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 친구들이영 처음 만나멍......
초등학교 때랐수다. 어느 날 우리 집에 동화책 한 질이 배달되었수다. 아바지가 할부로 구입허신 동화 전집이랐수다. 육십 권쯤 되어실 거우다.
나는 지꺼정 방 가운데 책을 쌓아 놩 읽었수다. 어떵도 재미이신지 녁밥도 먹엄신지 말암신지 허멍 읽었수다.
며칠 만에 다 읽으난 아바지 눈이 똥그랑해졌수다. ‘그때 아바지는 돈 쓴 보람이 있댄 나를 기특해해실건가, 아니문 책값을 몇 달 동안 더 갚아야 되는디 벌써 다 읽어 부렀젠 허망해해실건가?’ 물론 이건 그 뒤에 생각헌 거고 그때는 그쟈 다 읽어 분 게 하도 아꼬왕 따시 읽기 시작했수다. 동무들이영 보자기 두르곡 동화책 내용대로 연극을 허기도 했수다. 나가 대본을 써이네예.
세월이 하영 흘렁 나가 아이덜을 위헌 동화책을 고르게 되었수다. 책이 흔해졍 아이덜은 연날에 나치룩 환호성을 질르지는 않았수다. 건디 작산 난, 동화책을 읽으멍 그 환호성 소곱에 빠져 들었지 뭐우과게.
그 연날 방 가운디 쌓여 이시던 책덜이 내 소곱에 이야기 씨앗으로 살아 이서난 모양이우다. 책을 읽거나 여행을 다니멍 보곡 듣는 것마다 그 소곱에 곱았던 이야기들이 들령 가슴을 뛰게 허는 거우다.
그 이야기들을 여러반디 사름들과 나누곡 싶었수다. 겅행 생각지도 아니허게 책을 쓰는 행복도 누리게 되었수다.
이 책도 세종 대왕이 시집간 신디 한글을 시험해 보았젠허는 이야기를 들엉 ‘겅허민 백성 중 누구헌테도 시험해 봥 한글에 대해 자신감을 얻어실 것이다.’허는 생각이 들어서 쓰게 되었수다. 겅허니까 역사적 실을 바탕으로 해영 어쩌민 이서실 것 같은 장운이 이야기를 맨들엉 쓴 거우다.
동화를 쓰게 되멍 더 행복헌 건, 읽고 싶곡 공부하고 싶은 게 자꾸 생경 설렌다는 거우다. 이 책 쓸 때도 역사공부 하영 해신디, 지금은 더 하고 싶어졌수다. 겅허고 어린이들과 이 시상에 신 모든 것이 자꾸 좋아졈수다. 아마 나는 할망이 되어도 설레멍 살 것 같수다.
지금 나 가슴에는 어린이 친구들이영 나누고 싶은 이야기가 하영 있수다. 나씩 히 풀어 나갈 거우다. 겅허민 다음에 따른 이야기로 따시 만날 수 있겠주마씨?
두 번이나 현장 답사 허멍 애써 주신 화가 홍선주 씨와 15세기 한글 표기에 도움을 주신 강원대학교 국어국문학과 손주일 교수님, 겅허고 창비 식구신디도 정말 감사드렴수다.
바당이 넘실대는 부산 광안리에서
2006년 9월
배유안
첫댓글 다들 다시 한번 '초정리 편지'를 꺼내드실 것 같네요. 검수 없이 단번엔 써서 그냥 올려봅니다.
참 잘 했어요! 배유안씨가 보고 많이 웃겠네요~~
거의 번역 수준입니다. 대단하십니다.
어머, 어머! 기가 막히네요. 이샘 글 읽으멍 내 고향이 제주가 아니었나 착각이 됐지 뭐우과게. 이샘신디 정말 감사드렴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