第 五 章
대해무림(大海武林)의 절학(絶學)
1
하나의 소문이 수천만 리 광활한 바다를 강타했다.
― 대해제일룡 천해태작 용태옥이 미쳤다!
바다의 자존심이라고까지 칭송되던 그가 미쳐 버렸으니, 그 충격
이란 실로 대단한 것이었다.
그것도 가벼운 정신착란 정도가 아니라 아예 미쳐도 완벽히 미
쳤다. 모든 사람이 두 손 들고 포기할 정도로 완벽히!
돌연 미쳐 버린 용태옥의 광태(狂態)는 일일이 열거하자면 끝이
없을 지경이었다.
바다에 비친 달을 보고 달을 줍겠다고 바다에 뛰어들어 밤새 허
우적대고, 소의 머리에 난 뿔을 보고 자신의 머리에도 뿔을 박겠다
고 말짱하던 머리에 구멍을 내고 기절하기도 했다.
어디 그뿐인가? 백주 대낮에 남녀의 차이를 보여 주겠다고 어린
여아의 사타구니와 자신의 사타구니를 드러내 놓고 대로를 활보하
기까지 했으니 더 이상 무슨 할말이 필요하겠는가?
일년!
그를 정상으로 돌리기 위해 백방으로 손을 썼던 천해대군벌의
모든 사람들은 일년 만에 완전히 그를 포기하고 말았다.
이런 사실을 뒷받침이라도 하듯 천해대군벌의 대벌주 철가리적
이 한 가지 사실을 선포하였다.
― 나 철가리적은 앞으로 오년 후 후계자에게 천해대군벌의
모든 전권(全權)을 이양할 것이다.
후계자는 세 사람!
이들 중 가장 강한 자가 천해대군벌의 대벌주가 된다!
― 후계자로 지목된 세 사람은 어떠한 수단을 통해서라도 강
해져야 한다.
그들에겐 어떤 특혜라도 베풀어 준다.
천해대군벌에 있는 것이라면 무엇이라도 줄 것이다.
영약(靈藥)을 달라면 영약을 줄 것이요, 비급(秘 )을 달라면 비급
을 줄 것이다.
단 그 기간은 오년이다.
천해대군벌의 절대좌(絶代座)!
이는 한마디로 바다의 지배자요, 천하인들이 고개를 숙이는 사나
이들의 정상이다.
사나이라면 누구나 한번쯤은 야망을 품어 봄직한, 더 이상 오를
수 없이 지고한 자리인 것이다.
이 자리만 얻을 수 있다면 인간으로 태어나 더 이상 부러울 것
이 없게 된다.
이 정상의 자리에 앉을 기회가 주어진 사람은 단 세 사람이었다.
세 사람! 그들은 천해대군벌의 모든 기인들이 인정하는 절대기
재(絶代奇才)요, 강자들이다.
환우진무적( 宇桭武的) 철뇌흑(鐵雷黑)!
당년 나이 스물여덟 살로, 그의 출신은 명실공히 바다 제일의 가
문(家門)인 불과 철(鐵)의 가문 철씨세가(鐵氏勢家)였다.
철뇌흑, 그는 과묵하고 강인했다. 마치 쇳덩이 같은 사나이였
다.
그러나 무(武)에 있어서는 타고난 무골(武骨)이며, 무공이라면
광적일 정도로 불꽃 같은 열정을 보이는 무공광(武功狂)이었다.
그는 이미 천해대군벌 십팔대 고수들의 초강무학(超强武學)을
연성하였으며, 천해대군벌이 습득한 사만 이천 종(種)의 모든 정사
마공(正邪魔功)을 섭렵했다.
강함에 있어서 철가리적에 필적하는 인물이 바로 그인 것이다.
백검세도적룡비(白劍細刀赤龍匕)!
남자도 아니고 여자도 아닌 요사한 인간.
또한 남자이기도 하고 여자이기도 한 반음반양(半陰半陽)의 인
간이었다.
그는 더없이 차가운 피를 지닌 냉혈한(冷血漢)이다.
추상(秋霜)!
천해대군벌의 사람들은 가을날의 찬서리같이 차가운 인간이라
하여 그를 추상이라 부른다.
그에 대한 것은 모두가 신비(神秘)라는 장막에 가려져 있다.
그러나 한 가지 단언할 수 있는 것은, 추상 그가 가장 완벽한 살
인의 전문가라는 사실이다.
제아무리 무적을 자랑하는 절대고수라도 죽일 수 있는 최강의
살인술인 지옥미학(地獄美學)을 연성한 지옥의 학살자(虐殺者)가
바로 그였다.
백검세도적룡비!
보이지 않는 무색 투명한 한 자루 백검(白劍)!
소리 없이 허공을 가르며 상대의 목젖을 꿰뚫는 종잇장처럼 얇
은 세도(細刀)!
귀신도 모르게 상대의 심장을 따 버리는 적룡의 문양이 박힌 비
수 적룡비(赤龍匕)!
