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날과 같은 명절에 빠지지 않는 것이 있다. 바로 전통놀이다. 이 중 윷놀이는 설날 뿐 아니라 정월 대보름, 추석 등 명절에 가장 인기 있다.
윷놀이는 우리나라에서만 인기가 있는 게 아니다. 외국에서도 수학교육에 활용될 정도로 관심이 높다. 외국의 많은 초중등 교육기관에서 다양한 문화와 결합된 수학을 체험하는 기회로 여러 나라의 전통놀이를 수업에 활용한다. 우리나라 놀이로는 윷놀이와 고누가 소개된다. 이처럼 윷놀이는 세계에서도 인정받는 수학 놀이다.
● 예측할 수 없는 윷과 말 이동에 따른 대반전전문가들은 윷놀이가 재미있는 수학적인 이유를 단순하면서도 승부를 예측하기 어려운 변수가 많다는 점을 꼽는다. 4가지 길로 이동해 말 이동에 관한 변수와 윷이라는 예측할 수 없는 변수에 따라 웃고 우는 대반전이 가끔 일어나기 때문이다.
윷은 평면과 곡면 어느 쪽이 바닥에 놓이느냐에 따라 그 결과가 달라진다. 4개의 윷이 만들 수 있는 경우는 총 16가지. 이 중 첫 번째 윷만 뒤집히는 경우와 두 번째 윷만 뒤집히는 경우처럼 서로 같은 상황을 모두 합하면 우리가 이용하는 도, 개, 걸, 윷, 모 5가지로 압축된다.
이들을 종류별로 세면 도와 걸은 4가지, 개는 6가지, 윷과 모는 1가지가 나온다. 즉 엎어지거나 뒤집히는 확률을 똑같이 1/2이라고 가정하면 도는 4/16=25%, 개는 6/16=37.5%, 걸은 4/16=25%, 윷은 1/16=6.25%, 모는 1/16=6.25%의 비율로 나타난다. 개가 가장 많이 나오고, 도와 걸이 나올 확률이 같고, 윷과 모의 확률이 같다.
그런데 실제 윷은 주사위와 달리 곡면과 평면이 나오는 비율이 같지 않다. 특히 실제 널리 사용되는 윷은 반원 모양의 윷(이하 반원 윷)보다 곡면이 더 크다. 또 윷은 굴리거나 던질 수 있다.
● 굴릴 때는 모가 윷보다 잘 나와허명회 고려대 통계학과 교수팀의 연구에 따르면 곡면이 위를 향하는(윷이 엎어지는) 비율의 경우 윷을 굴릴 때는 반원 윷은 57%, 실제 윷은 59%인 반면, 던졌을 때는 반원 윷은 37%, 실제 윷은 33%로 크게 차이가 났다. 이런 차이는 윷을 굴릴 때는 운동에너지에 따라 무게중심의 위치가 변하면서 곡면이 나타날 확률이 결정되지만 던질 때는 회전중심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이다.
윷을 던질 때보다 굴릴 때 곡면이 위를 향할 가능성이 높은 이유는 굴러갈 때 평면이 바닥과 맞닿으면 더 구르기 어렵지만 곡면이 바닥에 닿으면 더 잘 굴러간다는 점을 생각하면 이해하기가 쉽다.
이에 따라 도, 개, 걸, 윷, 모의 확률을 이론적으로 계산하면 실제 윷을 굴릴 때는 34%, 35%, 16%, 3%, 12%가 나오며, 던질 때는 10%, 29%, 40%, 20%, 1%가 나온다. 굴릴 때는 모의 확률이 윷보다 높은 반면, 던질 때는 윷의 확률이 도보다 높다. 우리가 아는 일반적인 값과는 차이가 크다.
그런데 실제 윷놀이에서도 이렇게 나타날까? 허 교수팀은 실제 윷을 1132번 굴리고, 1120번 던져 이론적인 값과 비교를 했다. 그 결과 굴렸을 때는 이론값과 비슷했으나 던졌을 때는 도는 20%, 개는 31%, 걸은 34%, 윷은 12%, 모는 3%로 이론값과 차이가 나는 경험값을 얻었다. 이런 차이는 윷을 던질 때 일부는 바닥에 떨어져 구르기도 하고, 바닥이나 바람 등 다른 요인에 따라서도 영향을 받기 때문으로 보인다.
● 윷 대신 주사위를 쓰면 말판도 바꿔야윷가락 대신 주사위를 이용하면 어떨까. 놀이에 널리 사용되는 주사위는 윷놀이에도 잘 어울린다. 하지만 윷과는 다른 값을 고려해야 한다. 윷에서 3칸을 가는 걸이 나오는 확률과 주사위에서 눈금 3이 나오는 확률이 다르기 때문이다. 특히 주사위는 최대 6칸을 이동할 수 있어 윷을 이용할 때와 매우 다른 모습이 펼쳐진다.
우리가 이용하는 윷판은 최대 5칸을 이동할 수 있는 모에 알맞게 맞춰져 있다. 따라서 이용하는 도구가 달라진다면 말판도 바뀌어야 서로 어울린다. 즉 주사위를 이용한다면 말판의 경로가 6번째 칸에서 교차점이 나타나도록 수정할 필요가 있다. 이렇게 하면 모든 교차점까지 1개 또는 2개의 지점이 더 생기게 된다. 새로운 윷놀이가 만들어지는 셈이다.
그런데 2개의 윷으로도 윷놀이를 할 수 있을까? 역시 같은 방법으로 지점의 개수를 2개씩 줄이면 가능하다. 물론 이처럼 윷과 말판을 바꾼 새로운 윷놀이가 얼마만큼 재미있을지는 미지수다. 기존의 윷놀이는 오랜 시간이 흐르면서 적당한 시간 동안 가장 재미있게 놀 수 있도록 4개의 윷에 최적화된 상태다.
정달영 숭실대 수학과 교수와 이광연 한서대 수학과 교수 등 수학자들은 “4개의 윷과 현재의 윷판은 수학적으로도 가장 재미있는 형태”라고 입을 모은다. *그래프이론에 따르면 윷놀이는 가장 단순화된 최적 경로 찾기로 볼 수 있다.
수학이 어떤 해법을 구할 때 가능하면 가장 쉽고 단순한 방법을 찾으려고 한다는 점에서 볼 때 윷놀이는 이런 특성을 가장 잘 충족시켜주는 놀이인 셈이다. 즉 수학적으로 윷판을 더 복잡하고 다양하게 변형시킬 수는 있겠지만 현재의 구조가 재미있게 놀기에 가장 적합한 형태라는 설명이다.
수학동아 2월호에서는 신라와 백제, 고구려의 장수 김유신, 계백, 연개소문이 삼국통일을 하려고 윷놀이와 고누, 쌍륙을 겨룬 ‘전통놀이 삼국대전’ 이야기를 만날 수 있다. 올 명절엔 온가족이 모여 전통놀이로 이야기 꽃을 피워보면 어떨까.
박응서 동아사이언스 기자 gopoong@donga.com
*그래프 이론 : 윷놀이 말판이나 지하철 노선도처럼 점과 선으로 이뤄진 형태를 수학에서는 특별히 그래프이론이라고 하며 다룬다. 여기서 그래프는 함수그래프나 막대그래프에서 말하는 그래프와는 다른 용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