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장을 뒤로 하고 샹그릴라로 향합니다. 샹그릴라는 차마고도 위난성 북쪽에 있는 도시입니다. 샹그릴라 위쪽으로는 해발 4000m가 넘는 험난한 지형으로 큰 마을을 형성하기가 불가능합니다. 윈난성 가장 북쪽에 있는 현(县)인 더친(德钦)도 손바닥만 마을이 산중턱에 걸려있다는 표현이 적절한 곳입니다. 그리고 수천미터의 협곡 중턱을 따라가는 길이 티벳의 창탕고원까지 이어집니다. 그러니 샹그릴라가 차마고도의 전진기지가 되는 것은 당연했겠지요
서서히 고도를 높여갑니다. 쿤밍부터 지긋지긋하게 따라다니던 비가 사라지고 날씨가 좋아집니다. 제가 날씨에 관해서는 운이 좋은 편입니다. 20여년간 산에 다니면서 험악했던 날씨가 깜장소 등장 후 좋아지는 경험을 여러번 했지요^^ 물론 반대도 많았지만, 그렇다고 생각하는 편이 정신건강에 좋습니다ㅋㅋ 10여 년 전 설악산에서도 그랬습니다.
2000년 여름, 학생들의 데리고 대청봉을 등반하기 위해 대청산장에 도착했습니다. 운무가 끼어 한치 앞도 보이지가 않더군요. 아침에 일출이 보고 싶여 관리직원분께 여쭈어 보았습니다. 하시는 말씀 "19일째 이러고 있습니다. 기대하지 마십시요" 아침에 일어나니 어제 저녁과 똑같습니다. 상당수 등반객들은 일출구경을 포기하고 있습니다만, 저는 무조건 올라가자고 독려합니다. 대청봉에 도착하니 역시 바람만 세게 불 뿐 아무 것도 보이지 않습니다. 그러다 갑자기 운무가 걷히기 시작합니다. 파란 동해바다가 나타나더니 해가 솟아 오르기 시작합니다. 너무나 황홀한 광경에 모두 넉을 잃습니다. 게다가 이날 저는 햇빛이 운무에 반사되어 만들어지는 무지개터널 '브로캔'을 보았습니다. 브로캔 사이를 통과하면 산에서 죽지 않는다는 산악인들 사이의 전설이 있습니다. 이때부터 깜장소는 산에서 '철인28호'가 되었습니다^^
가다보니 후탸오샤(虎跳峽)의 입구인 차우토우를 지나갑니다. 배도 고프니 점심을 먹기로 합니다. 점심에 가벼운 반주가 빠지면 안 되겠지요^^ 여기서 다니를 건너 산중턱으로 올라 붙으면 후타오샤 트레킹의 시작점입니다. 여기 차우토우는 2005년에 왔을 때 중국인 기사와 한판 벌인 곳이기도 합니다.
당시 리장에서 500원에 빵차 한대를 빌렸습니다. 여기에 도착한 기사 갑자기 강짜를 부립니다. 원래 계약이 이곳까지니 후타오샤 입구까지 가려면 돈을 더 내라는 것입니다. 저는 한 50원 정도 더 줄까 생각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200원을 더 달라고 합니다. 화가 머리 끝가지 난 제가 '원래 계약이 후탸오샤까지이다. 10원 한장 더 못 준다. 목적지까지 데려다 놓던지 아니면 경찰서로 가자'고 눈을 부라리며 소리를 질렀습니다. 제가 눈이 좀 큼니까^^ 제 기세에 눌린 기사 아무 말 못하고 출발합니다. 그런데 다리 하나 건너니 바로 최종 목적지 아니겠습니까. 하여간 못 말리는 중국넘들입니다.
차우토우는 관광객과 이들을 상대하는 지역주민들이 많이 상설시장이 형성되어 있는 곳입니다. 이것 저것 들러보고 구경합니다. 사실 어디 가나 시장만큼 재미난 곳도 없습니다. 사람들 사는 모습도 구경하고 지역 특산물도 맛 보며 말입니다.
고도를 높이던 차가 갑자기 멈추어 섭니다. 내려서 보니 사람이 벽에 배달려 공사중입니다. 공사 중 돌과 흙들이 무너지니 교통을 통제하고 있는 것입니다.