이 세 가지 병기는 그의 신물(身物)이자 죽음의 표기(標記)였
다.
그러나 정작 문제는 바로 세 번째 후계자였다.
용태옥! 그가 세 번째 후계자로 지목된 것이다.
과연 천해대군벌의 절대좌는 누구에게 돌아갈 것인가?
낙조(落照). 태양이 지고 있다.
붉은 황혼의 빛은 광활한 바다를 온통 황홀한 금빛으로 물들이
고, 천해대군벌은 장엄한 환상의 세계로 휘몰려들었다.
"……!"
한 소년이 바다 속으로 점차 빠져드는 혈륜(血輪)을 넋을 잃고
바라보고 있었다.
이제 십육칠 세나 되었을까?
준미한 용모를 지닌 소년이었다.
그런데 소년은 용모와는 달리 그 행색이 실로 해괴망측하기 이
를 데 없었다.
잔뜩 해진 의삼은 바닷바람에 너덜거리고, 길게 풀어헤친 머
리카락은 온통 어지럽게 흩어져 보는 것만으로도 정신이 사납
다.
게다가 그 어지러운 머리카락을 한 움큼 쥐어 붉은 비단으로 질
끈 동여매고 있었다.
어디를 봐도 영락없는 미치광이(狂人)의 행색이다.
그는 바로 최근 들어 대해의 광룡(狂龍)이라 불리는 용태옥이었
다.
"……!"
용태옥은 불타는 석양을 뚫어지게 바라보고 있었다.
모두가 그를 가리켜 바다의 미친 용이라 부르고 있으나, 밝은 혜
지(慧智)로 일렁이는 그의 두 눈에서는 결코 광기(狂氣) 같은 것은
찾아볼 수 없었다.
석양 무렵이면 어김없이 이곳에 오르는 것이 그의 빼놓을 수 없
는 일과였다.
그의 시선이 박혀 있는 곳은 다름아닌 석양이 떨어지는 수평선
저편의 대륙이었다.
대륙천하(大陸天下)!
문득 그의 여인처럼 붉은 입술을 헤집고 나지막한 음성이 흘러
나왔다.
"철뇌흑… 추상… 그들은 내 적수가 되지 못한다. 내 적수는 오
직 저 대륙에 있을 뿐이다."
마지막 생명을 불사르는 낙조의 수평선은 장엄했다.
그러나 그 낙조를 응시하는 용태옥의 두 눈에서는 더욱 장엄한
광채가 발산되고 있었다.
"대륙의 영웅들! 대천왕 조현극, 한성부주 한성제백, 막관흑랑세
주 십천만승제… 내가 미친 척하며 나 스스로를 강하게 단련시킴
은 오직 저 대륙의 영웅들을 꺾기 위함이다."
강해지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스스로 폐쇄시키고 있던 뜨거운 야
망의 혼이 그의 가슴속 깊이 불타오르고 있었다.
바로 이때였다.
"어떠냐? 그 동안 미쳐 본 소감이……?"
그의 등뒤로 한 줄기 온화한 음성이 들려 왔다.
"……!"
어느새 용태옥의 뒤에는 철가리적이 다가와 있었다.
용태옥의 입가에 짓궂은 미소가 떠올랐다.
"후후… 한번쯤 해볼 만한 것 같습니다."
"허허… 녀석! 그래 도단을 통해 나를 만나자고 한 이유가 무엇
이냐?"
용태옥은 가볍게 웃었다.
비록 몰골은 초라하였으나 주위가 저절로 환해지도록 매력적인
웃음이었다.
"천해대군벌을 떠날까 합니다."
"떠나? 어디로 말이냐?"
"구제받을 수 없는 미친 광인(狂人)들만 수감(守監)되어 있는 섬
입니다."
순간 철가리적은 신음처럼 한마디 내뱉었다.
"백절무황도(百絶武皇島)!"
백절무황도!
그것은 도저히 치료할 수 없는 광인들만 가두어 두는 곳이었
다.
일명 물회도(勿回島)라고도 불린다.
한번 들어가면 영원히 돌아올 수 없는 섬이기 때문이었다.
또한 백절무황도는 오대제왕해 중 하나인 귀해의 신비가 있다는
섬이 아닌가?
철가리적은 근심스런 어조로 물었다.
"백절무황도는 한번 들어가면 영원히 빠져 나올 수 없는 섬인
줄 알고 있느냐?"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곳에는 위진남북조(魏晋南北朝)시대를
질타한 전설적인 백 인의 절대고수 북주백절무황(北周百絶武皇)의
신비와……."
"북주백절무황!"
"오대제왕해 중의 하나인 귀해의 신비가 있다고 들었습니다."
철가리적의 노안이 놀라움으로 물들었다.
"그것을 누구에게 들었느냐?"
"선우군사와 지옥천사 한백입니다."
"으음……!"
철가리적은 낮게 신음했다.
용태옥은 맹렬하게 활활 타오르는 눈길로 부친이자 사부인 철가
리적을 직시했다.
