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동영 통일부 장관은 22일 김대중 전 대통령의 방북 의사에 대해 실무적인 도움이라기 보다 긍정적인 역할에 대한 기대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정 장관은 지금 한국의 외교적 노력은 출구에 있는 것이 아니라 입구에 들어가지도 못하고 있는 입장이라면서 미국, 중국, 러시아, 일본 등 외교력을 통해 북핵 해결구도가 작동하도록 노력해 왔다고 말했다.
정 장관은 이날 오전 MBC 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DJ의 방북 용의 의사와 관련 “실무적인 도움이라는 측면보다는 김 전 대통령이 가시는 것을 높이 평가하고 또 뒷받침 해드린다는 뜻”이라면서 “지금 많은 국민들이 걱정하고 있는 마당에 긍정적인 역할을 해주실 수 있다는 기대”라고 설명했다.
그는 김 전 대통령은 북의 김정일 위원장으로부터 상당한 신뢰를 받고 있고 핵문제를 합리적으로 해결하는데 조언을 해줄 것이라면서 DJ와 김 위원장의 신뢰 관계를 강조했다. 김 전 대통령 방북시 노 대통령의 친서 전달 계획에 대해 정 장관은 지금 말하기는 너무 빠르다면서도 긍정적인 의사를 내비췄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햇볕정책과 노무현 정권의 평화와 번영정책의 차이점에 대해 정 장관은 “확대 발전”이라고 기본 입장을 설파했다. 그는 “햇볕정책 포용정책의 기조를 유지하되 정책의 시야를 동북아로 확대하고 경제협력과 그리고 안보의 균형적 발전을 추구해간다는 정책적 목표를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최근의 남북 관계 상황에 대해서는 정 장관은 “서 있을 뿐만 아니라 지금 먹구름이 잔뜩 껴 있는 상황”이라고 표현했다. 그러나 그는 “꾸준히 일관되게 남북화해협력과 그것을 통한 평화 번영을 추구해왔다”면서 “가다서다를 반복하기도 하고 요즘처럼 어려운 상황이 빚어지기도 했지만 중요한 것은 정책이 일관성을 유지해왔다는 점이다”고 ‘정책의 일관성’을 강조했다.
북한 외무성의 ‘돌출’ 발언과 관련 정부의 정보수집 능력 부실 비판에 대해 정 장관은 북한은 세계적으로 가장 닫혀 있고 정보소통이 안 되는 나라라면서 사전에 통보를 받거나 교감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고 설명했다.
이어 정 장관은 북한 외무성 발언 이후의 추가 상황 악화 조처를 막고 6자 회담 재개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면서 김정일 위원장과 중국의 왕자루이 대외 연락부장의 만남의 예를 들었다.
정 장관은 “외교적 노력이 지금 출구에 있는 것이 아니라 입구에도 채 들어서지 못하고 있다는 판단이었고 따라서 외교력을 통한 북핵 해결구도가 작동하도록 그동안 끊임없이 미국, 중국, 러시아, 일본을 통해서 한반도 문제의 당사자로서 노력을 해왔다”고 설명했다.
한반도 비핵화라는 중국과 우리의 입장은 정확히 일치한다면서 정 장관은 “왕자루이 부장이 김정일 위원장에게 중국은 시종일관 한반도의 비핵화를 지지해왔고 또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수호를 주장해 왔으며 또 유관국들의 대화를 통해서 핵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밝혔다고 전했다.
“핵보유 선언으로 하루아침에 핵보유 8개국에 들어가는 것 아니다”
미국도 북한에 구체적인 카드를 내놓아야 한다는 김 전 대통령의 조언에 대해 정 장관은 작년 11월 LA연설에서 노무현 대통령이 몸을 던져서 혈로를 열었다면서 미국도 부족하지만 나름대로 북을 협상의 상대로 인정할 것과 북한 지도자를 불필요하게 자극해서 협상의 분위기를 해치지 않을 것을 받아들였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북은 미국의 적대 정책이 여전하다, 6자 회담에 나갈 조건이 안됐다고 평가하는 것으로 여기에 입장차가 있다면서 미국은 북을 협상을 해야 하는 상대로 인정하는 것, 북은 협상 테이블에 나오는데 조건을 다는 것을 철회하는 것, 이 두 가지의 최소한의 조건이 충족돼야 한다고 정리했다.
북의 핵보유 가능성에 대해 정 장관은 이 시점에서 북한을 핵 국가로 인정하면 상황은 일변한다고 말했다. 그는 북한의 ‘핵보유 했다’는 말 한마디로 UN 상임이사국 5개국과 인도, 파키스탄, 이스라엘 등 핵 보유 8개국에 들어가는 것은 아니다면서 그동안 한국 정부와 미국이 북한의 핵 보유 능력에 대해 관찰, 분석, 평가한 내용을 하루아침에 바꿀 이유는 없다고 말했다. 그는 북한의 핵 보유 선언으로 핵국가라고 인정할 건 아니다고 덧붙였다.
핵 물질 보유 언급과 관련한 야당의 비판에 대해서도 정 장관은 국방부 장관이니 통일부 장관 이야기니 하는 것은 전형적인 말꼬리 잡기라면서 핵물질을 추출해서 만들었을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추정한다는 것이 정부, 국방백서, 국방부, 통일부, 국정원의 입장이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 정부가 평가하고 판단하는 것은 플루토늄 핵물질이다면서 정부가 말하고자 하는 맥락을 파악해 초당적으로 대처하지 않고 정쟁화하는 것은 국익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야당의 행태를 비판했다.
비료, 쌀 등의 대북지원에 대해 정 장관은 “남북협력이 현실적으로 직간접적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지만 정책의 일관성이 중요하다”며 “어떤 상황이 벌여졌다고 일희일비해서 쉽게 동요하는 것은 좋은 정책이 아니다”고 기본 입장을 밝혔다. 그는 “남북화해협력정책은 한반도 평화안정정책에 대한 성과를 가져왔고 국민적 합의와 동의가 폭넓게 구성된 정책”이라면서 특히 “쌀, 비료 등의 인도적 지원은 핵문제와 연계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말했다.
비료 지원 시기에 대해서는 정 장관은 “남북 당국간 회담이 열리게 되면 그 테이블 위에서 북측의 비료지원에 대한 입장을 충분히 듣고 또 우리 정부 내에서 충분히 검토를 거쳐서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개성 공단, 금강산 관광사업, 철도 도로 연결 사업 등 3대 경협사업에 대해 정 장관은 “꾸준히 흔들림 없이 운행해 왔고 앞으로도 그 기조를 유지해 갈 것”이라고 입장 불변을 강조했다. 그러나 그는 다만 “좀더 한 차원 높은 깊고 넓은 그런 협력으로 가기 위해서는 북한도 적극적으로 협조하고 협력해야 한다”면서 “북한 태도에 상당 부분 많이 달려 있다”고 말했다.