가운데 위쪽에 사람 매달려 있는 것이 보이시지요. 무슨 암벽 등반하는 것도 아니고, 위험스럽게도 공사합니다. 역시 중국에 사람이 많기는 많은가 봅니다 ^^ 공사장비가 부족하거나 부실할 때는 거의 다 사람이 합니다. 몇 년전 양쯔강 홍수 때는 터진 둑을 사람이 들어가 막더군요^^ 뚝이 터져 아무리 흙을 부어도 쓸려 나갑니다. 그러자 커다란 박스 쥐덫처럼 생긴 곳에 사람들이 들어갑니다. 그리고 그 쥐덫(?)을 크레인에 매달아 터진 뚝에 내려놓습니다. 안에 사람들은 서로 팔을 연결하며 버티구요. 이들이 버티고 있을 때 이 쥐덫(?) 앞으로 흙자루를 재빨리 쌓습니다. 그렇게 터진 뚝을 막더군요. 하여간 상상을 초월하는 넘들입니다^^
가다보니 커다란 협곡이 보입니다. 여기도 수직깊이가 1000m가 휠신 넘는다고 하는군요. 이름이 재미 있다며 경원이가 알려줍니다. 미국 그랜드캐년에 버금간다고 하여 이름이 '高年頭開年' 이라며 좌중을 웃깁니다.
어디가나 아이들의 표정은 천진난만합니다. 4000m가 다 되는 고산지대이니 중국에서도 오지 중에 오지입니다. 이 높은 산골마을과 아이들을 본 스테파노님이 한마디 하십니다.
스테파오 : 야 미치겠다. 저런 높은 데서 어떻게 산다냐?
깜장소 : 형님 재들은 여기서 살고싶어서 살겠습니까?
스테파노 : 그럼 저기서 왜 살어 ?
깜장소 : 왜 살긴요 ? 태어나 눈 떠보니 해발 5000 아니였겠습니까
스테파오 : 하긴 그렇다.....^^
샹그릴라에 도착했습니다. 말씀드렸듯이 샹그릴라는 제임스 힐튼의 소설 '잃어버린 지평선'에 나오는 이상향입니다. 샹그릴라를 찾겠다고 난리법석을 꾸민 끝에 2001년 중티엔(中旬)이란 이 도시에다가 샹그릴라라는 이름을 붙여버립니다. 물론 관광객유치를 위한 상술이지요. 그러나 이 얄팍한 상혼과는 달리 고성은 매우 아름답습니다.
목조 건물로 이루어진 고성 지구는 아담하고 사람도 그리 많지 않아 걸어 다니며 구경하기에 제격입니다.
아니 이게 누구입니다? 리장 수허고성 숙소에 같이 묶었던 일행들 아닙니까. 분당의 교회에서 차마고도 답사온 일행들인데 여기서 다시 만납니다. 다양한 구성원들이 함께 여행을 다니니 보기 좋습니다. 이 팀과 달리 가끔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습니다만.....
작년 실크로드 갔을 때의 일 입니다. 위구르인의 성도라 불리는 카슈카르에 묶고 있었습니다. 이곳도 티벳과 마찬가지로 분리독립이 요구가 많은 곳이지요. 마침 올림픽기간 중이었는데 경찰서 습격사건이나 폭탄테러가 심심치 않게 벌어져 모두 긴장하고 있을 때 였습니다. 그런데 여기에 무슬림인 위그루인들을 설교하겠다며 아이들까지 대동한 수십명의 한국기독교인들이 나타납니다. 어찌나 황당하고 위험스러워 보이던지..... 여의도 순복음교회 앞에 서서 알라신 믿으라고 강요하는 무슬림이라고나 할까요
고성 광장에서 모두 함게 춤을 추고 있습니다. 아직도 중국에는 이렇게 넓은 광장에서 여러 사람이 함게 춤을 추는 광경이 많습니다. 영화 '호우시절'에도 정우성과 고원원이 광장에서 춤을 추지요 그것도 부루스를^^
이렇게 야외나 광장에서 추는 춤과 노래는 노동과 밀접한 관련이 있어 보입니다. 즉 노동의 피로함과 긴장감을 달래주는 춤과 노래가 자연스럽게 나오는 것이지요. 우리나라도 그랬지 않습니까? 막걸리 한잔 걸치고 나오는 자연스러운 어깨춤과 노동요. 물론 이제 우리나라의 춤은 모두 밤(night)으로 들어 가버렸지만요^^
고도가 높아지니 커피봉지가 부풀어 오릅니다. 해발 4000m에 육박하니 못 보던 현상들이 나타납니다.
광장에 꼬치집이 많습니다. 무엇을 먹을까 찾다보니 단연코 눈에 띠는 메뉴가 있습니다.
자연산 송이버섯입니다. 한국으로 치면 상상도 못했을 테지만, 여기서 아주 착한 가격에 맛을 봅니다.