그리곤 한자 한자 힘주어 말했다.
"목숨을 걸어 볼 만한 가치가 있을 것입니다!"
철가리적은 도리가 없음을 느꼈다.
'소옥! 이놈은 한번 한다면 하는 놈이다!'
철가리적은 바다로 시선을 돌렸다.
태양은 어느덧 자취를 감추었고 수평선에는 짙은 어둠만이 밀려
들고 있었다.
그의 뒷모습이 무척이나 외롭고 씁쓸해 보이는 것은 용태옥만의
착각이었을까?
이때 철가리적은 특유의 나직하면서도 힘이 깃든 어조로 물어
왔다.
"좋다, 떠나거라. 그러나 떠나기 전에 내일 혈악대별부(血嶽大別
府)에 들어가도록 해라. 그곳에 내가 익혔던 모든 것을 놓아두겠다.
네가 강해지는 데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용태옥은 빙그레 웃었다.
"부탁이라면 듣겠습니다."
철가리적은 눈을 부라렸다.
"부탁이라니! 놈, 미친 척하더니 말버릇만 고약해졌구나!"
그러나 말과는 달리 그는 웃고 있었다. 따스한 웃음이었다.
잠시 후 철가리적은 웃음을 거두고 안색을 굳혔다.
"소옥! 내 오늘 너에게 한 가지 말해 둘 것이 있다."
"무엇입니까?"
용태옥은 약간 긴장했다. 평소 철가리적이 안색을 굳히는 일이란
좀처럼 드물기 때문이었다.
철가리적은 두 눈을 무겁게 내리감았다.
"추상, 그 아이에 대한 것이다."
"추상……!"
용태옥은 호기심을 느꼈다.
"추상, 그 아이는 기실 나의 유일한 핏줄이다."
"추상이……?"
용태옥의 놀라움은 컸다.
백검세도적룡비 추상!
천해대군벌의 세 사람의 후계자 중 한 명이었다.
남자도 아니고 여자도 아닌 반음반양의 인간, 그가 놀랍게도 철
가리적의 유일한 핏줄이었다.
그리고 그것은 철가리적과 추상만이 아는 비밀이기도 했다.
철가리적은 가라앉은 음성으로 말을 이었다.
"추상, 그 아이는 여자도 남자도 아닌 불쌍한 아이다. 태어나자
마자 어미를 여의고, 나의 사랑조차 받지 못한 한을 이젠 네게 돌
리려 하고 있다."
"음……!"
"얼마 전에 그 아이가 내가 소장하고 있던 지옥미학을 원해 왔
다. 어느 누구라도 죽일 수 있는 살인술의 정화인 지옥미학을
……!"
그 말을 듣는 순간 용태옥의 두 눈에 이채가 떠올랐다.
"지옥미학은 천하에서 오직 한 사람… 특이한 체질을 가진 추상,
그 아이만이 연성할 수 있다. 그 아이는 이제 고금제일의 암흑살인
병기(暗黑殺人兵器)인 지옥의 학살자가 될 것이다."
고금제일의 암흑살인병기!
실로 엄청난 말이었다. 더욱이 그 말은 철가리적이 꺼낸 만큼 한
층 무게 있게 다가오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 아이는 이제 너를 죽이려 들 것이다. 네게만 쏟아지
는 나의 사랑 때문에……."
철가리적은 답답한 듯 한숨을 한 번 내쉰 뒤 용태옥의 두 눈을
직시하며 말했다.
"소옥! 네가 그 아이를 맡아 줄 수 없겠느냐? 너라면 그 아이를
죽이지 않고도 거둘 수 있을 것이다."
철가리적의 음성은 비감에 젖어 있었다.
용태옥은 한 눈을 찡긋하며 장난스럽게 웃었다.
"물론입니다. 그런데 한 가지, 추상이 여인이라면 신부감으론 그
만인데……."
철가리적은 쓴웃음을 머금었다.
"녀석! 추상은 여인에 가까우니 네가 여인으로 길들이면 되지 않
겠느냐?"
"추상을 여인으로? 흠! 그것 괜찮은데요."
"허허… 녀석!"
두 사람은 서로를 마주보며 웃었다.
그러나 두 사람이 농담처럼 주고받은 말이 훗날 괴이한 기사(奇
事)를 엮어 낼 줄은 어느 누구도 짐작조차 못했다.
"……!"
그런데 이 순간 두 사람을 지켜보는 한 쌍의 눈이 있었다.
음울하고도 기괴한 광채가 서린 눈을 가진 인물이었다.
그는 일신에 검은 장포를 걸치고 검은 가죽신을 신었다. 두 손에
는 검은 수갑(手匣)을 끼고 있었다. 치렁한 흑발 또한 칠흑같이 검
은 색이다.
그러나 이와는 대조적으로 눈이 시리도록 하얀 피부를 가졌다.
그것은 너무 선렬하도록 아름다워 아예 숨을 멎게 한다.
