팔린 북극곰 ”
서서히 다가가 턱을 크게 벌려
꿀꺽 삼킬 수도 있지
대박이지?
나는 상어가 되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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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를 쏘다(에디터)
드디어 상어가 되었다/노해정
양재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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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7.03 1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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