후라이판에 구워서 먹어보구요
캠핑하면서 먹을 송이버섯도 사봅니다. 중국돈 100원어치 사니 한 보따리입니다. 한국 가면 한 200만원어치는 될 것 같습니다ㅎㅎ
원래 이 지역 사람들은 송이버섯을 먹지 않았다고 합니다. 일본사람들과 한국사람들이 들어오면서 송이를 찾기 시작했다는 군요. 지금은 이 지역 사람들의 가장 큰 수입원 중의 하나가 되었습니다. 여기서 맛 본 송이 맛을 잊을 수 없었던 깜장소와 음악티, 나중에 말린 송이버섯을 1kg을 200원에 삽니다. 흥분한 깜장소와 음악티 '야 말린 송이 1kg이면 생송이로는 한 10kg은 된다. 그러면 한국에서 천만원어치야' 편으로 얇게 썬 말린 송이버섯.... 한국 가져와서 끊여보니.................... 표고버섯이었습니다......................바보들 --;
이제 샹그리랄 인근에 호수 나파하이(纳帕海) 캠핑준비 들어갑니다. 나파하니는 예전에 마방들이 말을 풀을 뜯기며 야영하던 장소 되겠습니다. 경원이가 신선로를 준비합니다. 제가 야영만 20년이 넘는데. 신선로 처음써 봅니다.
돼지고기도 준비하구요
차 끊여먹을 동주전자도 하나 삽니다.
이렇게 캠핑장비 다 챙겨 도착한 곳, 나파하이(纳帕海)입니다. 나파하이에 대하 간단한 소개해 볼까요
나파하니는 고원계절성 호수라고 합니다. 해발 3266m에 위치하고 총 면적은 660㎢ 정도이며 봄부터 여름가지 비가 많이 내리는 계절에는 호수의 면적이 늘어납니다. 반대로 비가 내리지 않으면 줄어들겠지요. 겨울이면 많은 철새들이 날아와 월동을 한다고 합니다.
캠핑준비 들어갑니다. 제가 산에 다닌 지 20년이 넘기 때문에 비박(산에서 야영입니다)선수입니다만, 여러 장비 가지고 하는 캠핑은 처음입니다. 캠핑과 비박이 어떻게 다르냐구요. 비박은 산에서 하는 것 입니다. 저 장비를 다 들고 산에 올라갈 수는 없지 않겠습니까? 그렇다면 캠핑은 평지에서 하는 것이 겠지요. 가운데 보이는 천막이 타프(Tarp)입니다. 천막 아래 한국에서 공수된 양은 개다리소반도 보이는군요^^
캠핑은 많은 장비를 필요로 합니다. 저희가 가져간 것은 침낭밖에 없습니다. 나머지는 경원이가 준비한 것입니다.
요즘 우리나라도 캠핑을 즐기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자연에서 텐트치고 하루밤을 묶는 다는 것은 매우 의미 있는 일입니다. 그러나 캠핑은 산에 지고 가는 것이 아니라, 차에 싣고 가는 것이니 자칫 장비 경쟁으로 흐르기 쉽습니다. 장비는 점점 많아지고, 싣었다 내렸다 하기도 귀찮아집니다. 결국 캠핑용 차량을 한대 더 사는 데까지 장비 경쟁이 이어집니다. 캠핑도 좋지만 좀 생각이 필요한 대목이라고 하겠습니다.
이제 타프도 완성하고 장비 세팅^^도 끝났습니다. 완성된 캠프에서 폼도 한번 잡아 보고요
캠프를 완성했으니 이제 먹어야지요. 사온 돼지고기를 경원이가 손질합니다.
양꼬치구이도 굽고요. 직접 구워서 먹으니 더 맛이 좋습니다.
나파하이 하늘로 보름달도 떠오릅니다. 강릉 경포대에 달이 다섯개가 뜬다고 합니다. 경포바다에 하나, 경포호수에 하나, 술잔에 하나, 님의 눈동자에 두개^^그런데 여기도 나파하이도 만만치 않습니다. 님은 없어 아쉽지만^^ 그래도 세개는 뜬 것 같습니다.
소원을 담아 등도 날려봅니다, 빨간등, 노란등 주황등 다양한 등을 하늘로 올려봅니다. 다 큰 어른들이 별짓 다 합니다^^
아침에 일어나니 중국인 관광객들이 호기심 어린 눈으로 쳐다보고 있습니다. 중국은 이제 여가나 여행에 대한 문화가 싹트고 있습니다. 여행은 벌써 폭팔적인 붐이 일어나고 있구요. 그러나 아직까지 밖에서 캠핑하고 야영하는 문화는 거의 없습니다. 경원이 말에 의히면 중국인들이 현재 가장 하고 싶고 부러워하는 것이 캠핑이라고 하네요. 그래서 그런지 이것 저것 물어보고, 먼저 사진도 같이 찍자고 합니다.