전율! 그 아름다움이 지나쳐 차라리 소름이 끼칠 정도다.
얼음처럼 시리고 투명해 보이는 얼굴에 꽃 조각을 베어문 듯한
입술은 타는 듯한 붉은 색이다.
콧날은 깎아 빚은 듯 오똑 솟았으며, 길다란 속눈썹은 나방의 날
개처럼 끊임없이 파르르 떨린다.
더구나 우수에 잠긴 듯한 두 눈 깊숙한 곳에는 음습하고 퇴폐
적인 원색의 유혹을 느끼게 하는 어두운 그림자가 짙게 깔려 있
다.
또한 전신에는 가을날의 찬서리와도 같은 한기가 서려 더욱 요
염해 보인다.
사내의 혼백을 빨아먹는 지옥과 어둠의 천사가 뿜어내는 염기
(艶氣)가 바로 이런 것이리라.
요화(妖花)!
어둠 속에서 막 피어나는 한 송이 붉고 현란한 요기(妖氣)스런
꽃의 아름다움이었다.
백검세도적룡비 추상!
그는 특별한 인간이다.
보름은 남자에 가깝고 보름은 여자에 가깝다.
그러나 엄밀히 말하자면 그는 보기 드물게 절염(絶艶)한 미모를
지니고 있다. 여인에 가깝다고 말할 수 있다.
그는 특별한 인간이니만큼 성격에도 특별한 아집이 있었다.
"나는 특별한 인간이다. 그러니만큼 나는 천하의 그 누구도 넘볼
수 없는 특별한 절대좌에 오를 것이다."
길다란 속눈썹에 감추어진 시리도록 맑고 고운 눈에서 새파란
불꽃이 일었다.
이 세상에서 가장 예리한 살기를 담은 빛이었다.
"그러기 위해서는 강해져야 한다. 아버님인 철가리적보다……!"
용태옥을 바라보는 추상의 눈빛에는 감출 수 없는 질투가 서려
있었다.
"용태옥! 저놈은 내게서 아버님의 사랑을 빼앗아 갔다. 또 저놈
은 미치지도 않았다. 더욱 강해지기 위해서 미친 척할 뿐……."
그의 눈가에 미세한 경련이 일었다.
"흉물스러운 놈! 네놈을 죽일 것이다. 나보다 강하기 때문에…
또 내게서 아버님의 사랑을 빼앗아 갔기에 더욱 잔인하게 죽일 것
이다."
그의 투명하도록 하얀 피부가 빙옥(氷玉)처럼 더욱 싸늘한 광채
를 뿌린다.
살기!
추상, 그는 사람을 죽일 때 더욱 요염한 미(美)를 뿌린다.
살인적인 미, 이 세상의 그 누구도 흉내낼 수 없는 천상천하유일
미(天上天下唯一美)를!
그리고 그것은 추상에게 있어 숙명이었다.
"……!"
추상은 서서히 등을 돌렸다.
"나는 이제 그 누구도 죽일 수 있는 지옥 학살자의 지옥미학과
살인술을 완성할 것이다. 그 첫 제물은 바로 네놈… 용태옥이다."
끼리릭―!
순간 전율을 일으키는 기이한 음향이 들려 왔다.
먹물처럼 검은 그의 수갑에 움켜쥔 기형(奇形)의 물체가 흘린 음
향이었다.
흑철련(黑鐵鍊)!
예리한 흑색 날을 가진 흑색의 세도(細刀) 백팔 개가 연결된 흑
철련이 내는 소리였다.
추상은 흑철련을 부서져라 움켜쥐며 내심 소리쳤다.
'하지만 알 수 없다!'
무엇 때문인가?
아버지의 사랑을 빼앗아 간 저 흉물스런 놈에게 이토록 마음이
기우는 것은…….
추상은 이런 자신의 마음을 헤아릴 길이 없었다.
천해대군벌의 별부(別府)는 실로 선경(仙境)을 방불케 할 만큼
아름다웠다.
별부의 한켠에 자리한 조그마한 가산(假山).
온갖 기화이초가 만발하고, 주위는 푸른 송림(松林)으로 둘러싸
인 곳이었다.
그 중앙을 한 줄기 옥류(玉流)가 굽이굽이 흐르며 청아한 소리를
내고 있었다.
세외(世外)의 별천지(別天地)가 달리 없었다.
석동(石洞). 가산의 정중앙을 깎아 만든 석동이었다.
석동 앞에는 십만 근은 족히 넘음직한 거대한 철문(鐵門)이 육중
하게 버티고 있었다.
<혈악대별부(血嶽大別府)>
신룡(神龍)이 춤추듯 활력이 넘치는 금빛 글씨와 함께 창공을 웅
비하는 대혈악의 문양이 생생하게 각인(刻印)되어 있었다.
이곳이 바로 천해대군벌의 온갖 기진이보(奇珍異寶)가 간직된
혈악대별부인 것이다.
