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 아시아라는 프로그램이 있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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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기서 가끔 말레이시아나 태국 인도네시아 싱가포르 프로 경기를 하일라이트로 보여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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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 넣는 장면만 보면 태국도 브라질이고 인도네시아도 아르헨티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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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부터 야들이 심상치 않다고 생각했지요.. 그리고 반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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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잘 하는 것처럼 보였거든요.. 관중들의 열기도 대단하고, 선수들의 투지도 끝내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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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와는 뭔가 색다른, 아니면 우리들이 후진 축구라고 불렀던, 이제 더 이상 정신력으로는 안 된다며 무시했던 열망이라는 단어가 선수들이 흘리는 땀방울에서 전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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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왜 아시안컵 지역예선, 올림픽 아시아지역 1차예선, 월드컵 아시아지역 1차예선만 나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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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백을 쓰냔 말이죠..(참고로 9백이란 중앙 수비수 다섯, 양쪽 윙백 네 명을 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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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남아시아 축구를 사랑하는 한 사람으로서 안타까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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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열정으로, 축구를 좋아하는 마음으로, 깡다구로 미친 척하고 아시아 전역을 들이받아 주기를 원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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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택은 언제나 9백.. 동남아시아의 스트라이커들은 20년 전부터 멀티플레이어였습니다. 최전방 공격수부터 플레이메이커, 보란치, 쉐도우, 좌우측면공격, 이 모든 전략을 혼자, 단독으로, 멀리서 9백이 지켜보는 가운데 수행했습니다..(도대체 9백은 누가 만든 거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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풋볼 아시아에선 잘 했는데, 타이거컵도 꽤 흥미진진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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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보다 훨씬 전부터 프리미어리그와 세리에, 프리메라를 위성생중계로 시청하던 분들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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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그러셨어요... 월드컵 보다가 심장마비로 사망하시는 분들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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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 태국분 아니면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베트남 분들이라고 cnn 앵커 언니가 지껄이셨단 말이에요. 물론 판돈 때문에 그러셨다는 거 알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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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월드컵에서 9백 쓰는 나란 없단 말이에요. 9백 쓰면 월드컵 못 나간단 말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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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요즘 축구가 정말 재미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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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안컵에 푹 빠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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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국과 베트남 인도네시아 때문입니다(말레이시아는 뺄래요. 중국한테 발렸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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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사우디와 인도네시아의 경기를 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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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네시아 골키퍼 얀드리씨는 키가 174센치입니다. 손들어도 골대가 안 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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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9센치밖에 안 되는 선수도 있습니다.. 인도네시아의 영웅인 밤방씨(나 당신 180 가까이 되는 줄 알았어. 상반신과 하반신이 조화로워.. 부러워..)도 170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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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로 하는 축구는 아니지만 사우디가 센터링 올릴 때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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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네시아 수비수들 2단 점프했습니다.. 그거 쉽지 않은 겁니다. 강백호도 어렵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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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보다 9백을 버리고 4백을 썼습니다.. 그래도 수비 때는 옛날 버릇이 나와서 9백으로 돌아갔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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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우디아라비아게 당당히 맞섰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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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분 경기가 다 끝난 추가시간 3분에 터진 알 하르티의 결승 헤딩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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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네시아 수비수들이 다리에 경련만 나지 않았다면 2단 점프로 얼마든지 걷어낼 수 있었을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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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 하르티도 176밖에 되지 않는데.. 안타깝게도 마지막 슛을 막아내지 못한 얀드리씨의 눈빛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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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속 머릿속을 맴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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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눈빛은 '정말 이기고 싶었는데..'라고 말하는 것 같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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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이 터지자 사우디 선수들 반쯤 미쳐버렸습니다.. 인도네시아와의 경기에서 한 골 넣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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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토록 좋아했던 기억이 있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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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과의 예선 마지막 경기가 기대됩니다. 당연히 한국이 이겨야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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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경기에서도 오늘 같은 장면을 보여줬으면 좋겠습니다. 정말 이기고 싶다는 열망이 어떤 것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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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라운드에서 90분간 뛸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큰 행복인지를 한국 선수들에게 보여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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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선수들이 입고 있는 유니폼 상의의 투혼이라는 글자는 어쩌면 이들 동남아 선수들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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몫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이번 아시안컵에서, 아니 전세계 축구팀 중에서 투혼이라는 단어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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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니폼에 새기고 뛰어도 부끄럽지 않은 선수들은 오직 그들뿐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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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오랜만에 전율이 느껴지는 글을 본 것 같네요.. 님 말대로 현재 저희 국대 유니폼의 투혼이란 단어는 인도네시아,태국 등과 같은 나라의 몫인지도...
동점골도 멋있었어요~사우디 수비실책을..놓치지 않고..일대일 찬스를..키퍼까지 제치고..차분하게..
카페내의 아시아축구매니아님^^ 정말 재미없다고 치부해버렸던 동남아축구의 재발견으로 인해 앞으로 남은 아시안컵 경기들 훨씬 재미있게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글 너무 재미있고 웃겨요^^
재밌게잘봤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