캠핑을 마치고 쏭찬린쓰(松贊林寺)로 갑니다.
쏭찬린쓰(松贊林寺)는 500년의 역사를 가진 위난성 최대의 티벳불교사원으로 달라이라마 5세대 창건되었다고 합니다. 원래 쏭찬린스가 있는 샹그릴라는 티벳의 영토였으나 중국의 점령 이후 티벳의 힘을 약화시키고자 강제로 윈난성에 편입되게 됩니다. 윈난 티벳 불교의 총본산이며, 라싸의 포탈라궁을 닮았다고 하여 작은 포탈라궁이라고 불립니다.
스테파노님이 마니차를 돌리고 있군요. 마니차는 불경이 씌여진 원통으로, 한바퀴 돌리면 불경을 한번 외운 것으로 간주됩니다. 마니차 돌리기는 라마어를 아는 사람도 적고 문맹율도 높은 티벳만의 독특한 종교의식입니다. 예전에 어느 나라는 안 그랬겠습니까? 자신들의 문자를 없애고 프랑스 신부가 정리한 알파벳을 사용하는 베트남. 한자가 너무 어려워 국가 발전에 방해가 된다면 알파벳으로 대체해 버릴까 고민한 마오쩌둥도 있습니다. 반대의 경우도 있습니다. 백성이 글을 알면 통치하는데 방해가 된다고 한글 창재를 반대한 학자들도 있지 않습니까? 유네스코 통계 2.2% 전세계 최저 문맹율! 어느 나라겠습니까? 다시 한번 세종대왕의 위대한 업적에 머리가 숙여지는 순간 되겠습니다^^
700여명의 라마승이 수양하고 있다는 쏭찬린쓰지만 스님들은 안 보이고 공사장 망치 소리만 들립니다. 아마도 윈난 최대의 티벳사찰의 화려함과 장엄함을 복원하기보다는 관광지로 개발하려는 중국정부의 목적이 있는 것 같아 씁슬합니다
대마도 눈에 보이는 군요. 우리나라에서는 마약으로 취급되어 엄격하게 규제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그 독성과 중독성면에서는 담배보다 못하다는 주장도 있습니다. 몇 년전 기자출신의 고종석씨가 대마의 합법화를 주장한 것을 보고 깜짝 놀란적이 있습니다. 저는 그때까지 대마가 마약이라고만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조금 알아보니 마약과는 좀 다른 면이 있습니다. 4000여가지 화학물질이 담겨있는 담배보다 독성이 적기도 합니다. 이러한 이유로 몇몇 나라에서 대마는 합법화가 되어 있습니다. 우리나라도 영화배우 김부선 같은 이들이 대마 합법화 운동을 벌이고 있습니다. 대마 합법화에 대한 깜장소 개인적인 생각을 물으신다면 '잘 모르겠다'입니다.
이제 샹그릴라를 떠나 본격적인 험로로 접어듭니다. 차량도 바꿔타야 합니다. 여기까지 안전운전을 해준 기사 곽라오스와 이별을 하고 크루져 짚차를 렌트합니다. 곽라오스 옆에 선 젊은 친구들이 새로운 기사 피주와 칠링입니다.
쓰다보니 글이 조금 길어졌습니다. 지루하지 않았나 모르겠습니다.
첫댓글 글 사진 올리느라 무지 수고한 흔적이 곳곳에~~보고 읽는 사람이야 5분 남짓하면 끝이겠지만 ~~고맙다는 말밖에는~~그러면서 후속편을 또 기대합니다~~뒤풀이는 제가 꼭 하지요~~ㅎㅎ
네 회장님^^ 한편 정리에 하루 종일 걸리네요... 그래도 연말까지 두편정도 더 써서 마무리 하려합니다.
지루하긴요![~](https://t1.daumcdn.net/cafe_image/pie2/texticon/ttc/texticon28.gi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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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자주 다니시고 후기는 꼭 남겨주셔요![~](https://t1.daumcdn.net/cafe_image/pie2/texticon/ttc/texticon28.gi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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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가는 것보다 여행기 작성이 더 일인 것 같습니다^^
용강 58회고요 숭문고 30회입니다.
고등학교 동문회보 작업하다 글을 봤는데 님을 여기서 만나네요. 반갑습니다. 위흥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