절세의 무공비급, 신병이기(神兵異器), 보물 등 값을 따질 수 없
는 무가지보(無價之寶)만이 소장되어 있는 곳이다.
한마디로 인간의 욕망을 충족시켜 줄 수 있는 모든 것이 쌓여
있는 곳이었다.
이른 새벽 무렵이었다.
한 소년이 혈악대별부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대해의 미친 용이라 불리는 용태옥이었다.
준미한 용모는 어제와 다를 바 없으나, 풀어헤친 머리와 너덜거
리는 의삼은 두말 할 것 없는 광인의 행색이다.
정녕 대해의 미친 용이라 부르기에 조금도 부족함이 없었다.
"……!"
용태옥은 잔뜩 거들먹거리며 혈악대별부의 철문 앞으로 다가섰
다. 그리고 냅다 철문에 대고 발길질을 해대기 시작했다.
쾅! 쾅! 쾅!
"문을 열어라!"
고요하기 그지없던 새벽의 공기는 그의 고함과 발길질에 산산조
각이 나서 흩어졌다.
"문을 열란 말이다!"
다시 한 번 그의 발길질이 시작되려는 순간, 철문 앞으로 환영
(幻影)처럼 한 인물이 나타났다.
전신에 먹물처럼 짙은 흑포(黑袍)를 걸친 노인이었다.
그가 걸친 흑포는 구 척이 넘는 거한이 입더라도 땅에 질질 끌
릴 만큼 긴 것이었다.
그러나 그 긴 흑포도 노인에게는 무릎 언저리도 채 덮지 못했다.
그만큼 흑포노인은 키가 컸다.
흑포노인은 한눈에 보아도 무서우리만큼 으스스한 분위기를 자
아냈다.
더욱이 머리에는 괴상한 관(冠)까지 쓰고 있어 멀리서 보면 마치
한 그루의 고목(枯木)이 서 있는 것 같았다.
흑포노인은 용태옥을 발견한 순간 가볍게 눈살을 찌푸렸다.
그러나 용태옥을 대하는 음성만은 공손하기 이를 데 없다.
"삼공(三公)! 대벌주의 첩지(帖紙)는 받아 오셨소이까?"
용태옥의 신분이 신분이니만큼 그로서는 최대한 공손하다고 생
각하는 음성으로 말을 꺼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노인의
음성은 흡사 상처 입은 올빼미가 울부짖는 듯 듣기에 역겨웠다.
"첩지……?"
고개를 갸웃거리던 용태옥은 문득 품속에서 하나의 금빛 서찰을
꺼냈다.
"이것 말이냐?"
"……!"
흑포노인은 묵묵히 용태옥이 내미는 금빛 서찰을 받아 들었다.
그리고 싸늘한 눈빛으로 서찰을 읽어내렸다.
<섭경(攝庚)!
삼공을 혈악대별부에 입동(入洞)시키도록 하라.>
서찰의 내용은 간단했다.
그리고 그 끝에는 대벌주 철가리적을 상징하는 대혈악이 찍혀
있었다.
흑포노인, 섭경의 무심한 시선이 용태옥에게 머물렀다.
"삼공! 혈악대별부에는 천하의 모든 무공비급과 신병이기, 보물
등이 있소. 삼공께선 이 안에 있는 물건 가운데 무엇이든 임의대로
세 가지를 취하실 수 있소."
"음음……!"
"단 혈악대별부에 머물 수 있는 시간은 자유이오이다. 참고로 일
공(一公)은 이 안에서 이십 일을 머물렀으며, 이공(二公)역시 이십
일을 계셨소이다."
섭경이 말을 하는 도중 용태옥은 쉴새없이 고개를 좌우로 까닥
거리고 있는 것이, 도무지 정신을 집중해서 듣고 있는 것 같지 않
았다.
그러나 섭경은 굳이 대놓고 언짢은 소리를 하지 않은 채 침착하
게 하던 말을 끝맺었다.
"삼공께서는 얼마 동안이나 머무를지 말씀해 주시오."
천해대군벌에서 혈악대별부의 문을 열 수 있는 사람은 오직 대
벌주 철가리적과 섭경뿐이다.
그러니 언제쯤 나올 것인가 묻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사실 혈악대별부에 머무르라 함은 그 안의 절대비공(絶代秘功)
들을 익히라는 뜻이다.
이것이야말로 후계자로 지목된 세 사람에게 내리는 가장 큰 특
혜인 것이다.
용태옥은 섭경을 바라보며 어깨를 으쓱거렸다.
"하루면 되네. 정확히 내일 아침에 문을 열어 주게."
"내일 아침……!"
섭경의 두 눈이 휘둥그래졌다.
그는 내심 용태옥을 향해 욕설을 퍼부어댔다.
'이런 덜떨어진 놈! 혈악대별부 내에 있는 비급들은 천해대군벌
이 천년 동안 온갖 힘을 기울여 모아 놓은 천고의 비급들! 자신의
체력(體力)이 다할 때까지 보고 익히라는 인내와 재질의 시험이거
늘… 뭐 내일 나오겠다고?'
이때 용태옥은 은근한 음성으로 말을 붙였다.
"내, 자네에게만 말해 주는 것인데……."
용태옥은 주위를 돌아보며 음성을 더욱 낮추었다.
"사실 혈악대별부의 보물은 모두 내 것이라네. 내가 대벌주에게
잠시 빌려 준 것이지. 내가 이번에 들어가는 이유는 그 동안 대벌
주가 얼마나 빼돌렸나 확인하러 들어가는 것이네."
"……!"
섭경은 입을 쩍 벌렸다.
어이가 없다 못해 아예 말도 제대로 나오지 않았다.
'이런 미친놈! 예전에는 황소의 뿔을 자신의 머리에 이식하는 천
하제일신의(天下第一神醫)라며 자신의 머리에 구멍을 내고 기절하
더니, 이젠 보물이 어쩌고 저째? 아주 완전히 돌았구나!'
섭경은 촌각이라도 더 이상 용태옥과 상대하기 싫다는 듯 태어
나서 가장 빠른 동작으로 혈악대별부의 철문을 열어 주었다.
그런데 막 혈악대별부에 들어서려던 용태옥이 그를 불러 세웠
다.
"잠깐만 기다리게!"
"……!"
섭경은 어정쩡한 자세로 용태옥을 바라보았다.
용태옥은 품속에서 종이와 지필묵을 꺼내더니 무엇인가를 휘갈
겨서 섭경에서 건네 주었다.
"자, 받게!"
섭경은 얼떨결에 용태옥이 건네 주는 종이를 받아 들었다.
"삼공, 이게 무엇이오이까?"
용태옥은 자못 엄숙한 신색으로 말했다.
"내, 자네가 나의 보물을 열심히 지켜 주는 노고를 치하하는 뜻
으로 주는 사례금일세. 살림에 보태 쓰게나."
"사례금……?"
"내가 가진 천하대전장(天下大錢莊)의 전표라네. 천하 어디에서
라도 통용되니 찾아 쓰게."
용태옥은 격려하듯 섭경의 어깨를 툭툭 두드려 준 후 혈악대별
부로 들어섰다.
그러나 섭경은 용태옥에게 받은 종이만을 내려다보며 멍하니 서
있을 뿐이었다.
<황금(黃金) 천 냥.
천하제일거부(天下第一巨富) 용태옥.>
종이에 휘갈겨진 글은 이러했다.
이것이 전표라니, 애들 소꿉장난 같은 짓거리다.
쫙― 쫙― 쫙―!
돌연 섭경은 들고 있던 종이를 갈가리 찢어발겼다.
"이런 미친놈! 몇 자 긁적거려 놓고 전표라고? 이젠 아주 미쳐도
골고루 미치는구나!"
어이가 없다 못해 한숨까지 나올 지경이었다.
"휴우… 대벌주께선 미쳐도 더럽게 미친 저놈에게 무얼 볼 게
있다고… 내 다시는 저 미친놈과 상종을 하지 않으리라!"
휘릭―!
섭경. 그는 나타날 때의 그 유령 같은 신법은 어디에 두었는지
장포(長袍) 펄럭이는 소리도 요란하게 어디론가 사라져 갔다.
혈악대별부의 안은 하나의 암도(暗道)가 길게 뻗어 있었다.
그 끝은 보이지도 않는다.
안의 구조는 온통 은색(銀色) 일색이었다.
천장, 바닥, 석벽 할 것 없이 새하얀 순은(純銀)으로 이루어진 암
동인 것이다.
벽에는 영원히 꺼지지 않는다는 신비의 불꽃, 만년등(萬年燈)이
은은하게 암도를 밝히고 있었다.
그리고 만년등의 불빛을 비웃기라도 하듯 온통 휘황찬란한 보광
(寶光)이 암도를 뒤덮고 있었다.
온갖 희귀한 기진이보가 태산처럼 쌓여 있었던 것이다.
용태옥은 그 많은 기진이보들을 보고 감탄을 금치 못했다.
"상상 이상인걸! 이만한 보물이면 천하를 사고도 남을 지경이
다."
그는 언젠가 천해대군벌의 대벌주 철가리적이 한 말이 생각났
다.
― 본좌는 바다의 제황!
소상인(小商人)에서 일국의 제황까지, 무사히 바다를 건너기 위해
서는 온갖 기진이보를 바치지 않을 수 없다.
단언하건대, 아무리 많은 부(富)를 축적한 대륙의 제황이라 한들
본좌가 가진 보물의 십분의 일도 미치지 못한다.
"어쩌면 당연할지도 모르지. 해적왕보다 많은 보물을 가진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일 테니까……."
용태옥의 입가에는 씁쓸한 미소가 떠올랐다.
"그러나 나에게 이러한 보물들은 아무 쓸모가 없다. 진정한 보물
은 나를 강하게 해주는 것뿐이다."
용태옥의 발길은 하나의 서고(書庫)에 이르고 있었다.
서고(書庫).
그 수를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서가들이 가득 들어서 있고, 서가
마다 수만 권의 장서(臧書)가 가지런히 정돈되어 있었다.
퀴퀴한 책 냄새가 용태옥의 코를 찔렀다.
문득 용태옥은 보물의 광채보다 이 퀴퀴한 책 내음이 더 좋다고
생각했다.
― 바다를 다스리는 자, 천하를 다스린다.
한쪽 벽에 이러한 글씨가 쓰인 현판(縣板)이 걸려 있고, 그 밑에
는 한 통의 서찰과 옥궤가 놓여 있었다.
용태옥은 그것이 바로 철가리적이 자신에게 남긴 것임을 직감할
수 있었다.
"대해무림 사상 최강이라는 사부님의 절학… 과연 어떤 것일
까?"
기묘한 흥분 속에서 용태옥은 서찰을 뜯어 보았다.
<보이지 않는 다섯 개의 바다 오대제왕해의 실체가 아무리 강하
다 한들, 어찌 진정한 바다를 이천 년이나 굴복시켜 온 천해대군벌
의 실체와 비교할 수 있겠는가?
제왕의 척살자는 살수천 살태찰이 피와 죽음의 바다 혈해에 숨
고, 검정중원의 신화로 불려지는 검성이 검해에 숨듯… 그 누구도
천해대군벌의 진정한 실체를 알 수 없었다.>
"으음! 사부님도 이미 혈해와 검해를 알고 있었단 말인가?"
용태옥은 놀람을 금치 못하였다.
<누가 대해무림의 신인 천해대군벌 지존의 절학을 아는가?
잠자는 바다가 무한대의 힘을 감추고 있듯, 천해대군벌의 진정한
절학은 이천 년 동안 감추어진 채 이어져 왔다.
그 절학의 실체는 하나의 신병(神兵)으로 시작되니, 그 이름하여
팔황금구천망(八荒金鉤天網)이다.>
"팔황금구천망……!"
용태옥의 가슴속에는 기이한 떨림이 일고 있었다.
<팔황금구천망은 바다의 모든 병기의 으뜸으로, 팔황금구천망의
주인은 곧 바다의 제황(帝皇)을 의미한다.
이 팔황금구천망은 오직 천해대군벌의 대륙과 바다 위에 동시에
군림할 때 사용되기 위하여 이천 년 동안 숨겨져 왔음을 잊어서는
아니될 것이다.>
"천해대군벌의 숙원(宿願)인 대륙의 정복을 위해… 이천 년 동안
이나 숨겨져 왔던 대해제일신병(大海第一神兵) 팔황금구천망! 그
실체가 무엇이길래……?"
용태옥은 호기심 속에서 서찰을 계속 읽어 갔다.
<팔황금구천망!
이것은 한극지기(寒極之氣)를 내뿜는 한백설은사(寒魄雪銀絲)로
만들어졌다.
예리하다는 것은 가늘다는 것이다.
실은 어떠한 신검보도(神劍寶刀)의 날보다 가늘다. 곧 실은 어떠
한 신검보다 예리하다.
한마디로 팔황금구천망은 쇠도 무 베듯 하는 신검 수천 자루로
엮어진 그물이다.
더욱이 한백설은사는 천지에서 가장 차가운 한극지기를 지니고
있어 그 냉기(冷氣)는 순식간에 사방 백 장을 얼려 버린다.
또한 그 끝에 심해(深海)의 억겁 세월을 견뎌 낸 만년금옥철(萬
年金玉鐵)로 만들어진 금구(金鉤=낚시 바늘과 같은 예리한 갈구리)
천 개가 달려 있어 금강불괴라 하더라도 걸레 조각처럼 갈가리 찢
어진다.
한백설은사와 만년금옥철로 만들어진 일천 개의 금구가 달린 천
라지망(天羅之網)!
이것이 만병지왕(萬兵之王) 팔황금구천망이다.>
"아……!"
용태옥은 탄성을 터뜨렸다.
그는 무엇보다 팔황금구천망의 크기를 연상하고 혀를 내둘렀
다.
"백 장을 뒤덮을 수 있는 그물에 천 개의 금구까지 달았다면…
도대체 그 부피가 얼마나 된다는 것일까?"
용태옥의 의문은 당연한 것이었다.
그러나 하나의 작은 옥궤(玉櫃)를 바라보는 그의 눈에는 여전히
의혹이 담겨 있었다.
"설마 이 안에 팔황금구천망이 들어 있기라로 한단 말인가?"
그의 전면에 놓여져 있는 옥궤는 불과 서책 몇 권이 담길까 말
까 한 작은 것이었다.
용태옥은 천천히 손을 뻗어 옥궤를 열었다.
번쩍―!
순간 엄청난 광채가 용태옥의 눈을 찔렀다.
눈을 멀게 만들 듯한 휘황찬란한 금광(金光)이 옥궤 안에서 폭사
되었다.
그것은 옥궤의 중앙에 둥글게 말려 있는 한줌 가량의 은사(銀絲)
에서 뻗어 나오는 금광이었다.
실로 놀라운 일이었다.
팔황금구천망!
거의 보이지 않으리만큼 투명한 팔황금구천망은 겨우 한줌이 될
까 한 작은 부피가 아닌가?
그럼에도 그 끝에는 서찰의 내용과 어김없이 금광을 발하는 예
리한 금구 천 개가 매달려 있었다.
공포의 신병이라기보다는 여인의 장신구같이 화려하고 아름답기
만 한 물체, 그것이 바로 팔황금구천망인 것이다.
"이렇게 아름다운 물건이 과연 만병지왕다운 위력을 나타낼 수
있을까?"
용태옥은 눈앞의 팔황금구천망을 불신하는 듯 고개를 저었다.
그런데 자신도 모르게 손을 뻗어 팔황금구천망을 집어 가던 그
는 흠칫하였다.
"윽! 지독히도 차다……!"
그렇다. 팔황금구천망은 살태찰의 지옥수련을 거친 용태옥조차
고통에 가까운 한기를 느끼리만큼 살인적인 냉기를 내뿜고 있었다.
촤르르르르…….
용태옥은 다시 팔황금구천망을 집어 들어 허공에 떨쳐내었다.
기이한 음향과 함께 휘황찬란한 금광이 사방으로 해일처럼 치달
렸다.
순간 석실 안에는 살인적인 한기가 폭풍처럼 휘몰아치며 사방
백여 장 내에는 단 순간에 새하얀 서리가 내리고 있었다.
실로 가공할 기세였다.
"어헛! 정말 무서운 위력이다. 무공을 모르는 사람이라도 이 팔
황금구천망 하나로 천하를 독보할 수 있으리라……!"
용태옥은 그 가공할 위력에 숨을 몰아쉬었다.
"그런데 이 팔황금구천망으로 펼치는 절기의 위력은 어느 정도
란 말인가?"
용태옥은 호기심을 금치 못하며 서둘러 책자를 읽어내렸다.
팔황금구천망으로 펼치는 절기는 모두 세 가지였다.
제일초 팔황무영사(八荒無影死)!
― 소리 없이 하늘의 망(網)이 펼쳐지면, 잡지 못할 것이 없의
며 얼려 버리지 못할 것이 없으리라!
제일초인 팔황무영사는 팔황금구천망을 소리 없이 떨쳐 내는 죽
음의 절기였다.
제이초 팔황멸시참(八荒滅屍斬)!
― 일천 개 악마의 갈구리가 허공을 찢으니, 그 안에서 무엇이
살아 남으리오?
이것은 일천 개의 금빛 갈구리가 눈에 보이지도 않는 속도로 상
대를 쇄도해 들어가는 지극히 패도적인 절학이었다.
백 장 안의 생명체는 아무것도 살아 남을 수 없으며, 갈가리 찢
어 버리는 잔악한 절초였다.
제삼초 팔황난비각빙사(八荒亂飛角氷死)!
― 팔황이 찢기고, 구천십지(九天十地)에는 시신(屍身)만이 가
득하도다.
더욱이 그 모든 것들은 모조리 얼음에 뒤덮일 것이니…….
용태옥은 한동안 넋을 잃고 있었다.
"이것은 하늘조차 무너져 내리게 할 천붕지학(天崩之學)이다. 이
절학만 완벽하게 대성할 수 있다면 무(武)의 최고봉(最高峰)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용태옥은 드러난 대해무림 제일무학의 실체에 경악을 금치 못하
였다.
그는 그 동안 자신이 익힌 절학들과 이 살인그물의 절학을 비교
하여 보았다.
완벽한 인체구조 파악을 토대로 한 살인예술 사인예 구십구!
십기십술십예십도(十技十術十藝十道)의 으뜸인 검도의 신화 성
검비상 백룡탄!
이윽고 그는 천천히 고개를 가로저으며 중얼거렸다.
"살태찰의 살인미학과 검성의 검학이 무적이라지만 결코 대해무
림 제일절학을 능가할 수는 없다."
용태옥은 철가리적이 남긴 대해무림 제일절학에 한없이 심취해
들었다.
그러면서 그는 한 가지 사실을 뼈저리게 실감했다.
"절대좌는 결코 운으로 차지할 수 없다! 천해대군벌은 그만큼 강
했기에 이천 년 동안 대륙보다 거세고 드넓은 바다의 지배자가 될
수 있었다!"
용태옥은 선언하듯 외쳤다.
"대륙과 바다의 절대좌가 되려면 사부님보다 두 배는 강해야 된
다. 나는 사부님보다도 두 배는 강해질 것이다!"
그의 눈에는 뜨거운 불꽃이 이글거리며 피어 올랐다. 그것은 영
원히 꺼지지 않는 야망의 불꽃이었다.
첫댓글 잼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